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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97

by 다스다스 2019. 9. 8.


네덜란드 대 독일 안 봤는데 지인들마저도 피보테냐 메짤라냐 아주 짜증날 정도로 물어대서 간단하게 정리 들어갑니다. 일단 결론부터 먼저 말하면 정답은 이거다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지금 발베르데가 데 용을 기용하는 방식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고 팀의 틀이 없는 상황과 적응기가 겹쳐져서 안 좋은 모습들이 줄줄이 소세지로 나오는 거고 메시가 돌아오고 틀을 만들어가는 작업을 가져가는 도중에도 안 될 것 같으면 노선을 변경할 거에요. 바르셀로나에 데 용을 껴맞추는 게 아니라 지금 바르셀로나에 있는 다른 미드필드들을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고 그 이상을 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는 데 용에게 원하는 게 있기 때문에 그렇게 기용하는 거라는 소리입니다. 


부스케츠가 있기 때문에 지금 틀을 만들어나가고 특정 선수들의 적응기를 거쳐가는 과정에서 이런 걸 할 수 있는 거고 부스케츠가 아예 맛탱이가 갔으면 팬들이 말하는 것처럼 기용하고 있었을 거에요. 발베르데 안 믿는 사람 중에 한 명이고 그런 얘기를 오히려 강조하고 있는 사람인데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닙니다.




결국 데 용을 발베르데가 지금 피보테가 아니라 역삼각형의 윗선의 두 미드필드 중 한 자리에 기용하면서 그의 적응기를 가져가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좌 - 데 용 패스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실패, 노란색 - 어시스트 및 키패스. 우 - 데 용 히트맵)


이게 어제 네덜란드와 독일과의 경기인데 어떤 피보테도 저렇게 한 쪽 측면에 치우치고 측면에 발자국을 찍으면서 히트맵을 만들지 못합니다. 이게 데 용이 일반적인 피보테와 다른 점이라는 건데 범위만 다를 뿐이지. 이렇게 종횡을 넓게 움직이는 건 빅 클럽에서 주전을 차지하고 있는 미드필드들에게는 필수적인 부분에 가까워지고 있는 부분인데 여기서 한 번 더 파고 들어가서 데 용이 좋은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부분은 저렇게 한 쪽 측면을 굉장히 많이 움직이고 사용하면서 패스의 방향과 패스를 내보내는 지점 자체가 측면과 중앙에서 방향과 위치를 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 한 경기만 봐도 패스의 방향과 본인이 볼을 내보내는 지점 자체가 한 쪽에 쏠려있지 않죠? 세르지 보면 분명히 히트맵은 비슷해보여도 패스맵 보면 한 쪽에 지나칠 정도로 쏠려있습니다. 이게 재능의 차이고 판단력과 시야의 차이입니다. 아르투르가 더 나아져야한다고 하면서 언급한 부분이기도 하구요.


(이런 식으로. 19-20 시즌 2라운드 베티스 전 세르지 패스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실패, 노란색 - 어시스트 및 키패스.)


그럼 저걸 조금만 더 높은 지점에서 해낼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어떤 그림이 나올 것 같은지 감이 오시나요? 좌중우로 패스를 내보내는 데 막힘이 없는데 그 지점 자체가 높아지면 패스 하나하나가 위협적이고 수비 대형이 흔들린다는 뜻입니다. 거기에 그의 앞에 있는 선수는 더 위협적인 지역에서 좌중우 분배가 완벽에 근접한 메시라는 걸 생각해본다면 더더욱. 제가 그리즈만을 네이마르보다 더 원한 이유에 이것도 당연히 포함되어있고 여러 차례 얘기한 적이 있어요. 쿠티뉴 역시 짧은 기간동안 칭찬한 것과 그가 뎀벨레보단 사람이었다고 한 것 역시 아주 잠깐 보여준 이게 가장 컸습니다. 제가 발베르데였어도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겁니다. 가능만하다면 지금 구성상 가장 좋은 구성이 될 게 보이고 효용성이 떨어져가는 선수들은 내보내기에 아주 좋을 거니까. (걔넨 이게 안 되고 제일 중요한 측면에서의 효용성도 떨어지고 있으니까)


데 용을 그렇게 측면과 중앙을 오가는 윗선의 미드필드 중 하나로 기용하는 이유가 결국 이겁니다. 그에게 이니에스타처럼 측면지향적으로 움직이면서 수비수들을 혼자의 힘으로 다 모으면서 공간을 강제로 만들면서 뛰라는 게 아니라 저걸 더 높은 지점에서 할 수 있는 선수인 지 아닌 지를 파악하는 과정이고 적응기를 거쳐가는 과정이라는 뜻이에요. 그가 가진 기술은 순간순간 들어오는 수비수들을 벗겨내면서 짧든 길든 전진을 하고 옆으로 움직이는데 있어서 유효하다는 게 경기들을 통해서 계속 증명되고 있으니까요.


만약에 데 용은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넘어가면 한 차원 더 좋은 선수가 되어있을 겁니다. 제가 이전에 말했던 것처럼 그의 성장 방향은 이렇게 잡은 게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걸 증명할 거구요.


그럼 그렇지 않다면? 그렇다해도 그는 좋은 선수가 맞습니다. 다른 쪽으로 그의 효용성을 녹여내고 다른 쪽으로 한 차원 더 좋은 선수가 될 수도 있겠죠.


정답은 없는데 발베르데가 욕을 먹을만큼 바보 같은 기용을 하고 있는 건 아니고 그가 가진 재능의 크기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그의 성장 방향이 앞으로 이런 식으로 되어야한다고 바라본 것뿐이고 그가 가진 장점들을 지금 당장 봤을 땐 이런 쪽으로 더 커보이는 게 다입니다. 발베르데도 저와 비슷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을 거에요. 




제 말이 앞으로 틀린 얘기가 되면 뭐 그런 거겠죠. 혹여나 맞아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런 식으로 축구 볼 생각도 없구요. 이미 발베르데 부임 후 그의 장단점부터해서 하나도 안 틀리고 다 맞춰왔는데 제가 그걸 뭐 당연하게 정답이라고 얘기한 적도 없고 누군가에게 나처럼 보라고 강요한 적도 없습니다. 다른 건 인정해왔고 틀린 건 아니라고 했을 뿐이고. 이것 역시 하나의 시선이고 바르셀로나의 축구를 바라보는 데 도움을 드리고자 쓰는 게 전부입니다. 제 말은 답지가 아니에요. 지극히 바르셀로나 축구를 그들이 그 동안 해온 것들을 토대로해서 이론적이고 전술적으로 바라보면서 판단하는 것뿐입니다. 그게 다고 딱히 자랑하고 싶은 생각도 누군가에게 강요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그냥 이런저런 얘기들을 쓰고 싶어서 블로그를 하는 것뿐이에요. 적어도 제가 봤을 때 이런 얘기들을 아무렇지 않게 할만한 바르셀로나 팬 페이지는 이제 없는 것 같거든요. 이런 게 안 맞거나 동의가 안 되시면 그냥 안 오시면 됩니다. 굳이 절 설득시키려고 어디서 이상한 얘기들 들고 오실 필요도 없어요.


이 과정이 실패하거나 아니라고 판단되면 발베르데 역시 기용 방식을 바꿀 거고 그가 아니라 다른 감독이어도 그럴 겁니다. 그 이후는 그 때가서 판단하면 되는 겁니다. 조급하게 바라볼 필요 없고 몇 경기 더 지켜봐야한다고 얘기하는 이유는 이것 역시 포함되어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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