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소리 45 (포워드 잡담)

바르셀로나의 포워드의 이상에 근접한 모습은

상대 수비수들을 끌고 다닐만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기술이면 최고, 그게 아니라도 또 다른 무언가)

볼이 도는 과정에 자신 또한 참여하면서 자신이 아닌 다른 선수를 지원할 수 있어야하며

빈 공간을 이용해 들어가는 동료들을 활용할 줄 알아야하며

반대로 자신이 그 빈 공간을 이용할 때 동료들의 판단력을 믿을 줄도 알아야하며

공간이 좁아지거나 자신의 비중이 줄어들어도 타격이 적어야한다. 

에 가깝습니다.

제가 자주 하는 얘기인데 포지션이 어떻고 왼쪽 포워드고 오른쪽 포워드고 중앙 포워드고 나발이고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선수가 무얼 할 수 있고 그가 어떤 유형에 근접한 지를 보는 게 훨씬 더 보기 좋고 이해하기도 쉬움. 이미 포지션을 구분하고 그런 게 의미 없고 정의하기 힘들다는 걸 증명한 선수가 바르셀로나에서 에이스로 뛰고 있는데 당연히 팬들도 그에 맞게 바라볼 줄 알아야한다고 봅니다. 혹여나 오게 될 선수가 메시와 비슷한 동선을 잡고 뛰는 선수라면 더더욱 동선을 조정받을 수밖에 없을 거고 메시를 제외한 나머지 두 명의 퀄리티가 생각 이상으로 좋으면 발베르데뿐만 아니라 어떤 감독이 와도 둘이서든 셋이서든 스위칭을 지시할텐데 그렇다면 사실 선수가 어디서 뛰는 지는 그렇게까지 크게 고려할만한 사항이 아닙니다. 그리즈만이 메시랑 비슷한 동선이라 문제가 될 것 같다는 것 역시 전 별로 동의하지 않구요. 오히려 이렇게 동선을 조정 받거나 자신의 비중이 줄어들었을 때 할 건 하는 게 증명된 선수가 바르셀로나가 더더욱 걸어볼만한 선수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번에 포워드 보강을 엿같이 하면 다음 시즌에는 꽤나 큰 하락세를 맞을 수도 있다고 보는 게 늘상 말했듯이 보조자들로 꽉 채워서 어떻게든 메시의 공간을 보장해주는 건 한계에 거의 도달했습니다. 8강 상대로 맨유나 토트넘을 개인적으로 원했던 것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약점이 지금의 바르셀로나에게 득이 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지. 그들이 만날 수 있는 7팀들 중 가장 만만하거나 낮은 전력이라고 봤기 때문이 아님. 지금 바르셀로나를 오즈메이커 (도박사) 들이나 전문가들이 높게 평가하는 건 순전히 메시때문입니다. 그만큼 지금 바르셀로나의 축구 내적인 변수 대응은 메시로 인해 이뤄지고 있고 메시가 못하는 순간 바로 나락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는 뜻입니다. 전 팬들이 지금 바르셀로나가 트레블의 가능성이 있다고 너무 높은 기대치를 잡고서 보고 있는 게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고 얘기하고 싶음. 

당연히 내부에서도 이런 메시 의존증에 대한 문제를 알고 있으니까 요비치를 그렇게 관찰하고도 확실하게 결정을 못 내리는 거겠죠. 그가 바르셀로나에 와서 뭘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테니까. 이건 쿠티뉴나 뎀벨레가 지금 보여주는 모습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걸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구요. 저 둘이 최소 기대치의 4분의 3 이나 아무리 못해도 절반만 채웠어도 굳이 이렇게까지 고민해야할 문제는 아니었을테니까. 아마 그리즈만과 그리즈만 누나가 공개적으로 언론을 통해서 안 떠난다고 언급 안 했으면 바르셀로나가 여름에 한 번은 더 접근했을 거라고 봅니다. 그만큼 지금 시장에 이렇다할 선수들이 없거든요. 내부도 마찬가지구요.

그렇다면 어차피 그리즈만이나 네이마르는 사실상 영입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판단하는 게 맞으니까 어느 정도 타협을 해서 데려와야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저 위에 나열한 것들 중 '최소' 세 가지는 할 줄 아는 포워드가 와야된다고 봅니다. 가장 중요한 건 기술적인 우위를 본인의 힘으로 가져갈 수 있어서 자신한테 수비들이 몰리게 할 수 있는 거겠지만 그런 선수가 아니라도 저 중에 뭐가 됐든 최소 세 가지는 할 수 있는 선수가 오는 게 메시에게도 바르셀로나에게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보거든요. 지금은 교체에도 저런 걸 해낼 수 있는 선수가 거의 없어서 늘상 뛰는 선수들만 뛴다는 인상을 주고 있으니까. 요비치가 어떤 선수인 지는 모르겠지만 저 중에 그가 가진 게 하나도 없다면 바르셀로나에 와봤자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선수가 될 가능성이 더 높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음.

솔직히 지금 다음 시즌에 그리고 있는 구상이 무엇인지 감이 안 오는데 전반기에 시도했던 것들이 최대치로 이어졌을 때가 사실 발베르데가 바르셀로나에서 추구하려고 하는 모습이었고 다음 시즌에 다시 도전하려는 게 그거라면 데 리흐트에 시간 쏟으면서 요비치만 쳐다볼 게 아니라 쿠티뉴나 뎀벨레 둘 중 한 명 갖다팔 팀이랑 또 다른 포워드 찾으러 돌아다니는 게 더 급선무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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