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보면서 자꾸 딴짓하느라 제대로 본 건 아니라 상세하게 리뷰할 생각은 없고 보면서 생각나던 것들만 좀 정리해볼까 합니다. 파리 경기는 웬만하면 네이마르 위주로만 봐서 네이마르 얘기밖에 없을 것 같긴 한데 뭐 이런 부분들을 궁금해하실 분들도 계실 것 같아서 짤막하게라도 씁니다.
아탈란타가 어떤 팀인지 잘 몰라서 (발렌시아하고 하는 것도 못 봤습니다. 그냥 이 팀 경기 자체가 오늘이 처음) 초반에 그 부분을 유심히 봤는데 그냥 라인의 유동도 없이 앞선에서의 볼 탈환을 중요시하는 듯한 느낌을 주더라구요. 전형적인 세리에스러우면서 느린 축구를 하는 팀이 아니라서 좀 놀라긴 했는데 파리 같은 경우는 지금 부상 선수들도 많고 후방에서 전방으로 이어주는 전술적 중심 중 한 명이 아예 없기 때문에 계속 볼을 빠르게 굴리려고 하면 실책이 늘어나고 역으로 두둘겨맞는 양상이 될 걸 투헬이 사전에 의식하고 준비해왔다고 보고 싶습니다.
네이마르가 아마 초반에 있었던 기회들 중 하나만 넣었으면 아탈란타가 그대로 말려서 순식간에 무너졌을 거에요. 흔히 말하는 대패 경기로 이어지는 그런 흐름으로 갔을 겁니다. 근데 아탈란타가 그 흐름을 잘 넘어가고 기회가 왔을 때 잘 살린 건데 카드는 계속 쌓이고 체력도 계속 빠지는데 익숙하지 않은 상황까지 몰려버리니 실책도 슬슬 많아졌고 결국 역전까지 허용한 거죠. 첫 골 내줬을 때 개인적으론 그냥 떨어질 것 같았어요. 아탈란타 팬분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진짜 눈물날 정도로 아쉬울 것 같음.
파리는 부상자들이 언제 돌아올 지 모르겠는데 네이마르의 문제들을 다른 선수들과의 조화로 해결을 못하면 앞으로 만나는 팀들을 상대로는 더 힘든 경기를 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네이마르는 사실 온 더 볼이 너무 길면 효율이 엄청 떨어져요. 오늘도 계속 긴 거리를 달리니까 슈팅이 아주 개판으로 날아가는 경우가 꽤 많았는데 그게 컨디션이 안 좋다고만 (안 좋을 수도 있겠지만 이게 첫 번째 이유는 아니란 겁니다.)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란 겁니다. 네이마르가 가지고 있는 극복하기 힘든 문제 중 하나에요.
잘 달리고 드리블도 잘하고 다 잘하는데 거기서도 안 되는 게 있습니다. 크게 봤을 땐 두 가지죠.
- 무게 중심이 높아서 경합이 강하게 들어오거나 여러 명이 달라붙으면 하체가 엄청 흔들린다.
- 횡으로 드리블을 치거나 측면에서 안쪽으로 들어올 때 순간적으로 종으로 꺾는 게 네이마르의 신체 구조상 안 되기 때문에 방향 전환의 제한이 걸려서 수비수들이 작정하고 들어오면 대응하기가 힘들다. (이게 프랑스 리그에서 노골적으로 담그면 대응이 아예 안 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오늘도 아탈란타 선수들이 차려고 들어오는 모습들이 몇 번 있었는데 이걸 고려한 것도 있을 거에요.)
산토스에서 최대한 긴 거리를 달리는 걸 줄이려고 중앙화를 시도했던 이유. (원래 장거리 드리블 엄청 많았던 선수였어요.)
루쵸가 첫 시즌 네이마르의 오프 더 볼 비중을 늘리고 대각선 침투를 늘렸던 이유.
긴 거리를 달리더라도 중간중간 오프 더 볼 무브를 섞어서 최대한 하체가 흔들리는 비중을 줄이려고 했던 이유.
네이마르의 횡드리블이 바르셀로나에서 굉장히 비효율적이었던 이유.
에메리와 투헬이 네이마르의 중앙화나 측면과 중앙을 오가는 포워드로 진화시키려고 시도했던 이유.
이런 것들이 다 네이마르의 장점은 돋보이게 만들어주면서 단점을 가리기 위한 선택들이었습니다. 투헬이 음바페의 성장 방향을 만능에 가깝게 유도했던 것도 음바페의 성장이 그런 방향으로 이뤄질 경우 둘 모두에게 상당한 시너지가 날 거라고 봤을 확률이 높아요. 여전히 그 시험은 이어지고 있고. 일단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건 베라티가 돌아오고 네이마르가 후방으로 내려오는 비중을 줄이는 거겠죠. 측면과 중앙에서 번갈아가면서 볼을 받게 하면서 동료들과 온 더 볼, 오프 더 볼을 번갈아가면서 가져가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겠구요. 이건 디 마리아까지 돌아오면 지금보다 많이 좋아질 거라고 봅니다.
라이프치히랑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승자랑 붙는 걸로 알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알레띠랑 붙었으면 좋겠네요. 투헬이 과연 발전했냐를 확인하기도 좋을 것 같은 매치업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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