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맨유의 전략은 프레드가 중앙을 중심으로 최대한 종횡으로 넓게 움직여주면서 하프 라인을 넘어가있을 땐 순간적으로 맥토미니나 포그바보다 더 앞선에서 움직일 정도로 쓰리톱의 압박을 보조하면서 볼의 방향을 최대한 유도 및 예측하고 하프 라인 아래에서 수비할 땐 맥토미니가 변형 전술 (3~5백) 에 기여를 하면서 프레드는 반대로 최대한 센터백들에게 붙어서 움직여주면서 공격 전개는 포그바를 거치거나 측면을 거쳐서 최대한 적은 터치로 바르셀로나의 박스를 공략하는 거 + 세트피스 활용하는 거 이게 다였습니다. 터치가 많아지거나 볼이 박스와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U자로 돌면 오히려 자신들이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솔샤르로서는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니었나 싶네요. 너무 이른 시간에 두 골이나 먹혀서 그런지 후반전에 간격이 지나치게 많이 벌어지거나 공수 전환이 잘 안 되서 대형이 무너지는 모습이 많이 보이던데 쿠티뉴가 그 덕에 골도 넣고 팀 전체적으로 맨유 보약 좀 먹은 것 같네요.
반면 바르셀로나는 리옹과의 16강 2차전과 마찬가지로 완성도를 떠나서 평소보다 측면이나 전방에서의 압박 강도 자체가 조금 더 세게 들어간 편이었는데 횡으로 (가능하다면 빠르게) 볼을 돌리면서 수비 대형을 움직이게 하는 작업이나 하프 라인 아래 지점이나 측면에서 속도를 내면서 상대의 대형이 형성되기 전에 전진이 되는 틀 자체가 갖춰지지 않은 이번 시즌 (오늘 경기만해도 대부분의 국면에서 속도가 안 났습니다. 오히려 오늘 경기가 왜 메시와 부스케츠가 무조건 있어야 바르셀로나가 그나마 돌아가는 지를 더 잘 보여줬다고 봅니다.) 은 결국 상대 박스 근처에서 루즈볼 탈환 (단거리 역습) 이 조금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데 상대가 그 곳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볼을 다시 탈환해내면 아무리 전환이 빨라도 이미 볼을 소유했다 판단하고 앞을 보고 뛰는 선수들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수적 우위를 가져간 수비 대형이 바로 갖춰지기가 힘들고 그만큼 찬스와 골에 근접할 수밖에 없어요. 심지어 이런 부분에서 실책성 플레이가 잦은 맨유와 그런 아주 짧은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가장 잘 활용하는 (심지어 근래 컨디션도 좋은 편인) 메시가 있는 바르셀로나를 생각해본다면 이른 시간에 골을 넣어버리면 경기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셈.
그래서 바르셀로나는 이런 경합에 능하고 볼이 굴러가는 본질을 알고 움직일 수 있는 선수 (특히 측면 선수들이나 포워드) 는 언제나 팀에 기여할 수 있고 이 본질을 아는데 더해서 어느 위치에서든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선수 (ex - 현 바르셀로나에선 메시와 보조자임에도 어느 위치에 서도 평타 이상이 가능한 라키티치나 비달 정도) 라면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가 여러 차례 말씀드렸듯이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에게 제일 중요한 건 얼마나 이른 시간에 골을 넣어서 상대의 대응책을 우리가 원하는 쪽이나 뻔히 보이도록 이끌어내느냐인데 이른 시간에 두 골이나 넣어버렸죠. 이게 결국 제가 맨유를 8강 상대로 만나고 싶어했던 이유 중 하나였음. 원정 승을 챙긴 시점부터 맨유가 가지고 있는 약점들은 깜노우 경기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건 발베르데도 분명히 알고 있었을 거고 프리뷰 같은 거 절대 안 쓰는데 1차전 시작하기 전부터 8강전은 기대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고 설레발치는 것처럼 얘기했던 것도 맨유가 가진 약점 자체가 단기간에 극복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고 너무 훤히 보였기 때문.
(오늘 경기 메시 히트맵)
토너먼트에서 메시가 특히 횡적으로 더 많이 움직이려고 하는 것도 메시가 그렇게 움직이기 시작하면 평소처럼 우측면 하프 스페이스에서만 다지선다를 걸면서 좁게 움직이는 게 아니라 최대한 여러 선수들을 활용하면서 넓게 움직이면서 다지선다를 거는 거니까요. 상대 수비 대형이 의식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 게 다른 팀이면 여러 명의 선수들이 같이 움직여야 상대 수비 대형이 횡으로 움직이는데 바르셀로나는 메시만 움직여도 잠깐만 놓쳐도 골이니까요. 늘상 말씀드리지만 횡으로 움직이게 하는 게 종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협적입니다. 비교 자체가 안 될 정도로. 거기다 메시가 이렇게 횡으로 넓게 움직이면 부스케츠가 팬들이 지적하는 것과 다르게 낮은 지점에서 더 많이 움직이게 되는 것도 있을테구요.
(왼쪽 부스케츠, 오른쪽 메시. 빨간색 - 패스 미스, 초록색 - 패스 성공, 노란색 - 키패스. 제 글을 꾸준히 보시는 분들은 단박에 아실텐데 부스케츠가 평소보다 낮은 지점에서 볼을 좌중우로 내보내는 그림이 더 많습니다.)
아르투르가 리옹과의 16강 2차전에서 보여준 모습을 다시 못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여기서 아르투르와 쿠티뉴가 성장해서 이런 부분에 기여를 고정적으로 하기 시작하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은데 가능할런지 모르겠네요. 4강에서 리버풀을 만날 확률이 굉장히 높기에 메시가 지금보다 더 좋은 컨디션을 내지 않는 한 어떻게든 필요한 부분일텐데 쿠티뉴는 사실 오늘 골이 굉장히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메시에게 최대한 붙어서 움직이면서 힘을 내줄 수 있어야하는데 경합을 재빠르게 피하거나 한박자 빠르게 판단하는 게 장점이기도 한 선수인데 그런 면은 돌아올 기미가 안 보이네요.
메시는 사실 이런 종횡을 넓게 움직이는 모습만 봐도 그의 체력이나 컨디션을 알 수가 있습니다. 체력이 딸릴 땐 이런 거 자체가 아예 안 됩니다. 제가 골을 못 넣을 때도, 발의 감각이 떨어져있다는 느낌이 들 때도 그런 거 다 제쳐두고 누구랑 붙든 컨디션 자체는 좋다고 계속 얘기했던 게 이런 모습이 큰 차이 없이 꾸준하게 보였기 때문.
개개인에 대한 이야기는 발베르데부터 좀 얘기를 하고 싶은데 이번 시즌은 발베르데가 아무리 봐도 토너먼트만을 의식한 무언가를 분명히 가지고 있는 것 같고 평소보다 조금 더 한 경기 자체에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바가 더 크다는 느낌이 듭니다. 계속해서 팀이 가진 한계나 경기를 치르면서 점점 강해지는 상대의 대응책에 관해서도 고민을 해오고 있으며 그에 맞는 해법을 내놓으려고 노력하는 게 보입니다. 뭐 여전히 바르셀로나가 추구하는 관념을 만족시켜주는 모양새는 아니긴 한데 정말 바르셀로나의 전력을 그 누구보다도 현실적이면서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으며 그에 맞게 필드 위에 낼 줄 안다고 봅니다.
쿠티뉴는 어차피 대부분의 국면에서 볼이 느리게 돌 가능성이 높고 이미 자리를 잡은 수비 대형을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을 때 아무리 못하고 있어도 뎀벨레보다는 선발로서 더 메리트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뎀벨레는 그런 좁은 공간에서 증명이 된 선수도 아니고 쿠티뉴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하기도 그런 수준이고 사실 그런 선수라기보단 수동적인 대처로 접어들면서 종으로 움직이는 비중이 높아질 때 바르셀로나에서 메시 다음으로 빛날 수 있는 선수거든요. 어차피 쿠티뉴나 뎀벨레나 전자의 상황에서 크게 도움이 안 되고 있는 게 현실이고 오히려 뎀벨레가 교체로 들어오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요. 그럴수록 그에게 주문하는 게 더 명확할테고 그의 장점을 활용하기도 더 좋을테니까요.
세르지는 사실 개인적으로는 세메두를 조금 더 믿고 밀어주는 게 맞다고 보는데 평소보다 크로스 시도 자체가 더 많았던 거 보면 세르지를 낸 것도 이해는 갑니다.
수아레즈는 경기 초반에 첫 번째 터치를 잘하고 두 번째 터치가 극악으로 저 멀리 튀는 거 보고 오늘도 아예 기대 안 했음. 수아레즈 정도로 보여준 게 많고 증명된 선수가 이런다는 거 자체가 몸이 아예 말을 안 듣거나 기존 수준이 아니라는 뜻이기 때문에 사실 이제는 뭐 이렇다저렇다 하고 싶지도 않네요. 그냥 하루 빨리 헤어지는 게 서로를 위해서 좋을 거라고 봅니다.
(오늘 경기 아르투르 히트맵)
아르투르는 아무리 봐도 저번 시즌 후반기 파울리뉴랑 너무 비슷한 인상을 받고 있어서 발베르데와 코칭 스태프들이 조금 장기적인 관점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가 생각 이상으로 중요하게 작용할 것 같네요. 한 가지 얘기하고 싶은 건 오늘 잠깐동안 오른쪽에서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던데 볼을 내보내는 거 자체가 왼쪽에서 하던 것과 느낌 자체가 다르고 선수 본인도 훨씬 더 편해보이던데 고정적으로 한 번 실험을 해보는 게 어떨까 싶네요. 측면 플레이나 측면 지원도 처음 바르셀로나에 합류했을 때에 비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편이고 팀의 지배력이나 점점 떨어지는 부스케츠에 거기에 다음 시즌 합류할 데 용까지 생각했을 때도 장기적으로 이게 옳은 방향이라고 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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