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들수록 대부분의 팀들이 대응책이 강해질 수밖에 없는데 여전히 큰 틀에서 몇몇 선수들 (특히 메시, 부스케츠) 의 의존증을 벗어나지 못하는 건 감독의 문제보다는 팀적인 한계라고 보는 게 조금 더 옳은 시선이고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가 거의 한계에 도달했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던 것도 이러한 맥락. 부스케츠가 아무리 실책성 플레이가 많아지거나 수비 상황에서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도 감독이 빼려는 시늉 조차 안 한다는 건 그만큼 바르셀로나의 볼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고 순간적으로 속도를 내야하거나 무언가를 해야할 때 볼을 가진 상태로 그에 맞게 판단할 수 있는 선수들이 적다는 뜻. 이 팀은 결국 경기가 안 풀릴 때 볼을 띄우는 비중 (롱볼이나 크로스) 이 일정 수준이 아니라 지나치게 많아질 경우에 볼 소유가 되지도 않으면서 공격 자체도 더 답답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에 어떤 감독이 와도 발로 볼을 굴리면서 상대를 어떤 식으로든 흔들 수 있는 선수들을 필드 위에서 뺄 수가 없습니다.
지금 바르셀로나의 강점은 루즈볼 탈환에도 없고 볼을 빠르게 돌리는 데에도 없습니다. 그저 아주 잠깐 발생하는 공간적 여유를 메시나 부스케츠가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는 뜻이고 그래서 이른 시기에 팀의 한계를 그어버리고 현실적으로 대응하는 발베르데를 마음에 들지는 않아도 이해는 한다고 얘기해왔던 거고 이번 시즌은 재미나 과정에 대한 기대는 접은 지 오래입니다. 토너먼트에 임할 때 평소보다 더더욱 현실적으로 임한다는 게 살짝 우려스럽긴 한데 오히려 크게 이긴 것보다는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이긴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싶긴 하네요. 크게 이겼으면 오히려 더 걱정했을 것 같음.
그나마 맨유를 8강전 추첨하기 전부터 그렇게 걱정하지 않았던 것과 불안해하지 않았던 건 이 팀은 바르셀로나와 마찬가지로 공수 전환의 비중이 높아지면 그만큼 후방에 가깝게 위치하는 선수들의 실책성 플레이가 더 눈에 띄게 발생하는 팀이기도 하고 마찬가지로 그 실책성 플레이들을 덮어줄 수 있는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팀이라는 건데 오늘도 심판이 조금만 더 빡셌으면 맨유는 최소 한 명은 퇴장 당했을 겁니다. 에너지 레벨에서도 밀렸다고 하는데 메시랑 수아레즈를 데리고 있는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맨유가 딱 2.3km 더 뛰었습니다. (맨유 106.3km, 바르셀로나 104km)
근데도 바르셀로나가 엄청나게 덜 뛴다는 느낌과 답답하다는 인상을 준 건 요게 큽니다.
주황색은 양 측면, 검은색은 좌측, 우측 하프 스페이스와 중앙. 지금 공격 시에 바르셀로나의 문제점은 이 지역들에서 유의미하게 나가는 패스나 개인의 기술적인 우위를 바탕으로한 공격들이 무조건 메시나 부스케츠를 거쳐가야 나온다는 거고 그마저도 그렇게 높은 비율로 발생하지 않는다에 있습니다. 쿠티뉴가 오늘 그래도 사람이 아닌 수준은 아니었다고 봄에도 그가 해줘야할 건 그런 게 아니라 경합에서 이기면서 좌측면이나 자신이 주로 위치할 가능성이 높은 좌측면 하프 스페이스로 수비를 최대한 몰아주거나 다지선다를 거는 거일 수밖에 없는 것도 그래야 메시나 부스케츠의 부담이 줄어들면서 팀적으로 더 나아질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근데 지금 쿠티뉴는 경합 상황을 재빠르게 피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다 져버려서 최대한 상대 박스에서 멀어져야 가치를 발휘하고 있는 살짝 제한적인 선수가 되어가고 있죠.
(왼쪽 - 부스케츠, 오른쪽 - 메시. 빨간색 - 패스 미스, 초록색 - 패스 성공, 노란색 - 키패스)
어차피 좌측이든 우측이든 측면에서 90분 간 종으로 왔다갔다하면서 속도를 내줄 수 있는 선수는 스쿼드 내에 없습니다. 메시는 이제 그런 역할을 절대 할 수가 없구요. 그렇다면 상대가 이미 수비 대형을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한 강제로 공간을 만들거나 볼을 가지고 있는 선수가 자신에게 수비를 다 몰리게 하거나 횡으로 움직이게 만들어야한다는 건데 챔스 토너먼트만 되면 유독 메시가 종으로 넓게 움직이는 비중보다 횡으로 넓게 움직이는 비중이 평소보다 더 커진다는 것 역시 생각해봐야할 문제일테구요. 솔샤르가 오늘 가져온 대응책도 이런 바르셀로나의 문제점을 간파하고 가져온 대응책이었습니다. 리가의 팀들이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했던 것과 그렇게 큰 차이가 있지는 않았어요. 수비 대형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수비 대형을 흔드는 작업을 할 때 그에 맞춰서 한두명만 움직이게 만들고 등등...
(왼쪽 - 알바, 오른쪽 - 세메두. 빨간색 - 패스 미스, 초록색 - 패스 성공, 노란색 - 키패스)
알바는 위의 이미지만 봐도 이런 면에서 거의 기여 자체를 못하고 있다는 게 드러나고 있고. 세메두가 별로 기대를 안 하고 있는 상황에 지난 몇 달 간 성장세가 꽤나 두드러지고 있기는 하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긴 한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이건 이번 시즌 안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기 때문에 결국 쿠티뉴나 선발로 나왔을 때 왼쪽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은 뎀벨레의 폼이 굉장히 좋아지거나 교체 카드의 질과 다양성이 늘어나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이야 대부분 수비적인 교체나 부스케츠나 메시의 부담 및 이들의 공간을 보장해주는 쪽으로 쓰고 있는데 똑같은 선수들이 들어가도 그 안에서 디테일한 것들이 조금 더 다양해져야한다는 뜻이겠죠. 리가에서 이런 보조자들을 조금 더 다양하게 써보는 쪽으로 고민을 해봤으면 좋겠네요. 의외의 모습들이 나올 수도 있으니.
수비는 뭐 늘상 말했듯이 바르셀로나의 팀적인 압박과 수비가 좋은 게 아니라 슈테겐, 피케, 렝글렛, 세메두, 라키티치 (보통 교체로 들어가는 비달까지) 가 잘하는 거고 그들 덕에 좋은 겁니다. 팀적인 완성도로 비비는 게 아님. 상대 골키퍼를 90분 내내 압박을 할 수도 없는 팀이고 수동적으로 대처했을 때 두 줄 수비가 견고해서 의도적으로 상대를 측면으로 유도했을 때 경합에서 다 이기거나 측면 대응이 잘 되는 팀도 아니고 그렇다고 많이 뛰는 팀도 아니거든요. 이들의 컨디션이 떨어지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선수들 평을 몇 명만 잠깐 해보면 아르투르는 체력이 떨어지면서 기복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은데 조금 더 빡세게 관리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리가에서 아레냐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써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뭐 별로 까고 싶지는 않은 게 브라질 리그를 뛰다 온 선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지금까지 멀쩡할 가능성이 더 적습니다.
라키티치는 뭐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공수 양면에서 상당히 잘해줬다고 봅니다.
수아레즈는 애초에 기대 자체를 안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 정도면 그래도 사람 노릇은 했구나 정도인 것 같네요. 하나는 어떻게든 우겨넣어서 자책골로 만들었으니까.
세르지는 지금이 딱 좋은 것 같습니다. 효용성이 주전으로 고정적으로 뛰는 것보다 딱 이런 포리바렌테에 어울리는 선수기도 하구요.
비달은 끝으로 가면 갈수록 더더욱 중요성이 커질 자원이 될 거라고 봅니다. 한참 전부터 계속 해오던 소리.
메시는 뭐 오늘 경기 도중에 예상치도 못한 변수가 있었으니까 그걸 감안하고 봐줘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조기 축구나 친구들하고 가볍게 볼차시는 분들은 아실텐데 코피나면 다른 데서 피나는 것보다 뛰는 데에 지장이 클 수밖에 없어요. 거기에 눈까지 영향이 있었으니 별 다른 방도가 없었을 겁니다. 별 탈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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