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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82

by 다스다스 2019. 7. 12.


오랜만에 글을 쓰는데 사실 그 동안 쓸 게 별로 없기도 했고 바빠서 블로그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는 편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꾸준히 방문해주시고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이 앞서네요.




그 동안 틈틈이 소식을 보긴했는데 보면서 드는 생각은 그냥 바르셀로나가 (정확히는 보드진이)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인드를 팬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하게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병크를 저지르는 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쪽으로 흘러가는 거 같기도 하고 사실 옛날 바르셀로나를 보면 레알 마드리드나 다른 여타 클럽들에 비해서 어떤 이유에선지 메리트가 떨어지는 팀이었어요. 남미의 슈퍼스타들이 무조건 거쳐갔던 팀이라는 것치고도 선수들이 무조건 가고 싶어하는 행선지는 아니었죠. 지금과 아주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오히려 마드리드와 영입 경쟁이 붙으면 이상하게 다 밀리는 시기도 있었다고 알려져있고 그 시기를 거쳐 라포르타가 의장 선거 공약으로 야심차게 내걸었던 베컴도 바르셀로나가 아닌 마드리드를 행선지로 정했었구요.



사실 피구가 그렇게 뒤통수를 후려갈기고 떠난 이후 그의 대체자들 (대표적으로 오베르마스) 이나 히바우두, 클루이베르트와 함께 팀을 이끌 거라고 여겨졌던 선수들의 연이은 실패도 있었을테고 (굳이 경기를 보지 않았어도 그 당시 바르셀로나가 어떤 성적을 거두었고 얼마나 휘청거렸는지는 아주 알기 쉬웠으니까) 그 이전에는 반 할 1기를 거치면서 그의 지나칠 정도의 믿음을 기반으로 한 더치들 위주의 기용 방식으로 인해 생겼던 네덜란드-스페인-그 외 국가 선수들끼리의 파벌 덕에 팀이 한 번 뒤집어졌던 전적 (누네스 의장의 사임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끼침) 도 분명히 영향이 있었거든요. 게다가 축구 내외적으로 이질적인 팀이었다는 특수성이 개인에게 강하게 작용했을 때 이후 커리어가 어떻게 되는 지를 몇몇 선수들이 그 이전인 크루이프의 드림팀부터 아주 잘 보여주는 팀이었으니까.



근데 지금은 다릅니다. 여전히 바르셀로나를 거치고 났을 때 (또는 실패했을 때) 위험성이 있지만 한 차원 위에 있는 선수가 살짝의 내리막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있다는 것과 안전한 선택지라는 요인이 플러스됐거든요. 거기다 근 몇 년은 아니지만 가장 이론적으로 이상에 근접한 방향성을 추구하고 필드 위에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선보이고 있던 팀이었으니까. 물론 가장 큰 건 선수들에게 있어서 어떤 팀보다 장기 레이스의 일환인 리가 우승을 하기 쉬운 팀이면서 챔피언스 리그도 노려볼만한 팀이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급여가 보장된다는 거겠죠. 거기다 아다리만 잘 맞으면 사이클의 상승을 한 번은 더 그려볼만한 팀이라는 것도 있을테고. 그래서 근래에 영입되는 선수들 중 여론의 흐름이나 팬들의 시선이 안 좋게 비춰진다고 느껴질 즈음에 던지는 기사는? 그 선수가 바르셀로나 행을 위해 기꺼이 연봉을 까고 합류하기를 원하고 있다. or 다른 팀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조건임에도 그 선수는 바르셀로나로 오기를 원하고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구요. 이건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대부분의 선수들에게 (팬들이나 언론들에게도) 상당히 영향이 가는 부분일 수밖에 없음.



만약에 정말 그리즈만이나 네이마르를 데려오는데 성공한다면 바르셀로나의 입장에선 메시의 마지막을 최선의 시나리오를 갖춘 상태로 달릴 수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이들이 성공했을 때 여전히 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데려오고 그들을 꼬시는데 있어서 가장 앞선에 설 수 있을 거에요.



그래서 보드진은 지금 자기들이 타 팀이나 기타 사람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느냐보단 일단 질러놓고 나중을 보자는 게 조금 더 크죠. 성공을 거두었을 때 그들의 입지는 어마어마해질테니까. 뜬구름 잡는 소리 같아도 라포르타는 크루이프, 치키의 말만 믿고 펩을 줄기차게 밀었고 자신은 내보내기 싫어했던 선수들 (특히 에투와 호나우딩요) 을 내보내는 것도 그들의 의견을 아주 잘 따랐고 그게 아주 잘 먹혀서 아직도 그의 실책들보단 그의 성공들이 조금 더 주목 받고 있는 것처럼요. 여러 글에서도 썼지만 이 사람 역시 어떤 면으로 봐도 좋은 사람은 아닙니다. 물론 로셀이나 바르토메우는 라포르타와 아주 큰 차이가 있죠. 축구 내적인 면을 고려해서 그의 옆에서 조언을 해주는 자가 없다는 것과 이들의 간섭을 사전에 차단하는 감독들 (펩이나 루쵸) 은 이미 이들에게 지쳐서 떠났다는 것.



개인적으로 지금 바르셀로나가 하는 행위들이 만족스럽거나 보기 좋다고는 생각 안 하고 타 팀 팬들이 굉장히 불쾌해하는 것도 이해하는 편인데 지금 보드진이 메시가 있을 때 축구 내외적으로 최대한 땡기려는 의도 (궁극적으로도 이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보는 것 같기도 하구요.) 가 너무 강하게 느껴져서 만약에 데려와서 그들을 데리고 성공을 못하면 아주 큰 후폭풍이 올 것 같네요.



이건 그만큼 그들이 불리한 위치에 놓여져 있다는 거고 그들이 그걸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메시 이후 지금의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미래가 눈 앞에 있을 지 아니면 다른 의미의 필살기 (그 동안 써온 감독 필살기가 아니라) 로 반등을 할 수 있을 지 나름의 기로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3월까진 그리즈만 하나만 가지고도 후자에 가까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긴가민가하네요. 뭔가 핵심을 간파한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달까. 이런 생각을 가지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발베르데일테구요. 그런 면에서 봤을 때 그들 (또는 그리즈만) 이 진짜로 와서 뛰는 걸 봐야 감이 좀 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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