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레냐
일단 이 글 먼저 보시면 좋을 것 같아서 링크 먼저 첨부합니다. 다른 선수들 제끼고 아레냐만 보시면 됩니다. (ainiesta8.tistory.com/2305)
헤타페 경기 자주 안 보는데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축구 중 하나) 어쩌다 볼 때마다 느꼈던 게 감독이 선수의 장단을 아주 잘 알고 있는 게 플레이로서 잘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볼을 잡아내는 동작이 길어지거나 아니면 볼을 잡았을 때 이후 플레이가 길어지면 결국 왼발로 귀결되는 게 (연속 동작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다음에 뭘할 지가 뻔히 보이는 유형) 아레냐의 최대 단점인데 동선을 조정해주거나 지체하지말고 빠르게 처리하라고 지시하는 게 자신감을 붙여주고 있다고 봐야죠.
좌측면이나 중앙에 섰을 때 왼발을 쓰기 편하게 애초에 왼쪽에 서서 앞 (상대 박스 방향) 을 본 상태로 (이 상태에서 패스를 받으면 왼발로 바로 좌측면과 연계하기 좋습니다. 직접 볼 차보시면 단박에 이해 되실 거에요.) 패스를 내보내거나 볼을 잡고 돌았을 때 좌측면을 바라보는 장면이 꽤 나오는데 결국 동작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상대가 공략이 들어오면 무조건 당한다는 걸 감독이 잘 알고 그에 맞게 뛰게 하고 있는 겁니다.
바르셀로나에서 이게 안 됐던 건 헤타페에서 뛸 때보다 앞에 공간이 열려있는 경우가 훨씬 적은 것도 있겠지만 (바르셀로나에선 빠르게 처리해도 횡패스나 백패스가 많았던 이유) 상대가 하프 라인 전후 지점에서 압박이 강하게 들어올 경우 주발 의존도가 극대화된다는 게 제일 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오른발을 써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과정에서도 왼발로만 하려고 하니까 (결국 여기서 동작이 길어짐) 주발 의존도가 장난이 아니게 심하구나라는 게 들통나버린 거죠.
이건 오늘 있었던 경기인데 우측면 미드필드로 소개됐는데 사실상 우측면 포워드로 뛰었습니다. 제가 맨 처음에 링크 건 것도 이런 류의 가능성을 얘기한 글이었기 때문에 링크를 건 겁니다.
앞선에서 뛸 때는 박스를 바라보고 뛰게했을 때 습관적으로 왼발이 나가도 어색하지 않은 지점에서 뛰게 하는 게 잘 어울리는 선수인데 오늘 경기가 그 모습이 잘 나온 경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원래 적게 뛰는 선수도 아닌 지라 공수 전환 과정이나 수비 시에도 감독이 요구하는 사항들은 어느 정도 소화해낼 수 있구요. (잘한다는 뜻이 아님)
결국 어디서 뛰든 아레냐가 잘하는 것들을 최대한 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팀 (어쩌면 아레냐에게 바라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도 있을 수 있겠죠.) 에서 뛰고 있는 거라고 보시면 되는데 이렇게 자신감이 붙으면서 다른 것들도 같이 발전하면 바르셀로나에서 한 번 더 시험을 받는 거고 그렇지 않다고 판단되거나 저 시험 과정에서 다시 실패한다면 다른 팀에서 뛰는 게 서로에게 이득이 되겠죠.
근데 트린캉도 있고 담금질을 시작하거나 곧 하게 될 미드필드들이 있는 상황인 것도 있고 무엇보다 돈이 급한 상황이라 헤타페만 의사가 있다면 바로 이적으로 넘기려고 할 것 같긴 한데 이런 걸 다 떠나서 아레냐 본인에게는 지금이 중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자신감이 조금씩 붙어나갈 때 하나하나 증명하기 시작하면 감독이 안 쓸 이유도 없고 헤타페가 아니라 다른 팀들에게도 가치를 어필하기 좋을 테니까요.
어린 선수들 챙겨보는 거 몇 년 전부터 안 하는데 딱 막바지에 걸린 선수라서 가끔씩 어떻게 살고 있나 궁금해서 찾아보게 되는데 다른 팀에서라도 자리 잡아서 잘 뛰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