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시간에 한 골 넣고 라인을 유동적으로 내렸다 올렸다 하더니 기어이 한 골 먹히는 거 보고 아무리 이름값도 없고 뜀박질로 승부보는 팀에 가깝다고 해도 챔피언스 리그 조별 예선 정도에 나올 팀인데 에이바르 정도의 팀이라고 생각하고 나온 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여서 그냥 보다가 꺼서 딱히 후기라고 쓸만한 건 없습니다. 아무리 재미 없고 못해도 경기 도중에 꺼버리는 건 잘 안하는데... 후...
그 정도로 답이 뻔히 보이는데 타협한답시고 말도 안 되는 짓을 중간중간 하는 게 너무 보여서 보기가 싫어요. 원정 2연전에 일정 자체가 시위라는 막을 수 없는 변수로 인해 A매치 이후부터 꼬여서 전체적으로 수정을 들어가서 그게 아예 영향이 없을 수가 없는 거라서 이해는 하는데 그걸 감안해도 받아들일만한 모습은 분명히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제가 경기를 끈 이후도 그 동안 부정적으로 얘기 해오던 것들에서 단 하나도 안 벗어난 경기였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발베르데는 잘하다가도 이런 모습이 한두번씩 보이는 게 제일 문제. 믿지 말라고 하는 건 진짜 그렇게 느껴져서 말하는 거에요.
전반전 끝나고 바르셀로나 점유율이 55% 도 안 됐는데 그만큼 공수 전환의 비중이 늘어나고 바르셀로나가 거기에 빨려들어가면 수비를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공격도 어설프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 부스케츠는 그런 양상의 경기에선 장점이 발휘가 되는 게 아니라 상대의 먹잇감이 되니까요. 예전에도 한 번 얘기한 적 있는데 볼 소유가 안 되면서 계속 전환의 과정에 빨려들어가면 부스케츠는 웬만한 중위권 팀 피보테만도 못해요. 그런 상황에서 가치가 발휘되는 선수가 아닙니다. 심지어 맛탱이가 슬슬 가고 있는데 이런 경기에서 시원시원하게 탈압박 해내면서 볼 소유하고 내보내고 할 수 있을까요? 전혀요. 오히려 팀 전체적으로 볼 소유를 못하니까 여유가 없어지면서 더더욱 돌아들어가는 선수들 못 보고 뒤에서 자기 털어먹으려고 오는 애들도 못 보던데. 여유가 없어서 포지셔닝을 미리 우위를 점하는 상황으로 할 수가 없으니까 더 심각해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스케츠도 저랬는데 센터백들은 여유가 있었을까요? 당장 상대가 하프 라인을 아주 손쉽게 넘어오고 박스 공략하러 뛰어오고 있는데 우루루 쫒아가기 바쁘죠. 선제골 넣고 잡아먹으려다가 역으로 상대의 플랜에 잡아먹힌 경기입니다. 데 용하고 아르투르 보면 전반전 내내 종으로만 뭐빠지게 뛰어다녔습니다. 발베르데가 왜 후반 시작하자마자 바로 대응을 안 했는 지 의문인데 그거야 제가 경기장에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넘겨짚긴 그렇구요.
(좌 - 데 용 전반전 패스맵, 우 - 데 용 전반전 히트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좌 - 아르투르 전반전 패스맵, 우 - 아르투르 전반전 히트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노란색 - 어시스트 및 키패스)
다른 것보다 저런 양상에서 제일 문제가 되는 건 볼이 잘 안 굴러가니까 다른 애들은 어떻게든 볼을 최대한 멀리 차버리려 하고 그럼 공격은 안 되니까 부스케츠는 올라가서 볼을 내보낼려고 하고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여기서부터 시작이에요. 상대는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공략합니다. 만약에 아무도 그걸 안 하면 메시가 내려와있어야하고 메시가 박스에서 멀어지면 상대는 땡큐거든요. 메시나 데 용, 아르투르 같은 선수들이 그만큼 더 본연의 능력으로 전진을 해야하거나 바르셀로나가 속도를 내기 전에 대형을 갖출 수 있단 뜻이니까. 해결하려면 전반전에 아주 잠깐 보인 부분이었는데 간격과 대형을 최대한 유지하는 상황에서 측면에서의 수적 우위를 점하면서 최대한 높은 지점에서 끊어내거나 상대가 에라이 모르겠다하면서 롱볼을 차게 만들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그리즈만을 횡으로 무지 넓게 돌아다닐 수 있게 해줘야해요. 그리즈만이 아주 잠깐 오른쪽과 중앙에 위치하는 게 보였는데 진짜 아주 잠깐이었음.
(좌 - 부스케츠 패스맵, 우 - 부스케츠 히트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미스)
(좌 - 그리즈만 패스맵, 우 - 그리즈만 히트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이것도 아니라면 측면에서 볼을 잡기만 해도 상대를 강제로 방어적으로 만들 수 있는 선수가 있어야하는데 그런 선수는 지금 바르셀로나에 없으니까요. 메시는 이제 그런 거 90분 내내 절대 못 합니다.
수아레즈와 메시가 필드 위에 같이 있으면 일시적으로는 뭐든지 되는데 그 일시적이라는 게 5분이 될 수도 있고 10분이 될 수도 있고 어쨌든 짧습니다. 90분 내내 절대 안 되고 언제 박살날 지 모르니까 갑자기 라인을 유동적으로 운용하더니 어느 순간 팀이 수동적으로 변합니다. 그럼 아슬아슬한 경기가 되기 시작하는 거죠.
피파 바이러스 후유증을 벗어나기 시작하면 언제 이딴 경기를 했냐는듯이 조금씩 올라오겠지만 발베르데는 이번 경기를 보고 스스로 깨닫지 않으면 후반기 가서 또 똑같은 실수를 할 것 같네요. 계속 팀의 한계를 사전에 그어버리고 기용 방식이 경직되면서 이러는 거 지금 선수단 구성상 매우 안 좋다고 봅니다. 이미 괜찮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걸 자기 눈으로도 봤을텐데 거기서 한 발을 더 못 뻗네요. 안 뻗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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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이나 잘츠부르크 경기나 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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