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소리 116 (바야돌리드 전 짧은 후기)

애초에 어렵게 갈만한 경기는 아니라고 생각했고 쉽게 이길 거라고 봤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긴 했네요. 과정적인 측면을 바라보면 그래도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었는데 하고자 하는 의도를 생각해본다면 방향도 분명 옳은 쪽에 가깝다고 보고 발베르데가 기용 방식과 틀을 이 쪽에 맞게 짜낼 수 있다면 계속 시도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조금은 보는 맛이 올라가지 않을까란 느낌도 있구요. 정말 알다가도 모를 사람임. 옆에 있으면 무슨 생각하면서 사냐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

일단 제일 얘기가 많을 파티에 관해서 얘기를 해보자면 측면 포워드를 터치 라인에 바짝 붙이는 건 해당 선수가 가진 특성이나 유형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그렇게 해서 얻으려고 하는 건 다 똑같습니다.

'상대가 측면을 의식하게 만들고 상대 수비 대형에 균열을 내거나 횡으로 흔들리게 하자.'

이번 시즌 오늘 경기를 포함해서 파티가 뛸 때와 다른 선수들 (뎀벨레나 그리즈만 등) 이 뛸 때 상대의 대응 방식의 차이는 파티가 터치 라인 끝에서 붙어서 볼을 잡으면 상대 수비 한 명이 대인 수비로 바로 붙는 반면 뎀벨레나 그리즈만이 터치 라인 끝에서 볼을 잡으면 대부분의 경우는 일단 박스 안 쪽으로 들어오기 전까진 대응을 안 하거나 수비 대형을 겹겹이 미리 쌓아두고 있습니다. 뎀벨레 같은 경우는 저번 시즌부터 수비가 그렇게 초장부터 의식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걸 보여줘버렸는데 가장 큰 이유는 수비와 원온원을 할 때 동작이 무지 큰 페이크를 너무 높은 비중으로 쓰기 때문에 원온원으로 괜히 막을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즈만은 바르셀로나에서는 횡으로 넓게 움직이지를 않고 온 더 볼 비중이 높은 선수가 아니니까 마찬가지로 한 명을 굳이 보내서 대형이 깨지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을테구요.

파티가 몇 경기 안 되긴 하지만 그 안에서 보여준 측면 포워드로서의 가치가 그래도 위협이 되긴 됐다는 소리고 상대가 의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바야돌리드도 저런 식으로 대응을 한 거고. 오늘은 바야돌리드의 대응책이 파티에게는 잘 먹힌 편이죠. 굉장히 어린 선수고 어느 정도의 재능인 지를 가늠할만한 표본도 없는 선수라서 이러쿵저러쿵 할 생각은 없는데 이제 경기를 뛰면서 어느 부분이 나아지는 지가 보이기 시작하면 슬슬 재능의 크기가 보일 거에요.

볼을 잡았을 때 판단력이 어떤 식으로 좋아지고 상대의 수비 밀도와 수준에 따라서 그의 온 더 볼 파괴력이 보통 어느 정도의 수준인 지도 슬슬 드러날 거고 등등등등... 제가 봤을 땐 앞으로도 퍼스트 팀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고 짧은 시간이라도 뛰면서 몸으로 부딪히는 게 더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솔직히 B팀으로 내려가서 시간 보내는 게 그렇게 유의미할 지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발베르데가 다른 선수들은 몰라도 파티한텐 계속 기회를 줄 거에요. 오늘 분명 잘했다고 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는데 왜 기회를 줘야하는 지는 대강 보여줬다고 봅니다.

수아레즈의 문제도 비슷해요 사실. 온 더 볼, 오프 더 볼 가리지 않고 그리고 자리도 가리지 않고 수비가 자신을 의식을 안 할 수가 없게 만들어서 끝끝내는 자신이 이겨서 박살을 내는 게 수아레즈였는데 지금은 웬만큼 위험한 순간이 아니면 상대가 수아레즈를 의식을 안 하니까요. 심지어 수아레즈가 한 발 먼저 앞서가도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대응을 하는 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오늘도 귀신같이 세탁은 했는데 올라와도 일시적으로 올라오는 거고 그게 시즌 끝까지 갈 수 있을 거란 생각 자체가 안 들어서 별로 기대는 안 됩니다. 후반기로 가면 갈수록 발베르데가 딱 결단을 내려야 바르셀로나도 뭔가 더 해볼 여지가 생기면 생기지. 수아레즈 데리곤 분명히 한계에 부딪힐 거에요.

파티 얘기부터 해온 게 결국 오늘 경기의 연장선이자 승리를 거둘 수 있던 이유 중 하나인데 이른 선제골을 넣었음에도 얼마 안 되서 1대1 상황이었고 분명히 안정적이지도 않았는데 금세 다시 리드를 잡고 이길 수 있었던 건 왼쪽에 파티, 데 용, 알바를 다 때려박아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좌측면에 몰빵을 해버렸고 반대편인 우측면은 메시에게 다 맡기고 세메두와 비달이 최대한 중앙을 오가면서 보조를 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좌우 측면을 흔드는 데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은근히 세메두가 안으로 들어와서 하프 스페이스 부근에 많이 있었던 이유기도 하죠. 

(좌 - 전반전 알바, 데 용, 파티 셋의 히트맵. 우 - 전반전 메시 히트맵)

이런 배치와 시도 등을 바탕으로 양 측면에서 온 더 볼로 수비가 의식하게 만들든 볼을 최대한 다양한 방향으로 굴리든 그런 것들이 유의미하게 작용하면서 바야돌리드의 수비 대형이 횡으로 흔들리고 측면을 의식하기 시작했고 바르셀로나가 공략에 성공하면서 경기의 승패를 결정지은 셈입니다. 데 용의 가치가 왼쪽에서 훨씬 더 클 거라고 본 것도 측면과 중앙을 오가면서 이런 볼의 방향을 다양하게 가져가줄 수 있는 선수라는 게 굉장히 크다는 소리고 제가 영입 되기 전부터 강조하던 그리즈만의 필요성도 이러한 측면까지 이해한다면 어떤 느낌인 지 대강은 감이 오셨을 거라고 봅니다. 정작 발베르데는 그렇게 안 쓰고 있지만 이제 슬슬 그렇게 쓸 것 같아요. 늘상 하는 말이지만 이 사람은 분명 다 알고 있어요. 모르고 이러는 게 절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음.

(좌 - 데 용 패스맵, 우 - 데 용 히트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노란색 - 어시스트 및 키패스)

(좌 - 메시 패스맵, 우 - 메시 히트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노란색 - 어시스트 및 키패스)

세메두 얘기도 살짝 하고 싶은데 자신감 있게 해도 된다고 지시를 받은 건지 아니면 본인이 자신감이 붙으면서 한 단계 올라선 건지 모르겠는데 확실히 좋아졌습니다. 움직임 자체가 깡통 느낌이 조금 없어졌다고 해야하나. 그리즈만하고 우측면에서 같이 뛰는 걸 보고 싶은데 언제쯤 볼 수 있을 지 모르겠네요.

메시는 한참 전부터 걱정 안 한다고 했는데 이건 좀 자랑 좀 하고 싶네요. 제 말 맞죠?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딱히 우려스러운 부분이 보인 게 없었어요. 발베르데가 저번 시즌부터 몇몇 선수들 관리에 관해선 지나칠 정도로 조심스럽습니다. 이런 건 후반기에 분명 도움이 될 거에요. 팀 전체적으로도 분명히 조금씩 올라올 거라고 보고 11월 A매치 주간이 변수일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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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