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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167 (축구 진짜 재밌게 봤던 시기 1)

by 다스다스 2020. 3. 26.

 

 

 

 

 

- 03-04 시즌 후반기~04-05 시즌

 

 

 

바르셀로나 입문을 03-04 시즌에 했는데 그 전엔 그냥 오베르마스 (너무 빨라서) 랑 코쿠 (그 때 눈으로 봤을 때 어딜 보든 있어서) 랑 호나우딩요 (신기해서) 좋아하는 철저한 라이트 팬이었습니다. 축구도 98 월드컵도 봤고 유로 2000 도 보긴 했지만 그냥 대충 본 편이었고 본격적으로 본 건 02 월드컵 때부터였죠. 이 때 아부지 따라서 직관도 많이 갔었습니다. 그 후에 그냥 티비에서 틀어주는 거나 보다가 호나우딩요가 바르셀로나로 간다고하고 오베르마스랑 코쿠까지 다 있어서 이거다하고 입문했던 팀이었는데 사실 호나우딩요만큼 기대했던 게 콰레스마였어요. 동영상을 무슨 피구 후계자처럼 만들어놔가지고 무지 기대했었는데 뚜껑 까보니까 못해도 정도껏 못해야지... 진짜 막말로 패고 싶을 정도로 너무 못해서 실망을 많이 했었죠. 제가 이 이후로 유튜브 들이밀면서 선수 평가하는 사람들하곤 말을 안 섞습니다. 아무리 편집을 잘해도 풀경기 보는 거랑 아예 달라요.

 

 

 

03-04 시즌은 레이카르트의 첫 시즌이기도 했는데 전반기는 이게 팀이 맞는 건가 싶을 정도로 못한 경기들이 많았습니다. 이제 보면 레이카르트가 이론과 현실 사이에서 절충안을 못 찾아내서 기용 방식이 경직되는 시기 (이 때 클루이베르트를 쓴다는 거 자체가 납득이 안 갔습니다. 진짜 기복이 상상을 초월했음. 대체 사비올라와 얘가 왜 경쟁하는 거지 이런 생각. 나중에야 이해했죠.) 도 있었고 이 시즌 전반기는 경기 보면 코쿠랑 챠비, 루쵸 (모타) 가 진짜 하루 종일 똥치우다가 끝나는 경기가 최소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전 이 때 루쵸가 원래 피보테인데 그냥 이제 곧 은퇴하는 선수라 필요에 의해서 여기저기 다 뛰는 줄 알았음. 이 때가 아직도 기억나는 게 루이스 가르시아랑 콰레스마 양 측면에 세워두고 호나우딩요를 중앙에 세워두고 딩요의 창의성을 살리는 축구였는데 이상하게 전환의 과정이 많아서 경기력이 개판이었죠. 딩요도 엄청 못했음. 오베르마스도 너무 못했음.

 

 

 

이 땐 뭐 커뮤니티를 하던 것도 아니었고 그냥 어떻게든 찾아보거나 티비에서 해주는 거 보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치였기 때문에 그냥 열심히 보기만 했었는데 어느 날 다비즈가 와있더라구요. 코쿠랑 오베르마스를 좋아했으니 얘도 알고는 있었습니다. 나중에 꾸레코리아 생기고나서 알게 된 사실인데 레이카르트가 원했다고 하더군요. 다비즈가 오고난 후 콰레스마를 빼버리고 딩요가 좌측면, 루이스 가르시아가 우측면으로 가고 다비즈가 딩요와 챠비를 보조하면서 되게 재밌게 축구했었어요. 후반기엔 사비올라가 클루이베르트를 확실하게 밀어내기도 했었고. 코쿠랑 루쵸가 무지 좋아하던 것도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음. 전반기엔 경기 끝나면 절반은 고개 푹 숙이고 있었는데 어느샌가 바뀌어있었죠.

 

 

 

04-05 시즌 시작하기 전에 포르투의 데코랑 뮌헨의 발락이 동시에 루머가 났었는데 이 때 그냥 다 발락이었어요. 푸투랑 싸줄 어딜 가도 다 발락이었음. 전 그거 보고 발락이 이미 바르셀로나 선수인 줄 알았을 정도였어요. 당시 챔스밖에 못 봐서 표본이 적긴 했는데 포르투에서 뛰던 데코는 좌측면에서 중앙까지 횡적인 동선도 무지하게 길었고 온 더 볼 비중이 상당했거든요. 미드필드긴 했지만 실상 뛰는 거 보면 포워드인가 미드필드인가 확실하게 구분이 되는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그만큼 자유로웠고 전술적 중심이기도 했죠.

 

 

가물가물한데 레이카르트가 챠비의 파트너를 찾아달라고 얘기했단 소식이 나오면서 팬들이 더더욱 발락이라고 주장하던 시기였음. 결국 데코가 왔고 레이카르트는 다시 비판의 중심에 섰죠. 중위권 팀도 (바르셀로나 오기 전에 스파르타 로테르담을 그냥 아예 작살을 내고 왔던 감독입니다.) 말아먹던 감독이 선수빨로 후반기 만회하더니 이상한 짓거리 한다고. 이 때 또 재밌던 게 파비아누 (+ 클로제) 와 에투로 포워드 영입도 내부에서 꽤나 의견이 갈렸다는 건데 크루이프가 공개적으로 브라질리언의 멘탈리티를 비판하면서 마드리드에게 버려져서 어떻게든 다른 빅 클럽에 가서 성공하겠다고 이를 갈고 있던 에투가 왔었죠. 라포르타가 마드리드만 보면 눈 돌아가던 에투에게 상당히 호감을 갖고 있었던 것도 있었고. 라르손도 이 때 왔습니다. 그리고 호나우딩요랑 데코 영입까지 상당한 영향력을 끼쳤던 로셀이 파비아누 건으로 마음이 완전 상해가지고 제일 먼저 바르셀로나를 떠나죠. (이후 프레이사, 파우스 등등도 간격을 두고 차례차례 라포르타에게 환멸을 느끼고 나갑니다. 누구였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라포르타는 크루이프의 개라고 대놓고 조롱하기도 했었음.)

 

 

 

시즌 시작하고 에투와 데코가 살짝 적응기를 거치면서 팀이 만들어져 나가기 시작했고 경기가 저번 시즌과 다르게 진짜 재밌었습니다. 후반기보다 이 시즌이 훨씬 재밌었음. 물론 온 더 볼 중심의 축구였기 때문에 라인업에 따른 경기력의 편차나 기복은 분명히 존재했지만 그 땐 그런 거 잘 몰랐으니까.

 

 

 

- 철저하게 본인의 비중은 줄이고 챠비와 호나우딩요를 보조하던 다비즈와 다르게 본인이 직접 볼을 잡으면서 전방위에서의 영향력을 뿜어대며 세 명의 포워드들을 지원하던 데코.

- 늘 그렇듯 적은 실책으로 볼을 소유하고 좌중우 분배에 최선을 다하던 챠비. 부조화에 대한 우려를 깨준 일등 공신이었음.

- 이 둘을 뒤에서 철저하게 보조하던 마르케즈 (피보테로 되게 많이 뛰었음) 와 에드미우손. (모타도 있었는데 뭐... 아시잖아요?)

- 본인에게 공간이 보장이 될 땐 시원시원하게 몰아치던 에투. (이게 후에 약점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 여러 선수들의 보조 아래에서 듣도보도 못한 창의성을 선보이던 호나우딩요. (물론 기복이 있었습니다. 근데 제 기준으로 이 때 딩요가 그 어떤 시즌 딩요보다 잘했음. 몸 관리도 마찬가지.)

- 퍼스트 터치의 기복이 조금 있긴 했지만 준수한 보조자 그 이상이었던 지울리와 뭔가 달라도 너무 달랐던 메시.

- 포리바렌테로서의 효용성이란 게 뭔지를 조금씩 증명해나가기 시작하던 이니에스타. (다음 시즌 챠비의 장기 부상 이탈을 발판 삼아 재능의 크기가 남다르단 걸 대놓고 증명하기 시작합니다.)

- 당시 리가 최고의 라이트백이란 평가를 듣고 넘어왔던 벨레티. 저번 시즌에 보던 가브리나 맛탱이가 가버린 라이지허와는 다르게 쌩쌩했음.
- 라르손의 장기 부상으로 겨울에 와서 첼시 전에서 어마어마한 임팩트를 남기고 사라진 막시 로페즈 등등등등~~

 

 

 

전 지금 정도의 축구를 보는 눈으로 이 시즌을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되게 재밌게 봤던 시즌이었어요. 이 이후로 축구에 완전 빠져가지고 원래 더 좋아하던 야구도 그냥 아예 뒷전으로 밀어버리고 축구만 봤죠.

 

 

경기력은 더블을 이룩했던 05-06 시즌보다 좋았다고 보는데 레이카르트가 시즌 운용을 중간중간 안일하게 한 게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이제 와서 보면 이런 면은 1년차 때와 별 차이가 없었던 거 같음. 챔스도 16강 1차전 승리 후 뭔가 가다듬기보단 그대로 들고 나와서 무링요의 첼시의 노골적인 뒷공간, 측면 공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도 했구요. 근데 웃긴 게 그 다음 시즌엔 수동적인 대응책으로 만회했는데 이기고도 욕을 먹었음. 이런 모습들이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서 더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가장 짜릿했던 경기는 16강 1차전이긴 했는데 (전 막시 로페즈가 메시, 이니에스타랑 같이 바르셀로나의 미래의 핵심인 줄 알았음... 제대로 엿먹었죠.) 마드리드와 리가에서 주고 받았던 두 번의 엘 클라시코나 베티스와의 3대3 경기나 밀란하고의 조별 예선 경기들도 되게 재밌었고. 본격적으로 축구를 공부하면서 보게 만들었던 시기였습니다.

 

 

지금은 이 때만큼의 열정은 없네요. 이 땐 진짜 학교가서 혼자 노트에 다음 경기는 어떻게 할까 막 이런 거 적고 그랬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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