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향성
클롭의 16강 탈락 후 발언은 팬들 사이에선 화제가 될만한 발언이었다고 보는데 전 남아공 때 유행한 수비적이다못해 아예 이길 생각조차 없는 텐백 축구를 정말 더럽게 혐오했고 재미도 엄청 없었지만 그래도 이런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이 있겠구나 생각하곤 했었습니다. 그 당시 같이 축구보던 지인들 중 한 명은 때론 거친 경기가 펼쳐지는 한이 있어도 어떻게든 이기는 거 자체를 아주 좋아하기도 했었구요. 의견 충돌로 많이 치고 박았던 기억도 있고... 시메오네가 상대적 약팀을 이끌고 성적을 내고 증명을 하면서 두 줄 수비가 유행이 되버리고 이제 상대적 약팀에겐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버린 지금은 이걸 상대적 강팀들은 어떤 식으로 깨뜨리고 또 저렇게 두 줄 수비를 하는 팀들의 디테일은 무엇인가를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전 바르셀로나를 응원하는 사람 중 한 명이고 크루이프의 이론, 그의 축구를 바라보는 시선, 철학 등을 아주 좋아하고 지금 제 축구관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지만 딱 하나 싫어했던 게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사키는 어느 순간 이 다양성을 인정했습니다. 사키와 크루이프의 첼시 시절 무링요를 바라봤던 시선의 차이가 그 증거입니다.) 어떤 상황에 놓여져있든 그가 생각하는 축구는 앞을 바라보고 볼을 소유하고 내보내는 축구였죠. 그래서 그런 축구를 하는 하위권 팀들을 극찬했던 적도 많았구요. (놀랍게도 여기엔 발베르데의 에스파뇰도 포함되어있었단 사실...) 반대로 하위권 팀임에도 그가 생각하는 축구를 너무 벗어났다고 여겨지면 때론 비판을 가하기도 했었죠. 강팀들에게는 예외가 없었구요.
근데 축구에 있어서 정답은 없습니다. 공격적인 방향성이든 수비적인 방향성이든 그걸 정의하는 것조차 주관적인 부분이거든요. 반 할의 맨유는 감독이던 반 할은 내 축구는 공격 축구라 주장했는데 정작 팬들은 대체 뭐하는 거냐고 욕을 한 바가지를 하기도 했었던 것처럼요. 제가 여기서 글을 쓸 때도 하나의 시선이라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면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제가 아무리 많이 맞춰도 전 절대 정답을 내놓는 사람이 아니란 뜻이기도 하고 반대로 아무리 많이 틀려도 그것 역시 하나의 시선이라는 겁니다. 물론 너무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는 건 당연히 해서는 안 되는 짓일테고 외적인 요소들이나 환경에 관련된 것들을 배제하고 너무 이론적인 얘기들만 늘어놓는 것 역시 해서는 안 되는 짓이겠죠.
수비적인 축구도 재밌게 할 수 있고 공격적인 축구도 재미없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특정 팀의 방향성이 공격적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수비적일 수도 있구요. 그런 다양성을 인정하고 동일한 시선이 아닌 다양한 시선을 가지고 축구를 바라본다면 조금 더 즐겁게 볼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드네요.
사실 언젠가 한 번은 꺼내고 싶은 주제였는데 클롭의 경기 후 인터뷰가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아서 지금 꺼내봅니다. 지금 꺼내기에도 좀 썩은 떡밥같긴 하네요... 글 쓸 시간이 없다보니 생각만 해두다가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나버렸네요.
- 축구를 보는 방식
메일로 축구 경기를 볼 때 보통 어떤 식으로 보냐는 질문을 두 번인가 받은 적이 있습니다. 댓글로도 몇 번 받았던 적이 있는데 그 때도 말씀드렸던 건데 진짜 그 때 그 때 다릅니다. 재밌으려고 보는 거고 돈을 걸고 보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결과보다는 해당 경기에서 재밌는 요소들을 찾으면서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이건 응원하는 바르셀로나도 마찬가지구요. 그래서 질 것 같다고, 질 거라고 확신하고 보는 경기들도 있었고 글에서도 말씀드렸던 적이 있죠.
근데 한 가지 절대적으로 지키려고 하는 게 하나 있는데 볼을 가진 선수보다는 볼을 가지고 있지 않은 나머지 선수들의 움직임을 조금 더 눈에 담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바르셀로나 같은 경우는 상대 팀의 움직임을 조금 놓치더라도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움직임을 더 담으려고 하는 편이고. 그럼 아주 사소하지만 아주 중요한 부분 세 가지는 확실하게 볼 수 있습니다.
- 볼을 받기 전에 어떤 동작을 취하고 있으며 그게 볼을 받고나서 다음 동작을 이어가기에 적합한 자세인가?
- 볼을 내보내는 선수는 볼을 내보내기 전에 어떤 동작을 취하고 있으며 볼을 내보내기까지 걸리는 일련의 과정들이 신속하면서도 효율적이라 볼 수 있는가?
- 팀의 대형과 간격을 봤을 때 그의 포지셔닝이 좋다고 볼 수 있는가?
물론 경기 양상이 저렇게 오프 더 볼을 봐도 재미가 없으면 개인 기량 위주로 보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팀이 아니라 좋아하는 선수를 보려고 보는 경기는 당연히 그 선수 위주로 보기도 하고. 저렇게 보면서도 온 더 볼 위주의 선수들의 움직임도 최대한 눈에 많이 담으려고 하는 편이구요. 정말 그 때 그 때 달라요. 그래서 리뷰를 자주 쓰려고 노력하는 거고 다른 분들과는 다른 시선을 가진 글들을 쓰려고 노력했던 거기도 하죠.
- 쿠티뉴
사실 기대를 많이 했던 선수 중 하나입니다. 클롭이나 티테의 밑에서 성장하던 모습이 충분히 기대할만하기도 했구요. 이적 후 적응 초기에도 그랬고... 저번 시즌 전반기 부상으로 드러눕기 전까지도 여전히 무언가 더 필요해보였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보였다고 보구요.
그래서 저번 시즌에도 시즌이 흘러가면 갈수록 얘만 사람 노릇하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계속 얘기했는데 후반기 내내 한 번도 사람 노릇을 못했죠. 팀이나 본인이나 시즌 끝으로 가면 갈수록 창피만 당했습니다. 뮌헨에 가서도 몇몇 분들이 잘한다길래 몇 번 봤는데 뭔가 외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환경이 아니면 거기서부터 어긋나는 거 같아요. 뮌헨 초기와 그 이후 역시 상당히 다르거든요. 그의 스타일이 읽혔다 안 읽혔다를 논하기 전에 뛰는 것 자체가요. 뭐라고 설명을 해야할 지 모르겠는데 다가오는 느낌이 되게 다릅니다. 결국 바르셀로나에서의 1년 반과 뮌헨에서의 반년 조금 넘는 시간을 놓고 쿠티뉴를 판단하면 이런 전제조건이 있어야한다고 봅니다.
‘감독이 미친 듯이 원하며 감독과 동료들은 쿠티뉴의 퀄리티를 절대적으로 믿고 있다.’
클롭은 어쩌면 이런 위험성을 쿠티뉴에게 알려준 걸수도 있겠죠. 리버풀만큼 본인이 익숙하며 편한 환경에서 뛰려면 시간이 필요할 거고 그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의 입지는 좁아질 거다란 경고랄까요. 실제로 바르셀로나의 팬들이 돌아서기 시작한 시점부터 쿠티뉴는 그 전과 아예 다른 선수가 되버렸고 결국 시즌이 끝나고 본인이 먼저 바르셀로나가 아닌 다른 곳으로의 환경의 변화를 원했습니다. 바르셀로나가 아닌 다른 곳이라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거였죠. 그만큼 쿠티뉴의 갑작스런 하락세는 단순히 내적인 적응에서 오는 문제만 있었다는 게 아니라 팬들이 알기 힘든 내외적인 것들이 합쳐진 복합적인 문제였다는 거죠. 근데 결국 뮌헨에서도 실패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뮌헨에서의 실패도 이유가 다양하겠죠.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바르셀로나에서 뛰려면 생각 이상으로 갖춰야할 게 많아보입니다. 어차피 세티엔은 발언권이 전임 감독인 발베르데보다 약하면 약했지. 강할 리가 없기 때문에 보드진의 생각이 중요하겠죠. 쿠티뉴는 다시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싶은 것보단 다시 환경의 변화를 원할 확률이 조금 더 높을테구요. 세티엔이 아니라 마인드 자체가 남다른 감독이거나 선을 확실하게 그어줄 수 있는 감독이면 기대를 해봤을 것 같은데 세티엔으로 계속 갈 것 같아서 생각해볼 필요가 없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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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없어서 뭐 얘기할 게 없네요.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나는 대로 시간 될 때마다 쓰겠습니다. 글 안 쓴지 꽤 됐는데도 방문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건강이 최고입니다.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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