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otball/Writing

잡소리 117 (레반테 전 후기)

by 다스다스 2019. 11. 3.




원정에서 마주하는 문제점들이나 변수에 관한 얘기들은 여러 차례 말했으니 생략하고 (정 궁금하시면 이번 시즌 원정 경기들 중 더럽게 못한 경기들 후기 보시면 오늘 경기하고 크게 차이가 없을 겁니다.)






전반전의 바르셀로나의 모습이 부스케츠가 여전히 팀에 필요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모습들이었다고 보는데 그가 필요한 이유 중 꽤나 큰 비중으로 자리 잡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볼을 내보낼 때 그걸 받는 선수가 다음 동작을 가져가기 편하게 준다는 측면에서 지금 그걸 따라갈만한 선수가 스쿼드 내에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오늘 경기만 해도 전반전부터 메시가 다음 동작을 바로 가져가기 편하게 볼을 받아서 움직이는 것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당연히 이러면 원래 느려빠진 바르셀로나는 더 느려지고 볼을 지키기 위해서 메시가 아닌 누구라도 역주행을 하거나 무의미하게 횡패스나 백패스를 하는 빈도가 높아집니다. 동시에 패스 미스나 어긋나는 모습도 많아지구요. 그럼 결국 메시는 내려오기 시작하거나 부스케츠는 더 넓게 움직이게 되서 올라가거나 하는 게 지난 시즌까지의 바르셀로나였는데 오늘은 부스케츠가 하던 걸 데 용이 했을 뿐입니다. 데 용이 어떻게든 본인의 힘으로만 속도를 내면서 올라가려고 하는 게 몇 번 있었죠. 그게 아니면 메시가 내려와서 풀어주려고 했구요.




(좌 - 전반전 메시 패스맵. 우 - 전반전 메시 히트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노란색 - 어시스트 및 키패스)




(좌 - 전반전 데 용 패스맵. 우 - 전반전 데 용 히트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노란색 - 어시스트 및 키패스)




보통 일반적으로 팬들이 '쟤는 패스를 잘해.' 라고 평하는 선수들 보면 성공률 자체가 무지하게 높고 시도 횟수가 많은 선수들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건 잘하는 게 아닙니다. 패스를 잘한다는 개념은 볼을 받는 선수가 다음 동작을 얼마나 간결하고 빠르고 자연스럽게 가져갈 수 있게 주느냐에 가깝고 그래서 데 브라이너, 데 용, 티아고 등이 근래에 좋은 평가를 받는 거겠죠.




비달을 피보테로는 절대로 기용을 안 하는 것도 바로 이 이유라고 보는데 이런 게 전 소속팀들에서 너무 노골적으로 보였고 그게 상대 팀들의 대응 방식을 짜오는데 영향이 있었거든요. 영입 됐을 때부터 발베르데가 이걸 알고 있을 거라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실제로 발베르데는 비달의 동선을 메시에게 가까이 붙이면 붙였지. 멀리 떨어뜨려놓는 동선은 짠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부스케츠가 있는 동안에는 데 용 정도의 선수를 피보테로 쓰는 것보단 조금 더 윗쪽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틀을 짜는 게 지금의 바르셀로나에 몇 배는 더 도움이 될 거라고 본 거고.




오히려 이렇게 공수가 분리 되있거나 수동적인 축구를 일정 시간 이상으로 노골적으로 하는 팀에선 비달 같이 경합 능력 자체가 좋고 작정하고 넓게 움직일 수 있게 해줄 때 빛이나는 선수라는 걸 생각해본다면 아래로 내리는 동선을 잡아주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단 생각을 한 번쯤은 하기 마련인데도 절대 그렇게 안 하는 걸 보면서 발베르데는 특정 선수들의 장단점을 분명 다 알고 있을 거라고 늘상 얘기해오던 것이기도 합니다.







결국 바르셀로나가 자꾸 공수 전환이 잦아지면서 거기에 빨려들어가서 말리는 건 미드필드의 구성 문제보다 볼 소유가 안 되고 볼을 잃었을 때 순간적으로 간격과 대형이 무너져있어서 우루루 쫒아가게 되거나 수비수들이 자리를 잡아서 사전에 끊어내는 것보다 최대한 뒤로 물러나서 박스 안에서 막아야하는 상황이 계속 발생된다는 게 우선이라는 거고 (당연히 이 상황이면 부스케츠는 쓸모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 많이 나오니 팬들 사이에선 부스케츠가 이젠 쓸모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거구요.) 이걸 해결하려면 메시나 수아레즈 둘 중 하나를 뺴고 간격과 대형을 맞추고 틀을 만들어나가야합니다. 바르셀로나가 다른 건 몰라도 쓸데없는 점유율일 지라도 점유율 자체는 90분 내내 되게 높은 편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정확히는 지난 시즌부터) 90분 경기에서도 5.5 대 4.5 나 6 대 4 경기도 늘어나고 있고 경기 도중에 반반무로 싸우는데 그 반마저도 쓸데없는 점유가 많은 경기들이 있다는 건 분명 문제가 있는 겁니다. 가끔 가다보면 7 대 3 인데도 얻어맞고 있는 건 바르셀로나인 경우도 있구요.




(좌 - 전반전 바르셀로나 수비 지표. 우 - 후반전 바르셀로나 수비 지표. 얼마나 뒤로 물러나서 수비를 했는 지가 이 표만 봐도 드러납니다. 이런 라인의 유동이 얼마나 위험한 지는 이미 여러 차례 드러났다고 보는 바.)




이건 그만큼 하프 라인 전후 지점에서 볼 소유가 안 되고 상대가 역으로 하프 라인을 넘어선 지점에서 볼을 소유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바르셀로나가 장점보다는 단점이 부각되는 시간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간격이나 대형이 애초에 벌어져있으니 특정 선수가 실책성 플레이를 할 때도 바로바로 커버가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그리즈만이 지금 바르셀로나의 구성에서 수비만 오질나게 해도 최소 1인분은 한다고 한 것도 이래서입니다. 포워드치고 그렇게 수비를 잘하는 선수는 절대 흔하지 않아요.




오늘 경기에 얼마 뛰지도 않은 부스케츠 얘기를 계속해서 좀 그런데 부스케츠는 조건부에선 여전히 쓰임새가 좋은 보조자라는 뜻이고 바르셀로나가 앞으로 하고자 하는 걸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게 되고 단점보단 장점이 발휘되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면 더 나아질 여지가 있는 보조자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제가 봤을 땐 바르셀로나에서 자란 선수들 중 가장 특화되어있는 선수에요. 원 웨이라고 할까나. 그게 아니면 챠비 말처럼 카세미루가 아니라 중위권 피보테들보다 나을 게 없습니다.







근데 오늘 경기는 조기에 수아레즈가 나갔는데도 발베르데가 수아레즈가 없는 구성 안에서 뭔가를 해보려고 하는 것보단 선제골을 의식하고 어차피 이기든 지든 뒤로 물러설 생각이 없는 레반테를 끌어들이는 양상으로 라인을 유동적으로 조절하면서 늘상 해오던 것처럼 낚아보려 했다가 선수들의 동선이 꼬여버리면서 간격과 대형이 무너져있었던 게 컸습니다. 그리즈만도 후반전엔 거의 수비만 한 느낌. 후반전 초반부터 레반테가 하프 라인을 너무 편하게 넘어온다싶었는데 돌아들어오는 선수들이나 종으로 그냥 들어오는 선수들을 다 놓치는 거 보면서 좀 아니다 싶긴 했네요. 중간중간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져있는 게 아닌가 싶은 장면들도 분명히 있긴 했는데 기본적으로 이런 수동적으로 시시각각 대응이 변하는 축구가 바르셀로나나 지금 선수단 구성에 굉장히 안 맞는다는 걸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해서 발베르데가 시즌 중에 자꾸 이런 부분을 끼워맞추려고 하는 게 별로 좋아보이진 않습니다. 절충한다는 게 분명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인 건 맞는데 그 과정 속에서 동일한 실수를 계속해서 하는 거 보면 글쎄요. 거기다 이런 식으로 절충하는 것도 글쎄요. 감독으로서 경험이 쌓이면서 나아진다는 생각은 안 드네요. 여전히 그냥 모든 걸 알고만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 알면서 이러고 있는 게 오로지 성적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 지 아니면 몇몇 선수들의 효율과 기용 방식 그리고 전체적인 시즌 운용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시즌 초반부터 잘 잡아놓은 방향성을 어떻게 해야 더 잘 이끌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더 이득이고 더 좋을 거라고 봅니다. 적어도 이번 시즌은 그렇게 해도 될만한 판은 충분히 깔아져있다고 보구요. 막바지에 미드필드 한 명 줄이면서 포지션 상 공격수 한 명 더 밀어넣는 거 수동적으로 대처하는 감독들이 말리면 제일 먼저 가지고 나오는 양적으로 공격수 밀어넣는 아주 뻔하디 뻔한 전술전략 (무링요가 한 때 지고 있을 때 3-3-4 쓴다고 칭찬받던 그 전술전략 비스무리한 거 맞습니다.) 인데 그런 걸 바르셀로나에 본다는 거 자체가 되게 어색하긴 하네요.




과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었음에도 중간중간 너무할 정도의 경기들이 껴있어서 개판이었다고 보는데 선수들의 체력 리듬이 이 정도로 떨어진 거 보면 사소한 일정 변화나 A매치 여파가 바르셀로나 입장에선 조금 크게 다가오고 있는 것 같고 11월 A매치도 마찬가지로 상당한 변수로 자리매김할 것 같네요. 올라올 여지가 조금 더 크다고 봤는데 아닌 거 보면 조금은 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팬들 역시 전반기에 너무 열올릴 필요 없다고 보구요. 조금은 릴랙스한 마음으로 보시는 걸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

'Football >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잡소리 119  (17) 2019.11.06
잡소리 118  (8) 2019.11.04
잡소리 116 (바야돌리드 전 짧은 후기)  (31) 2019.10.30
잡소리 115  (26) 2019.10.27
잡소리 114 (후기 아님)  (32) 2019.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