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즈만 얘기가 여러 언론들을 통해서 다시 나오고 있는데 사실 어느 누구를 믿고있지는 않습니다. 그리즈만 영입을 원하는 사람 중 한 명이긴 한데 이미 지난 여름에 당한 것도 있고 그리즈만 자체가 이미 바르셀로나 행을 두 번이나 거절한 전적이 있는 선수니까. 언론들이 올 거다, 안 올 거다 의견이 갈리는 건 늘상 있는 일이기도 하구요. 원래 바르셀로나나 레알 마드리드는 이런 선수 영입이 보드진 (특히 의장이나 선거에 나갈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 에게도 영향이 크지만 언론들도 맞추냐 못 맞추냐가 중요한 문제라서 한참 전부터 서로 누가 올 거다하면서 말거다하면서 입씨름을 자주 합니다. 바르셀로나 팬질 오래하고 계신 분들은 아실 것 같은데 엠디랑 스포르트가 서로 다른 선수 내걸고 쌩쑈하고 그랬던 거. 지금은 인터넷이 점점 발달하면서 언론들을 접하는 게 더 용이해지고 많아지면서 의견이 더 많아진 정도겠죠.
근데 전 여러 차례 글로 썼듯이 그리즈만이 지금 바르셀로나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메리트가 굉장히 많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사실 어느 면에서 보든 네이마르가 더 좋은 선수가 맞고 지금 바르셀로나에서 네이마르가 할 수 있는 게 더 많다고 보지만 점점 떨어질 가능성이 아주 높은 (그럼에도 웬만한 선수들보다는 좋은 선수일 가능성이 높겠지만요.) 메시를 생각하면 그리즈만이 어쩌면 더 좋은 자원이 될 수도 있겠다싶달까. 둘 중 한 명을 고르라고 한다면 네이마르가 정답인 걸 알면서도 그리즈만을 골라서 내가 생각하는 게 맞나 확인하고 싶은 정도랄까. 어차피 왼쪽에는 쿠티뉴나 뎀벨레 둘 중 한 명이라도 남겨서 1년은 더 믿어볼 거 같기도 하니까.
처음 루머가 나던 시기가 레알 소시에다드에 있을 때인데 사실 별로 그렇게 인상적이진 않았거든요? 오히려 벨라나 프리에토가 더 인상적이었음 인상적이었지. 그냥 왼발잡이 유망주치고 왼쪽에서 움직이는 게 보통 왼발잡이들하고는 조금 다르구나 싶었던 정도였지. 아펠라이처럼 오는 순간부터 무언가를 할 수도 있겠다 (정작 아펠라이도 딱 한 경기만 그랬으니 뭐... 아마 이 때부터 네덜란드 리그 출신은 아예 안 믿기로 결심을 했던 것 같기도 하네요.) 싶었던 그런 건 없었습니다. 대신 왜 원하는 지는 느낌이 팍 왔죠. 좌측면과 중앙을 오가는 오프 더 볼이 좋은 편이었고 자신의 비중이 줄어들거나 굳이 본인이 볼을 많이 잡지 않는 와중에도 판단력이 좋아서 경기를 치르면 치를 수록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이는 선수였으니까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넘어가서는 자기 전이나 잠이 안 올 때 전반전 정도만 보면 잠이 되게 잘 오는 게 (불면증이나 잠을 잘 못 자시는 축덕 분들 계시면 자기 취향이랑 안 맞는 축구를 불 다 끄고 화면만 켜놓고 베개 베시고 누워서 보세요. 수면유도제 그 자체입니다. 굳이 병원 안 가도 됩니다.) 알레띠 경기라서 종종 다운받아놓고 누워서 보거나 라이브로 보는 편이었는데 처음에는 4-4-2 나 4-4-1-1 에서 공미라고 해야하나 쉐도우 스트라이커라고 해야하나 그런 느낌으로 성장하다가 이제는 자신이 처음 성장하던 좌측면과 정반대 위치인 우측면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동시에 종횡으로 굉장히 넓게 뛰면서 경기에 관여를 굉장히 많이 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했죠.
그리즈만은 온 더 볼이나 기술 자체가 메시, 이니에스타, 네이마르 등등 이런 선수들처럼 본인에게 수비수들을 몰리게 하면서 강제로 공간을 만들어내는 타입보다는 슈팅 스킬이나 그런 쪽에 많이 몰려있는 타입에 가까운데 그런 자신의 살짝 떨어지는 부분들을 판단력으로 메우는 선수에 가깝습니다. 볼이 자신에게 오기 전부터 재빠르게 판단을 해서 미리 자리를 잡는 게 남들보다 몇 배는 더 좋거든요. 시메오네가 그리즈만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아니라 공격적인 방향성을 가진 팀으로 가는 날이 오게 된다면 더 잘할 거라고 했던 게 사실 별 다른 이유가 있지 않아요. 되게 간단해요. 볼이 굴러갈 때 상대보다 먼저 방향을 예측하고 빨리 판단해서 움직인다는 뜻이죠. 그만큼 볼을 굴리는 횟수가 많아지고 경합 횟수가 많아지는 팀에 가면 그의 가치는 지금보다 더 올라갈 거다 이런?
그래서 수비도 굉장히 잘하죠. 많이 뛰어서 잘하는 게 아니라 저런 볼의 경합에 대한 판단이 좋은데 많이 뛰기까지 하니까 좋은 겁니다. 사실 포워드들이 제대로 평가를 못 받는 부분들 중에 하나가 이런 부분들인데 공격이 최선의 수비다라는 모토를 갖고 있는 바르셀로나에게 이런 선수가 필요없다는 것만큼 말이 안 되는 소리가 없을 것 같음. 10.5~11.5km 를 3일 간격으로 뛰어도 부상 없이 뛰는 선수가 세상 천지에 어디 있겠습니까. 근데 루카 에르난데스 터진 거 보니까 이번 시즌 계산 자체가 실패해서 무리수를 둔 느낌이 들어서 살짝 누적치에 대한 우려가 이전보다 커지긴 했는데 그래도 시메오네가 벵거는 아니니까...
아무튼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의 공간을 강제로 만드는 능력이나 기술이 소위 말하는 월드 클래스나 당대 또는 역대 선수들하고 비빌만한 수준이 아님에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정도 되는 팀에서 이 정도까지 성장한 건 그가 가지고 있는 다른 능력들이 굉장히 좋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보통 이런 선수들은 감독이 더 간결하게 뛸 것을 주문하거나 역할을 제한하기 마련이니까. 근데 그리즈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 중 가장 빛을 발하는 게 판단력이 빠르다는 거고 그 다음 굉장히 매력적인 건 그만큼 동료들을 잘 보고 잘 이용한다는 겁니다. 반대로 자신 역시 동료들을 믿고 과감하게 잘 움직여주는 편이구요.
그래서 그의 비중이 바르셀로나에 넘어와서도 줄어들어도 타격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적거나 아예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기도 하구요.
아래 이미지들이 올 시즌 제가 챙겨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경기들 중 그리즈만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던 경기들의 히트맵인데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 유벤투스 전 히트맵)
(리가 후반기 비야레알 전 히트맵)
보시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오른쪽 측면에 치우쳐져있습니다. 저기를 중심으로 하프 라인 위아래를 넘나들거나 횡으로 넓게 움직이고 있죠. 이게 지금 바르셀로나에 필요한 이유가 뭐냐면 메시의 옆에 저런 선수가 있으면 수비수들이 측면을 의식을 안 할 수가 없다는 뜻이고 넓게 움직일 수 있는 선수가 바르셀로나에 있으면 발베르데가 아니라 어떤 감독이어도 스위칭을 자연스레 지시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즈만도 우측면 하프 스페이스나 박스, 우측면 공략을 메시처럼은 아니어도 공략할 수 있는 선수니까. 거기다 수비도 좋아서 팀의 후퇴도 어느 정도 막아줄 수 있을 테구요. 보조자들 잔뜩 세워서 메시가 억지로 공간을 만들어내거나 그들의 도움을 받아 몇 초 공간을 얻은 상태로 최대의 효율을 내는 억지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그리즈만이 넓게 움직여주면서 메시를 지원해줄 수 있다는 뜻이죠. 거기다 저 위치에 그리즈만이 있다면 팀이 종으로 왔다갔다 하는 일을 감독이 줄이려고 시도를 할 테고 그리고 앞서말했듯이 그리즈만이 메시나 메시가 이제 잘 움직이지도 않고 관여를 잘 하지도 못하는 오른쪽을 이용할 수도 있는 거고. 보조자들이 많은 바르셀로나에 이만한 선수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어쩌면 이 부분은 네이마르보다 더 충족시켜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건 패스맵인데 왼쪽 유벤투스 전, 오른쪽 비야레알 전. 빨간색 - 패스 미스, 초록색 - 패스 성공, 노란색 - 키 패스)
좌우 전환 패스도 시도하면서 크로스도 갈기고 상대 박스를 바라보고 45도 대각선 패스를 내보내는 것도 있습니다. 저게 단순히 그가 전술적 중심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알레띠에는 저걸 할 줄 아는 게 그리즈만밖에 없으니까 그리즈만한테 시키는 겁니다. 근데 바르셀로나엔 저런 거 할 줄 아는 선수들이 있는데 그리즈만까지 할 줄 알면 더 좋으면 좋았지. 나빠질 일은 없어요. 기술로 다 깨부수는 게 가장 이상에 근접하지만 그게 안 되면 최대한 빠르게 상대 대형이 갖춰지기 전에 공략하거나 상대 대형을 횡으로 흔들면서 깨부숴야합니다.
이게 한 달 전에 쓴 글인데 이 글 보시면 그리즈만과 네이마르가 왜 지금 바르셀로나에 가장 필요한 선수들인지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글이 이미 너무 길어져서 더 쓰기엔 좀 그래서 링크로 대체합니다.
그리고 사실 수아레즈가 하는 걸 시늉이라도 내줄 수 있는 선수는 없어요. 바르셀로나 정도 되는 팀이랑 비슷한 수비 밀도나 대응책을 마주하는 팀들에게서 그 정도 선수를 빼올 수 있을 리도 없고 그런 거 경험도 못해본 요비치 같은 애들 믿었다가 앙고 꼴나면 처리하기도 힘들텐데 오히려 메시가 점점 범위가 좁아들고 약해지기 시작한다는 걸 알아차리고 그의 장점을 극대화해줄 수 있는 선수를 데려오는 게 낫습니다.
수아레즈는 혹여나 오게 될 그리즈만과 반대로 측면 수비는 커녕 골키퍼 압박조차도 90분 내내 하는 게 아니라 일시적으로만 하고 90분 경기 속에서도 기복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이런 부분에서는 메시 하나로도 힘든데 수아레즈까지 쌍으로 저러고 있으니까 발베르데가 굉장히 현실적으로 축구하고 있죠. 근데 또 안 쓰자니 대신할 선수는 한 명도 없고 마음에 들어서 쓰고 싶은 애들도 부상 당해있거나 없고. 수아레즈가 순간적인 센스나 축구 지능 자체가 굉장히 좋은 선수가 맞는데 기본적으로 그의 축구 스타일 자체가 신체 능력에 굉장히 의존하는 스타일입니다. 기본기가 어마무시하고 온 더 볼 상황상황마다 상대 수비수들을 휘청거리게 만든다기보다는 간혹 쓸데없다싶을 정도로 동작을 많이 가져가고 많이 움직이고 그렇게 상대 수비들을 의식하게 만들어서 어느 순간 우위에 서서 이기는 게 수아레즈에요. 그러면서도 팀이 자신에게 무언가 추가적으로 요구하는 게 있으면 그것까지 했으니까 좋은 선수였죠.
근데 지금의 수아레즈보다는 그리즈만이 몇 배는 더 좋은 선수고 팀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바르셀로나에서 제일 위험한 생각은 동일한 유형이 대체해야한다는 안일한 보강임. 펩이 4년 동안 이상론에 도전하면서 제일 빨리빨리 수정한 게 안 맞는 거 억지로 끼워맞출려고 단점메우는 것보단 장점을 최대한 키워보자는 거였고 그 극대화의 정점을 찍어줄 세스크의 영입이 이뤄지면서 한 번 더 도전했는데 세스크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고집한 게 흠이었지만 그 전까지의 과정은 모든 감독들이 보고배울만 했죠.
루쵸를 좋아하는 이유도 별 거 없어요. 세스크로 3년을 날리고 티아고까지 잃어버린 바르셀로나의 실패를 인정하고 바르셀로나가 지금 무얼 할 수 있는 지를 판단하고 그걸 부임 조건으로 걸고서 와서 한 시즌만에 결과로서 보여줬음은 물론이고 지병으로 인해 떠나있던 티토와 그 다음 시즌 타타의 병크로 인해 무너져있던 팀의 관리를 바로잡아줬으니까. 물론 그 이후에 실패를 한 건 맞습니다만 전 루쵸가 바르셀로나의 사이클 하락의 모든 책임을 떠맡을만큼의 감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레이카르트도 마지막 두 시즌은 진짜 별로였는데 그래도 별로 안 싫어합니다. 그가 만든 틀이 지금까지 기초가 되어왔으니까. 발베르데가 제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팀의 한계를 이른 시기에 판단하고 플랜 자체를 굉장히 현실적으로 짜온 쪽에 가까울텐데 그렇다면 다음 시즌에 그리즈만이 오면 조금 더 재밌는 축구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수아레즈도 자연스레 내보낼 명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고. 적어도 바르셀로나 팬을 해오고 계신 분들이라면 재밌는 축구에 대한 갈증이 크지 않나요? 한 3년 눈썩는 축구 봤으니 이제 좀 재밌는 거 볼만한 것 같은데.
물론 발베르데가 지금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축구라 판단하고 그러고 있는 거라면 그는 뭐 나가야죠. 아마 레이카르트 이후 성적을 떠나서 과정 자체는 최악의 감독으로 기억에 남을 수도? 스쿼드 계속 보강해도 그러고 있단 뜻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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