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제 취향이 거친 경기나 흐름이 뚝뚝 끊기는 경기를 별로 안 좋아해서 전반전만 보고 껐는데 시메오네는 생긴 거랑 다르게 겁이 많아요. 생긴 건 어디 산에서 나물같은 거 그냥 뜯어서 씹어먹고 바닷가에서 생선도 그냥 씹어먹게 생겼는데 축구적으로 봤을 땐 진짜 겁이 많습니다. 15-16 시즌까지는 가진 선수들로 그 이상을 해내기엔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걸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후는 시메오네의 실책이 지분이 제일 큽니다.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데
- 특정 선수들의 폼이 확연하게 떨어졌다는 걸 진작에 확인했을텐데도 주요 경기들에선 믿음의 기용이 습관적으로 나와버린다는 것. (뻔하게 나오는 걸 간파하고 상대가 전술전략적으로 한 방 먹이면 손도 못 쓰고 당함)
- 변화보단 유지, 보수를 택하면서 또 계속 그 이상을 얻으려고 한다는 것.
이 두 가지가 지금 시메오네를 딜레마에 빠지게 만들었고 이 두 가지가 근원이 되어서 나머지 현상들이 나타나는 거죠. 이제 디에고 코스타는 상대 수준이 평균 이상만 되도 밥값하기가 벅찰 정도로 몸이 둔해졌다는 게 보여요. 수아레즈랑 비슷하게 머리는 빨리 돌아가는데 몸은 안 따라주는 그런 느낌인데 그럼에도 선발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거 때문에 애매한 축구를 했어요. 대체 자원이 있었고 그런 거 대비할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결국엔 돌아올 거라는 믿음이 다시 한 번 멕인 거죠.
평소 알레띠였으면 이미 상대가 하프 라인을 넘어설 때 박스 근처에 대형을 갖추고 측면으로 볼이 가는 걸 의도적으로 꼬셨을텐데 코스타가 긴 거리를 공략하는 과정들에 관여를 못하거나 해도 실책을 하는 비율이 높아지니까 라인을 계속 유동적으로 가져갔습니다. 그 덕에 경기가 어수선해졌죠. 오늘처럼 할 거였으면 펠릭스나 모라타가 나오는 게 훨씬 더 나았을 겁니다. 로디, 카라스코가 뛰기에도 더 편했을 거구요. 후반전을 안 봐서 실제로 그들이 나왔을 때 더 나았는 지는 모르겠지만요.
아직 보는 눈이 썩었다거나 트렌드에 뒤쳐졌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선수들에게 요구사항이 많아지고 한 번에 다 잡으려 한다는 게 너무 눈에 보입니다. 시메오네가 등장했을 때 충격적이었던 건 우리가 못하는 건 철저하게 포기하고 (시도조차 안 함) 그나마 우리가 유리한 것들을 실리적으로 살려보겠다는 거였는데 다 잡으려다 다 놓치고 있다는 걸 알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시메오네의 축구는 성적이 따라오지 않으면 팬들이 참을 수가 없어요. 이제 알레띠 팬들도 인내심이 거의 끝까지 왔을 겁니다. 방향성을 기존보다 더 과감하게 택하든 (솔직히 지금 구성이면 도전해볼만해요.) 기존의 틀을 유지하든 뭔가 선수 구성은 바꿔야될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감독이 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겠지만 저번에도 말씀드렸듯이 대체자를 제대로 못 구하면 그대로 꼬라박는 거라 보드진 입장에선 시메오네에게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어보이기도 하구요.
2.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
플릭이 하인케스의 제자라고 하던데 바르셀로나의 약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시즌에 그걸 아주 제대로 공략해 작살내버린 감독이 바로 하인케스였습니다. 전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는 지난 3년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한계가 뚜렷하고 약점이 뻔하게 드러나있다고 보는 사람이고 플릭이 그 시절 바르셀로나의 약점을 노골적으로 파고든 하인케스처럼 현 바르셀로나의 약점들을 노골적으로 공략해낸다고 하면 질 거라고 봅니다.
크게 봤을 때 세 가지입니다.
- 슈테겐-피케-부스케츠로 간결하게 다다닥 패스가 나가는 게 아니면 바르셀로나는 하프 라인까지 안정적이면서 빠르게 볼이 굴러가지가 않습니다. 그럼 자연스레 나타나는 현상이 하나 있죠. 측면의 메시... 그리고 하프 라인 전후 지점에서 머물러있는 메시...
뮌헨이 이 패스 길은 차단하면서 횡패스나 백패스를 아무렇지않게 남발하는 선수들의 터치를 유도하면서 실책을 잡아낼 수 있을 지.
- 두 번째는 원온원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들거나 측면에서 수적 우위를 가져가는 상황을 뮌헨이 많이 만들 수 있을까입니다. 수아레즈가 나올 확률이 높은데 제가 뮌헨 감독이면 더더욱 이런 쪽으로 선수들에게 주문을 할 거에요. 측면을 돌파하고 볼을 띄우거나 굴리거나 선택지를 다양하게 가져가면 바르셀로나는 많이 흔들릴 겁니다.
- 세 번째는 세티엔 부임 후 노골적으로 드러난 부분 중 하나를 뮌헨이 어떻게 대처하냐입니다. 바로 메시가 있는 쪽으로 볼이 집중적으로 굴러가게끔 한다는 건데 뮌헨이 이 부분을 어떤 식으로 대처할 지도 관건이겠죠.
바르셀로나가 본인들이 하던 방식대로 이기려면 측면을 최대한 활용하고 뮌헨 선수들의 압박을 유도해내면서 동시에 피해내고 볼을 굴려야할 거에요. 헌데 측면이 고장난 바르셀로나가 메시를 갈아마시는 거말고 이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본다면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구요. 그게 아니라 수동적인 대응을 겸해서 이기려고 한다면 더더욱 믿을 건 메시밖에 없을 겁니다.
프리뷰라기보단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의 약점들을 뮌헨이 어떤 식으로 대응할 지를 생각해본 거고 모범 답안을 뮌헨이 이행할 수 있을 지 없을 지 그 부분들을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코바치도 가진 선수들의 장단을 정말 못 쓴 감독이라고 생각해서 코바치였으면 이건 아무도 모른다고 했을 텐데 저랑 같이 축구 보시는 분들 사이에서 플릭 평이 너무 좋아서 (악성 맨유 팬이 특히 극찬하더라구요. 전 플릭의 뮌헨 본 적 없습니다.) 부정적으로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이기든 지든 바르셀로나답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Football >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잡소리 202 (52) | 2020.08.16 |
---|---|
잡소리 201 (뮌헨 전 후기) (112) | 2020.08.15 |
잡소리 199 (46) | 2020.08.13 |
잡소리 198 (42) | 2020.08.10 |
잡소리 197 (나폴리 전) (40) | 2020.08.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