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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239

by 다스다스 2021. 2. 18.





- 메시, 바르셀로나에 관한 짧은 고찰




메시는 필드 위에서 지나칠 정도로 효율성에 입각해 내리는 판단들이 토너먼트에선 독이 되고 있다고 보는 게 가장 타당한 비판이라고 봅니다. 이번 시즌 전반기에도 한 번 짚었던 부분인데 상대적 약팀과의 경기에선 선제골을 먹혀도 아쉽게 지거나 비기거나 이기거나 어떤 경우든 다 일어나는데 전력이 비슷하거나 바르셀로나를 굉장히 잘 아는 감독이 있는 팀을 만나면 쪽도 못 쓰고 지는 게 일부 연관이 있습니다.




사실 토너먼트 같이 한두경기 안에 모든 게 결정되고 어떤 변수가 어느 쪽으로 작용할 지 모르는 경기들은 때로는 악바리 같이 덤벼들고 되든 안 되든 미친 듯이 시도해보는 게 먹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게 사람들이 장발 메시 시절을 아직도 못 잊고 그리워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봅니다. 볼을 잡으면 일단 지체하지 않고 뚫으려하고 상대를 어떻게 요리할까를 생각하지 않고 몸이 먼저 반응했으니까요. 그래서 다 망해가던 시즌에도 바르셀로나 팬들이 순전히 얘 하나 보려고 코멘터리방에 모이고 경기 후기를 쓰고 댓글을 달고 그랬던 거죠. 전 그 때 눈팅러였지만 07-08 시즌은 메시가 나오고 안 나오고에 따라 댓글이나 화력 자체가 차원이 달랐음. 메시가 안 나오는 경기는 늘 코파 델 레이 32강이나 다름 없었달까요.




다시 돌아와서... 펩을 만나고 경험이 쌓이고 통찰력이 생기면서 메시는 아예 다른 선수가 됐습니다. 정확히는 측면 붕괴 조짐이 조금씩 보이던 10-11 시즌 후반기부터 변해가고 있었고 측면 붕괴가 실제로 일어난 11-12 시즌부터 완전히 변했다고 보는데 본인이 움직여도 별 차이가 날 것 같지 않은 상황은 철저하게 걷거나 멈추고 동료들이 볼을 잡고 전방을 바라보고 있어도 본인이 다지선다를 걸 수 있는 지점이 아니면 볼을 받으러 움직이지도 않습니다.




지금은 이것보다 더 효율적인 판단들만 하려합니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건 몸이 안 따라주는데 자신은 대부분의 경기를 뛰어야하니까요. 이런 걸 메시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메시의 욕심이라고 하던데 그런 게 아니라 팀의 전술적 중심이 저 많은 경기들을 버텨주지 못하면 중요한 경기들을 마주하기 전에 팀은 이미 박살나있을 확률이 높거든요. 이건 메시가 직접 몸으로 겪은 사실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루쵸가 네이마르한테 그렇게 볼을 몰아주면서 무게 중심을 옮기려고 했던 겁니다. 이니에스타, 메시가 무조건 같이 뛰어야 타이틀이 보장되는 팀에서 벗어나려고.




그래서 메시에 대한 비판들은 대부분 이런 쪽에 치우쳐있습니다.



- 왜 수비 가담을 안 하냐
- 왜 오프 더 볼을 행해도 될 것 같은데 걷거나 안 움직이냐
- 왜 옛날처럼 패스 앤 무브를 연속적으로 안 하냐 등등등




제가 봤을 때도 이런 건 있어요. 메시가 저기서 움직여주면 어그로 확 끌어줄 것 같은데 안 하네. 이런 것들이요. 패스 앤 무브로 한 번 뚫어버리면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것도 그냥 후방으로 한 번 돌려버리는 경우도 많아졌고.




물론 이게 동료들의 수준이 자신의 몸 상태가 내려온 것처럼 같이 내려온 것도 있습니다. 볼이 핵심적으로 나가는 지점이 펩 때가 아니라 루쵸 때보다 더 낮거나 널뛰기가 심해졌고 서로 장단을 살려주고 메워주고 조화가 안 되기 시작하면 바로 무너지는 팀이 됐으니까요.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에 가까운 플레이가 많아졌습니다. (안 좋게 말하면 꼼수나 요행이죠.) 근데 이게 메시만 그런 게 아니라 나머지한테도 보인다는 거죠. 부스케츠를 보면 상대에 의해서 너무 후방으로 밀려서 볼이 나가기 시작하면 그냥 아예 앞으로 튀어나와서 볼을 내보냅니다. 애초에 포지셔닝을 그렇게 극단적으로 잡아버리면 라인의 유동이 발생하면서 (수비랑 미드필드 간격이 벌어지면서 대형이 깨지니까 텅 비는 공간이 생겨버리죠. 근데 이걸 메우려고 수비 라인 전체가 올라오거나 몇몇 선수들이 다시 움직이면서 또 한 번 다른 곳에 텅 비는 공간이 다시 생기는 겁니다. 데 용이 부스케츠보다 뒤에 있거나 페드리, 데 용보다 부스케츠가 앞에 있거나 이런 장면들이 생각나실 겁니다.) 간격과 대형이 박살이 나버리는데 상대가 이 부분을 캐치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으면 그 경기는 무조건 집니다. 절대 이길 수가 없어요.




그래서 그리즈만을 원했던 겁니다. 메시의 동선 낭비를 최소화하고 저런 효율성에 입각한 플레이들의 아이러니함을 없애줄 가능성이 가장 커보였으니까요. 전환 과정에서 몸이 빠르게 반응해 볼을 탈환하거나 후퇴를 최소화시켜줄 수 있는 선수는 흔치않거든요.




그래서 뎀벨레의 왼쪽 시도를 원했던 겁니다. 그리즈만이 저걸 할 수 있다고 했을 때 좌우 측면에서 속도를 내면서 수비수들을 끌어내고 상대 수비 대형이 갖춰지기 전에 메시가 본인이 제일 위협적인 지점에서 볼을 잡을 확률이 높아지니까요. 어차피 우측면은 메시가 일부분 해결해줄 거니까 뎀벨레가 좌측면에서 조금씩 증명해나가면 되는 부분이라고 봤으니까요.




결국 아무 것도 안 됐습니다. 발베르데는 이 부분을 시도해보고 안 되는 건 바로 엎어버리고 현실적인 판단을 했다면 쿠만은 적당한 선을 찾는 쪽에 가까워봤다고 봐야죠. 이 차이입니다.




이제 앞으로가 중요한데 유형 별로 그릇이 조금만 보이면 계속 시도하고 영입과 방출도 적극적으로 해야할 거에요. 그게 아니라면 진짜 신중하게 뽑아서 대박을 터뜨리던가. 문제는 짱개 폐렴 때문에 이 과정이 힘들 거고 동시에 메시가 나가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거죠. 개인적으로 에릭 가르시아도 짱개 폐렴 아니었으면 쳐다도 안 봤을 선수라고 생각하구요.




마지막으로 메시 얘기를 보태보면 신체적인 문제를 생각했을 때 펩이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보는 편이긴 합니다. 레이카르트 때처럼 계속 뛰었으면 로벤과 비슷한 커리어를 보냈을 확률이 엄청 높았어요. (성적이나 스탯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만큼 부상에 늘 노출되어있었고 방안이 필요한 시기였는데 호마리우와 호돈을 둘 다 본 펩이 메시의 성장 방향에 있어서 천재적인 판단을 내린 거죠.




결국 저렇게 메시의 전성기를 완성시키고 매 시즌 사이클의 상승 요인이 무엇이 될까를 고민했어야하고 (아무리 힘들어도 했어야함) 그걸 실행에 옮겼어야했는데 중간중간 몇 년씩 까먹은 게 메시와 바르셀로나 모두에게 최악이 되버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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