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otball/Writing

원래

by 다스다스 2023. 11. 6.





토탈 풋볼이 머릿 속에 꽉 박혀있는 감독이나 아약스 출신들의 코칭은 극단적이긴 함.




전설적인 존재인 리누스 미헬스도 자신의 축구관을 이해한 선수들과 그렇지 못한 선수들을 매우 심하게 차별 대우한 사람이었고. 아마 지금 시대에 감독 했으면 모욕적인 행동이나 언행들로 깜빵 가거나 감독직을 못했을 정도로 심했음. 능력과 발상 등을 떠나서 사람의 성격, 성향 이런 것들 자체는 엘레니오 에레라와 더불어 시대빨 많이 탄 감독 중 하나임.




크루이프도 아약스, 바르셀로나라는 짧은 감독 커리어 (물론 11-12년 정도를 했으니 짧지는 않다고 느낄 수도 있음) 가 건강 상의 이유로 감독직을 더 이상 하지 않은 게 거의 전부지만 혹여나 더 했다고 하더라도 사키처럼 밀란 외에 여기저기서 다 명성에 걸맞지 않은 성과를 냈을 거임.




애초에 바르셀로나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시간과 조건, 환경 등을 다 보장해줬기 때문. 크루이프는 전반기에 위험했던 순간들이 결코 적지 않았고 부임 당시 엄청나게 찬양받던 것과 다르게 가면 갈수록 지역 언론들과 틈만나면 부딪혔음.




현재 아약스의 기반을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한 반 할 같은 경우도 큰 맥락, 줄기 등은 같죠. 펩도 외적인 부분들은 이쪽과 좀 많이 닮아있는 게 자신과 맞지 않는 선수들은 무조건 배제하는 거임.




요즘은 좀 덜해졌지만 바르셀로나나 뮌헨에선 말이 많았던 편이었죠. 즐라탄만 그런 게 아니라 앙리, 뚜레, 흘렙, 카세레스, 만주키치 등등... 다 어느 순간부터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나중엔 다 누군가를 통해 밝혀졌지만) 선수 본인도 모르는 상태로 대화를 안 했음. 어떻게든 구워삶고 함께 하는 게 아니라 눈 밖에 나는 순간 아예 말도 안 섞고 플랜에서 제외. 근데 또 언론들에겐 여지를 주고 싶지 않아서 플랜에서 제외했음에도 그 선수는 칭찬하는 아이러니한 행동까지 했었죠.
 
 
 
 
비엘사는 애초에 그런 선수들이 있을 거 같은 팀은 안 가죠. 비엘사가 제일 싫어하는 유형의 선수가 머리가 커서 뭔가 설득 시켜야 말을 듣는 스타 선수임. 혹여나 가더라도 이런 유형의 선수는 '무조건 방출' 이 조건임. 안 들어주면 그 팀은 안 가거나 약속 안 지키면 사임하는 단호함의 끝판왕. 불같은 성격이지만 동시에 잡음 자체를 사전에 방지하는 성격이기도 하죠. 반 할도 바르셀로나 2기 때 히바우두 무조건 방출을 걸고 왔다가 대차게 실패해서 욕 뒤지게 먹었던 적도 있음.




이들이 규율과 관념, 서열 등을 매우 중요시하는 것도 그게 다 원칙과 이어지기 때문이고. 그 원칙을 벗어나는 선수들은 한큐에 제외가 되기도 하고 계속 싸우다가 제외되기도 하고 그런 거죠.




그래서 독단적이라는 건 명과 암이 항상 있기 마련임. 지금 욕 많이 먹고 있는 텐 하흐도 마찬가지죠. 극단적으로 팀을 운영하면 그것에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은 하나하나에 예민하고 맞추기 힘들 수밖에 없음.




심지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반 할, 무링요를 겪고난 뒤에 솔샤르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던 게 내외적인 자유로움과 개개인의 개성 존중에 가까웠으니 더더욱 이런 외적인 것들은 성적이 나오지 않고 그가 주구장창 쓰는 선수들의 가치가 증명되지 않으면 않을수록 계속 위기가 될 수밖에 없음.




이건 동시에 감독 입장에선 그만큼 그런 구성을 갖춰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에 갇힌다는 뜻이기도 하죠. 그래서 이적 시장은 늘 폐쇄적이고 제한적인 거임. 실력만 고려 사항이 아니니까. 어느 팀을 가도 본인이 깨달음을 얻고 유연함이나 융통성이 생기는 게 아닌 이상 이건 변하지 않음. 텐 하흐한테 유능한 단장을 붙여주고 그 단장이 유능한 선수를 운좋게 데려와도 본인이 NO 면 안 쓸 수도 있음. 감독 초짜 시절 펩도 그랬죠.




반대로 이런 요소들이 제대로 원하는 데로 갖춰졌을 때 감독의 능력은 그 이상이 발휘가 될 수도 있는 거고. 감독의 전술전략적 능력이라는 건 순수하게 그것만으로 측정되는 게 아니라 환경의 영향 역시 그만큼 많이 탄다는 소리임.




사실상 텐 하흐의 간접적인 스승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비슷한 반 할도 챠비나 이니에스타, 푸욜 등은 엄청나게 좋아하고 존경하지만 스토이치코프, 히바우두 등은 반 할 얘기만 나오면 그냥 정신병자라 그랬죠. 반 할을 겪은 선수들은 늘 극과 극임. 참스승 or 쓰레기. 스토이치코프는 아예 공개 석상에서 이런 멍청한 놈한테는 배운 게 하나도 없어라고 할 정도였음.




결국 이런 류의 감독들은 항상 선수들, 언론들, 팬들을 더 논리적으로, 성적으로 납득시켜야 한다는 거임. 왜 그래야 하는지. 이게 왜 옳은 건지. 이걸 함으로서 뭘 얻을 수 있는지. 등등... 이것들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하거나 이것들을 행하기 위한 감독의 일련의 선택들이 외부나 선수들에게 이상하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하면 흔들리기 시작하는 거죠. 맨유의 현재 문제를 외적인 요소가 전부라고 하는 건 텐 하흐를 제외한 모두가 그의 내외적인 행동들에 의문을 갖고 있으니까임.




반대로 감독 입장은 또 다른 게 언론들이나 팬들은 몰라도 선수단은 그것을 일일이 납득시키는 과정보단 알아서 그것을 행하는 선수들을 원하기 마련. 유독 네덜란드 출신들, 아약스나 바르셀로나 출신들, 토탈 풋볼의 원초적이고 원칙적인 이론을 신봉하는 이론가들에게만 이런 모습들이 자주 보이는 건 이게 토탈 풋볼의 시발점이기 때문임. 이들이 이상한 게 아니라 이게 당연한 상황들 아래서 감독직을 경험하고 배워왔으니까.




미헬스는 1974년 네덜란드로 세상을 놀래켰지만 그걸 만드는 과정은 지옥이었죠. 자기 축구를 이해 못한 애들은 그걸 이해할 때까지 훈련을 시켰음. 차별적 대우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거고. 1970년대 아약스가 망한 이유도 이 차별적 대우가 바탕이었음. 크루이프는 어떤 언론들은 그를 희생 당한 에이스라 표현하고 어떤 언론들은 차별적 대우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선수라 했었죠.




그리고 그런 과정을 선수로서 거치면서 크루이프가 깨달은 게 하나의 관념을 모든 카테고리에 심어버리는 유스 시스템인 거고. 이게 아약스와 바르셀로나의 이질적인 면모의 일부임. 반 할은 거기서 어느 팀을 가든 자신의 성향을 이해한 아니면 그런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만 쓰자가 된 거고. 그래서 안 된다 싶으면 어린 선수들만 썼음. 자기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 그래서 초반엔 라커룸을 통합시키기 위한 다양한 원칙과 조치를 하다가 결국엔 파벌이 생기는 아이러니함이 생기곤 했죠.




사키도 맨날 스타 선수들한테 왜 이런 걸 해야하는 지를 납득시켜야 했었고...




다시 돌아와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잉글랜드 언론들의 대표적인 먹잇감이자 돈벌이 수단 중 하나임.




무링요의 라커룸 관리 방식이 왜 최악이었냐고 지적했냐면 무링요는 세상 모두를 적으로 돌리고 선수들을 공개적으로 씹어서 그것을 동기 부여로 삼는 감독 중 하나기 때문. 램파드도 그랬죠. 당시 에이스 대우 받던 포그바가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 같다고. 또 무링요는 지면 우릴 이기지 못하게 한 무언가가 있어. 가 패배의 이유였음. 우리가 못해서 진 게 아니라 무언가가 우리의 승리를 방해했어. 가 그의 주된 인터뷰 스킬이었죠. 그게 안 먹히기 시작하니까 주류에서 멀어진 거고 본인도 유해진 거죠.




맨유는 선택의 기로에 있음. 텐 하흐가 이것을 헤쳐나갈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 믿는다면 한 번 더 믿어줘야 하는 거고. 그게 아니라면 빨리 쳐내고 다음 감독을 잘 뽑아야 하는 거죠. 무엇이 정답인지. 정답에 더 가까울지는 모르겠지만요. 아마 바르셀로나였다면 믿어주라 했을 거 같은데 맨유는 분명히 다른 클럽이라 경질 여론이 주류가 이루는 것도 정상적일 거라 생각함.

'Football >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치병  (30) 2023.11.08
단기적으로 보면  (16) 2023.11.07
아주 늦은 엘클 후기  (56) 2023.11.03
루쵸 이야기  (15) 2023.10.31
웃긴 듯 웃기지 않은  (8) 2023.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