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otball/Writing

네이마르, 쿠티뉴, 뎀벨레

by 다스다스 2019. 3. 27.


네이마르가 바르셀로나에 합류했을 때 제일 부족했던 부분들이 

자신의 온 더 볼 비중이 내려갔을 때 (산토스에서나 브라질 대표팀에선 자신이 다 하거나 중심에 가깝게 했으니까) 본인이 필드 위에서 정확히 뭐를 해야하는 지를 몰랐다는 것과 동료들의 판단력을 믿거나 빈 공간을 이용해서 들어가고 있는 동료들을 보고 내줄 수 있는 판단력이었는데 루쵸가 와서 수정해주고 성장시킨 게 이거였습니다. MSN 의 파괴력이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네이마르의 플레이가 간결해진 것처럼 보인 건 우연이 아니었다는 뜻이죠. 필드 위에 누가 있든 그들을 믿고 자신이 과감하게 온 더 볼과 오프 더 볼의 판단을 빠르게 내리고 볼을 빨리 내주고 본인이 다시 돌아들어가고 등등... 그러면서 루쵸는 네이마르의 비중을 서서히 늘리면서 그가 장기적으로 팀에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찾아주기 시작했고.


참 신기한 게 바르셀로나의 축구는 하프 라인을 전후로 한 지점에서는 볼을 받으러 움직이거나 내려오는 걸 어떤 감독도 좋아하지 않지만 반대로 박스 근처에 가까워지면 볼을 받으러 움직이거나 오프 더 볼을 많이 가져가서 순간적으로 공간이 생기게 만들 것을 지시합니다. 그걸 본 누군가가 찔러줄 수 있을 수도 있으니까. 간혹 쿠티뉴나 뎀벨레도 볼이 자신에게 엄청 멀리 떨어져있는 게 아닌데도 박스 근처에서도 서있는 모습이 보이죠? 그게 적응을 완벽하게 못한 겁니다.


네이마르 이전에 넘어왔던 세스크에게 바라던 것도 이거였습니다. 박스 근처에 가까워졌을 때 이런 순간적인 판단으로 좌중우를 가리지 않고 빠르게 볼을 처리하는 건 세스크의 장기 중 하나였고 그가 바르셀로나에 있는 다른 누구보다도 잘할 수 있는 부분이었으니까. 어차피 그 시기 바르셀로나는 박스 근처까지 속도를 내면서 전진하는 틀 자체는 어느 정도 완성에 근접해있던 팀이었고 그걸 다른 방면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산체스까지 합류한 시기였으니 만약에 세스크가 이러한 플레이를 바르셀로나에서 해냈다면 메시는 더 효율적인 선수로 변할 수 있었고 바르셀로나는 조금 더 화끈한 축구를 할 수 있었겠죠.


메시는 안 뛰는 듯 보이면서도 그가 무언가를 하는 날은 자신이 내려와야할 때와 자신이 가만히 있어야할 때를 기가 막히게 판단하고 순간적으로 효율을 극으로 내는 거구요.


전 네이마르가 안 떠나고 발베르데가 네이마르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인 상태로 바르셀로나의 감독으로 커리어를 보냈으면 이렇게까지 재미도 없고 수동적인 축구는 절대 안 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팬들은 루쵸가 팀을 망쳐놓고 떠났다고 하는데 오히려 팀의 미래 자원을 전성기에 접어들기 직전까지 완성시켜준 감독이었습니다. 그가 떠나서 문제지...




애초에 네이마르는 산토스 시절부터 무게 중심이 높아서 아슬아슬한 긴 드리블이 많았던 선수였고 그게 효율의 문제를 떠나서 기복이 생길 여지와 위험성이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에 분명히 오프 더 볼의 비중이 올라갈 필요성이 있었는데 바르셀로나에 합류한 시기에 감독이었던 타타는 애초에 계획 자체를 네이마르 (이니에스타) 와 메시가 최대한 종횡으로 넓게 기술로 깨부수면서 나머지가 자연스럽게 지원해줄 수 있는 그림을 짰었고. 그게 잘 안 됐고.


루쵸가 오고나서 네이마르가 제일 성장한 게 이겁니다. 애초에 네이마르는 어느 정도는 선수로서 성장 방향이 잡혀있었고 자신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줄 감독과 팀이 필요했는데 루쵸와 바르셀로나는 딱 맞는 팀이었죠. 볼을 소유하면서 최대한 발로 굴리려고 노력을 하는 팀이면서 자신말고도 온 더 볼을 가져갔을 때 방향 전환을 하거나 수비를 쏠리게 하면서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들이 있었고.


네이마르는 사실 브라질 리그에서 넘어와서 그를 챙겨본 사람들이 얼마 없었기에 거품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거지. 이미 바르셀로나에 합류하기 전부터 좌중우를 가리지 않고 모든 포지션을 다 뛰어봤으며 자신의 비중이 높아져도 측면 수비나 수비에 대한 이해도 자체가 남달라서 수비 가담 자체도 아주 우수하고 좋은 선수였습니다. 단점은 쓸데없이 다이빙을 너무 많이하고 액션이 컸다는 거겠죠. 지금은 실제로 걷어차이고 밟히고 까이고 하는데도 저 어린 시절의 이미지가 박혀버려서 다이버라고 욕 먹고 있죠.


산체스와 페드로가 아무리 골을 못 넣어도 감독들이나 선수들은 죽어라 쉴드를 치고 했던 건 포워드치고 수비 자체를 잘해서 팀의 후퇴를 막아줬기 때문입니다. 산체스는 거기서 더 나아가서 볼이 굴러갈 때 상대보다 먼저 방향을 예측하고 판단해서 탈환하는데 도사였고. 전 그래서 스탯으로 선수 평가하는 거 굉장히 싫어함. 그걸로 선수의 가치는 절대로 알 수 없습니다.




뎀벨레나 쿠티뉴를 볼까요? 전 이들이 네이마르와 마찬가지로 적응 시기를 거치고 있다고 하는 의견들에는 동의를 하지만 재능 자체가 급이 다르다고 봅니다.


쿠티뉴는 네이마르 정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 게 우선 (후지다는 게 아니라 네이마르>쿠티뉴라는 뜻) 이고 대신 킥력을 활용하거나 경합을 순간적으로 피하거나 재빠르게 이기고 빠져나와 찬스를 만들어내는 게 능하면서 종횡으로 넓게 뛸 수 있다는 게 브라질과 리버풀에서 증명된 선수였으니 다른 방면으로 이니에스타를 대체할 수 있다는 느낌을 준 선수였는데 자신이 중심으로 뛰던 팀에서 넘어오면서 바르셀로니에서는 공수 양면에서 늘상 기복이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전 쿠티뉴가 좌측면과 거기서 이어지는 좌측면 하프 스페이스까지 그가 나오는 경기들마다 유의미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바르셀로나에서 뛸 이유도 없고 살아남을 가능성도 없다고 봅니다. 그거하라고 데려다놓은 거니까요.


겨울에 오버 페이한 거야 EPL 은 바이아웃이 없으니까 여름이 된다고 팔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사실 헛소리에 가까운 거고 월드컵에서 오히려 브라질에서 탈락하는 가운데서도 가치를 발휘한 선수 중 한 명인데 그거 들이밀면 리버풀은 돈을 더 챙겼음 챙겼지. 덜 챙겼을 것 같지도 않구요. 손해보는 게 아깝거나 언젠가는 재평가받게 될 영입 업적에 관해 미련이 있어서 안 판다는 건 바르토메우가 뻘짓을 하겠다는 뜻일테구요. 그래서 더더욱 데 리흐트에 목을 메고 있는 걸수도 있겠죠. 전 지금 바르셀로나가 굉장히 정치적인 행보도 동시에 이어나가고 있다고 봅니다. 어쩌면 축구 내적인 면보다 정치적인 면을 더 멀리 내다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달까.


사실 내부적으로 들여다볼 수 없어서 그의 문제가 뭔지 확신할 수 없지만 그가 더 이상 반등을 못하거나 전반기에 보여줬던 모습 이상을 바르셀로나에서 보여줄 수 없다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다가오는 여름에 내보내는 게 맞습니다.


뎀벨레는 그가 팬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기본기가 좋은 선수가 아니며 양발 잡이치고 볼이 발에 붙지 않는 편이어서 오히려 지공 시에나 수비들이 겹겹이로 쌓여있는 상황에서는 쿠티뉴보다 더 쓸모없는 자원에 가깝습니다. 왼쪽에서 활용할 때 웬만하면 쿠티뉴를 선발로 넣고 뎀벨레를 후반 교체로 넣는 건 그 시기 전후가 바르셀로나가 지배력이 떨어지고 수동적인 대처로 변하는 시기라 뎀벨레가 치고 달릴 수 있는 공간이 생기거나 그가 굳이 기술을 발휘하지도 않아도 되는 상황이 많아지기 때문이겠죠. 이 의미는 단거리 역습이 나가거나 역습이 나갈 때 메시나 부스케츠를 거치고 빠르게 나갈 수 있으면 쿠티뉴보다는 뎀벨레가 더 빠르게 박스를 공략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선발로 나올 때 왼쪽을 자꾸 고집하는 건 그가 의외로 킥력이 좋고 슈팅 스킬이 괜찮은 수준에 양발 잡이기 때문에 하프 스페이스나 좌측면에 위치하면 그만큼 다지선다를 많이 걸 수 있기 때문인데 이것도 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사실 측면에서 슈팅페이크나 동작이 큰 페이크를 거는 게 보는 팬들 입장에서는 상대 수비들이 속으니까 '와 개쩐다.' 하지. 안 속는 순간 그건 쌩쑈입니다. 실제로 한 때 저것만 하다가 웬만한 수비들은 다 알고 읽어내고 볼 뺏어내고 그랬죠. 지금도 뎀벨레를 마주하는 수비들은 일단 안 막고 있습니다. 오른쪽에 위치할 때 보통 터치 라인에 붙어있게끔 지시하는데 그게 일부러 수비가 의식하게 만들기 위함임과 동시에 메시의 압도적인 온 더 볼만 보고 수비하는 팀들이나 순간적으로 임무를 까먹은 팀들을 박살내기 아주 좋은 방식이기 때문인데 아무도 볼이 없는 뎀벨레한테는 안 붙어있거나 의식을 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뎀벨레의 오프 더 볼이 좋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그가 어느 위치에서든 볼을 받는 순간 협력으로 붙거나 일단 한 명이 붙어서 막는 편이죠.


측면 투자라는 게 거창한 게 아니에요. 박스 근처까지 속도를 낼 때 필요한 건 누군가가 볼을 잡고 박스 근처까지 빠르게 올라갈 수 있는 기술과 체력 그리고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 있는 팀의 간격과 대형일테고 반대로 이미 수비 대형이 갖춰져있을 때는 어디를 거치든 볼을 잡고 있든 잡고 있지 않든 상대가 무조건 양 측면을 의식하게 만드는 걸테구요. 그러면 굳이 기술적인 우위를 발휘하지 않아도 이미 상대 수비수들은 다지선다에 걸려있을 테니까. 또 수비의 국면에서 바라봤을 때는 최대한 적은 인원이 참여해서 후퇴를 막을 수도 있거나 (측면은 2~3명만 가도 쓰로인때문에 끊어내기가 쉬우니까. 나가지 않고 압박을 성공시켰을 때는 단거리 역습을 그대로 쭉 달릴 수 있기도 하고) 그 적은 인원이 압박이 실패하더라도 볼이 넘어왔을 때 자연스럽게 수적 우위를 가져간 상태나 이미 센터백들이 포지셔닝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 글이 쓸데없이 길어질까봐 줄이는 데 측면 투자가 잘 안 되고 있고 퀄리티가 별로 안 좋다는 증거를 하나를 들어보자면 올 시즌 후반기 세비야 전 전반전에 바르셀로나가 무너질 때를 잘 보시면 횡으로 엄청 끌려다니다가 결국에는 알바가 위치하는 왼쪽에 3~4명이 가서 어떻게든 쓰로인 만들라고 하는 모습이 있을 거에요. 아예 대형 자체가 한 쪽으로 쏠리는 모습까지도 나옵니다.


사실 이건 뎀벨레만의 문제가 아니라 쿠티뉴도 마찬가지고 바르셀로나의 모든 측면 자원들의 퀄리티가 그만큼 높지 않다는 증거구요.


전 뎀벨레를 별로 좋게 안 보는 것 중에 탑으로 꼽는 게 퍼스트 터치의 기복과 터치의 세밀함이 부족하다는 건데 뎀벨레가 그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르셀로나의 미래가 되기에 적합한 자원이라는 걸 증명하려면 자신의 약점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면서 판단력을 키우고 종횡으로 지금보다 더 넓게 움직이면서 자신과 동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줄 알아야한다는 것과 더 많이 뛰면서 팀의 수비 (특히 측면) 에 기여하는 게 우선일 거라고 봅니다. 에투가 자신에게 부족한 것과 자신이 할 수 없는 걸 더 많이 뜀으로 극복했던 것처럼.


──

'Football >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잡소리 46 (포워드 잡담 2)  (26) 2019.03.30
그리즈만 외 잡담  (21) 2019.03.29
잡소리 45 (포워드 잡담)  (10) 2019.03.26
마라도나와 메시, 메시와 마라도나  (24) 2019.03.25
포리바렌테에 대한 이야기  (4) 2019.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