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의 미드필드들에 관한 짧은 얘기. 사실 미드필드들 싹 다 쓰고 싶었는데 요즘 너무 바쁘고 지쳐있어서 글쓰기도 힘드네요. 뭘 주제로 써야할 지도 잘 안 떠올라요. 뭘 하든 늘 졸음에 취해있어서 미치겠는 수준...
1. 데 용
전 여전히 데 용은 박스 근처에 조금 더 가까운 위치에서 움직이는 걸 조금 더 과감하게 시험 받을 필요가 있다고 보고 (발베르데 역시 시즌 초반부터 그런 의도를 꽤나 많이 드러냈다고 보구요.) 그게 잘 된다면 바르셀로나는 네이마르에 그렇게 미칠 필요가 없을 거에요. 메시 이후를 대비하는 방법론을 다른 유형의 선수들을 데려와서 메꿀 수도 있다는 소리기도 합니다. 어쩌면 연결고리 겸 메시 이후를 몇 년 동안 대비해줄 수도 있을 그리즈만을 1.5인자나 2인자가 아닌 1인자로 만들어 무언가를 시도할 수도 있을 거고. 당연한 얘기지만 어떤 축구를 하든 제일 중요한 건 포워드인 건 맞습니다.
그러나 어떤 유형이며 어떤 동선을 가져가는 포워드를 데려와야하는 지는 측면과 그 아래 지역을 어떤 선수들로 꾸리며 그 선수들의 동선을 어떤 식으로 잡느냐에 따라 아주 달라질 수 있다고 보거든요. 물론 바르셀로나에서 크루이프, 반 할, 레이카르트가 성공 이후 쓰리백을 한 번쯤 도전했던 것처럼 아니면 펩처럼 초장부터 멀리 내다보고 그들이 추구하던 이상론에 근접한 축구를 장기적으로 도전한다고 한다면 네이마르만한 선수는 지금 외부에 절대로 없습니다. 전재산 걸 수 있음.
(좌 - 데 용 전후반 패스맵. 우 - 데 용 전후반 히트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노란색 - 어시스트 및 키패스)
이건 이번 네덜란드와 북아일랜드의 경기에서의 데 용의 패스맵과 히트맵인데 여전히 인상적인 건 볼의 흐름을 보면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 볼이 속도가 붙고 팀원들이 그 볼을 받고 속도를 낼 수 있는 지에 대한 판단이 되게 좋습니다. 경기를 잠깐만 봤는데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그래서 그가 잘한 경기들의 패스맵은 대부분 좌중우 분배가 한 쪽으로 쏠려있지 않아요. 한 쪽에 쏠려있으면 데 용의 반대편에 위치하는 어떤 선수 (포워드가 됐든, 미드필드가 됐든, 풀백이 됐든) 가 되게 잘했을 겁니다.
피보테로 기용하길 원하시는 분들은 아마 이런 걸 보고 얘기하시는 거라고 봅니다. 그럼에도 전 이런 선수는 더 앞선으로 가야하고 그런 과정을 한 번쯤은 거쳐야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단순히 패스만 저렇게 하는 게 아니라 볼을 본인이 소유한 상태에서 앞이나 옆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술이 있으면서 측면에 아주 많은 발자국을 찍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측면에 더 많은 발자국을 찍는 경우도 있을 정도거든요. 이 말은 수비 한두명은 제쳐낼 수 있는 기술이 있단 소리며 종횡을 아주 넓게 돌아다닐 수도 있으며 때로는 측면에서 중앙으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소리입니다. 그게 꼭 드리블이 아니어도 아주 유의미하게요. 거기다 양 발로 패스를 준수하게 할 줄 아는 것도 있을테구요.
(좌 - 데 용 후반전 패스맵, 우 - 데 용 후반전 히트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노란색 - 어시스트 및 키패스)
하프 라인 아래와 하프 라인 위에서 이런 걸 행하는 건 상대 수비 입장에서 차원이 다르게 다가옵니다. 가장 최근 경기인 이 경기뿐만 아니라 여러 경기들에서 증명했다고 보고 다른 팀 경기를 봐도 볼이 어느 지점에서 돌아가고 좌중우 분배가 좋은 선수가 박스에 가까운 곳에 있을 때 어떤 지는 확연하게 체감이 되는 부분이라고 보구요. 데 용이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될 지는 모르겠는데 지금 받는 시험을 조금 더 과감하게 가져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혹여나 이 시험이 실패하더라도 무지 좋은 선수 맞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녹여낼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해요.
보면 볼수록 좋은 선수를 사왔다는 생각이 들어서 네이마르까지 그대로 남아있었으면 로셀파가 한 번 더 해먹었을 것 같음. 아무리 진보/보수를 놓고 외치고 이런저런 공약을 내놔도 결국 팬들이 제일 흔들리는 건 남아있는 선수들과 성적이거든요. 수 차례 증명되어온 사실.
2. 아르투르
아르투르는 데 용하고는 조금 다릅니다. 그의 기술은 볼을 지키는데 조금 더 집중되어있고 그런 쪽에서의 효율이 조금 더 좋은 편이에요.
저번 시즌에도 제 글을 봐주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전 저번 시즌 아르투르에 관해선 절대 긍정적이지 않았습니다. 나아져야할 게 많은 편이었거든요. 그래서 올 시즌 들어서 초장부터 이 정도까지 올라온 게 놀라운 수준이라고 했던 거고 경합 능력도 더 좋아졌고 더 자신감이 붙었고 볼을 가지고 전진을 하거나 내보내는 판단 자체가 조금 더 좋아졌습니다. 그만큼 자신이 관여하는 지역도 넓어지면서 종횡을 넓게 뛸 줄 아는 선수가 되어가고 있기도 하구요. 허나 여전히 문제점은 있고 그 문제점이 팬들 눈에 꽤나 보이고 있습니다. 요즘 질문을 많이 받는 부분 중 하나기도 한데
아르투르는 볼을 너무 끄는 것 같다인데
그건 볼을 지키는 과정을 거쳐가면서 오른발로 바로 볼을 처리하기 좋은 상황이 아니어서 한 번 더 가다듬고 볼을 내보내는 과정이 많기 때문이 제일 큽니다. 자세히 보면 동작이 분명 길게 가져갈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되게 길다란 느낌이 드는 장면들이 있을 거에요. 당연히 상대의 대응이 좋으면 아르투르는 거기서 아주 짧고 의미가 없는 횡패스나 백패스 위주로 볼을 내보냅니다. 할 게 그것밖에 없으니까요. 저번 시즌과 차이는 그걸 하는 위치가 다르다는 것뿐입니다. (저번 시즌은 대부분 중앙, 이번 시즌은 대부분 좌측면에 조금 더 가까운 지점) 이건 뭐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주발이 오른발인 선수가 왼쪽에 있고 왼발로 볼을 내보내는 게 오른발보다 훨~~씬 떨어져서 왼발을 써야할 때를 바로바로 판단을 못하거나 알면서도 실행에 못 옮기기 때문입니다. 전 저번 시즌 초부터 계속 이 선수의 최적의 자리는 오른쪽 미드필드라고 얘기해왔는데 그 위치에서 뛰면 볼 처리도 훨씬 빨라질 거고 패스의 질도 훨씬 좋아질 겁니다. 이미 티테의 기용 방식을 통해서 브라질 대표팀에서 그걸 계속 증명해나가고 있다고 보구요.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바르셀로나에서 쉽사리 못하는 건 가능하다면 두 명의 미드필드가 측면과 중앙을 오가면서 박스 근처나 하프 스페이스에서 온 더 볼로 영향력을 발휘해야하는 입장에 놓여져있으니까요. 전술적 요구 사항이 살짝은 다르다고 봐야겠죠? 브라질에서 평균적으로 움직이는 동선 자체가 바르셀로나보다 조금 낮은 지점이기도 하구요. 거기다 바르셀로나 같은 경우에는 전술적 중심은 메시인데 그는 측면에서의 영향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보조자들이 많은 지금 스쿼드 구성상 두 명의 미드필드들에게 이런 걸 주문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거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좌 - 아르투르 인테르 전 전반전 패스맵, 중 - 코파 아메리카 아르헨티나 전 패스맵, 우 - 코파 아메리카 페루 전 패스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노란색 - 키패스, 파란색 - 어시스트)
그래도 긍정적인 건 측면 플레이가 좋아지고 있고 포지셔닝도 저번 시즌에 비하면 정말 좋아졌습니다. 거기다 종횡을 넓게 뛰는 선수가 되어가고 있다는 게 너무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어서 더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어쩌면 그 이상으로 좋은 선수가 될 수도 있구요.) 앞으로가 기대되는 선수입니다.
저번에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우려스러운 게 있다면 다른 선수들보다 시즌 자체를 길게 가져갔고 그 여파가 저번 시즌 후반기에 꽤나 크게 왔다고 봐서 이번 시즌 컨디션이 떨어지는 시기가 아주 위험하고, 중요하다고 보는데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했다는 얘기가 있네요. 확실히 아르투르에게 브라질 대표팀은 감독부터해서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거 알베스가 되게 철저하게 했던 편이거든요. 발베르데도 초장부터 절대 리스크를 감수하는 선택을 안 한 게 후반기에 이런 대처를 하는데 분명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시즌 초부터 앵무새처럼 짖어대던 소리기도 하죠.
3. 아레냐와 세르지
아레냐는 빌바오 전 이후로 얼굴도 보기 힘든데 안 쓰는 이유는 딱 두 가지라고 봅니다. 첫째는 반대발 미드필드 (왼발잡이인데 오른쪽 미드필드로 서는 경우) 로서의 효용성은 분명히 나쁘지 않은 수준인데 거기서 역할이 바뀌면 정말 처참한 수준입니다. 기술이 아르투르 수준 바로 아래는 커녕 한~~~참 아래고 (제 기준으로는 세르지보다도 안 좋다고 보는데 뭐...) 그렇다고 포지셔닝이 좋아서 대부분의 경우를 수비가 놓치는 상황에서 볼을 받는 것도 아니라서 상대가 대응을 아주 쉽게 해내거든요. 다음 과정에서 뭘 할 지가 모니터로 보고 있는 저한테도 보이는데 프로 레벨에선 더 뻔하겠죠. 그것도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지독하게 분석해서 맞춤 대응책을 짜오는 팀들이라면 더더욱.
둘째는 페레즈의 존재입니다. 전 페레즈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아레냐는 세르지와는 다른 개념의 포리바렌테로 쓸 수도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실제로 포워드로 뛰어본 전적도 있고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떨어지는 경기들에선 한 번 써봄직하다 생각했거든요. 저번 시즌 코파 델 레이 경기들에서도 살짝 그런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하구요. 페레즈 역시 주발 의존도가 상당한 선수라 슬슬 한계에 부딪힐텐데 그 시기가 오기 전에 아레냐는 본인에게 기회가 왜 안 올까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고칠 필요가 있어요. 이미 내부에서 그런 주문을 했을 거라고 보고 있기도 하구요. 저번 시즌 말콤이 마음에 들었던 건 잘하냐 못하냐를 떠나서 감독이 본인을 안 쓰는 이유를 알고 나아지려고 노력했다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나아졌다는 걸 증명했죠. 아레냐도 그럴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만 보면 미드필드 버전 데울로페우인데 최소 두 단계는 더 떨어지는 버전 같음. 기다려 줄 이유도 없고 기회를 줄 이유도 없습니다. 누가 감독이어도 지금처럼 하면 기회 안 갈 거에요.
세르지는 라키티치의 효용성이 박살나면서 덕을 본 것도 있고 경험이 쌓이면서 노련해진 것도 있습니다. 물론 늘상 말씀드렸던 것처럼 주전감은 아니에요. 압박이 강한 팀을 만나거나 공수 양면에서 자신을 노골적으로 노리고 들어오는 팀을 만났을 때 어리버리 까거나 판단이 너무 늦어서 책임회피성 패스를 하거나 실책성 플레이를 하는 건 선수의 한계로 다가오는 부분이라서 이러나저러나 포리바렌테로서의 가치로 팀에 기여하는 게 서로에게 적당합니다. 물론 그 가치는 저번 시즌과 비교했을 땐 좋아졌습니다.
발베르데가 시즌 초에 세르지의 중요성을 어필한 것도 아마 포리바렌테로서의 가치일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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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댓글 많이 달아주시는 거 정말 감사한데 두 분인가 세 분이 같은 아이피로 닉네임 바꿔가면서 서로 다른 사람인 척 다중이짓 하시던데 이 글 이후로 그런 거 또 보이면 바로 해당 아이피 차단 박고 공개하겠습니다. 동일한 취미를 공유하고 더 알고자 하는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가만히 있었던 건데 그걸로 뭔가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몇 번 보여서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여기가 무슨 커뮤니티 사이트도 아니고 애매하고 주관적이긴 하지만 선을 넘지 않는 한 뭔 댓글을 달아도 제가 차단을 한다거나 그럴 일은 없으니까 그런 짓 하지 마세요.
그럼 이만. 늘 방문해주셔서 감사하고 공감과 댓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