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울로페우나 테요가 담금질 하던 시기 때 하도 오래된 팬분들이 돌아가면서 데울로페우를 칭찬해놨기 때문에 이 선수가 바르셀로나의 미래가 될 거라는 관점이 아주 당연하게 자리잡혀있었는데 사실 U-20 연령대부터 데울로페우는 성장이 멈춰있었습니다. 매크로라고 엄청 욕먹던 시기 전후인데 이미 이 때부터 오프 더 볼은 엉망에 가까웠습니다. 일명 겉멋이 많이 들어간 실속 없는 플레이가 줄어들 기미가 안 보였죠. 당연하다는 듯이 볼을 기다리는 어이없는 포지셔닝도 점점 늘어나고 있었구요.
제가 한 번 빡세게 반박했던 그리말도랑 상황이나 시기가 다를 뿐이지. 결국 팬들 사이에는 이 선수를 보는 시선이 고정적으로 잡혀있었다는 겁니다. 이후 팬들 사이에서 기대치가 높거나 언급 빈도 수가 높았던 아레냐나 푸츠도 마찬가지구요.
뎀벨레가 오던 시기에 이 둘로 대체해도 된다고 얘기했던 적이 있어서 그 땐 왜 그랬나요란 질문이 들어올 거 같아서 미리 선수쳐보면 전 그 당시에 데울로페우나 테요가 충분히 제 몫을 할 거라는 것보단 바르셀로나의 내외적인 상황이 무리수를 만들 거라는 게 너무 보였습니다. 발베르데는 어차피 주어진 상황을 무조건 수긍하는 감독이란 것도 있었구요. 무엇보다 제 관점에선 뎀벨레의 재능의 크기가 그 정도일 리가 없다는 것도 컸습니다.
이건 그만큼 내부에서 네이마르란 존재가 어마어마한 존재였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떻게든 메워야하는 존재였다고 표현해야할까요. 축구 외적인 면, 정치적인 면 등등을 다 포함해서요.
아마 네이마르가 차세대 에이스를 넘겨받았다면 한 번 더 사이클이 상승하는 요소가 있었을 거고 만약 그게 됐다면 저들은 한 사이클이 저물고 늘 다른 팀들보다 더 큰 하락을 맛봤던 바르셀로나를 두 번이나 끌어올린 인물들이 될테니까요. (한 번은 라포르타의 밑에서 함께, 한 번은 본인들이 주도적으로 한 게 되겠죠.)
결국 뎀벨레를 데려온 건 피구를 잃고 눈 돌아가서 생각도 안 하고 끼워맞추기로 오베르마스 샀다가 망한 그거랑 다를 게 없었습니다. 뎀벨레를 여전히 믿으시는 분들도 보면 도르트문트 시절의 모습을 잊지 못하고 앞뒤 가리지 않고 그걸 기준으로 놓고 바라보고 있다는 게 제일 클 겁니다. 왜 잘했을까는 까보지도 않고 그냥 잘했잖아. 그러니까 여기서도 잘할 거야. 하고 있는 거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런 얘기를 갑자기 왜 하냐면 어린 선수들을 바라볼 때 너무 고정관념이 강하게 자리잡혀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구요. 어린 선수들을 바라볼 때 누군가를 투영시켜서 바라볼 필요는 없습니다. 유사한 모습이 보여도 분명히 다릅니다. 물론 이건 나이를 먹은 선수들도 그렇고 모든 선수들이 다 그렇습니다만... 처음 보여준 모습이 끝까지 가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감독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방향이 잡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유망주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고 했을 때 제 기준에서 가장 합리적이면서 타당하게 보였던 시선은 반 할의 시선입니다. 전 이 사람은 어린 선수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관해선 역대로 가도 탑3 안에 들 거라고 확신하는 편인데요.
반 할은 늘 어린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고 특정 역할을 맡기는 걸 싫어했습니다. 오히려 그런 건 감독이나 베테랑들이 해야하는 거고 어린 선수들은 본인이 잘할 수 있는 걸 하면서 경험을 쌓아야한다고 했죠. 실책성 플레이를 하고 못하는 게 보여도 계속 잘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맞다고 했죠. 그래서 팬들이나 언론이 폭격을 퍼부어도 자기가 생각했을 때 맞으면 주구장창 썼습니다.
당연히 틀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 유망주가 망하던가. 시즌이 망하던가. 본인이 짤리던가 등등으로 마무리가 되죠. 저런 상황을 유망주가 못 이겨내고 무너지는 경우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할이 거쳐간 팀은 늘 무언가 남아요. 뮌헨 사람들도 그랬죠. 축구를 바라보는 마인드를 바꿔주고 기초를 닦는데 있어서 적합한 감독이어서 데려왔다고.
그래서 늘 자신의 전술 틀 안에서 어린 선수들에겐 자유로운 플레이를 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렇게 안 뛰면 이해를 시키고 지시를 했죠. 물론 워낙 고집이 심하고 기준이 확실하고 비인간적인 면모가 있어서 그런 게 어린 선수들이나 팀에게 안 좋은 쪽으로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들이 있긴 합니다. (바르셀로나 2기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이 아주 적합한 예겠네요. 그럼에도 후임 감독을 잘 뽑았다면 맨유는 지금보다 훨씬 좋은 팀이었을 거라고 봅니다.)
방식이 이미 답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선수들이나 언론과도 트러블이 엄청 많았던 편이긴 하죠.
이런 면들을 보면 제가 쿠만을 현대적이고 온순한 반 할이라고 표현하는 게 대강 이해는 가실 거라 믿구요. 쿠만이 이번 시즌이 마지막일지 아니면 조금 더 할지 모르겠지만 그 역시 자신의 시선과 관념을 계속 이어나간다면 무언가 남겨놓고 갈 겁니다. 이후 감독을 잘 뽑는다면 바르셀로나는 아주 빠르게 다시 궤도에 올라갈 겁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나올 재능들을 바라보는 것 역시 그 선수 본연의 장단을 파악하고 바라본다면 장단기적으로 그 선수의 경기를 보는 재미를 찾을 수 있겠죠? 이 글이 아주 살짝이나마 이런 넓은 관점에서의 재미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Football/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