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바르셀로나를 바라보면서 절대로 배제해서는 안 되는 조건 두 가지.
- 전술적 중심은 누가 오든 무조건 메시라는 것.
- 그렇다면 누가 들어온다고 했을 때 그 선수가 바르셀로나로 넘어오기 전 보여줬던 모습을 그대로 때려박기보단 그가 가진 능력들이나 효용성을 메시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바르셀로나에서 어떤 식으로 녹여내야할 지는 고려해야한다는 것.
이 두 가지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지금 발베르데의 선택들 중 대다수는 이해가 가기 시작합니다. 메시는 분명 제가 눈으로 본 그 어떤 선수보다도 위대한 선수긴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아주 독특한 선수가 되어가고 있거든요. 수 많은 위대한 선수들의 은퇴 직전의 모습들을 봐오긴 했지만 이렇게 기이한 포지셔닝을 하는 선수는 별로 보지 못했어요. 허나 그 효율성을 저번 시즌에 이름값에 비해서 한참은 떨어지는 보조자들을 데리고 보여줬으니 어떤 감독이 오고, 어떤 선수가 와도 전술적 중심은 메시라고 주장하는 겁니다.
지금 메시가 없는 상황에서도 발베르데가 몇몇 선수들을 가지고 실험을 하고 있는 이유 역시 메시가 돌아왔을 때 그 선수들의 효용성을 어떤 식으로 녹여내야하는 지 그리고 동선을 어떻게 잡아야하는 지를 판단하기 위함이라고 보고 있거든요. 그래서 늘 메시가 돌아오고나서 발베르데가 하는 걸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메시가 없는 이 상황을 헤쳐나가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지만 솔직히 지금 바르셀로나의 성적과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건 메시지. 다른 선수들이 아닙니다. 굳이 하나 더 넣자면 그리즈만 정도? 슬픈 얘기지만 이게 현실입니다.
이번 시즌 발베르데는 아예 처음부터 틀을 만들기보단 이니에스타-메시라는 좌우 핵심만을 살리려는 실리적인 선택을 했던 첫 시즌과 틀을 만드는 작업을 뎀벨레 왼쪽이 영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포기했던 저번 시즌과 다르게 틀을 만드는 작업은 포기하지 않을 거에요. 왜 그렇냐면 이제 팬들의 인내심은 한계를 넘어선 상태고 보드진은 그들의 관념에 맞는 축구를 할 수 있게 아주 좋은 선수들을 영입해줬으니까요.
지금 뭔가 하나하나 조심스러운 선택들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시는 분들이 꽤 많으실텐데 그 이유는 개같은 프리시즌이 가장 클 겁니다. 라인업 볼 때마다 안 보여야하는 선수들이 보이는 것 역시 굉장히 불만스러운 부분일텐데 어쩔 수가 없다고 봅니다. 초장부터 선수들이 쓰러져가는 게 생각 이상으로 굉장히 위험한 부분이거든요. 부상 선수들의 복귀에 조심스러운 것 역시 프리시즌을 제대로 보내지 못했기에 코칭스태프들이 선수들 개개인에 대한 몸 상태를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그럼 당연히 몸 상태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쓸 수밖에요. 언제쯤 정상화될 지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일정한 수준으로 관리가 된다고 생각되는 시기에 접어들었을 때 어느 정도 치고 올라올 거에요. 과정까진 모르겠지만 결과는 조금 달라질 겁니다. 그걸 얼마나 이어나갈 수 있고 얼마나 더 치고 나갈 수 있느냐가 아주 중요한 부분이 되겠죠?
저번 시즌에 메시 관리는 정말 기가 막힌 수준으로 잘해줬다고 보지만 제가 보기엔 코파 아메리카에서 메시가 많이 무리한 쪽에 가깝다고 보거든요. 몇몇 분들이 그 시기에 제게 질문을 하셨을 때도 똑같은 소리를 했었습니다. 굉장히 무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뛰는 것만 봐도 저럴 애가 아닌데 싶었거든요. 그 여파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보고 발베르데는 매 시즌 선수단 관리만큼은 하나하나 배워나가고 나아져가고 있다고 봅니다. 이 부분은 아직까진 걱정 안 해요.
절대 기자들에게 반응을 하거나 소스를 안 주던 발베르데 (이거 하나만큼은 역대 바르셀로나 원탑) 가 이례적으로 뎀벨레가 일을 크게 만든다고 얘기했던 것 역시 이런 관리를 따라주지 않는다는 측면이 없을 리가 없다고 보구요.
어차피 마드리드나 알레띠도 자빠질 거라서 벌써 리가 레이스를 논하는 건 의미가 없지만 출발이 구린 건 맞아요. 이렇게 뒤쳐진 상태로 시작하는 것 역시 앞으로 마주할 변수들이나 후반기에 더 대응하기 힘들고 힘들어질만한 요소가 많다는 소리기도 하구요. 그만큼 발베르데의 능력을 알아보기 좋은 시즌이라는 것이기도 합니다. 메시의 얼마 안 남은 시간처럼 팬들도 조급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지만 조금은 차분하게 세세하게 과정을 살펴보면서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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