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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56 (볼과 사람)

by 다스다스 2019. 4. 17.


바르셀로나의 축구에 있어서 0순위는 언제나 체력, 체력 그리고 체력이지만 단순히 체력만을 놓고 그들의 결과와 과정을 문제 삼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제가 리버풀이나 에너지 레벨을 앞세워서 페이스 조절이 기가 막힌 팀들을 만나는 게 위험하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실 바르셀로나는 볼을 굴리는 것과 볼 소유를 앞세워서 경기를 지배하는 걸 추구하는 팀이고 그래서 순간적으로 (일시적으로) 페이스를 빡세게 끌어올려서 힘을 내는 게 익숙하지도 않고 쉽지가 않습니다.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 볼이 먼저니까. 그래서 펩은 최대한 경기를 오랫동안 지배를 하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 거고 맨시티에 가서는 이런 부분을 조금 내려놓고 많이 유연해졌죠. 최대치의 스쿼드를 갖추지 않는 한 늘 동일한 한계에 부딪힌다는 걸 뮌헨에서 3년 동안 뼈저리게 배웠으니까.


그래서 바르셀로나는 하나가 안 돌아가면 다른 팀들보다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고 그들이 잘 돌아갈 때는 경기의 기복이 적어지고 완성도는 높아지지만 그만큼 선수들의 퀄리티가 시즌 내내 보장이 되지 않거나 매 시즌마다 꾸준하게 수급이 되지 않거나 앞서 말한 것처럼 체력적으로 내려가는 리듬에 접어들면 의존증의 맥락에서 가장 앞선에서 언급이 되는 팀이 되버리는 거죠. 바르셀로나의 정점은 여전히 필드 위에 있는 전원이 기술적인 우위를 본인의 힘으로 자연스럽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일텐데 그건 영원히 볼 수 없을 확률이 높습니다.




반대로 지금의 리버풀이나 과거 클롭의 도르트문트 그리고 근래 성공을 거두었던 레알 마드리드, 오늘 떨어지긴 했지만 근래 챔스에서 경쟁력이 상위권은 되는 유벤투스 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등은 다릅니다. 볼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고 그들을 컨트롤하고 그들이 주가 되는 걸 추구했기 때문에 오히려 토너먼트나 진흙탕 싸움에서 강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는 거구요.


결국 바르셀로나나 이들과 비슷한 축구를 하는 팀들과 저런 팀들의 영입 방식은 접근 자체부터가 달라야하며 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야하구요. 지금은 바르셀로나가 저런 전자의 모습만을 추구한다기보단 전후자를 최대한 상황에 맞게 써먹으려고 하는 편에 가까운데 그게 익숙한 모습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결국엔 있을 수밖에 없고 (이게 아니더라도 선수 구성상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특정 선수들의 의존증을 저런 단점 메우기가 아니라 장점을 더 키워서 극복해야하는 게 조금 더 정답에 가까울 수밖에 없지만 그러기 위해선 크랙이면서 보조자도 할 수 있는 선수들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바르셀로나는 지금 그런 선수들이 거의 없는 실정이니까. 유벤투스 떨어지니까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나오는 말이 있죠? 알레그리는 결과물을 내놓아야 살아남는 감독인데 그마저도 못하고 있으니까 나가야한다고. 발베르데도 바르셀로나에서만큼은 똑같습니다. 결과물을 못 내거나 끔찍한 경기를 선보이는 순간 팬들이 순식간에 돌아설만한 축구를 하고 있는 감독이라는 뜻이에요. 리가에서부터 팬들이 만족하고 다음 경기를 기다리게 할만한 축구를 하는 감독은 아니니까.


아무튼 대부분의 팀들이 바르셀로나를 잡으려고 할 때 이른 시간에 오버 페이스를 해서 최대한 말리게 하거나 선제골을 이른 시간에 넣을려고 무리하는 구간을 두는 건 볼이 먼저인 바르셀로나를 초장부터 잡아버려서 뭔가를 얻는 순간 바르셀로나가 원하지 않는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 그래서 기존보다 더 떨어져있는 바르셀로나에게 제일 중요한 건? 얼마나 이른 시간에 우리가 골을 넣고 이들을 우리가 원하는 양상으로 유도해내느냐.


헌데 오버 페이스를 하면서도 혹여나 그들의 의도와 다르게 바르셀로나가 이른 시간에 골을 넣어도 90분 내내 에너지 레벨의 우위에 설 수 있으면서 종으로 길게 움직이거나 공수 전환의 비중이 높아져도 타격이 적은 팀이라면? 무서운 게 정상이고 그래서 리버풀의 '컨디션이 좋으면' 바르셀로나가 끔찍한 결과를 볼 수도 있다고 피했으면 좋겠다고 늘상 얘기해왔던 거. 4강에 리버풀이 올라온다면 제일 중요한 건 결국 리버풀의 컨디션이 어느 정도냐겠죠.




조별 예선부터 바이에른 뮌헨,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를 물먹인 아약스가 화제가 되는 건 단순히 저들을 박살냈다는 것보다 저런 체력과 사람 간의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으면서 상대적 약팀임에도 불구하고 홈, 원정을 가리지 않고 최대한 능동적으로 본인들의 축구를 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크루이프와 사키가 강조하던 걸 현대 축구가 요구하는 바에 어느 정도 타협점을 잘 찾아서 현대적인 느낌으로 잘 살린 팀에 가깝다는 뜻이기도 하죠. 당연히 바르셀로나나 뮌헨, 맨시티, 파리 등과 같은 팀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런 수준 높은 대회에서 의문점을 하나하나씩 풀어버리면서 증명하고 있는 아약스 선수들에게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거고.


저같이 부정적이면서 못 믿는 사람들도 조금씩 변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아마 더 빠르고 크게 변하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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