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otball/Writing

잡소리 139 (비엘사)

by 다스다스 2020. 1. 8.

 

 

 

 

 

 

 

비엘사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데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들에 비해서 아쉬운 부분이 정말 많은 감독 중 하나에요. 리즈에 간 이후론 제대로 챙겨본 적이 없는데 어제 한 번 보니까 여전하더군요. 고집이 정말 강하고 타협이란 걸 아예 모르는 감독 중 압도적 원탑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사람이라서 트러블도 되게 많았던 감독인데 현대 축구에 끼친 영향력과 그가 가진 이론들을 생각해보면 커리어 자체는 실망스러움에 가까울 정도인데 어쩔 수가 없는 거였다고 봅니다. 아마 조금만 유연하고 여우같았으면 진짜 커리어 어마어마하게 쌓았을 거에요. 다행히도 그의 제자들은 그런 유연함을 조금이라도 갖추고 있어서 아직 주류에 머물러있는 셈이고. (타타는 빼구요. 바르셀로나에서 처참하게 망하고 그대로 쭈욱 내려갔으니...)

 

 

 

지금 있는 리즈는 아무리 봐도 비엘사가 실패도 경험하면서 많이 고민하고 선택한 행선지라고 보는데 그냥 쭈욱 오래 가봤으면 좋겠어요. 아마 리즈도 그런 쪽으로 생각하고 선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구요. EPL 에서 보면 라이트 팬들에게 굉장히 색깔있고 재밌는 축구를 하는 감독이라는 시선이 조금 더 퍼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그를 통해서 재생산되는 정보들 역시 많아질 거라고 봐서 아마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에요. 그게 다음 시즌이 된다면 좋겠지만 그 이후여도 리즈는 그냥 비엘사랑 쭉 가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더 나을 거에요. 감독 바꿨다가 전혀 다른 방식의 감독이 오면 EPL 이 아니라 3부 구경할 수도 있음.

 

 


전 비엘사란 감독을 한창 축구 이론에 대해서 알아볼 때 알게 됐고 그 이후로 칠레가 대중들 사이에서 재밌고 잘한다는 평가를 듣기 한참 전부터 이 감독이 갔다는 이유만으로 엄청나게 찾아본 편인데 빅 클럽들이 그렇게 매력적인 감독임에도 잘 안 노린 이유는 분명히 있어요.

 

 

 

 

일단 첫째로 굉장히 기계적인 방식을 강조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슈퍼스타를 싫어하고 거만한 성격의 선수들을 싫어하고 겸손한 성격의 선수들과 처음부터 가르칠 수 있는 어린 아이들을 선호하죠. 비엘사의 아이들로 90년대 초반에 날라다닐 때도 팬들의 요구와는 다르게 어린 선수들을 지독하게 가르쳐서 돌풍을 일으킨 거였거든요. (이 때 타타 마르티노가 핵심 선수 중 한 명이자 비엘사의 전술론을 아주 잘 이해하고 라커룸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던 선수였습니다.) 필드 전체를 통제하면서 자신의 방식 안에서 선수들이 가진 본연의 능력이 발휘되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일단 틀을 만들고 선수들을 어떻게든 거기에 적응시키는 편이거든요. 이게 밋밋한 선수들이나 별 거 없는 선수들한테는 되게 좋게 작용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 성장 가능성이 상당히 높으면서 재능의 크기가 큰 선수들에겐 습관이 생길 우려가 있어서 이후에 비엘사의 방식과는 거리가 멀거나 조금 다른 감독이 올 경우 선수 자체가 맛이 가버릴 확률이 상당히 높아요. 빌바오에 있던 시절 하비 마르티네즈가 적절한 예인데 비엘사는 물론이고 그의 영향을 받은 모든 감독들의 상징적인 부분과도 같은 맨투맨 수비를 아주 뼛속 깊이까지 주입받은 탓에 뮌헨에 가서도 그 버릇을 못 버려서 펩한테 지독하게 혼났다고 알려져있죠. 그나마 선수가 가진 재능 자체가 꽤 커서 덜했던 거지. 애매한 선수였음 그대로 적응을 못하고 쫒겨났을 거에요.

 

 

 

이런 트레이닝론으로 밋밋한 보조자들을 색깔있게 만들어내는 모습 때문에 바르셀로나가 비엘사의 영향력을 아주 유연하게 흡수하고 그 당시 포체티노나 시메오네보다 성과적인 측면에서도 앞서있었던 타타 마르티노를 데려온 거였는데 바르셀로나에선 그걸 제대로 펼쳐내지 못했죠.

 

 

 

 

둘째로 절대로 타협이 없습니다. 그 어떤 요소든 말이죠. 오히려 요구 사항이 점점 많아지는 쪽에 가까워요. 이것도 빌바오가 좋은 예인데 재계약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자신이 요구한 훈련장 공사 기간을 제대로 준수를 못하고 그 과정 속에서 보드진하고 트러블이 생기자마자 (이미 그 전부터 선수들 문제로 선수들 (페르난도 요렌테가 대표적) 은 물론이고 보드진과도 트러블이 있었다고 알려져있긴 합니다.) 고민도 안 하고 바로 기자회견 열고 사임한다고 말하고 떠나버렸죠. 라치오나 마르세유, 릴도 있을 테고. 이런 돌발 행동은 물론이고 기자들과 인터뷰할 때도 기자들이 선을 넘으면 바로 대응을 해버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빅 클럽들이 감독에게 요구하는 신사적인 면이 늘 유지되지는 않는 편이에요.

 

 

 

 

셋째로 본인의 트레이닝론에 대한 자신감이 엄청나다보니까 스쿼드를 굉장히 컴팩트하게 운용하는 편인데 그 후유증이 상당히 크게 옵니다. 단기적으로 봤을 땐 시즌 중에 비엘사의 팀이 잘 나가다가 확 퍼져버릴 때가 있는데 본인의 계산이 실패해도 그걸 인정을 안 하는 감독 중 하나에요. 그래서 떠나도 그 후유증이 늘 남아있죠. 저걸 인정을 안 하니까 한 번 부진에 빠지면 심각한 수준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장기적으로 봤을 땐 선수들의 누적치가 상당하다는 뜻이기에 부상자가 갑자기 몰려서 속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도 꽤나 긴 부상으로... 거기다 후임 감독이 그의 방식과 많이 다르면 팀 자체가 아예 휘청거리는 경우도 있는 편이고. 대신 후임 감독을 잘 뽑으면 덕을 보는 경우도 있죠. 이건 칠레가 대표적 케이스입니다. 비엘사가 키워놓고 만들어놓은 걸 보르기와 삼파올리가 비슷한 방향성을 잡고 잘 이끌었죠. 이런 면은 반 할하고 좀 유사합니다.

 

 

 

근데 트레이닝론이 굉장히 특이하면서도 다양해요. 선수들의 동선도 상당히 다양하게 짜는 편이고. 하지만 말씀드렸듯이 고집스럽고 선수들에게 무조건 따라오라고 요구하기 때문에 선수들하고 불화가 터질 때도 많았죠. 요렌테처럼 왜 해야하는 지를 이해를 못하고 훈련장에서 자주 트러블을 겪는 선수들도 있었고. (마찬가지로 독단적이고 타협이 없는 감독 중 하나였던 사키도 반 바스텐하고 이런 게 있었다고 알려져있죠. 요렌테는 팬들 사이에서 무례하다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비엘사와 문제가 많았습니다.) 물론 반대로 푹 빠져버린 선수들은 찬양만 늘어놓기 마련이고. 괜히 비엘사나 비엘사의 제자들을 보고 트레이닝론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다고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펩도 이런 트레이닝론 아이디어가 상당히 다양한 편이라 이후 후임 감독으로 다양한 트레이닝론보다 아주 기초적인 트레이닝과 자율적이고 관리 위주였던 안첼로티가 선수단하고 트러블이 굉장히 많았죠.

 

 

 

 

너무 단점만 늘어놓은 거 같은데 응원할 맛은 나게 해주고 경기를 챙겨볼만한 명분은 만들어주는 감독이에요. 물론 보다보면 어느 시점에 한계가 보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그건 어쩔 수가 없는 거라서. 그래도 비엘사가 아예 초장부터 각을 잡고 키운 선수들은 팀과 감독만 잘 만나면 성장하는 걸 보는 재미가 있어서 그것도 재밌습니다. 리즈에 그런 선수가 있는 지 모르겠는데 그런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시면 어디까지 갈 수 있을 지를 보는 재미도 있을 겁니다. 산체스 같은 경우도 비엘사의 칠레를 보면서부터 봤고 제가 걔 하나 볼라고 절대 안 보는 세리에를 볼 정도로 흥미를 갖고 본 선수였는데 바르셀로나까지 도달하고 거기서 더 성장하는 거 봤을 땐 정말 재밌었어요. 비달이나 이슬라도 있었고. 비달도 바르셀로나에 오기 전부터 되게 많이 본 선수긴 했네요. 개인적으로 미는 선수는 아니었지만요.

 

 

 

바르셀로나 팬들 중 여전히 비엘사를 원하시는 분들이 분명히 계실텐데 오면 어느 정도는 만족시켜줄 수 있을 거에요. 이건 확실한데 팀이 궤도에 오르면서 한 단계 더 치고나가야할 때 오히려 고꾸라질 요소들이 굉장히 많을 겁니다.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뜻이구요. 보드진이 진짜 간절해지면 일단 자리부터 지키고 봐야할테니 나름 필살기로 데려올 수도 있다고 보는데 그럼 자신들이 아무 말도 못하고 다 맞춰줘야되기 때문에 아마 그럴 일은 없지 않을까 싶네요.

 

 

 

──

'Football >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잡소리 141  (21) 2020.01.10
잡소리 140  (17) 2020.01.09
잡소리 138  (20) 2020.01.06
잡소리 137  (20) 2020.01.05
잡소리 136  (22) 2019.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