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그냥 몇 가지 짧게 써봅니다. 당장 생각나는 것들 위주라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이번 주는 주말에도 할 게 없어서 글 써놓고 집안일이나 해야겠습니다. 오랜만에 대청소도 하고... 축구, 농구 (포틀랜드 개 망했음... 릴라드 안 나가도 문제, 나가도 문제. 보스턴은 안 본 사이에 켐바 버렸더군요.) 다 초상집인데 야구는 레드삭스가 신기하게 잘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국내 야구는 이번 사건으로 끊었습니다. 뭐 어차피 바빠지면 이런저런 스포츠 다 볼 시간이 없긴 한데 시간이 있어도 영원히 볼 일 없을 것 같네요.
1. 한 명의 피보테를 기용할 때의 주요한 부분은 크게 봤을 때 두 가지입니다.
상대를 끌어들이거나 (자신이 볼을 잡았을 때 자유롭게 내버려두면 위험하다는 걸 상대가 인지하면 볼을 잡으면 바로 누군가가 뛰어오겠죠.) 이미 자기를 잡아먹으려는 상대의 압박을 이겨내면서 후방에서 전방으로 볼을 안정적으로 전달해낼 수 있냐 (여기서부터 본연의 힘으로 수비를 벗겨낼 수 있으면 계속 반복한다고 했을 때 아주 좋은 찬스가 여러 차례 나오겠죠. 아니면 상대가 아싸리 포기하고 수비 방식을 바꾸던가)
그리고 빠르게 (다른 위치와 지점에서 뛰는 선수들보다 훨씬 더 빨라야 함) 포지셔닝을 잡아서 공수에서 기여할 수 있냐입니다.
보통 전자가 안 되는 선수들이 태반이기 때문에 (이런 건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님)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들을 깔아주거나 애초에 후방에서부터 다수의 인원을 배치하거나 두 명의 피보테를 두거나 쓰리백으로 역할 분담을 하면서 의도적으로 삼각형을 많이 만들어서 전진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시점이라고 봐야겠죠. 전자가 일정 부분 되는 선수들을 위해서 후자에 가까운 유형의 선수들을 더더욱 보조자로 쓰는 케이스도 생각할 수 있겠구요.
요즘 들어서 신체 능력이 좋은 선수들은 많이 나오는데 뭔가 기술적으로 굉장히 좋다고 느껴지는 선수들은 드물게 나오는 게 어렸을 때 가르치는 방식 자체가 조금은 변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말 이미 싹 자체가 차원이 다르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보조자 유형에 가까운 상태로 프로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바르셀로나 같이 가르치는 게 정형화되어있는 팀은 예외입니다. 바르셀로나가 어린 선수들 가르치는 방식이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던 것도 이런 흐름을 어느 정도는 따라갈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구요. 물론 가장 큰 건 현대 축구의 수비 밀도가 웬만한 기술이 아니면 빛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2. 포워드로 넘어가 보면 온 더 볼이 뛰어난 편 (이 뛰어나다는 건 다수의 수비수들을 이겨낼 수 있거나 원온원에서 늘 우위에 설 수 있는 수준은 되어야 한다는 뜻임. 열린 공간에서 잘 달리고 이런 건 온 더 볼이 좋은 게 아닙니다.) 이 아님에도 골을 잘 넣거나 팀의 경기력 향상에 기여하는 선수들은 이런 공간을 확보하는 개념이 잘 잡혀있는 선수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진짜 더럽게 못하는 것 같아도 감독이 웬만해선 잘 안 빼죠. 영리하게 뛰고 있으니까. 진짜 아니다 싶을 때만 뺍니다.
여기서 퍼스트 터치가 좋으면 조금 더 수비 밀도가 높은 곳에서 뛰어 보라 하는 거죠. 그래서 종종 그런 경우 있죠? 경합 능력이 별로인데도 중앙이나 수비 밀도가 굉장히 높은 곳에서 뛰는 경우. 한 번 좋은 터치로 다음 동작까지 빠르게 가져갈 수 있거나 퍼스트 터치 이후 바로 몸을 돌렸을 때 수비수를 마주하지 않는 방향일 경우 찬스가 나오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3. 유망주 질문들이 근래에 많았는데 에릭 가르시아 관련 얘기는 거의 없었어서 한번 더 언급하면 전 이 선수는 별로 높게 안 봅니다. 일단 원온원에서의 판단력이 극악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얘 때문에 의도치 않은 협력 수비가 엄청나게 발생함. 스페인 경기들 다시 한 번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상하게 겹쳐있는 포지셔닝이 에릭 가르시아 주변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나옵니다.) 능동적으로 수비를 할 때 (보통 튀어나가는 경우나 미리 오프 더 볼 상태에서 볼의 흐름과 낙하지점을 예측하고 자리를 잡아서 사전에 차단하는 수비를 말합니다.) 도 보면 예측이나 반응, 판단이 다 느려요.
뭐 수비수라는 게 털리면서 통찰력이 생기고 판단력이 늘고 하긴 하는데 너무 심하다 싶은 수준입니다. 전 여전히 돈이 있었으면 얘 안 사 왔을 거라고 봅니다. 루쵸가 유로에서도 고집스럽게 계속 쓴 이유가 있을 건데 (아무리 생각해도 발의 방향이나 이런 디테일한 부분 말고는 별로 이해가 안 감) 전 잘 모르겠습니다. 공과 사가 확실한 사람이라 바르셀로나를 생각해서 썼다 이런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구요. 기대 안 하고 보면 어쩌면 괜찮을 수도 있는데 너무 큰 기대를 하고 보면 되게 실망스러울 것 같아요. 이번 유로도 정말 못했다고 봅니다.
4. 바란이랑 산초가 맨유 간다던데 산초는 제가 몇 번 본 적도 없고 그래서 말씀드릴 건 없는데 바란은 의외로 못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물론 마드리드 경기도 많이 본 건 아닌데 그래도 몇 년 동안 본 걸로 치면 적은 편은 아니라서. 바란 같은 경우는 경합 능력 좋아 보이는데 처음 재능이라고 등장했을 때보다 안 좋아졌다고 느꼈던 편이고 (소극적으로 변한 거까지 포함) 왼발 써야 할 때 안 쓰는 경향이 좀 있어서 답답하거나 실책성 플레이를 할 때가 꽤 있습니다. 뭐 환경이 변하면 마인드도 변하는 경우가 있긴 한데 이미 나이를 꽤 먹어서 하던 데로 할라 하면 꽤 고전하지 않을까 싶네요. 바란 이적료가 얼마일지는 모르겠지만 비슷한 가격대로 데려올 수 있는 선수가 있다면 고민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리버풀, 첼시 같이 관심 갖고 지켜본 팀들이 뭔가 한 번씩 다 성과를 냈는데 맨유도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바르셀로나 제외하고 관심 갖고 지켜보는 팀들이 잘 되는 게 되게 기분 좋고 재밌음. 첼시도 옛날엔 되게 싫어했는데 (무링요, 델 오르노 등등... 감정 쌓일만한 일이 많긴 했습니다.) 램파드 부임 후부터 많이 챙겨봤는데 (이번 후반기는 3월부터 아예 안 봤기 때문에 물어보셔도 답변해드릴 게 없습니다.) 챔스 우승한 거 보니까 놀랍기도 하면서 기분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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