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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115

by 다스다스 2019. 10. 27.




아무래도 졸전 이후 발베르데를 보기 싫다는 얘기들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많은 것 같은데 전 지금 선수단의 행동에 딱히 불만은 없어요. 외부나 언론들을 통해 선수들이 감독을 별로 안 좋아한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는 건 사실 감독의 경질을 가장 재빠르고 확실하게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그건 절대로 좋은 게 아닙니다. 다음에 오게 될 감독 역시 그 부분을 의식하게 되고 혹여나 그의 방법론이 기존 선수단들이 전혀 원하지 않는 쪽일 경우 비슷한 일을 다시 겪게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어차피 바르셀로나가 대격변에 가까운 리빌딩을 당장 진행할 일은 없으니 선수단이 들고 일어나길 원한다면 그냥 팀이 망하길 바란다는 것과 똑같다고 봅니다.




발베르데와 펩이나 루쵸 같이 성공을 거둔 감독들의 축구 내적인 면들을 제외하고 외적으로 드러나는 가장 큰 차이는 선수단을 일반적으로 (외적으로) 어떻게 대하느냐라고 보는데 이 차이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게 원정 경기에 대한 외적인 대응입니다. 펩이나 루쵸는 홈이어도 중요한 경기가 열리는 경우까지 늘 선수단을 긴장감 속에서 지내도록 경기 전 날부터 호텔에 투숙시켰습니다. 원정인 경우 하루나 이틀 더 빨리 움직여서 긴장감을 조성하기도 했었고. 그리고 선수들끼리 짝을 지어줘서 누구는 적응기를 올바르게 가져갈 수 있도록 누구는 선수 개개인들끼리 서로를 이해하고 팀으로서 더 가까워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기도 했죠. 파벌을 막으려고 한 것도 있었고. 이거 둘 다 반 할한테 배운 건데 반 할 시절 챠비가 퍼스트 팀에 처음 올라왔을 때 외국인 선수들과 잘 지내지 못하는 것 같다고 여긴 반 할이 성격 자체가 아예 다른 코쿠를 짝으로 지어서 너넨 이 기간 동안만큼은 뭐가 됐든 무조건 같이 하라고 넣어놨더니 며칠 뒤에 챠비가 코쿠를 무지 잘 따랐다는 얘기가 있었죠. 아약스 시절에도 라이지허를 측면 자원으로 키우려고 할 때 쌩뚱맞게 윙어들이나 측면 선수들과 붙여놔서 축구 얘기하라고해서 축구관을 공유시키기도 했었고. (아이러니한 건 저런 반 할이 파벌로 인해 망함) 엘레니오 에레라나 미헬스, 크루이프도 비슷했습니다. 특히 에레라는 또라이급으로 외적으로 아무 것도 못하게 만드는 사람이었음. 인테르 가서 그런 쪽으로 병적으로 굴어서 그거 덕에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많이 망가지고 좋은 사이클이 꺾인 감독이기도 했고.




펩이 바르셀로나에서 이 루틴을 벗어난 게 11-12 시즌 첼시와의 4강전이 유일했는데 오히려 긴장감을 풀고 아무 것도 의식하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면 올라갈 거라고 판단해서라는 예상이 많았죠. 실제로 선수들은 리가 레이스가 엘 클라시코 맞대결로 인해 박살나면서 좌절감이 컸던 편이었는데 그 2차전만큼은 굉장히 동기 부여가 된 상태로 초장부터 뛰어다녔고. 그만큼 떨어진 이후에 충격도 크게 다가왔던 편이었고.




발베르데는 이런 게 거의 없습니다. 일단 선수단의 자율성을 상당한 수준으로 보장해주는 쪽에 가깝다보니까 웬만해선 저런 루틴을 짜지를 않습니다. 실제로 뎀벨레나 아르투르를 제외하고 그런 외적인 일로 발베르데가 불쾌해한 적 역시 없습니다. 몇몇 선수들의 적응이 떨어지는 것들에 관해서 관여를 안 하는 편에 가깝고 이 쪽은 확실히 레이카르트에 가까워요. 그만큼 축구 내적인 부분과 외적인 부분을 선을 확실히 그어주니까 선수단 입장에선 나쁘게 볼 이유는 없어요. 이런 유형의 감독들을 싫어할 선수들은 없을테니까. (근데 안첼로티는 뮌헨에서 대체 왜???) 그렇다면 그의 능력이 바르셀로나에 걸맞는 수준이냐가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전 그래도 선수단 퀄리티가 점점 좋아지면 그 수준에 살짝은 떨어질 지라도 맞을 거다라고 보는데 이건 제가 판단할만한 부분이 아니니까. 결국 메시나 베테랑들이 외적으로 감독에 대한 얘기 자체를 안 하거나 그런 소스 자체가 안 나오는 건 위에 말한 이유들도 일정 부분 있겠지만 바르셀로나 같은 경우로 더 깊게 들어가보면 07-08 시즌을 또 겪고 싶지 않은 게 가장 클 겁니다. 일단 주장인 메시는 그 시기에 막내로서 베테랑들 (대표적으로 호나우딩요, 데코, 에투, 에드미우손 등등) 은 다양한 방식으로 망가져가고 있다는 것과 감독은 어떻게 능욕을 당하고 보드진들이나 팬들이 어떻게 행동하는 지를 다 봤을 테니까 기억에 많이 남아있을 거에요. 그 시기를 팬으로서 보낸 저같은 팬들 역시 또 다른 레이카르트를 보고 싶진 않을 겁니다. 발베르데가 레이카르트만큼 팬들에게 행복한 기억을 안겨준 적은 없지만요.




보드진은 예외입니다. 발베르데를 고른 이유가 축구 내적으로 온순한 펩 과르디올라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는 걸 떠나서 언론이나 타 팀들에 대응할 때 절대적으로 신사적이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잡음을 피하고 축구 내외적으로 타협에 능하다는 게 가장 컸을테니까. 지금도 발베르데에 대한 대응이 없다시피하거나 믿는다고 하는 것 역시 보드진이 공격 대상이 되서 언급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요. 바르셀로나 보드진들의 무브 하나하나는 정치적인 면을 무조건 가정을 하고 봐야됩니다. 그들은 그렇게 해야 먹고사는 애들이거든요.




당장 발베르데가 떠날 일은 없다고 보는데 제가 보기에 몇 가지만 타협하지 않고 밀어부칠 깡이 있다면 바르셀로나는 아주 많이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하고 싶네요. 팬들이 그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도 바뀔 수 있다고 보고. 물론 언제든지 이보다 더 안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감독이 발베르데기에 기대는 안 하시는 게 낫습니다. 바르셀로나 오면 더 좋은 선수단으로 나아질 수 있다던 원정에서의 대응도 여전히 안 좋은 거 보면 의외로 본인이 가진 것들에 대해서 보수적인 면이나 고집이 강한 감독인 것 같기도 합니다. 어쩌면 몇몇 분들 말씀처럼 타협이 아니라 이 정도가 그냥 한계인 감독일 수도 있구요. 




결국 그 동안 해오던 것들이 사실은 타협이 아니라 감독 그릇으로서의 한계라면 이번 시즌이 좋든 싫든 끝일 거고 아니라면 보강을 통해서 메워준 부분들을 통해 현실과 타협한 부분들을 얼마나 지워내면서 과정과 결과를 어떤 식으로 이끌어내냐에 따라 달라질 거에요. 보드진도 사실 벼랑 끝입니다. 이제 성적 못 내면 메시의 마지막을 망친 놈들로 기억에 남을 수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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