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otball/Writing

잡소리 47 (에스파뇰 전 이야기)

by 다스다스 2019. 3. 31.


팀 컨디션 자체가 A매치 주간 이후임에도 그렇게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져있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데 측면 퀄리티 문제는 꽤나 심각하게 다가올 것 같긴 하네요. 오히려 8강 앞두고 알레띠랑 경기가 있다는 게 해법을 찾거나 이런 부분들에 관해서 고민을 해보기에는 적합한 경기가 될 수도 있겠다 싶네요. 뭐 발베르데가 저처럼 생각을 안 한다면 별로 의미없는 얘기겠지만.




제가 후반기 내내 주장하던 부분들이 오늘 굉장히 잘 드러났는데 메시가 우측면에서 하프 라인 위아래를 왔다갔다하거나 아예 내려와있거나 아니면 하프 라인을 넘어선 상황에서 우측면 터치 라인에 붙어서 볼을 잡고 움직이거나 저러면서 볼 소유가 원활하게 유지되고 하프 라인을 넘어선 지점에서 볼도 빠르게 잘 돌아가고 그런 동료들과의 호흡 및 기술적인 우위를 살려서 메시가 위협적인 장면을 많이 만들던 게 예전의 바르셀로나였다면 지금의 바르셀로나는 메시나 부스케츠가 메시 대신해서 일부분이라도 해줘야만 팀이 제대로 돌아갑니다. 그만큼 보조자들이 너무 많아서 볼의 흐름을 죽여버리거나 측면으로 몰아버리면 뻘짓을 하는 게 굉장히 심하다는 뜻이고 부스케츠를 제외하면 아르투르가 그나마 이런 작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데 오늘은 아르투르도 이런 쪽으로 아예 기여를 못했으니 더 심해보일 수밖에 없었죠. 근데 저렇게 하다가도 골이 안 터지거나 경기가 답답해지면 결국 골을 넣어야 이기니까 메시는 결국 우측면 하프 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움직이게 될 수밖에 없어요. 자기가 넣어야 이기니까. 후반전에 딱 그랬죠.


(왼쪽 - 부스케츠, 오른쪽 - 메시. 빨간색 - 패스 미스, 초록색 - 패스 성공)


지금 바르셀로나에게 제일 필요한 건 최대한 이른 시간에 골을 넣는 거고 그를 바탕으로 얼마나 상대의 대응책을 우리가 원하는 쪽으로 빨리 이끌어내느냐입니다. 발베르데의 모든 플랜 자체가 여기에 다 맞춰져있다고 봅니다. 그만큼 현실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뜻이고 다른 건 다 후순위임. 다음 시즌까지 바라본다면 이번 시즌 후반기에 측면 퀄리티의 문제를 고민해보는 것과 발로 볼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굴릴 수 있는 지를 고민하는 게 우선일테구요. 어차피 메시를 버릴 일은 때려죽여도 없으니까.


전 오늘도 메시 컨디션이 나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골을 못 넣던 시기에도 컨디션 자체는 좋아보인다고 계속 주장했던 것도 컨디션이 나쁘거나 체력 리듬이 내려가는 시기일 때는 팀이 좋든 안 좋든 저렇게 움직이는 거 자체가 안 되는데 지금 메시 자체의 문제는 거의 안 보이는 쪽에 가깝다고 봅니다. 문제는 이런 메시 의존증이 너무 심한 바르셀로나겠죠.


(이번 경기 메시 히트맵)


세메두도 시즌을 거치면서 좋아지고 있는 편인데 오늘 경기만 놓고 봐도 지금 메시가 하는 걸 그리즈만이나 또 다른 누군가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해줄 수 있다면 (그리즈만은 알레띠에서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으니까 원츄하는 거고) 메시가 굳이 저렇게 많은 걸 안 해도 될테고 세메두도 조금 더 이용해먹을 수 있겠죠. 심지어 메시가 저런 걸 안 해도 되는데 종횡으로 넓게 뛸 수 있는 컨디션이라고 한다면 어느 감독이라도 스위칭을 조금 더 과감하게 지시할테고 조금 더 파괴력있고 빠른 바르셀로나를 볼 수도 있을 겁니다.


반대로 왼쪽을 보면 쿠티뉴는 패턴이 굉장히 제한적인 상황인데 여러 차례 언급한 부분이기도 한데 뭔가 그 좁아진 시야와 조급한 마인드를 깰만한 계기가 필요할 것 같은데 언제쯤 그게 나타날 지 감이 안 오긴 하네요. 오히려 압박이 덜한 지점에서 제한적인 역할을 주문하니까 그래도 사람 노릇하는 거 보면 적응을 포함해서 분명 복합적인 문제가 있어보이긴 하네요. 알바는 보조자 그 이상을 할 수 없다고 계속해서 얘기했던 이유가 오늘도 드러났는데 자신이 온 더 볼에서 할 수 있는 게 딱 세 가지말고는 없습니다. 박스 근처에 멈춰서 45도 대각선 패스, 횡패스, 엔드 라인까지 달려서 크로스. 세 가지를 빼면? 백패스. 그래서 이 선수의 옆에는 무조건 자신의 기술적인 우위를 살려서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선수가 붙어있어야합니다.


수아레즈는 뭐 더 말할 것도 없네요. 이 선수는 90분 내에서도 터치의 기복이 발생할 정도로 오락가락하는 수준이라 그냥 주요 경기들에서 컨디션이 좋기를 바라는 게 낫습니다. 넣으면 기대 안 했는데 넣어서 좋은 거고 못 넣으면 늘상 그래왔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게 속 편함. 어차피 지금 얘를 대신해서 발베르데가 누군가를 쓰려고 시도도 안 하고 있고 그럴 선수도 없으니까.




조금 더 얘기를 해보자면 해설이 오늘 에스파뇰의 전술을 파이브백이라고만 얘기하면서 변형 전술에 관해선 단 하나도 안 집어주던데 한 골 먹히기 전까지 쓰리백부터 식스백까지 오고가는 바르셀로나의 떨어지는 측면 퀄리티에 잘 맞춰온 대응이었습니다.


파이브백처럼 보이다가도 좌우측면으로 볼이 가면 그 쪽 측면에 제일 가까이 있는 선수가 맨투맨으로 붙으면서 포백으로 전환하고 위쪽에 있는 선수들이 그에 맞춰서 대형을 다시 잡아주고 메시가 중앙이나 우측면 하프 스페이스에서 볼을 잡으면 순간적으로 한 명이 더 내려와서 6명이 박스 안에 들어가있거나 겹겹이 수비로 대응하고 이 수비수들 위에 있던 네 명의 선수들이 바르셀로나의 볼 흐름에 맞춰서 움직여주고 공격 시에는 양 측면 어디를 통해서든 올라가면서 쓰리백과 포백의 변형을 가져가고. 바르셀로나가 횡으로 수비 대형을 흔드는 작업 자체가 별로 없었고 부족했지만 시도를 해도 저렇게 한 명만 움직이게 대응책을 맞춰오니까 꿈쩍도 안 했죠. 인터뷰 보니까 굉장히 많은 경기들을 보면서 분석한 것 같더군요.


에스파뇰의 순위를 떠나서 루비라는 감독 자체가 바르셀로나 내부를 경험해본 사람이기도 하고 바르셀로나로 넘어오기 전부터 지로나에서 맞춤 대응이나 세트피스 전략전술을 잘 짜는 유망한 감독으로 꽤나 조명받던 사람이기도 했거든요. 실제로 지금 리가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잔뼈 굵은 감독이 되어가는 과정을 거치고 있기도 하고 사실 뭔가 준비를 해올 거다란 생각을 하긴 했는데 되게 잘 준비해왔습니다. 지금 바르셀로나가 상대보다 많이 뛰는 팀이 아니기도 하고 오프 더 볼이 좋은 보조자들이 많은 팀도 아닌데 측면 퀄리티도 떨어지는 팀이라는 걸 굉장히 잘 간파했다고 봅니다. 아마 솔샤르도 오늘 경기를 참고하지 않을지.




말콤, 세메두는 바르셀로나에 이제 적응을 좀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긴 하네요. 발베르데가 오늘 말콤은 굉장히 만족스러워할 것 같습니다. 단순히 어시스트를 하고 그랬다는 것보다 선수 자체가 기존보다 한결 나아졌어요.


──


썼다가 놋북이 이상한 건지 티스토리가 이상한 건지 임시저장이 안 되서 글이 한 번 날아가서 멘탈이 날라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