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개인적으로 느낀 바르셀로나를 거쳐간 포워드들에 대한 짧은 생각들. 당연히 03-04 시즌 이전에 뛰었던 선수들은 그 시즌 내내 다 챙겨본 게 아니라 일부분만 예전에 클럽박스 (아직도 살아있나요?) 에 클래식 경기들 많이 올라올 때 야금야금 받아서 본 거나 꾸레코리아에서 클래식 경기들 공유해주시는 분들꺼 받아서 본 게 다입니다. 제일 많이 봤던 건 반할 1기 시절이었던 것 같음. 저보다 오래되신 분들은 보통 이 시기에 입문하신 분들이 많긴 합니다.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쓰고 싶지만 사실 이런 걸 글로 쓸 생각 자체를 안 했었기 때문에 포워드로 한정해서 기억에 남아있는 선수들만 남깁니다. 그리고 원래 바르셀로나하면 포워드니깐.
흐리스토 스토이치코프 - 다재다능하고 왼발을 정말 잘 썼습니다. 빠르고 기술도 좋은데 거기다 강인했달까. 만능 포워드였는데 사실 그런 것보다 기억에 더 남아있는 건 경기 도중에 화를 내거나 짜증내는 모습. 특히 같은 팀한테도 그러는 경우도 있었고 근데 또 골 넣으면 진짜 세상 제일 좋아하고 뭔가 인터뷰로만 보던 직설적인 면을 선수 시절에도 보여왔던 게 사람이 참 일관성이 있구나 싶었습니다.
미카엘 라우드럽 - 종횡으로 넓게 움직이면서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선수였음. 포워드화가 이뤄진 이니에스타랄까. 어쩌면 몇 번 본 경기에서 받은 인상 덕분에 그와 유사한 느낌을 주던 이니에스타의 포워드화를 밀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호마리우 - 메시를 제외하고 본 포워드 중 박스 근처와 안에서 가장 안정적이면서도 기술적인 포워드란 느낌. 안 될 것 같으면 몸통박치기를 그냥 하던 시절에 오히려 자기보다 훨씬 큰 수비수들의 밸런스를 무너뜨리며 수비를 벗기는 걸 정말 잘했다. 많이 본 건 아닌데 다가온 느낌은 메시 다음이었습니다.
코드로 - 잘 모르는데 글로서 굉장히 많이 언급되는 선수 중 한 명입니다. 크루이프가 이론적으로 이상에 근접한 장신 포워드라 보고 데려왔는데 제대로 쪽박차고 실패하고 크루이프는 떠나고 코드로도 바르셀로나를 떠난 후 그대로 내리막. 이 선수는 바르셀로나의 이질적인 훈련 방식에 대한 전후 문제로 인해 이후의 커리어에도 영향이 많이 간 선수로 남아있어서 틈만나면 언급 대상이 되는 편입니다. 아마 다음 시즌이든 언젠가 장신 포워드가 높은 이적료를 자랑하며 입성했는데 개판같이 못하면 이론과 실전은 틀리다면서 즐라탄과 같이 다시 등장하지 않을까.
루이스 피구 - 왜 그렇게 바르셀로나 팬들이 좋아했었는지 그냥 경기만 봐도 보입니다. 오른쪽을 중심으로 측면과 중앙을 오가면서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선수였고 기본기가 아주 우월한 수준이었습니다. 뭔가 결과물을 만드는 건 히바우두였지만 아무리 봐도 에이스는 피구였음. 이 시기 경기들 보면 골 넣고 좋아하는 무링요의 모습도 종종 보입니다. 특히 99-00 시즌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에서 첼시 상대로 골 넣었을 때 진짜 제일 좋아하던 그 모습.
호나우두 - 96-97 시즌 어느 경기를 다운 받아서 봐도 얘가 그냥 혼자 다 하고 있었음. 바비 롭슨이 감독이었는데 그냥 호돈이 혼자 하는 팀이었고 나머지는 대부분이 다 이런 호돈을 보조해주는 보조자에 가까웠습니다. 메시 이전 바르셀로나에서 그 누구보다도 의존증이란 단어에서 벗어나기 힘든 선수였다고 봄. 허나 개인적으로는 호마리우 > 호나우두.
소니 안데르손 - 왼발을 거의 안 쓰려고 하는 모습이 상당히 많았는데 당시 반대로 오른발을 잘 안 쓰던 히바우두와 비교해서 너무 떨어졌음. 개인으로 봐도 그런 약점을 가릴 만큼 동작이 간결한 편도 아니어서 안 해도 될 실책성 플레이를 많이하는 편이었고 기복이 굉장히 심했음. 바르셀로나 시절 산체스보다 가진 건 없는데 그보다 더 심한 제한성을 가지고 있던 선수. 98-99 챔피언스 리그 조별 예선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하는 경기 보면 단박에 다 알 수 있습니다.
히바우두 - 왼발의 킥력이 어마무시했고 그거 하나만으로도 다른 선수들과 차원이 달랐습니다. 슈팅 스킬이나 그걸 가져가기까지의 동작도 장난아니었고 자세가 살짝 흔들려도 나가는 거 보면 뭐지싶을 정도. 근데 또 킥력 하나만 믿고 좁게 움직이던 선수도 아니었고 아마 지금 있었으면 팬 무지하게 많았을 것 같음. 사실 킥력 갖고 비빌만한 선수는 아직도 제 눈으로 못 봤습니다.
패트릭 클루이베르트 - 펩이 아데바요르나 즐라탄을 원한다고 했을 때 왜 이 선수가 언급됐는지 단박에 이해가 될 정도로 종횡을 넓게 뛰면서 양 측면 포워드들을 지원해주고 경합에 능했습니다. 어쩔 때는 측면 포워드처럼 보일 정도로 움직이는 선수였고 수비수들도 잘 달고 다녔습니다. 헌데 기복이 좀 심했죠. 코드로와 다르게 바르셀로나에서 어느 정도 가치를 증명한 선수는 맞지만 떠난 이후 훈련 방식의 이질적인 면을 극복을 못한 케이스로 남아있음. 물론 늙어가고 기량 하락이 너무 확연하긴 했지만.
하비에르 사비올라 - 퍼스트 터치가 좋을 때는 진짜 좋았습니다. 근데 또 안 좋을 때는 같은 놈이 맞나 싶을 정도로 더럽게 못했음. 장단점을 구분해서 자신의 장점을 어떻게 활용하는 지를 잘 아는 유형이었고 그를 기반으로 한 득점 감각이 좋은 포워드에 가까웠는데 아마 파코 알카세르한테 바라던 게 이런 거였을 거라고 봅니다.
사무엘 에투 - 신체적으로 높은 수준이었고 공간이 보장됐을 때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포워드였지만 터치의 세밀함이 정말 별로였습니다. 서서히 그가 가진 약점이 강팀들의 대응책으로 맞춤형으로 튀어나오면서 무기력한 경기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고. 에투는 자신에게 부족한 걸 그만큼 더 뛰어서 메운다의 표본같은 선수였다고 봄. 전성기 시절을 EPL 에서 보냈으면 아마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평가와 위상을 가졌을 거라고 보는데 바르셀로나에서 좋은 활약을 한 선수는 맞지만 어울리는 포워드였냐는 물음에는 아니었다에 가깝다고 봅니다. 그냥 그의 전성기와 바르셀로나의 사이클이 의도치않게 잘 맞았던 것뿐.
호나우딩요 - 신체적인 우월함을 바탕으로 한 창의성과 기술이 너무 압도적이었습니다. 몸통 박치기를 해도 먹히지 않을 정도로 사기적인 수준이었음. 관리 부실로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서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싫어하게 되긴 했지만 다시 볼 수 있다면 그냥 제일 보고 싶은 선수긴 함.
헨릭 라르손 - 이타적이면서도 동료들을 활용하거나 동료들을 믿고 움직이는 그런 플레이들이 모두 좋았습니다. 크루이프가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선수 중 한 명이었는데 젊은 시절에 바르셀로나에 왔다면 조금 더 기억에 남고 정말 잘 어울리는 선수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티에리 앙리 - 아스날과 비슷하면서도 꽤나 다른 바르셀로나에 입성 후 한 시즌 동안 잘 적응하지 못했던 케이스. 사실 앙리는 그렇게 까고 싶지 않은 게 이미 아스날에서 넘어올 때부터 신체적으로 문제가 많았던 선수 (햄스트링, 등) 였고 치키랑 소리아노가 그걸 알고 가격을 잘 후려친 거였기 때문에 1년이라도 효용성을 증명했으니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올 때 기대는 하긴 했죠. 첫 시즌 (레이카르트의 마지막 시즌) 에 크루이프가 앙리의 효용성은 종으로 나가는 패스의 비중이 늘어나고 팀의 속도가 빨라져야 나타난다고 주장했는데 그 시즌 내내 그런 건 구경도 못했고 떠나냐마냐 하던 차에 펩이 설득해서 남기고 바로 증명하고 앙리도 기대에 부응하고 신체적인 하락세로 효용성 박살나고 그대로 아름다운 이별. 솔직히 제가 본 포워드 중 포지셔닝에 한해서만큼은 정말 천부적인 선수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경합 능력이 막 압도적인 느낌은 아니었음.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 클루이베르트 이상을 해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들어온 이상향이었지만 반이상향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선수였음. 실패의 가장 큰 이유들은 메시의 중앙화 작업이 더 팀의 기복을 줄이고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줬다는 것과 그가 리가에서 심판들의 콜에 전혀 적응을 못했다는 것과 최종적으론 펩과의 불화였지만 의외로 굉장히 좁은 포지셔닝 범위와 아크로바틱한 모습에 가려진 살짝 부족한 기본기도 분명히 이상적인 포워드라기엔 꽤나 부족했습니다. 아리고 사키가 바르셀로나로 갈 때부터 안 맞는 선수라고 깠는데 후반기에 왜 그 소리했는 지 완벽하게 깨달았음.
페드로 로드리게스 - 양 발로 패스도 잘했고 슈팅도 잘했습니다. 부지런하게 움직여다니는 것만 강조하기 마련인데 퍼스트 터치도 굉장히 좋은 편이었고 슈팅까지 가져가는 동작도 간결하고 빨랐어요. 온 더 볼 상황에서의 기술이 조금 부족해서 그렇지. 보조자로서는 분명히 좋은 선수였습니다.
다비드 비야 - 측면에서 본인의 힘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낼 기술적인 우위도 있었고 수비 가담을 그렇게 해도 기회가 오면 골로 이어낼 결정력도 있었습니다. 메시가 중앙에 위치해야하는 그 당시 바르셀로나의 전술적인 그림상 실전적으로 가장 알맞는 선수였음. 바르셀로나의 측면 포워드 역사로 꼽아도 모자람이 없는 선수였으나 떠나고 나서의 모습으로 인해 굉장히 싫어합니다. 잘하긴 잘했어요. 효용성이 짧았고 부상이 크게 다가온 거 역시 아쉬우면서도 어쩔 수 없었던 부분.
알렉시스 산체스 - 포워드치고 수비 자체를 잘하는 편이었는데 더 나아가서 볼이 굴러갈 때 상대보다 먼저 방향을 예측하고 빨리 판단해서 볼을 탈환하는데는 지금 그리즈만하고 비슷한 느낌을 주는 선수였음. 크루이프가 제일 중요하다고 하던 오프 더 볼을 잘하던 선수. 이거 하나만큼은 그 당시 바르셀로나의 그 어떤 선수 (메시 제외) 보다도 한 단계 위에 있었다고 확신합니다. 그 당시 마드리드 정도 되는 팀도 최소 두 명이 따라붙지 않으면 제어가 안 되는 수준이었으니까. 골을 못 넣는 게 큰 문제긴 했고 팬들이 골을 못 넣는다고 무지하게 까긴 했는데 챠비, 티토 등이 앞장서서 쉴드치면서 그가 필드 위에 있는 게 얼마나 소중한 지 얘기해주기도 했었고 스토이치코프는 산체스 팔 때 쌍욕을 하기도 했었죠. 사실 영입 전부터 바라던 부분들과 기대하던 부분들을 내부로 들어와서도 그대로 이행해준 케이스라서 일정 기대치는 충분히 채웠다고 봄. 거기서 더 치고 올라가지 못한 게 아쉬웠을 뿐.
네이마르 - 다이빙이 너무 심해서 제발 안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던 선수. 네이마르 루머가 한창났을 때 이니에스타의 측면 포워드화를 밀고 있었음. 마침 일시적으로 측면 포워드로 뛰기도 했었고. 물론 넘어오고나서는 생각이 많이 바뀌긴 했음. 관련 얘기는 많이 했으니 패스.
루이스 수아레즈 - 반니랑 비슷하면서도 살짝 다르달까. 개인의 능력을 살려서 골이나 찬스를 만들어내는 그런 건 반니보다 분명히 위였는데 그 외 다른 면에서는 반니랑 비슷하거나 조금 부족했다고 느낌. 실전적으로 바르셀로나를 거쳐간 선수들 중에서는 메시, 호마리우 다음으로 바르셀로나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센터 포워드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은 아님. ^-^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할 시간.
오스만 뎀벨레 - 관련 얘기 정말 많이 했으니 패스.
필리페 쿠티뉴 - 마찬가지로 패스.
리오넬 메시 - 메시를 능가할 선수는 메시보다 신체 능력이 더 좋고 키도 더 큰데 메시가 할 수 있는 걸 아주 약간 떨어지는 수준으로 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닌 이상 없습니다. 음바페가 좀 하거나 어디서 유망주가 화제가 될만한 활약을 하면 요즘 들어서 메시와의 비교가 나타나곤 하는데 눈이 달려있으면 그런 얘기 못함.
──
개인적으로 느낀 클래스 TOP 3 - 메시, 호마리우, 호나우두
바르셀로나의 센터 포워드로서의 그릇 TOP 3 - 메시, 호마리우, 수아레즈
바르셀로나의 측면 포워드로서의 그릇 TOP 3 - 메시, 피구, 네이마르? 라우드럽? 비야?
'Football >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잡소리 48 (비야레알 전 이야기) (12) | 2019.04.03 |
---|---|
잡소리 47 (에스파뇰 전 이야기) (9) | 2019.03.31 |
그리즈만 외 잡담 (21) | 2019.03.29 |
네이마르, 쿠티뉴, 뎀벨레 (18) | 2019.03.27 |
잡소리 45 (포워드 잡담) (10) | 2019.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