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 하나 쓰고 싶어져서 다시 블로그를 찾아왔네요. 아직도 방문자 수가 그래도 세 자리는 유지된다는 게 참 신기하면서도 감사하기도 하고... 글을 안 쓴지 오래 되서 그런지 검색어나 유입 로그도 적기는 하지만 많이 다양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복귀 글은 아니고 그냥 갑자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글 하나 남겨놓고 가려고 합니다.
1. 바르셀로나
전 이런 일들이 발생한 모든 근원적인 문제는 아무도 소유할 수 없고 정해진 시간 동안 자신들의 에라 (era) 를 만들어야 다음에 또 해먹을 수 있다는 그 압박감이 만들었다고 봅니다. 누네스 때부터 아주 긴 시간 동안 존재해오던 문제라고 보는데 (누네스부터 가스파르트, 라포르타, 로셀, 바르토메우까지 다 돈 문제가 있었던 게 우연일 리가 없죠.) 이번 같은 경우는 바르토메우가 아주 미친 듯이 사이클을 유지하려고 온갖 짓을 다 하다가 짱개 폐렴으로 막타를 맞았고 다시 돌아온 라포르타는 이런 문제들을 아주 냉철하게 수습해낼 수 있는 인물 (물론 지금 상황은 폰트나 누가 왔어도 똑같았을 겁니다.) 이 아니기 때문에 (거기다 라포르타는 로셀이나 바르토메우와 그렇게 다르지 않은 인물) 결국엔 지금의 상황까지 왔다고 봐야겠죠. 지나간 일들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거고 앞으로가 중요한데 이 이질적인 구조 안에서 어떠한 욕심도 없이 축구 내적인 관점으로 팀을 이끌고 관리할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 와야합니다.
이걸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감독이기 때문에 위대한 감독의 유무가 메시 이후를 책임질 큰 요소라고 봤던 거고 챠비가 근래가 아니라 조금 더 있다가 왔으면 좋겠다고 봤던 이유 중 하나기도 합니다. (잘할 거라 보기 때문이 아니라 현 시점에서 가장 이런 쪽으로 가능성이 큰 인물이기 때문) 전 쿠만은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더더욱 1년 더 해야한다고 보구요. 축구 외적인 요소들이 끼치는 영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쿠만이 남아야하는 확률도 더 올라가야한다고 봅니다. 부임 후 그가 원하던 선수들을 보면 자신의 눈에 익숙한 선수들을 지나치게 선호한다는 위험 요소가 굉장히 커보이긴 하지만 (이건 반 할이 바르셀로나에서 결국 두 번 다 실패로 마무리를 지었던 이유 중 하나기도 함. 첫 번째 실패의 후유증은 오렌지 후유증이라 할만큼 반 할이 원했던 선수들의 실패가 컸고 [아무리 욕해도 본인이 써야하는 선수는 계속 썼음. 이 시절 경기 찾아보면 야유 나오는 홈 경기들이 종종 있을 텐데 그거 다 반 할이나 데 부어 <대표적인 선수> 같은 선수들한테 하는 야유입니다.] 두 번째는 기존 선수단이나 넘어오는 선수들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반 할의 입김이 지나치게 강했던 게 컸음. 첫 번째는 온갖 욕을 다 먹었던 데 부어를 비롯한 네덜란드 선수들이 있다면 두 번째는 멘디에타나 리켈메, 사비올라 같은 선수들이 있겠죠. 전 여전히 쿠만은 반 할을 많이 닮아있다고 봅니다.) 그래도 지금은 꽤나 괜찮은 선택지 중 하나고 잡아야하는 감독이라고 봐요.
그만큼 바르셀로나라는 곳은 이질적인 곳이고 어떻게 보면 돈이 많고 능력 좋은 사람들이 평생 놀고 먹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해 승부를 보는 곳이기도 합니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성공하면 누네스나 라포르타처럼 세탁이 잘 되는 거고 실패하면 가스파르트나 로셀이나 바르토메우가 되는 건데 이런 현상들을 막아줄 수 있는 건 축구 내적인 인물들의 영향력이 내부에서 아주 강하게 발휘될 때밖에 없습니다. 라포르타고 로셀이고 펩이 감독으로 있을 땐 본인들의 입김이 강하게 들어간 영입이나 작업을 할 수가 없었죠. (해도 본인 마음에 안 들고 계획에 없으면 죽어도 안 썼음) 크루이프도 그랬습니다. 반 할도 마찬가지고 펩 이후 가장 성공적인 감독이었던 루쵸도 딱 한 시즌 그걸 보여줬고. 바르토메우는 네이마르 이탈 이후 축구 내적인 관점에 기반한 과감한 변화가 아닌 유지를 택하면서 허수아비 감독들을 계속 세우면서 뚜렷한 기준이 없는 영입들을 끼얹은 건 자신들의 작품들은 계속 남기면서 돈을 벌어들이기 위함이었죠. 외적인 요소들이 우선인 상태로 팀이 굴러가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이런 순환이었겠죠. '돈을 쓰는 만큼 돈을 벌어오면 되고 다시 쓰면 되고 그러면서 자신들의 작품들은 계속 늘어나면서 자기들도 돈을 벌고 바르셀로나의 사이클은 유지가 된다' 라는 거였는데 짱개 폐렴이 이걸 다음 시즌에도 할 수 없게 막아버리면서 바르토메우의 방식은 처참하게 깨진 셈이구요.
까면 깔수록 대체 얘가 무슨 짓들을 하고 다닌 건가 싶을 정도로 의문이 남는 게 이래서입니다. 자기가 아니더라도 다음 로셀-바르토메우파의 인물이 해먹어야하니까. 이렇게 뒤에서 더러운 짓을 해도 여전히 카탈라니즘이 온 몸에 때려박힌 알고 보면 굉장히 보수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안정적인 인물을 선호하는 소시오들이 많기 때문에 성적으로 한 번만 증명하면 되살아날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었겠죠. 어쩌면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제일 원하던 건 선수들이나 감독, 팬들이 아니라 바르토메우와 다음에 해먹을 준비를 하고 있던 인물들이었을 거라고 봅니다. 라포르타가 의외로 슈퍼 리그에 관해서 꽤나 강한 스탠스로 나왔던 것도 이러한 뒷배경을 바라보면 단박에 이해할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빠르게 반등할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팀의 사이클을 궤도에 올려줄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들은 두세 명 있습니다. 메시가 남는 것도 이런 것에 도움이 될 수도 있구요. 하지만 그들이 잠재적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는 것도 까먹어선 안 되겠죠. 페드리도 전 내년은 굉장히... 아주아주아주 위험하다고 봅니다.) 그 동안 10년 전후로 봐오던 바르셀로나와 다르게 어느 정도 하락을 맞이할 가능성을 갖고 팀을 응원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보구요. 올라가는 게 있으면 내려가는 법도 있는 거지만 바르셀로나는 그 방식이 너무 극단적이고 이질적이기 때문에 다른 클럽들보다 피로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게 남들이 생각도 못할 미친 방식들로 바라보는 사람들이라면 여기도 축구 내적인 관점밖에 모르는 위대한 사람들이 와야 바뀐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굴러가는 마드리드가 덜한 건 페레즈를 견제할 인물이 없다는 게 굉장히 큽니다. 그리고 페레즈는 의외로 상황 판단이 차원이 다를 정도로 빠른 사람.
2. 메시와 네이마르
메시가 결국엔 그렇게 원하던 국가대표팀 우승을 했는데 이젠 진짜 관리와 전술적 중심으로서 효율을 감독과 다른 선수들이 제대로 맞춰줄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어느 정도 내려와도 메시라는 선수는 여전히 대단하겠지만 구성에 따라서 한계를 맞이하는 건 점점 더 빨라질 수도 있습니다. 이번 아르헨티나의 우승도 전 어느 정도 운이 따라줬다고 보구요. 구성 자체도 메시가 활약하기 좋은 환경도 아니었습니다. 냉정하게 바라본다면 꽤나 어려운 상황에서 거머쥔 트로피라고 보는 게 맞겠죠. 메시에 관한 얘기는 이전부터 많이 해왔으니까 더 반복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발베르데 때부터 계속 이렇게저렇게 여러 가지로 설명하고 말해왔던 게 이번 아르헨티나에서도 꽤나 비슷하게 보였기 때문에 검색으로 충분히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넘어가고...
네이마르는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워요. 온 더 볼 상황에서 파괴력을 내줄 수 있는 선수가 있었다면 (메시 같이 지점을 가리지 않는 미친 괴물이 아니어도 됌) 지금보다 훨씬 더 잘했을 거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바르셀로나에 남았으면 메시에게 가려져서 손해보는 게 분명히 계속 쌓였겠지만 루쵸 밑에서 기량을 거의 완성시켜나갔고 본인이 가장 효율적으로 뛰는 게 어떤 건지 그리고 본인의 장단이 무엇인지 완벽하게 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커리어는 무조건 챙겨갔을 거라고 봅니다. 바르셀로나는 확실히 득을 봤을 거구요. 발베르데는 이런 선수들 갈아마시는 건 못하는 감독이 아니란 걸 메시 갈아마시기로 보여줬기 때문에 네이마르의 활약상도 충분히 보장됐을 거고... 물론 국대는 브라질에 인물이 안 나오고 있기 때문에 지금이랑 그렇게 큰 차이는 없었겠죠.
네이마르는 예전에도 말했지만 크게 봤을 때 두 가지가 안 됩니다. 스스로 절대 극복할 수 없는 문제들이에요. 과거에도 안 됐고 지금도 안 되고 앞으로도 혼자 힘으론 절대 안 될 겁니다.
첫째는 무게 중심이 높아서 경합 과정에서 하체가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둘째는 이런 무게 중심의 영향력과 신체 구조로 인해 횡드리블이나 측면에서 중앙이나 박스 안으로 들어올 때 종으로 꺾는 게 안 되기 때문에 작정하고 대응하면 대응할 수 있다는 겁니다. (관련 글 링크 클릭)
점점 슈팅이 힘이 없거나 영점이 안 맞는 것도 이런 네이마르의 신체 구조를 이해하면 이런 문제들은 네이마르가 어떻게 해야하는 게 아니라 감독이나 동료들이 해결해줘야하는 문제란 걸 알 수 있죠. 네이마르는 하체가 흔들리면 슈팅뿐만 아니라 패스 자체도 어이없게 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이건 산토스 때부터 계속 갖고 있는 문제죠. 산토스 시절부터 장거리 드리블이 워낙 많아서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 중 하나 (산토스 시절에도 중앙화 시도는 있었습니다. 예전에도 몇 번 네이마르 얘기하면서 말씀드렸던 것 같음) 고 네이마르를 드리블을 어디서든 자유자재로 하면서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하는 선수라고 보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이 선수의 장단을 잘못 보고 있는 겁니다.
이번 시즌 같은 경우도 네이마르가 넣은 골들을 보면 장거리로 수비수들을 제쳐나가면서 넣는 골들은 거의 없어요. 온 더 볼과 오프 더 볼을 섞어가면서 (온 더 볼이 압도적으로 많으니 이런 오프 더 볼을 놓치는 겁니다.) 다른 동료들이 온 더 볼 상황일 때 본인이 빠르게 오프 더 볼을 행하거나 이미 생각해둔 자리로 한 발 앞서서 포지셔닝을 잡거나 아니면 양 발을 다 잘 쓰는 편이기 때문에 어느 발이든 찰나의 순간이 발생해 (수비수들이 다른 선수에게 시선이 뺏겨 네이마르를 인지를 못하는 경우 등등등) 자세를 잡고 찰 수 있는 상황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선수 자체만 놓고 보면 슈팅 스킬은 오히려 굉장히 좋은 편이고 범위의 다양성도 상당한 편입니다. 원온원에서의 창의력과 기술은 웬만한 선수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구요. (순간적으로 마주하는 수비수 속이는 방식이나 방법이 예측하기 힘들죠.) 그래서 골키퍼와의 1대1이나 수비수와의 1대1, 1대2에선 굉장히 강한 면모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파리에 가서도 계속해서 보였던 게 종으로 꺾는 게 안 되기 때문에 때로는 중앙이나 측면이나 가리지 않고 아싸리 종으로 길게 움직이게 만들어서 다른 선수들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건데 그러면서 많이 발전하긴 했습니다. 애초에 본인의 장단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넘어가서 중심이 된 거기 때문에 에메리나 투헬, 포체티노 같은 감독들이 아니어도 스스로 이런 부분을 잘 알고 있었으니 가능했던 거고 그래서 네이마르만 놓고 봤을 때는 바르셀로나에 있을 때보다 선수로서 훨씬 더 발전하고 더 좋은 선수가 된 건 맞습니다.
본인 스스로 자신이 전술적 중심이 되서 이 이상을 할 수 있다고 증명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이게 확실히 본인 위상이 올라가는 과정이니까요. 그래서 발롱도르는 중요치 않다 이런 뉘앙스의 인터뷰를 하는 거겠죠.) 오히려 동료들의 도움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걸 계속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외적으로 보면 축구를 굉장히 가볍게 대하는 것 같아보이지만 아직도 어릴 때 그 열정을 갖고 있는 네이마르 같아서 보기 좋기도 하구요. 바르셀로나 팬들은 대부분 네이마르를 굉장히 싫어하겠지만 전 바르셀로나에 오기 전에 다이버 기질 가득하고 그 전으로 가면 굉장히 이기적으로 뛰던 산토스 시절부터 봐왔던 선수라 미운 정도 많이 들고 그래서 (안 왔으면 했던 선수였습니다. 꾸코에서 네이마르 영입이 당연시되고 강하게 주장되던 시기에 반대편에 있던 사람 중 하나였음. 뭐 오고나선 스스로 많이 변하려고 노력하고 실제로 그래서 굉장히 좋아하긴 했네요.)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 짱개 폐렴은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짱개 폐렴이니까 짱개 폐렴이라 하는 거고 백날천날 이걸로 트집 잡아도 짱개 폐렴입니다. 뭐 이건 차치하고 여전히 힘든 일상을 보내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 힘든 시기가 지나가면 좋은 일들이 가득할 거라고 믿습니다. 인사 글을 남긴 이후에도 댓글과 방문을 해주신 분들에게 정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메일로 복귀해달라거나 응원의 메세지를 남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하구요. 이 분들에겐 너무 감사해서 답장을 드리긴 했었는데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블로그 댓글에도 하나하나 답글을 달아드렸어야 했는데 너무 바쁜 일상을 사느라 시기를 놓친 것 같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라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