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가 잠들었기도 하고 핸드폰으로 쓰는 거라 아주 짤막하게 새벽 경기 감상평..
일단 첫째로 봐야되는 건 시메오네의 전술적인 접근 자체가 보기 좋게 실패한 경기라고 생각하구요. 첼시가 1차전의 우위를 앞세워 굉장히 수비적인 마인드로 나올 거라 생각한 것 같은데 역으로 필요할 때는 앞선에서의 압박이나 볼을 소유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준 게 플랜을 다 망쳐버렸다고 봅니다.
측면 공간이 비거나 하프 라인을 넘어선 지점에서 압박이 강하게 안 이뤄지니까 첼시 선수들이 측면에서 전진 자체가 빠르게 또는 자유롭게 이뤄진 경우가 꽤 있었는데 이런 양상으로 흘러갈 거란 생각 자체를 안 한 것 같단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결국 이 상태로 가다보니까 양 사이드에서 미드필드와 풀백이 동선이 겹치거나 어느 특정 공간 (중앙이나 하프 스페이스) 이 비어있어서 자꾸 첼시 선수 중 한 명이 열려있는 경우도 많이 나왔죠.
1차전은 양 사이드를 두 명에게 다 맡겨버려서 문제가 된 경기였기 때문에 2차전은 사이드에서 최대한 수적 우위를 점하면서 빠르게 전진해 공략하려는 의도였던 거 같은데 (변화를 주려고는 했는데 이것 마저도 현 선수단에게 맞춘다기보단 본인의 틀에 맞췄다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못 미더워도 수아레즈가 아니라 코레아가 나오는 게 맞았다고 봅니다.
물론 시메오네가 생각한 그림과 접근 과정 속에선 하나 얻어걸리면 해결해주는 건 수아레즈가 더 낫다고 봤긴 했겠지만 수아레즈가 나오면 어떤 식으로든 절충을 해야하고 그 부분을 제대로 공략당한 거기 때문에 그의 실책이라고 보는 게 옳겠죠.
둘째는 시메오네가 이번 시즌은 시즌 전체의 리듬을 반대로 짰습니다. 전반기에 생각보다 좋은 흐름을 탔고 수아레즈 영입을 원했던 이유를 어느 정도 증명하긴 했지만 원체 컴팩트하게 스쿼드를 운용하고 상대가 어떤 축구를 하냐에 상관 없이 많이 뛰고 격렬하게 뛰는 축구기 때문에 시메오네의 팀은 시즌 전체에서 기복을 최소화하기엔 어렵습니다. 이 부분을 최대한 줄이려면 양 사이드와 에이스 (부족하지만 펠릭스라고 봐야겠죠.) 가 시즌 내내 건강하고 잘해야하는데 그렇지도 않았구요.
떨어지는 시기가 오긴 올 거였는데 몇몇 선수들이 짱개 폐렴까지 걸리면서 리듬이 많이 떨어진 시기가 하필 2~3월이었다는 것도 알레띠에겐 안 좋은 부분이었을 거라고 봅니다.
셋째는 시메오네가 전체적으로 자신의 접근 방식들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느낍니다. 예전에 동기를 잃고 지쳤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었는데 요즘은 그런 느낌보단 고집이 강해지고 감독으로서 상황들을 바라보는 통찰력이 떨어졌단 느낌이 듭니다. 세부적으로 다르긴 하지만 큰 틀에선 베니테즈 같은 감독이 되가는 것 같음. 본인의 틀 안에서 살짝살짝 변화는 주되 그걸 엎는 건 절대적으로 꺼려하고 고집이 생겨 감독으로서 접근하는 모든 것이 예측이 되고 있달까요.
기존 틀에서 뭔가 끼얹는다기보단 몇몇 핵심 선수들을 팔아서 새로운 유형의 선수들을 안겨줌으로서 시메오네에게 새로운 사이클을 만들라고 하든
아님 시메오네가 나가든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시즌 리가 우승을 하냐 못하냐도 중요하겠지만 계속 무언가를 끼얹는 형태의 유지로 계속 가면 이제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되는 하락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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