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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252

by 다스다스 2021. 7. 15.




제가 늘상 해오는 얘기 중에 하나가 있습니다.



'메시는 매년 더 떨어질 거다.'



나이를 먹어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량이 떨어진다는 뜻이 아니라 전술적 중심으로서 매 경기를 뛰려면 더 효율적인 플레이만을 선택해야하기 때문에 그 여파가 점점 크게 올 거라는 게 큽니다. 다음 시즌은 코파까지 치르고 온 상태니까 리듬이 올라오는 기간까지 감안한다면 메시 본인에게도 팀에게도 더 어려운 시즌이라고 봐야겠죠.



예전 메시나 지금 메시나 뛴 거리가 그렇게 큰 차이를 드러내진 않지만 플레이 자체를 놓고 보면 점점 더 효율적으로 뛰고 있습니다.



제가 11-12 시즌 이후 메시를 그 전 메시랑 아예 분리해서 보는데 왜 그러냐면 플레이 스타일 자체가 아예 변했습니다. 큰 틀에서 놓고 보면 이렇게 보시면 되는데



1. 몸이 바로바로 반응해서 온 더 볼, 오프 더 볼 가리지 않고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시도하던 어린 시절 (데뷔 때부터 08-09 전반기까지)

2. 펩의 전술 틀이 갖춰져나가면서 중앙화가 이뤄졌고 스스로 효율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경험과 통찰력이 쌓이면서 변해가던 시절 (08-09 후반기부터 13-14시즌까지)

3. 루쵸와 발베르데를 거치면서 더더욱 효율성에 입각한 플레이를 펼쳐나가고 있는 현재의 메시



1은 몸이 견디지 못하는 플레이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늘 관리와 보호가 필요했는데 펩이 그걸 자신의 관리 방식과 이론으로 극복시켜주면서 2라는 플레이 스타일을 메시가 완벽하게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고 한 번 더 변화가 필요했던 시기에 루쵸가 MSN 으로 그 변화를 만들어준 거죠.



예전과 가장 큰 차이가 뭐냐. 본인이 안 해도 된다고 생각이 들면 오프 더 볼을 아예 안 한다는 겁니다. 몇 번 이미지를 활용해서도 말씀드렸던 부분이지만 상세하게 한두가지 짚어보면



- 볼을 잡은 동료와 같이 달려주거나 아니면 먼저 박스로 순간적으로 뛰어주거나 측면으로 빠져주면서 시선을 분산시켜줄 수 있어도 안 움직이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 측면이나 최전방에서 수비수들과 오프 더 볼 상황에서 경합 과정을 거치면서 순간적으로 한 발 앞서가는 포지셔닝으로 뒷공간을 부수는 게 거의 없어졌습니다. (요즘 네이마르가 잘하는 거)



결국 동료들의 도움이 더 필요하다는 건 메시가 이제 할 수 없는 것들이나 원래 못하던 것들을 대신 해줄 선수들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MSN 은 메시가 더 이상 할 수 없는 것들과 메시에겐 없는 것들을 가진 네이마르와 수아레즈의 존재감이 굉장히 컸다는 거고 이런 바탕을 이해하면 제가 그리즈만을 무지하게 원했던 이유를 아실 수 있습니다.



현재 바르셀로나에 필요한 건 결국 크게 봤을 때 두 가지 유형이라는 거죠.



- 측면에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진 유형 (꼭 기술이 아니어도 됌. 베스트는 맞음. 좌측면이라면 더더욱 좋지만 우측면이어도 됌)
- 종횡으로 넓게 기여하면서 동료들의 선택지를 늘려줄 수 있는 오프 더 볼이 뛰어난 유형 (온 더 볼까지 좋으면 더 좋음)



메시는 앞으로 더더욱 온 더 볼 상황 위주로 뛸 거고 90분 내내 수비 밀도가 높은 곳에서 머물 수도 없을 겁니다. 이미 이건 안 되고 있죠. 그런 메시를 전술적 중심으로 쓰려면 지금은 미드필드 보강을 얘기할 때가 아니라 포워드 보강을 얘기해야하는 시점이죠. 왜냐면 메시의 전방위적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으며 그의 움직임에 맞춰 전후에서 보조해주면서 때로는 해결사가 되어줘야하니까요.



이니에스타는 혼자서 좌측면을 책임지면서 좌우를 나눠먹고 다수가 메시를 보조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선수였다면
네이마르는 메시의 비중을 뺏어가면서 좌우를 나눠먹고 필요하면 자신이 중심이 될 수 있는 선수였다는 거고
수아레즈는 메시가 가지고 있지 못한 것들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걸 바탕으로 기여하는 선수였다는 거죠.



그리즈만은 산체스보다 더 영리하게 뛰면서 다양한 패스 선택지를 가지고 볼 흐름을 이어나갈 수 있는 선수입니다.



후방에서부터 많이 뛰면서 모두가 더더욱 넓은 범위를 나눠가지면서 해결하는 방법도 있겠습니다만 그건 시즌 전체 관리를 더 힘들게 할 겁니다. 단기적으론 승부수가 될 수 있겠죠. 이걸 시즌 승부수로 보고 플랜을 짜고 있다면 전 이미 시즌 전부터 아주 우려스럽다는 관점을 내놓겠습니다.



내부 사정을 모르기 때문에 그리즈만이 남을 지 떠날 지에 관한 얘기는 하지 않겠습니다만 그가 나간다면 포워드 보강은 반드시 이뤄져야한다고 봅니다.



경제적인 문제로 데파이, 아게로가 그 해답이라면 모르겠네요. 제가 쿠만이라면 겉으로는 티를 안 내도 의욕이 뚝 떨어질 것 같습니다.




짱개 폐렴으로 인한 거리두기 상향으로 시간이 남아서 블로그 하는 거고 돌아온 건 아닙니다. 아마 다시 어느 순간 사라질 거에요. 그 전까진 그냥 간단하게라도 이것저것 써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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