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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95 (팜플로나 원정)

by 다스다스 2019. 9. 1.


전반전의 모습 = 프리시즌이 안 좋았다는 증거.


간격과 대형이 너무 안 맞는다는 건 그만큼 선수들 개개인이 필드 위에 있을 때 무엇을 해야할 지 그리고 감독의 지시를 보통 어떤 식으로 이행해야하는 지가 잘 안 되고 있다는 뜻. 한두명이 그러면 그 특정 선수들의 적응의 문제겠으나 대다수가 그런다면 이건 그만큼 시간을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는 겁니다. 차분하게 몇 경기 더 지켜봐야한다고 얘기해왔던 게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좀 그렇긴 하지만 뭘 해야할 지는 아는 것 같아서 다행이랄까요.


첫 번째 실점 같은 경우도 누구의 실책이라고 비판하는 것보다는 저번 시즌과 마찬가지로 팀적인 틀이 만들어져있지 않아서 순간적으로 상대가 수적 우위를 점하고 측면 공간을 이용할 때 이상하게 그 쪽에 몰리고 대다수의 선수들의 시선까지 그 쪽으로 몰려버리니까 반대편은 대응이 늦거나 상대 선수를 놓쳐서 오픈 상황에서 득점 찬스를 주는 겁니다. 분명히 오사수나는 측면까지 포함해서 횡으로 쫙 그었을 때 네다섯명밖에 안 보였는데 바르셀로나는 무려 아홉 명이 있었는데도 먹혔습니다. 그만큼 대응이 안 좋았고 늦었다는 겁니다.




홈과 원정에서 나타나는 극명한 경기력의 차이는 상대의 대응 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부분이 가장 큽니다. 홈에서 보통 상대들이 보여주는 대응 방식과 자신들의 홈에서 바르셀로나를 맞이할 때 보여주는 측면과 바르셀로나의 최후방을 마주하는 대응 방식 자체가 다르니까 이상하게 선수들은 측면으로 몰리게 되고 상대 역시 측면과 하프 스페이스를 아주 노골적으로 파기 시작합니다. 오늘 전반전 다 보는 게 아니라 한 25분? 30분? 만 봐도 왜 저렇게 측면에 선수들이 많이 가서 수비를 하려고 하는 걸까? 란 의문이 드는 장면들이 꽤 보였을 거에요.


보통 깜노우 오면 원정 팀들이 과감하게 하프 라인을 넘어서거나 미드필드 라인에서 어떻게든 특정 선수나 특정 지점을 조지려고 하지 않는 반면 자신들의 홈에선 그걸 하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측면이 약한 바르셀로나는 미드필드들이 횡으로 넓게 움직이거나 아예 측면으로 가있어야한다는 뜻인데 그럼 중앙은 비어있거나 부스케츠가 혼자서 광범위하게 커버를 해야하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결국 상대는 이 상황에서 미드필드 라인이나 하프 라인을 넘어선 지점에서 한 번만 바르셀로나의 실수를 만들어내거나 볼을 어떤 식으로든 성공적으로 앞으로 넘기는 데 성공하면 측면을 질주하거나 바르셀로나가 급하게 대응하는 상황을 아주 쉽게 만들어내게 되는 거죠.


이건 팀의 구성 문제고 틀이 없어서 일어나는 문제입니다.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되는 것이고 감독이 시즌을 거치면서 이만큼 보조자들을 데리고 경기를 치른다고 했을 때 틀을 만들어서 해결해야합니다. 근데 할 수 있을까?


결국 원정만 가면 롱볼이나 개똥볼 크로스나 볼을 띄우는 비중이 늘어나는 건 우연이 아니라는 뜻이고 만약에 깜노우에 와서도 저렇게 할 수 있는 팀이 있으면 바르셀로나는 개망신 당하겠죠. 물론 상대 팀들이 바르셀로나 원정을 와서 이걸 못하는 건 선수들을 통해서 만드는 변수들보단 그를 제외한 모든 변수들을 최대한 바르셀로나에게 불리하게 만들어놓고 시작하는 것도 생각을 해봐야할 문제. 뭐 예를 들면 잔디라던가 그런 게 있겠죠.


그.렇.다.면 이런 변수들을 아무렇지 않게 만들 수 있거나 최소화하면서 볼을 굴리거나 측면과 중앙 (가능하다면 양 측면 하프 스페이스까지) 을 본연의 힘으로 전진할 수 있는 선수들을 최대한 채워넣는 게 최선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주관이 아니라 당연한 겁니다. 앞으로도 이런 경기가 계속 나올 수도 있는데 이런 경기 양상 (공수 전환이 잦아지거나 측면과 하프 라인 전후를 중심으로 공방전이 펼쳐지는 양상들) 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보조자들 중 태반은 쓸모가 없어집니다. 특히 알바, 세르지, 세메두.




그럼 보조자들이 이상하게 많은 지금 이 팀은 이런 양상이 되면 일단 최선책으로 어떻게 대응하게 되냐면 메시가 있으면 메시는 내려오게 되고 피케는 센터백인데 어떻게든 올라가서 뭘 하려고 하게 됩니다. 그만큼 볼이 순환이 안 되고 있고 측면에서 밀리고 있으니까요. 오늘은 메시가 없었으니 그리즈만이 메시가 하던 걸 했어야했는데 메시처럼 본연의 힘으로 모든 걸 해낼 수 있는 선수는 아니다보니까 조금 다르게 원 터치로 어떻게든 속도를 내주려고 내려오거나 횡으로 움직였다가 다시 박스에 가까운 쪽으로 돌아가거나 했죠. (이걸 보고 팬들은 장신 포워드나 타겟맨처럼 쓴다고 욕을 하게 되는 겁니다.)


(좌 - 그리즈만 패스맵, 우 - 그리즈만 히트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실패, 노란색 - 어시스트 및 키패스)


(좌 - 피케 패스맵, 우 - 피케 히트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실패, 노란색 - 어시스트 및 키패스)


보조자 중 한 명이자 팬들 사이에서 가장 말이 많았을 세르지는 대각선이나 종으로 뛰어야 빛을 발하는 유형의 선수인데 전환의 과정이 많아지니 당연히 못해보이고 실제로도 못하게 되는 겁니다. 오히려 우리 골대를 바라보고 종으로 뛰는 상황이 더 많아지니까 저 놈은 왜 커버가 느리지? 왜 저깄는 거야? 란 소리만 나오는 겁니다.


(좌 - 세르지 90분 히트맵, 우 - 세르지 전반전 히트맵)


결국 이런 상황에선 측면에서 누군가가 본연의 능력으로 볼을 순환시키거나 앞이나 하프 스페이스, 중앙으로 밀어넣을 수 있어야하는데 그런 선수가 아예 없으니까 루즈볼이나 세컨볼을 노리는 크로스가 아니라 될 대로 되라고 갈기는 크로스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결국 후반전 되자마자 내놓은 해결책도 일단 첫 번째 대응이 아예 안 먹혔으니 보조자를 한 명 줄여버리고 측면 포워드를 넣고 하피냐와 데 용을 양 측면으로 찢어서 최대한 양 측면을 활용하자는 거였어요. 계속 그대로 가면 아래 그림처럼 두 명의 풀백들이 주구장창 저 짓거리만 할 게 뻔했거든요.


(좌 - 알바 패스맵, 우 - 세메두 패스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미스)


혹시 경기를 다시 보실 분들이 계실 지는 모르겠는데 공수 양면에서 전반전 측면 대응과 후반전 측면 대응만 유심히 보시면 뭔 차이인 지,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바로 아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래서 피보테가 덜 중요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런 걸 해줄 수 있는 선수는 아주 희귀하고 데려오기가 힘들기 때문에 데 용의 가치는 이런 쪽으로 더 녹여내는 게 선수나 팀에게 더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거구요. 심지어 방향을 가리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선순데 더더욱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요.


(좌 - 데 용 패스맵, 우 - 데 용 히트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노란색 - 어시스트 및 키패스)


아르투르 역시 이런 측면에 대한 부분들이 점점 더 좋아지면 바르셀로나는 이 둘을 데리고 많은 걸 할 수 있을 거에요. 시즌 전부터 데 용-부스케츠-아르투르를 보지도 않았는데 계속 얘기했던 이유고 그게 살짝이나마 보여서 다행이었네요. 아르투르는 티테랑 그래도 한 달 조금 넘게 있다가 와서 그런지 필드 위에서 많이 좋아졌네요. 아주 잠깐 왼쪽에서 움직일 때 보나마나 여기로 주겠지 했는데 띠용?? 한 게 한 번 있었어요. 요번 시즌이 바르셀로나에서 입지를 다지고 선수로서 나아가는데도 아주 중요하다고 보는데 일단 첫 단추는 잘 채운 느낌입니다.




마지막으로 발베르데에 대한 얘기를 조금 해보자면 2년 넘는 시간 동안 이런 문제를 겪어왔으니까 모를 리가 없을 테고 뭐가 문제인지도 아주 잘 알고 있을 건데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으니 보강에 대한 불만 (빌바오 전 기자 회견) 을 살짝이나마 공개적으로 밝힌 걸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래서 저 인터뷰를 포함해서 지난 경기들의 인터뷰들이 심상치 않다고 얘기했던 거고 아마 기존에 있던 선수들 중 자신이 쓰기 싫은데 타협해서 억지로 쓰는 선수들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발베르데는 이런 홈, 원정의 차이와 디테일한 변수 대응에 원래 강한 감독이 아니었고 원정이나 토너먼트에서 고질적으로 약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바르셀로나로 넘어오기 이전엔 이것보다 더 심한 편이었어요. 그래서 네이마르가 오더라도 어차피 전술적 중심은 계속해서 메시일 가능성이 높으니 차라리 그리즈만을 데리고 와서 메시의 효율을 최대로 내는 게 답이라고 주장한 겁니다. 주어진 선수단의 효용성은 어떻게든 찾아내는 편이니까요.


이건 연장선으로 발베르데에게 더 좋은 선수단이 주어졌을 경우 더 잘할 수도 있다고 했던 이유기도 하고 바르셀로나가 자신들의 관념으로 장점을 살려서 그들의 축구를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물론 저번 시즌 4강 2차전 이후로 발베르데를 믿지는 않습니다. 근데 자기도 뭘 해야할 지는 알고 있어요.


프리시즌부터 계속 해온 얘기지만 두 경기 자빠졌다고 벌써부터 조급하게 바라볼 필요는 없습니다. 얻어터질 거면 전반기에 터지는 게 확실히 낫고 마드리드도 시즌 중에 자빠질 일이 있을 거고 알레띠나 세비야 같은 강팀들과의 경기도 아직 많이 남아있으니까요. 솔직히 메시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그렇게 진지하게 평가하고 싶은 생각 자체가 없어요. 오히려 계속되는 시행착오들이 가면 갈수록 우승을 하느냐 마느냐를 떠나서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오히려 전반기에 이상하게 누구 빠져있는데 대승 거두고 분위기가 좋았으면 전 정말 우려스러운 글들만 열나게 썼을 겁니다.


이번 시즌 역시 초반부터 예측하는 대로 가는 느낌이 들긴해서 시작은 제대로 보고 있구나 싶긴한데 이게 다행일 지 불행일 지 모르겠습니다. 조금 재밌어 질 여지는 분명히 있는 것 같고 발베르데가 이번 시즌엔 달라져야한다는 걸 확실히 알고는 있구나 싶네요. 그걸 필드 위에서 증명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 며느리도 모를 일이에요.


──


이건 여담인데 프란 메리다는 아스날 유스 출신이 아니라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이고 아스날이 잉글랜드와 스페인의 법률 차이를 이용해서 해적질해서 데려간 선수입니다. 해설자라면 정보의 정확성이 아주 중요하다고 보는데 라 리가는 볼 때마다 이 사람들이 전문가들이 맞나 싶을 때가 되게 많은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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