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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보조자, 페드리 그리고.

by 다스다스 2021. 7. 20.






1. 볼이 후방에서 전방으로 넘어올 때 그리고 그 볼이 하프 라인을 넘어선 상황에서 중앙을 기점으로 다시 양 사이드로 굴러갈 때 뻔하게 굴리려고 하면 요즘 같은 경우는 아주 쉽게 역으로 공략댱합니다.



그래서 요즘 대부분의 팀에서 데리고 있으려고 하는 유형은 한 발 더 뛸 수 있거나 반응 속도가 빠른 선수들이죠. 쉽게 표현하면 종횡을 넓게 돌아다닐 수 있는 선수들 아니면 중앙과 측면을 오고갈 수 있는 선수들. 이런 선수들은 보통 볼을 재빠르게 따라갈 수 있으며 동작과 동작 사이의 반응이 빠른 선수들입니다.



분명히 포지션 자체만 놓고 보면 매력적인 선수가 아닌데 어떤 감독들은 무조건 사달라고 하는 선수들이나 무조건 쓰는 선수들 있죠? 반드시 필요한 선수다. 이럴 정도로. 이런 선수들은 볼과 사람을 보는 관점에서 보통 후자의 관점에서 이런 면들이 장점인 선수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선수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볼을 잡았을 땐 답답하다는 거죠.



선천적인 기술이 부족할 수도 있고
온 더 볼 상황에서는 시야가 좁아지거나 판단력이 딸릴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런 선수들이 각 팀에서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가르쳐서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자주 말씀드리는 보조자 유형의 일부죠. 물론 이런 보조자 유형에서도 급이 있습니다. 때로는 그 이상을 해내는 선수도 있구요. 몇몇을 짚어보도록 하죠.




2. 먼저 신체 능력이 아주 좋은데 필드 위에서 판단력이 후진 보조자들이 종종 있습니다. 1번에서 얘기한 선수들을 다시 얘기하는 거라고 보시면 되는데 이쪽에 가까운 보조자들은 볼을 많이 잡는 순간 경기를 망칠 확률이 높은 선수들이죠. 근데 적정선을 잘 잡아주면 꽤 괜찮은 활약을 하는 선수들이기도 합니다. 이런 선수들에겐 가르쳐서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다보니까 특정 전술 틀에서 몇 가지를 반복적으로 훈련시켜서 잡아주는 겁니다.



보통 이런 선수들에겐 누군가를 믿고 뛰라고 하죠.



가장 볼을 많이 잡고 내보내는 선수나
전술적 중심 또는 그 정도에 가까운 비중을 가진 선수나 등등...



대표적인 장면들은 어떤 특정 선수가 볼을 잡았을 때 오프 더 볼 상황에서 대각선으로 뛰거나 종으로 뛰는 겁니다. 때론 전속력으로 뛰기도 하고 적당히 뛰다가 갑자기 속도를 내기도 하고 보조를 맞추는 거죠.



보통 이런 식으로 훈련을 시킬 겁니다. (대략적인 예를 드는 거니까 실제 감독들이 완전 이거랑 똑같이 가르친다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볼이 없는 상황일 때 볼이 어디에 있는 지를 보고 늘 너에게 볼을 오는 시점에 맞춰서 올바른 동작을 가져갈 준비를 해라.' (퍼스트 터치와 포지셔닝 강조)


'어느 지점에서 볼이 굴러갈 때 너에게 볼을 줄 거라고 믿고 뛰어라.' (사전에 약속된 세부 전술 및 주어진 역할을 강조)



'어느 지점에 누군가가 볼을 갖고 있을 때 그의 몸이 향하는 방향, 어느 발로 볼을 잡고 있는 지를 유심히 봐라.' (상대보다 한 발 빠른 포지셔닝 강조)



'여기까지 오면 자신있게 슈팅을 날려라.' (자신감 있게 뛸 것을 강조)



'안 될 것 같으면 다시 처음부터 한다 생각해라. ' (뇌절 방지)



등등이 있을 겁니다. 각 팀마다 떠오르는 선수들이 있을 거에요. 이런 선수들의 특징은 어떤 한 감독의 전술 틀에서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활약상이 올라온 거기 때문에 비슷한 성향의 감독을 만나는 게 아니면 활약이 확 떨어지거나 전 소속팀에서 보여주던 거랑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선수들을 잘 가르치고 잘 쓰는 감독들은 거의 모든 디테일한 부분들을 다 때려박아주기에 그걸 간파하지 못하면 선수의 재능의 크기를 오판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아니면 선수가 착각하고 먼저 떠난다고 까부는 경우도 있습니다.




3. 반대로 필드 위에서 이해도가 정말 좋은데 신체가 안 따라주는 보조자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부스케츠 같은 선수들이죠. 이런 선수들을 쓸 땐 보통 이 선수가 가진 기술을 이 선수의 장점에 맞게 이끌어내려고 하는 편입니다.



부스케츠 같은 경우는 직접적인 경합 능력은 전성기 때도 좋은 편이 아니었기에 (먼저 자리 잡고 상대의 수를 읽는 게 아니면 전성기 때도 이런 빡센 경합은 못했음.) 볼을 소유하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동작이 길어지면 때론 대형 실책이 나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펩이 정교하게 짜줬습니다.



오른발을 쓰는데 능하고 오른발로 볼을 소유한 상태에서 상대를 한두번 정도 제끼는 기술을 갖고 있기에 그 쪽에 확실한 패스 루트를 최소 두 군데 (알베스, 챠비) 를 뚫어줘서 연결 고리 역할을 시켜준 겁니다. (펩이 신체 능력이 아주 좋은 양 발 잡이 피보테를 찾은 이유 중 하나. 물론 그런 선수는 없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제가 부스케츠에게 과한 역할을 맡기고 있다고 몇 번 얘기한 걸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번 시즌? 이번 시즌? 이 아주 좋은 예시가 될 수 있겠네요. 데 용-메시를 부스케츠가 편하게 바라볼 수 있는 방향에 둠으로서 실책성 플레이를 많이 줄여줬죠.)




4. 다 왔습니다. 이 선수가 가진 가능성을 얘기하려고 몇 가지 예시를 들고 설명한 겁니다.



이번 유로에서 많은 칭찬을 들은 페드리입니다. 바르셀로나에서 뛸 때도 팬들이 무지하게 칭찬하긴 했지만 전 그 정도로 칭찬하지는 않았습니다.



제 당시 평가들은 '보조자로 뛰고 있고 무리한 플레이를 하지 않고 동나이대 선수들에 비해 (그 나이에 비해) 훨씬 영리하게 뛰고 있다.' 정도로 압축할 수 있죠.



이번 유로는 이 선수가 보조자 그 이상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대회였다고 봅니다. 저 역시 이번 유로를 기점으로 이 선수의 가능성을 기존보다 더 높게 보구요. 크게 봤을 때 세 가지에서 아주 빠른 속도로, 아주 큰 폭으로 발전했습니다.



1. 패스
2. 시야
3. 판단력



- 1부터 짚어보면 바르셀로나에선 횡패스가 많았습니다. 물론 스페인보다 오프 더 볼이 활발한 팀이 아니기에 그로 인한 차이는 어느 정도 있겠습니다만 그걸 감안해도 횡으로 돌리거나 백패스 아니면 이도저도 아닌 좌측면으로 가는 패스 (줄 때가 없으니까 그냥 돌려버리는 식) 가 많았죠.



이번 유로에서 보여준 차이점은 좌측면이나 중앙에서 본인이 볼을 잡았을 때 세 방향 (종, 횡, 대각선) 을 보면서 더 빠르게 판단하고 45도 대각선 패스를 정확하게 내보내는 경우가 엄청나게 늘었다는 겁니다.



별 거 아닌 대각선 패스를 뭐 그렇게 높이 평가하냐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미드필드들이 행하는 이 대각선 패스가 중요한 건 중앙에서 이 패스의 의미는 측면으로 상대 선수들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하나의 과정이고 측면과 중앙을 오가면서 이런 대각선 패스가 순차적으로 일어나면서 패스 워크가 필드 위에서 나오면 자연스레 볼이 속도가 붙기 때문입니다. 한 명 또는 두 명의 선수가 기술적으로 우위에 서는 게 아니더라도 다수의 선수들이 참여하는 패싱으로 인해 속도가 난다는 뜻이죠.



물론 한 방에 다른 동료의 오프 더 볼로 좋은 찬스가 나기도 하구요. 쉽게 말하면 크로스와 같이 볼이 빠르게 돌기 위한 조건 중 하나고 페드리는 이 시발점이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겁니다.



- 이런 빠른 발전이 가능했던 건 선수 본인이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부터 익숙하게 뛰던 자리에서 경험치를 계속 먹인 덕분입니다. 익숙한 위치에서 뛰면서 자신감이 붙었고 작년에 뛰던 수준과는 차원이 다른 리그에서 뛰면서 높은 수비 밀도를 마주하면서 경험이 쌓이고 스스로 어떤 플레이가 최선인 지 계속 고민하면서 실행에 옮겼기 때문이죠.



쿠만이나 루쵸가 페드리 본인이 익숙한 위치에서 계속 뛰게 하는 건 이래서입니다. 아주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게 플레이 하나하나에서 보이고 있고 스스로 무언가를 깨우치면서 안 되던 게 되기 시작하니까요. 그 덕에 볼을 잡았을 때나 볼이 없을 때 모든 상황에서 시야가 넓어졌습니다. 그 전 같았으면 보지 못했을 위치에 있는 동료의 움직임을 포착하니까 패스의 방향과 플레이가 다양해지는 거죠.



- 이제 이런 페드리의 성장세 (이미 루쵸는 대회 전부터 더 잘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기용한 거라고 봅니다. 대회 전부터 페드리에게 나온 긍정적인 반응들이 그 증거) 와 부스케츠 기용 방식으로 스페인의 전술적인 색채가 대략 어떤 느낌이었는 지 알 수 있습니다. 본연의 기술로 우위에 설 수 있는 포워드가 거의 없는데 (그런 식으로 뛰는 선수가 있어도 수준 미달임) 이렇게 좌우 측면이나 중앙에서 상대보다 한 발 앞서서 세 방향을 보면서 볼을 내줄 수 있다고 했을 때 (코케는 안 됌. 그래서 필요한 순간에는 빠르게 부스케츠까지 빼버리면서 티아고나 파비안 루이즈를 썼어야 한다고 봅니다.) 포워드들의 출발 지점을 사이드나 박스에서 조금 먼 거리로 잡아준 거죠.



왜 이렇게 하려고 했을까를 생각해보면 크게 두 가지 결론이 나옵니다.



포워드들이 본연의 기술이 좋은 것도 아니고 수비 밀도가 높은 지점에서 대부분의 경합에서 이길만한 선수들은 아니기 때문에 수비수들과 떨어져있는 상황을 만들어주기 위함과


미드필드들 중 두 명 (페드리와 부스케츠. 이래서 코케를 주전으로 쓴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교체 전술은 엉망이었습니다. 부스케츠도 이런 역할을 하게 되면 반대 급부로 오는 면들이 굉장히 큰 편입니다.) 이 이들이나 측면에서 돌아들어가는 풀백들에게 시기에 맞게 좋은 패스를 넣어줄 수 있을 거란 계산이죠.




- 다시 페드리로 돌아오면 원래 바르셀로나에서 두각을 드러낼 때부터 판단력은 동나이대를 초월한 수준이었습니다. 절대 무리하지 않으며 (리스크를 감수하는 플레이를 거의 하질 않음) 무책임하게 떠넘기는 패스가 거의 없죠. 때로는 수비수들 사이사이에 들어가면서 오히려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기도 할 정도로 영리한 편입니다.



허나 이런 플레이들의 기반은 체력이 밑바탕이란 걸 잊어선 안 됩니다. 신체가 완성되기도 전에 너무 많이 뛰고 있습니다. 어리니까 어느 부분들에선 유리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반대로 이런 상황에서 누적이 크게 오면 이른 시기에 이런 빠른 성장세가 확 꺾일 수도 있습니다.



적당한 선을 지켜야 (올림픽까지 뛰고 오면 분명히 스스로 느꼈을 때 몸이 예전같지 않다고 느낄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뛰면 부상이 크게 찾아올 확률 역시 상당히 높음) 이 성장세를 꺾지 않으면서 오래 볼 수 있다고 생각하구요. 마시아 선수들에게 좋은 예가 되는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봅니다.




5. 모든 보조자들을 설명하는 글이 아니고 페드리가 보조자 그 이상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걸 얘기하고자 몇 가지 예시를 든 겁니다. 팀의 틀, 감독이 요구하는 사항에 따라 보조자들의 역할은 천차만별이고 크게 유형으로 나누는 건 의미가 있어도 세부적으로 얘는 어떤 보조자고 쟤는 어떤 보조자야 이렇게 나누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게임이 아니니까요.



무언가를 확정짓기보단 (어떤 한 선수가 있을 때 계속 그런다면 확정지어서 봐도 되는데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봐선 안 된다는 얘깁니다.) 열린 시선으로 보는 게 축구를 즐기는데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페드리는 열린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유로에서 아주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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