본문 바로가기
Football/Writing

포리바렌테에 대한 이야기

by 다스다스 2019. 3. 23.


펩이나 루이스 엔리케, 발베르데 같은 크루이프, 반 할 등의 영향을 일정 부분 또는 전체적으로 받은 감독들이 공통적으로 드러내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포리바렌테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멀티 플레이어) 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여온다는 건데 그들의 전술상 그리고 원칙주의자에 가까운 성격과 기용 방식상 이런 포리바렌테 성향을 가진 선수들이 스쿼드 내에서 가지는 의미가 꽤나 큰 편인데 이들은 본 포지션이 아닌 타 포지션에서도 잘 뛰는 선수라기보다는 그냥 축구 자체를 잘 이해하고 있고 축구 내적인 센스가 일정 수준 이상이 넘어서 어느 위치에 세워도 잘 뛰는 선수라는 의미에 훨씬 더 가깝습니다.


이런 유형의 선수들이 있으면 전술적으로 다변화를 가져가기도 좋을 가능성이 높고 틀이 갖춰진 상태에서 핵심 주전 선수들이 누웠을 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땜빵으로 빈 자리를 최소화 시키기 좋기 때문.


저런 축구에 대한 이해도 자체가 높으면 높을수록 가치는 떡상하는 거고 낮으면 낮을 수록 체력 셔틀에 근접하게 되는 거구요. 지금 바르셀로나에 이런 포리바렌테란 말에 어울리는 선수는 비달, 라키티치, 하피냐. 세르지는 저 셋보다는 조금 밀리지만 써먹으려면 저 셋 다음으로는 써먹을 수 있겠죠. 하피냐도 부상이 너무 많아서 이제는 3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라고 보긴 뭐하긴 하겠네요. 보아텡도 약간 이런 느낌으로 데려온 것 같은데 발베르데가 거들떠도 안 보는 거 보면 아예 못 써먹겠다고 판단할 정도의 수준인 것 같기도 하네요. 말콤은 이런 가치와 엄청나게 먼 선수고 움직이는 동선 자체가 지나치게 좁으니까 체력 셔틀에 가까울테구요. 그러니까 안 쓰는 거죠.


이런 유형의 선수들 중 뛰지도 않던 포지션에서 갑자기 본인이 조금 더 뛰기 편한 환경을 맞이해서 결국 정착을 해서 팀에서 가치가 변하는 케이스 (ex - 마스체라노) 도 있고 그렇습니다. 이런 선수들의 필요성은 현대 축구가 점점 포지션 구분이 애매해지고 의미가 없어지는 경우가 더러 생기고 있는 것도 있지만 스쿼드를 컴팩트하게 운용할 때 잡음을 최소화하기 적합한 선수들이기 때문이 큽니다. 팬들은 사실 이런 유형의 선수들이 정착을 못하면 끝까지 땜빵맨이라고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감독의 입장에선 두세명이 가진 가치로 인해서 최대한 여러 포지션을 돌려가면서 쓸 수 있기 때문에 출장 시간에 따른 불만이 외부로 튀어나갈 가능성도 차단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다른 이유들도 많겠지만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는 이유는 이거라는 거. 그래서 감독들 보면 팬들이 보기엔 입지가 그렇게 좋은 선수도 아니고 왜 이렇게 자주 출장하는 지 모르겠는 선수들을 팬들과는 반대로 지독하게 아끼는 경우가 있잖아요? 이런 이유도 있습니다.


주전인데도 경기 도중 역할 변경이 잦은 선수도 포리바렌테에 가깝겠죠. 라키티치가 아주 좋은 예입니다. 비달은 바르셀로나에서 라키티치와 다르게 교체로 들어오거나 선발 출장할 때 역할 변화를 많이 지시받는 쪽일테고. 아마 하피냐가 나잉골란한테 당하지만 않았어도 발베르데도 무지하게 좋아했을 겁니다.


아레냐도 축구를 보는 눈이 조금 더 깊어지고 그걸 플레이로 녹여낼 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성장하는 게 팀에 자리를 잡기 더 좋지 않을까 싶네요. 다른 어린 선수들도 마찬가지겠구요.


──

'Football >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잡소리 45 (포워드 잡담)  (10) 2019.03.26
마라도나와 메시, 메시와 마라도나  (24) 2019.03.25
잡소리 43 (방향 전환 등 잡담)  (18) 2019.03.22
잡소리 42  (6) 2019.03.22
그리즈만하니 생각나는 골때리는 놈  (14) 2019.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