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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48 (비야레알 전 이야기)

by 다스다스 2019. 4. 3.


바르셀로나의 수비력은 과대평가 되어있고 선수들의 개인 능력에 의존한 수비로 버티고 있다고 늘상 주장해왔는데 그게 잘 드러난 경기. 익숙하지 않은 수비를 하고 있는데 실점이 적고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건 그만큼 최종 수비에 위치하는 선수들이 기존보다 줄어든 책임감으로 인해서 개인 능력을 뽐내기 조금 더 적합한 환경을 맞이했다는 거고 그게 그 동안 아슬아슬한 승리를 가져왔다면 오늘 경기는 반대로 틀을 완성시키는 작업을 일찍이 포기한 상태에서 로테이션을 돌려서 이렇게 돌아온 셈.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 발베르데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수비수들의 실책보다는 팀적인 실책을 더 강조하던데 그가 단순히 잡음을 싫어해서, 껀수를 주기 싫어서 늘 언론에다 좋은 소리만 하는 감독은 아니라는 사실도 알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메시나 부스케츠 없이 리가 어느 팀이랑 붙어도 자빠질 거라고 얘기했던 게 바로 이런 부분입니다. 후반기로 가면 갈수록 하위권 팀들도 강팀에 대한 대응책이 강해질 수밖에 없고 쌓이는 데이터 자체가 다르고 자기들이랑 비슷한 수준의 팀들이 유의미하게 내놓는 대응책이 분명히 있을테니까. 어차피 이런 상황이라면 바르셀로나는 기존보다 더 자신들의 게임 플랜에 맞게 경기가 흘러가는 게 더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었을텐데 오늘 경기는 리드를 잡은 상황에서도 그것조차 안 됐으니 뭐 어쩔 수 없지 않았나 싶네요. 발베르데라면 당연히 원정 경기인 것까지 감안해서 후반전에 리드를 살린 수동적인 대처를 들고 나왔을 건데 그게 후반전 이른 시간에 깨진 순간부터 오히려 문제가 될 가능성이 더 높았습니다.


선발 라인업의 변화가 잦은 팀도 아닌데 그렇다고 시즌 내내 틀을 완성시키는 작업을 성실하게 해온 것도 아니고 오히려 한계를 그어버리고 부분적인 수동적 대처로 나서기 시작했고 보조자들이 많은 걸 살려서 공수 양면에서 몇몇 선수들의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팀을 만들어놓은 이상 그 선수들의 의존증은 더 강해질 수밖에 없고 늘상 얘기해오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로테이션이나 교체도 책임이 큰 포지션들에 한해서만 돌리거나 뻔하다는 인상이 강할 수밖에 없는 거고. 겨울 임대를 조금 더 질적인 면을 상승시킬 수 있는 쪽으로 했어야하지 않나 싶은데 이건 뭐 매물이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이 정도만 해도 할 수 있는 건 충분히 했다에 가깝지 않았나 싶네요. 알레띠 전을 생각하면 오늘 변수를 최대한 줄여야하는 것도 맞았으니까요.


한 가지 좀 놀랐던 건 이번 시즌 내내 발베르데가 로테이션을 돌리면서 여러 차례 고치지 못한 실책이 어차피 경기 말리면 로테이션의 의미가 퇴색되고 핵심 선수들이 그대로 짧은 시간 안에 최대의 능력을 발휘해야하는 임무를 받고 필드 위로 들어온다는 거였는데 이번 경기는 그런 실책성에 가까운 선택이 되지 않게 이미 결과와 상관 없이 경기 전부터 선수들이 대략적으로 몇 분씩 뛸 지 정해놓고 나온 듯한 인상이 들었다는 거였습니다. 왜 그렇게 느꼈냐면 그 동안 로테이션 돌린 경기들을 되돌아보면 분명히 경기가 뒤집히거나 지고 있을 때 선수들에게 몸을 풀라고 지시하거나 교체를 넣거나 했을텐데 이미 리드를 잡고 있던 시기에 메시가 몸을 풀고 있었습니다. 설마 질 거라고 생각하고 이미 쫄아가지고 메시를 넣을 준비를 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고 지금의 컨디션이 더 올라갈 여지가 있다고 봐서 선수들의 감각을 유지시켜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와중에 이번 시즌 책임이 큰 포지션들을 바꿔주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았구요.


어차피 리가는 알레띠를 만나기 전에 결판이 날 가능성은 없었습니다. 이미 끝났다고 하는 건 몇몇 팬들이 하는 헛소리 겸 행복회로고 알레띠를 까고 깨버리던가 거기서 비기거나 져서 끝까지 달리던가 둘 중 하나에요. 그 와중에 변수를 줄이거나 대응이 됐다면 분명히 이건 좋은 뜻이겠죠.


여전히 드는 생각은 바르셀로나의 양 측면을 공수 양면에서 박살낼 수 있을 정도의 퀄리티를 가진 팀이나 공수 전환의 비중을 의도적으로 늘릴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뛰고 압박과 속도가 좋은 팀을 만나면 보기 싫을 정도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거. 맨유는 후자는 될 것 같은데 그래도 그렇게 무섭진 않을 것 같네요.




경기 얘기는 늘상 얘기해온 게 그대로 이어져서 별로 할 게 없는데 몇몇 선수들 얘기를 해보자면 움티티는 애초에 오른발을 쓰는 것 자체가 어색한 선수가 그 위치에서 뛰었으니까 그렇게까지 욕을 할만하다고 보진 않는데 뭐 국내 팬들한테는 미운털(?) 이 단단히 박힌 선수니까 또 욕을 해도 그럴 수도 있다고 보기도 하는데 경기 보면서 계속 오른발을 쓰는 시점을 유심하게 봤는데 굉장히 어색해보였네요. 평소 자기가 뛰던 위치랑 정반대로 움직여야하는 위치였으니 감안해줘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오히려 대강 이런 느낌일 걸 예상했을 것 같은데 저라면 그냥 무리요 쓰고 렝글렛까지 쉬게하고 움티티를 썼을 것 같네요. 그럴라고 데려온 거 아니었나?


부스케츠는 신체적으로도 분명히 저하된 게 보이고 기량적인 면에서도 이제 뒤에서 오는 선수들을 못 보거나 경합에서 지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졌는데 그럼에도 자신이 해야할 일이 기존보다 굉장히 많다는 건 팀의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프 라인 위아래를 오가면서 보조를 해주는 게 익숙한 선수가 하프 라인을 넘어서서 수비 대형을 흔들거나 볼의 흐름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정상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이번 시즌에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가까운 거라 어떻게든 그 안에서 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이거다싶은 게 없긴 할 것 같습니다.


아르투르는 3월 A매치 다녀온 후로 살짝 맛이 간 거 같은데 다른 선수들보다 긴 레이스를 보내고 있는 선수라서 살짝 걱정이 되긴 하네요.


말콤은 좌측면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지금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으로 증명할 수 있으면 앞으로 두 달 간 굉장히 쏠쏠한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오늘 메시가 없음에도 말콤에게 평소 (메시와 같이 뛸 때 오른쪽에 위치하던) 뎀벨레에게 주문하던 것과 동일하게 오른쪽 터치 라인에 붙어있으라고 지시했고 그렇게 했는데 평소 뎀벨레와 똑같이 볼을 잡기 전까지 비야레알이 의식을 안 했습니다. 근데 말콤의 선제골 어시스트와 골 장면을 자세히 보면 동료들을 믿고 과감하게 오프 더 볼을 행합니다.


어시스트 장면을 보면 세르지가 볼을 잡자마자 당연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찔러줄 거라 생각하고 대각선으로 뛰어듭니다. 수비가 의식을 안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대각선으로 뛰어들면 위협적일 수밖에 없는 게 골대가 있는 쪽으로 뛰고 있는 거니까요. 메알단에게 가끔씩 속는 수비들처럼. 그래서 수비가 2명이 붙고 처음에 놓쳐버린 애가 백업을 들어가는데 이미 늦어버렸죠. 당연히 반대편에서 움직이던 쿠티뉴는 여유가 생기니까 그대로 골.


두 번째 말콤의 골도 똑같습니다. 비달이 자신의 주발인 오른발로 찰 준비를 하자마자 바로 볼을 보면서 들어가죠. 비야레알은 이렇게 두 골이 먹히자마자 파이브백 대형을 형성하고 있던 왼쪽 풀백이 말콤을 의식하고 계속 두리번두리번거리거나 어느 쪽으로든 반응하기 좋게 자세를 취하고 움직입니다. 메시가 들어오고나서 말콤이 오른쪽에 잠깐 위치할 때도 그랬어요. 기술로 상대를 제압할 수 없을 때 이렇게 오프 더 볼로 상대를 의식하게 만드는 선수가 필드 위에 있으면 수비수들이 다지선다에 안 걸릴 수가 없다는 거고 그걸 더 과감하게 행하면서 잘할 수 있으면 팀에 더 도움이 되겠죠.


말콤은 뎀벨레가 없는 이 시기를 자신을 어필하기 좋은 시기로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네요. 훈련 무지 성실하게 하는 것 같다는 인상이 강하게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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