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잘했습니다. 좋은 경기력이었냐고 되묻는다면 그렇다라고 대답하기엔 부족한 경기력이기도 했고 몇 번의 찬스들이 골로 이어지지 않은 것과 메시의 실축도 아쉽긴 하지만 그런 아쉬운 순간들은 이 경기뿐만 아니라 어느 경기에서나 나오는 거고 어쩔 수 없었다고 봅니다. 제일 중요한 건 지난 몇 년과 다르게 해야할 걸 했다는 거고 떨어지더라도 이렇게 떨어지면 의미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잘했다고 하는 거고 무엇보다 이 경기 이후로 다음 시즌을 잘 준비한다면 이 탈락은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겠죠.
이번 시즌에 있었던 그 어떤 경기들보다 어떻게든 이기기 위해서 노력한 경기라고 보는데 오히려 이탈자들의 부재와 현재의 문제점을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경기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데 용이 아예 후방으로 내려가버리면서 메시가 해결해줘야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는데 파리가 이 부분을 잘 파고들었어요. 메시가 볼을 최대한 박스에서 떨어져서 받게 만드는데 집중했고 혹여나 그게 안 되더라도 메시를 막는데만 집중한 게 유효했죠. 현재 가용 가능한 선수들로는 좌측면에 아무리 때려박아도 (메시가 거기로 가지 않는 이상) 온 더 볼이 되는 선수는 없다는 걸 간파하고 심플하게 짜온 거라고 봅니다.
거기다가 볼을 탈환해도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대응이 가능하면 굳이 무리하지 않고 바르셀로나가 조금이라도 더 먼 거리를 공략하게 만들고 시간을 낭비하게끔 하는 것도 좋았다고 보구요. 그래서 이상할 정도로 음바페 위주로 풀어나가려고 했다고 봅니다. 먹히면 좋고 안 먹혀도 어쨌든 그만큼 전진했으니 바르셀로나는 그만큼 후퇴를 한 거고 다시 그 거리를 공략해야하니까요. 시간만 잘 써도 결국엔 파리가 올라가는 경기라는 걸 포체티노가 잘 이용한 거라고 봐야겠죠.
그래서 쿠만이 후반전에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그 동안 절대 포기하지 않던 좌우 밸런스까지 버리고 좌측면 위주로 승부를 걸었는데 잘 안 먹혔죠. (음바페까지 의식한 거죠.) 오히려 독이 됐다고 봅니다. 전반전에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던 선수들이 갑작스럽게 다운된 건 체력이 빠져서도 있겠지만 이 승부수가 오히려 꼬이게 만든 게 컸다고 봐요. 차라리 뎀벨레를 빼면서 브레이스웨이트를 넣는 걸 조금만 더 빨리 했으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들긴 했는데 뭐 그게 진출의 향방을 바꿀 정도는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1차전 이전에 라인의 유동으로 인해서 지는 경기가 나왔으면 쿠만이 좌우 밸런스에 대한 집착을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졌을 것 같은데 이 부분이 조금 아쉽긴 하네요. 아쉬움과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하는 경기였던 것 같습니다. 나바스도 집중력 대박이었음.
이제 페드리는 출전 시간 좀 조정했으면 좋겠고 (오늘 경기도 지쳐보이더군요. 요즘 볼 때마다 불안함) 그리즈만은 오른발 쓰는 것 좀 어떻게 연습 좀 더 해봤으면 좋겠네요. 나이도 먹었고 플레이를 하는데 있어서 습관이나 익숙함이 생겨버려서 힘들긴 하겠지만 해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왼발은 이미 원투터치 플레이가 잘 되는데 오른발로도 그게 되면 팀에 지금보다 훨씬 더 기여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아니면 쿠만이 우측면 몰빵으로 돌려버리는 건데 오늘 좌우 밸런스에 대한 집착을 포기한 결과물이 좋은 편은 아니었기에 시도를 안 할 것 같구요.
마지막으로 뎀벨레 얘기를 하고 싶은데 얘는 이전에도 몇 번 지적했지만 볼이 발에 안 붙으니까 슈팅 타이밍이 안 맞을 때가 많습니다. 볼이 발에 안 붙어도 순간적으로 터치를 여러 차례 가져가면서 딱 차야할 때를 본인이 알고 실행에 옮길 수 있으면 되는데 그것도 안 되니까 이상한 슈팅이 계속 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어떤 슈팅은 힘이 너무 들어가버려서 우주까지 차버리고 어떤 슈팅은 힘이 안 들어가서 그냥 데굴데굴 굴러가거나 방향이 뻔하게 날아가죠. 결국 연결 동작이 자연스럽지가 못하니까 공간이 열려있을 때만 잘하는 거에요. 경합 능력도 좋은 편이라고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구요. 공간이 열려있는 경우는 본인의 터치가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또는 그 이상) 튀어도 속도로 만회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공간이 없을 땐 의도적으로 멈춰버리는 거죠. 수비 센스가 좋거나 똑같이 빠른 애 만나면 앞에 공간이 다 열려있어도 안 먹힐 겁니다.
좌측면에 가까운 위치에서 뜀에도 측면이나 하프 라인을 넘어선 지점에서 볼을 잡고 온 더 볼을 행하게 하기보단 뒷공간을 공략하거나 직선으로 달리는 걸 주문한 이유도 이런 겁니다. 오른쪽에서 뛸 땐 메시가 있으니까 뎀벨레한테 공간이 나니까 볼을 몰아준 거구요. 결국 이 선수가 가진 장단의 문제입니다. 퍼스트 터치의 기복이 심하고 여러 번의 터치 속에서 세밀함이 떨어지면 절대 바르셀로나나 비슷한 전력의 팀에서 미래로 자리 못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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