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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163

by 다스다스 2020. 3. 8.

 

 

 

 

1. 좀 지난 떡밥이긴한데 펩이 챔스 16강 1차전에서 전술 변형으로 재미를 본 덕에 여러 평들이 오고가는데 전 딱히 놀랍지도 않고 여전히 펩스럽다라고 하고 싶습니다.

 

 

 

사실 펩을 바라보는 시선 중에 제일 이해가 안 가는 게 이 감독은 원 웨이라는 건데 전혀 아닙니다. 비디오 분석에 미쳐있는 감독 중 하나고 디테일을 놓치는 걸 되게 싫어하고 그 디테일을 선수들에게 어떻게든 이해시키려는 감독에 가깝고 그걸 때로는 응용할 줄 아는 감독입니다. 선수 출신치고 되게 이론적인 감독인데 실전적으로 적용하는 건 다른 이론에 치우친 감독들과 궤를 달리합니다. 거기다 뮌헨에서 토너먼트에서의 실패는 확실히 감독으로서 생각의 범위를 넓혀주고 유연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구요. 그래서 펩을 좋아함에도 어설픈 따라쟁이들은 되게 싫어하는 겁니다. 어설픈 따라쟁이들은 그 하나도 똑바로 못하거든요.

 

 

바르셀로나 시절로 보면 펩은 항상 뭔가 비장의 무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필요할 때가 오면 쓸 줄 알았어요. 특히 엘 클라시코에선 기가 막혔죠.

 

 

08-09 후반기 (정확히는 3~4월 즈음) 는 에메리를 비롯한 몇몇 감독들이 바르셀로나의 측면 공간을 타고 달릴 수만 있다면 충분히 공략이 가능하다라는 걸 보여준 시기였고 마드리드가 승점차도 좁히면서 바짝 쫒아오면서 불안한데? 싶었는데 펩은 갑자기 마드리드 전에서 메시와 에투의 스위칭 그리고 미드필드 라인에서의 볼 점유를 기존보다 더 강조하는 경기를 펼치면서 마드리드를 박살을 내버리고 트레블의 가능성과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죠.

 

 

그리고 09-10 시즌 전반기 즐라탄과 메시의 부재로 위기라고 언론들이 걱정하던 시기에 인테르와의 홈 경기에서 이니에스타를 중심으로 앙리와 페드로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변형 4-3-1-2 로 그 시즌 탑 3 에 꼽힐만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인테르를 잡아냅니다. 근데 이 전술 변형은 08-09 시즌에도 종종 쓰던 거였습니다. 준비가 되어있는 카드였단 소리죠.

 

 

이니에스타의 부재가 아쉬웠던 09-10 시즌 후반기에는 오프사이드 트랩도 못 맞춘다고 무링요에게 지적받았던 막스웰의 효용성을 공격에서 찾아내면서 좌우 비대칭 전술을 선보이기도 했었고 후반기 엘 클라시코에선 측면 공간을 타고 달리는 개인 전술과 그에 맞춘 기용 방식으로 무섭게 추격해오던 마드리드와의 맞대결에서 푸욜 풀백-알베스 윙 기용과 페드로-메시를 경기 중 대응으로 투톱 때로는 1-1 배치로 기용하는 변형 전술로 승리를 가져갔었죠. 이 전술은 그 다음 시즌부터는 아드리아누-알베스의 기용 방식으로 변형되서 활용되기도 했었습니다.

 

 

10-11 시즌은 즐라탄의 실패를 인정하고 디테일의 완성을 이끌어내고 단거리 역습의 효율을 더 끌어올리며 부스케츠를 통한 변형 쓰리백과 이니에스타와 메시가 좌우를 자연스럽게 나눠먹으면서 어느 지역에서든 경합에서 우위를 점하고 지배하는 틀을 완성시켰고 그 다음 시즌에는 그 틀을 기반으로 앞선에서 볼을 탈환하는데 기여하면서 팀의 후퇴를 막아줄 수 있는 산체스와 재빠른 패스 타이밍으로 찰나의 순간을 캐치하던 세스크의 합류를 바탕으로 3-3-1-3 을 시도하기도 했었구요. (물론 세스크는 바르셀로나에선 저런 기대치를 하나도 만족시키지 못했습니다.)

 

 

 

뮌헨에서도 마르티 페라르나우가 쫒아다니면서 책으로 썼던 첫 시즌에 대한 얘기 때문에 그 시즌을 제외하고는 변화를 별로 안 줬다는 얘기가 있던데 (보통 이렇게 얘기를 안 풀면 펩은 한 가지만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더라구요.) 그렇다기엔 로베리의 부재를 뮐러나 레반도프스키의 동선 변화나 마지막 시즌에는 알론소와 람의 판단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거나 더글라스 코스타와 코망의 와이드한 움직임 등으로 변화를 자주 시도했었죠.

 

 

 

시티에서도 이번 시즌엔 라포르테의 부재나 선수들의 부진 등을 역할 변경이나 동선 조정으로 인해 꽤나 많은 전술 변형과 시도를 했다고 생각하구요. 이런 거 보면 시티에 남고 싶다는 말은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아요. 외적인 분위기를 의식해 내부를 하나로 끌어모으기 위한 마음에도 없는 소리 같다는 느낌은 안 듭니다. 새로 어떤 선수들이 오든 아니면 기존 선수들이 그대로 가든 뭔가 더 해낼만한 여지가 있고 선수들에게 줄 수 있는 게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달까요.

 

 

 

 

2. 저번 시즌에 제일 재밌게 봤던 팀이 리버풀이었는데 초장부터 이들을 굉장히 고평가한 편이었고 실제로 변수가 최대한 적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챔피언스 리그 우승할 거라고 얘기했었는데 저 가정 하에서는 제 눈에는 이것 말고는 경우의 수 자체가 안 보였습니다. 그만큼 좋은 팀이었다는 거고 선수들이 더 올라갈 여지가 상당히 높았다는 건데 이번 시즌은 다릅니다.

 

 

 

전 클롭이 아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본인이 데리고 있는 선수들 중 대부분의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치 또는 그에 근접하게 아니면 그 이상으로 잘 이끌어내고 있다고 보지만 한 가지 큰 실책을 한 게 있다면 저번 시즌 자리에 없었거나 적응에 애를 먹었던 선수들을 너~~~~~무 믿었습니다. 그리고 이 여파로 선수들의 체력 리듬이 초반부터 들쑥날쑥했어요. 후반기가 다가오던 12월 즈음엔 팀 자체가 완전 거북이가 되기도 했었죠. 미나미노의 보강도 클롭이 원했다는 게 분명 사실일 거라고 봅니다. 이번 시즌 미나미노의 경기들은 그 결정을 확고하게 해주는 요소들이었을테구요. 그만큼 본인의 실책을 인정하고 후반기를 준비해야된다고 봤다는 뜻이겠죠?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 리버풀의 축구 내적인 변수들 중 가장 중요했던 건 케이타의 적응과 챔보가 포리바렌테로서의 효용성 (중앙과 측면. 미드필드와 윙포워드) 을 어느 정도로 증명해줄 수 있느냐 이 두 가지라고 봤는데 둘 다 잘 안 되고 있죠. 결국 그 덕에 기용 방식이 경직되었다는 느낌을 무지하게 강하게 주고 있고 그 여파는 시즌 중에 알게모르게 계속 드러나고 있고. 이게 계속 이어질 게 보였기 때문에 리버풀에 대한 관심은 시즌이 흘러가면 흘러갈수록 팍 식어버린 셈인데 더 치고 나갈 여지가 있어보였는데 그게 유지를 택하면서 깨진 것 같아서 그게 좀 아쉽네요. 이번 시즌 리버풀이 보여주는 모습은 사이클이 상승 가도에 올랐을 때 변화를 계속 택하는 게 마냥 쉬운 일은 아님을 보여줌과 동시에 유지를 택하는 것 역시 표면적으로는 리스크가 없어보여도 까고 들어가면 상당하다는 걸 보여주는 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결과론적인 얘기긴 하고 리버풀 팬이 아니기 때문에 내부 사정도 잘 모르지만 클롭을 설득하든 아니면 클롭이 보드진을 설득하든 보강은 필연적으로 들어갔어야 했습니다.

 

 

 

클롭이라는 감독의 능력 자체만 놓고 보면 경기 전, 중, 후 대응이나 감독으로서 변수를 대하는 모습 및 판단력 등은 도르트문트 시절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아졌다고 보는데 아마 지금 정도 시기면 다음 시즌에 대한 플랜을 내부에서는 미리 짜고 있을 거라고 보는데 포워드랑 미드필드 보강에 대한 판단이 어떻게 들어갈 지가 관건일 것 같네요. 이번 시즌은 어떤 성적을 거두던 케이타 (또 누웠다던데...) 나 챔보의 반등이 없으면 결국 있는 놈들로 끝까지 가는 거라서 더 얘기할 게 없고 이 판단에 따라서 다음 시즌 리버풀이 다시 재밌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3. 돌고 돌아 바르셀로나 얘기를 살짝 해보면 세티엔은 발베르데보다 더 못하고 있습니다. 저번 시즌까지 발베르데의 핵심은 어떤 축구를 하든지 그건 아무 상관 없고 그냥 뭔 짓을 해서라도 메시에게 공간을 만들어주거나 메시를 최대한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와 박스 부근에 오래 머물 수 있게 만들어서 오로지 그 효율 하나로 승부를 보자였습니다. 전반기에 뎀벨레의 왼쪽 포워드를 시험하면서 틀을 만드는 작업을 시도를 하나 했더니 아니다싶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엎어버리고 저대로 그냥 쭉 갔죠. 그래서 메시가 볼을 잡기 전까지 나머지 선수들에게 발로 볼을 받을 준비를 하면서 그 후에는 최대한 터치 라인으로 빠지게 한다던가 메시가 볼을 잡고 동작을 가져가려는 찰나에 움직일 것을 지시한다던가 했죠. 이번 시즌도 기복을 우려하면서 시즌 초반부터 밀어부치던 플랜을 뒤집었을 때도 결국 이걸로 돌아왔습니다. 그러고 이번 시즌엔 상대 팀들이 더 현명한 대응책들을 들고 나와서 작살을 내놨죠. 보드진이 축구를 잘 알든 모르든 뭔가 외적으로 전환이 필요한 시기긴 했습니다. 물론 시기상 너무 애매했고 택할 수 있는 것들 중 가장 쉬운 방법이 감독을 짜르는 거였으니 발베르데를 짜른 거였죠.

 

 

 

그러고 데려온 감독이 세티엔인데 사실 기대를 아예 안 했습니다. 위에도 있고 그 전 글들에도 있듯이 전 어설픈 따라쟁이들이나 실전적으로 적용도 못하면서 이론으로 똘똘 뭉쳐있는 감독들은 안 좋아합니다. 부임 첫 경기부터 생각보다 더 별로라고 한 이유야 되게 많고 여러 시선의 글로도 풀었지만 완전 쉽게 풀어보면 메시를 갈아넣는 방식 자체가 아예 틀려먹었는데 그 과정 속에서 어설프게 나머지 선수들에게 특정 지점까지는 기계적으로 움직일 것을 지시하는 게 독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이제 부임 후 12경기인가 13경기째인데 아직도 동선 정리가 안 되고 있고 (때로는 한 명이 해야할 것을 두 명이 하면서 스스로 자초해서 11대10 경기를 만들기도 하고) 필드 위에서 뭘 해야할 지를 이해를 못하고 있다는 건 선수의 가치를 논하기 이전에 감독이 요구하는 게 과연 필드 위에서 이행하기 적합한 걸까? 선수들이 이해를 하고는 있는 걸까? 를 논하는 게 맞습니다.

 

 

 

세티엔은 발렌시아 전을 왜 졌는지 안다고 했으면서 여전히 메시를 박스랑 멀리 떨어뜨려놓고 있어요. 분명 필요한 부분이긴 한데 안 풀리면 대체 어디까지 그럴까 궁금할 정도로 떨어뜨려놓죠. 그것도 모자라서 아예 터치 라인에 붙이기까지 합니다. 메시의 장점이 유의미하게 발휘되는 지점에서 한참 떨어뜨려놓고 메시에게 주문하는 건 더럽게 많고 거기다 저 장점이 발휘되는 지점에 도착하면 알아서하는 것까지 바라고 있습니다. 이게 경험이 없던 장발 머리 꼬맹이 시절처럼 하프 라인부터 겁대가리없이 저돌적으로 뛰던 메시면 부상 위험을 감수하고도 그렇게 쓰는 게 이해가 될 수 있는데 지금은 아닙니다. 단점이 더 드러날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긴 거리를 볼을 달고 뛰게 되면 몸이 어떠한 문제가 생길 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으며 이제 근육 부상의 정도가 어떠냐를 떠나서 그런 부상들 자체가 메시에겐 치명적으로 작용할 시기에 근접해있습니다. 기복의 폭 역시 상당할테구요. 이미 이건 팬들 눈에도 보이고 있어서 여러 얘기가 오고가고 있죠. 심지어 이렇게 뛰면 부상에 대한 위험성도 더 올라갈 거에요. 결국 이번 경기 후반전에 의도한 것도 그거죠. 메시가 볼을 받는 지점을 조정해서 횡, 종적인 동선을 모두 줄인 겁니다.

 

 

 

그럼 출장 시간을 조절하면 되지 않냐는 의문이 뒤따라올텐데 메시를 못 빼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위협적인 지역에서 볼을 잡으면 상대 팀 감독이 아무리 선수들 머릿 속에 너의 역할을 잊지 말라고 때려박아도 메시에게 시선이 쏠리고 메시는 그걸 기회로 만들어내니까요. 안 풀리는 경기일수록 이게 더 절실한데 뺄래야 뺄 수가 없죠. 알레띠 같이 필드 전체에서 기계적으로 공수를 반복하는 팀도 결국엔 당하는데 당연한 겁니다. 농구로 치면 그래비티라고 하는데 그냥 필드 위에 존재하는 거 자체가 상대방 입장에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즈만의 존재감이 유의미하게 안 나타나는 것도 이 연장선인데 그리즈만의 장점 중 하나를 꼽아보라면 공격 시에 볼이 자신에게 오기 전부터 다음 상황들을 미리 그리거나 판단하고 그걸 실행에 남들보다 빠르게 옮긴다는 겁니다. 근데 이건 혼자서 못해요. 동료들하고 맞아야합니다. 알레띠에선 왜 그리즈만이 볼도 많이 잡고 혼자서 뭔가 해내는 것도 나타나고 그랬을까요? 단순히 그가 전술적 중심이라서? 전혀 아니죠. 본인이나 동료가 볼을 잡고 움직일 때 나머지가 그 볼을 잡은 선수를 보면서 움직이고 같은 걸 생각해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훈련을 통해 선수들에게 때려박았겠죠. 아주 좋은 예로 필리페 루이스나 후안 프란이 측면에서 볼을 잡고 달리면 나머진 그 순간 그걸 보면서 같이 뜁니다. 그리즈만은 그 과정 속에서 자신에게 볼이 오면 바로 다음 과정을 생각해내고 실행에 옮겼죠.

 

 

 

누굴 써야하고 누굴 빼야하고 그런 걸 논하기 전에 어설프게 기계적으로 선수들에게 지시하는 것보다 하프 라인을 넘어서는 것까지만 선수들의 동선을 지정해주고 뭔가를 짜놓고 그 이후로는 너네들끼리 알아서 해보라고 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보입니다. 지금 구성상 선수들의 온 더 볼이 요구치에 비해서 조금 떨어지는 거나 보조자들이 꽤 있다는 걸 감안하고 봐도요. 개인적인 느낌으론 메시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을 보조자로 보고 있는 걸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이해가 안 되는 축구를 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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