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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아주 늦은 엘클 후기

by 다스다스 2023. 11. 3.

 
 
 
 
0. 글이 많이 늦었습니다. 쓴다고 해놔서 혹여나 기다리신 분들에겐 죄송합니다.
 
 
 
 
 
1. 간격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음. 마드리드 정도 되는 팀에게 수비-미드필드 라인의 간격을 넓히거나 먹잇감이 되는 선수를 선발 기용하면 이길 수 없다는 걸 챠비가 알고 있었다는 소리기도 하죠.




이것을 귄도간과 가비를 좌우에 배치하고 이니고와 아라우호가 퍼지고 크리스텐센이 쓰리백의 중앙을 맡으면서 센터백 세 명이 볼을 소유하고 올라갈 때 미드필드 둘은 센터백들과 간격을 좁히고 펠릭스, 페르민, 페란 세 명이 좌중우에서 내려오면서 최대한 많은 인원이 중앙과 패스워크에 관여해 숫자 싸움에서 지거나 특정 선수 한 명이 간격을 메우는 리스크 있는 플레이를 최소화 시켰음.
 
 

(귄도간이 마드리드 선수들과 동료들의 위치를 보면서 패스를 받아 비어있는 아라우호한테 바로 원터치로 돌려버립니다.)

 

(이러면서 5대3 구도에서 마드리드 선수들을 퍼지게 만들어 가비가 오프 더 볼을 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주죠. 귄도간이 앞으로 패스하라고 손짓하는 것도 보입니다.)

 
 

(가비가 프리맨이 됩니다. 패싱 루트가 벌써 3군데나 열려있죠. 칸셀로도 그걸 알고 공간을 파고 있습니다.)

 
 
이렇게 바르셀로나가 하니까 마드리드 입장에서 추아메니가 올라오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5대4, 5대3 구조가 되기 때문에 귄도간과 가비의 패스 각이 열려 이들의 양 방향 패싱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거죠.
 
 


추아메니가 기본적으로 먼저 자리를 잡고 그것을 기반으로 대응하는 편이지만 본인이 판단하기에 튀어나가서 막아야 하거나 시간을 끌어주거나 숫자 싸움에 붙어줘야 할 때는 생각 이상으로 과감하게 움직이는 편 (이 부분이 성장할 것 같아서 좋게 보는 것도 일부 있음) 인데 이 부분을 잘 캐치했다고 봐야 할 듯. 개인적으로 챠비 부임 후 처음으로 상대 팀, 상대 선수들을 제대로 분석했다는 생각이 드는 경기였습니다.
 
 


왜 그러냐면 추아메니가 올라오더라도 크로스가 중앙으로 가는데 이게 앞선의 다섯 명의 움직임에 맞게 간격을 좁히면서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공간이 꽤나 열려있기에 펠릭스, 페란, 페르민 3명 모두에게 중앙에서의 오프 더 볼을 조금 더 강조했던 거라고 봅니다.
 
 

(발데가 바깥으로 빠지면서 5대3 구도가 되죠.)

 
 

(추아메니가 올라와있죠. 발데가 아직 올라가지 않아서 6대5 상황입니다.)

 
 

(뚫어내면 패스 루트가 다양해지면서 공간과 시간의 여유가 생깁니다.)

 
 
2. 다른 팀들에게 이것을 안 했던 건 뒷공간을 안 주기 때문. 뒷공간을 안 주는데 전체 대형을 뒤로 다 빼버리고 후방에 많은 인원을 두면 상대의 좁은 간격을 바탕으로 한 박스 안이나 중앙에서의 높은 수비 밀도에 대응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해서 저런 높은 수비 밀도의 대응책에 대응하려면 온 더 볼이 매우 좋거나 양 방향 패싱과 빈 공간을 보는 뛰어난 판단력을 저 위협적인 지점에서 90분 내내 해내는 선수가 중앙에 있어야 한다는 거죠. 바르셀로나는 그런 선수가 없기에 상대적 약팀들 상대로는 이게 최선책이 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마드리드는 뒷공간을 주니까 발데-칸셀로가 터치 라인에 붙어있는 와중에 귄도간과 가비를 좌우로 나누고 펠릭스, 페르민, 페란 중 누군가가 빠르게 내주고 나머지는 들어가면 다수는 중앙으로 들어가면서 발데와 칸셀로는 직선적으로 측면을 공략할 수 있을 거란 계산이 섰을 확률이 높다는 거죠.




이건 동시에 마드리드가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크로스와 카르바할의 좌우 문제점 (실제로 이 둘이 좌우에 위치하고 있으니) 을 바르셀로나가 최대한 노리려고 했다는 거기도 합니다.
 
 
 
 
 
 
 
3. 수비는 처음 전환 과정이나 마드리드가 볼을 소유하고 있는 과정에서는 벨링엄과 발베르데한테는 무조건 맨투맨으로 붙되 (그것도 가능하면 가비와 귄도간이) 위치를 보면서 4-1-4-1 대형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4열 배치를 해 (드리블을 하면 그만큼 더 제쳐야 하니까 꽤 중요한 거임) 중앙 공간을 덜 주고 측면은 열어놓고 박스로 가까워지면 발데와 칸셀로가 더더욱 내려와 5-4-1 대형으로 바꿔서 비니시우스와 호드리구는 협력 수비로 막아 엔드 라인으로 빠지게 만들고 중앙은 완전히 틀어막아 각을 주지 않겠다는 수비 전술전략이었다고 봅니다.
 
 
 

(가비와 귄도간은 계속 벨링엄과 발베르데의 위치를 보고 서로를 보면서 맨투맨 수비와 본인이 어디로 가야하는 지를 파악했습니다.)


(귄도간이 발베르데를 쫒아가니 가비는 벨링엄을 따라다니면서 포백 바로 앞 공간에 섭니다.)


(귄도간이 발베르데한테 붙어있으니 가비는 또 벨링엄을 따라갑니다. 가비는 귄도간도 계속 보고 있습니다.)



(귄도간이 벗겨지니 가비가 바로 발베르데한테 맨투맨으로 붙고 귄도간은 그 상황을 보면서 벨링엄한테 붙습니다.)


(귄도간이 벨링엄한테 붙었으니 가비는 그냥 발베르데를 뒤따라갑니다.)



이건 마드리드가 이제 더 이상 벤제마가 없고 모드리치가 아닌 크로스가 선발이어서 좌우를 횡단해서 쓰지도 않기 때문에 이들의 움직임을 잡는 게 곧 마드리드의 공격을 잡는 거고 가비와 귄도간이 볼을 많이 만지면서 역습을 나가기 좋을 거라 최선의 대응이었습니다.





4. 문제는 너무 빠르게 의도를 다 들켰습니다. 거기다가 선수 구성 자체가 장점들이 다 비슷비슷한데 교체 자원마저도 한정적이었으니 안첼로티한테 수를 너무 빨리 읽혔죠.




칸셀로가 분명 좋은 선수는 맞지만 오른쪽에 설 때는 왼쪽에서처럼 안으로 들어오는 타이밍과 바깥으로 빠지는 타이밍을 다양하게 가져가면서 변칙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아닙니다. 매우 직선적이죠. 그러다 보니 판단력이나 수비 스킬, 포지셔닝 등의 중요성보단 그냥 따라가거나 한 번만 제어해 내도 충분하니 카미빙가를 넣어 찰나의 순간을 활용하려는 첫 교체가 먹혔습니다.




카마빙가가 웬만하면 백패스는 안 하려고 하고 매우 공격적인 성향을 플레이로서 드러내는 선수다 보니 오히려 역으로 칸셀로의 수비 미스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거기다가 두 번째 교체였던 모드리치, 호셀루는 바르셀로나의 전체적인 계획을 아예 다 깨버리는 교체였다고 봅니다. 이 둘이 들어가면서 호셀루가 중앙으로 가면서 비니시우스의 플레이 난이도가 확 내려갔죠. 아무 도움 없이 박스 안까지 들어가서 플레이를 마무리했어야 하는데 카마빙가, 모드리치가 측면을 써주면서 호셀루까지 여차하면 껴주니 선택지가 늘어난 겁니다.




무엇보다 모드리치는 벤제마처럼 박스 안까지 쓰는 선수는 아니지만 플레이 메이킹 자체를 본인 + 동료들을 활용해 측면에서부터 횡으로 넓게 공간을 쓰거나 좌우를 쓰는 선수다 보니 자연스레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한 쪽 측면에 모여버리거나 시선이 쏠려버렸죠. 바르셀로나가 중앙을 안 내주다가 이때부터 내주기 시작했죠. 완벽하게 공략당했습니다.


(벨링엄 골 이전에 나온 추아메니의 중거리가 마드리드 선수들에겐 힌트가 됐을 겁니다.)


(가비와 귄도간이 맨투맨을 포기하고 측면에서부터 썰어들어가는 마드리드의 플레이 메이킹부터 막아야겠다는 판단을 내렸죠. 중거리가 아무리 위협적이어도 확실한 공격 루트를 막는 게 맞다는 판단입니다. 그리고 그게 맞습니다.)


(마드리드의 역전 골도 얻어걸리긴 했지만 모드리치의 판단력이 바탕이 됐습니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좌측면에 쏠려있으니 오른쪽으로 돌리라고 하죠.)





5. 저번 시즌도 그렇고 선수 구성 상의 한계를 인정하고 어느 정도 절충한다라는 건 타당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예 내려앉아 수비적인 방향성의 경기 (이건 단순히 제가 싫어해서가 아니라 일회성이고 현 선수단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기 때문) 를 펼치는 게 아닌 이상 어느 것이든 의미나 소득은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45분을 써야 하는 걸 더 길게 가져가는 전술적 실책을 또 했다는 건데 챠비에게 아쉬운 건 이거 하나였다고 생각하구요. 교체 카드가 부족했다라는 이유가 있지만 레반도프스키 (정상은 아니었던 거 같음) 와 하피냐를 결국 쓸 거였음 조금이라도 더 빨리 써서 더 빨리 전술전략을 바꿔서 마드리드가 전술적 변형을 너무 쉽게 가져가는 일이 없도록 했어야 했다고 봅니다.





6. 마드리드는 아직 이번 시즌은 이거 한 경기밖에 안 봤는데 여전히 크로스와 카르바할의 문제점이 가장 큰 잠재적 문제라고 생각하구요. 카르바할을 프리한 수비수로 쓰는 게 이번 시즌 특징인지 이번 경기에 맞춰 준비해 온 건지 모르겠는데 유의미하게 먹힌 부분들도 있지만 발베르데의 동선이 아예 관리가 안 되는 게 더 크다고 봐서 안첼로티가 이 부분을 어떻게 대응해 나가냐가 관건 중 하나라고 봅니다.


(발베르데가 오른쪽 수비수로 빠져있습니다. 바르셀로나가 하프 라인을 넘어오거나 이미 5대5 구도가 의미 없어지거나 5대3, 5대4 구도일 때 발베르데가 재빠르게 발데 움직임에 맞춰 저기로 가있었죠.)


(이것도 바르셀로나의 빌드업이 먹히니까 발데 움직임 보면서 그냥 뒤로 빠집니다. 카르바할이 이런 발베르데의 포지셔닝 아래 크로스의 짝꿍으로 뛰거나 혼자 단독으로 뛰쳐나오거나 프리한 수비수로 움직였죠.)



벨링엄은 도르트문트 때도 그렇게 많이 본 건 아니라서 확언할 정도는 아니긴 합니다만 지단 등번호를 달고 있어서 언론들도 지단을 들이밀곤 하지만 지단과는 많이 다른 유형의 선수라고 생각하구요.




무엇보다 지단은 볼을 잡아놓고 시간을 벌어주거나 죽이는 걸 잘했는데 (아마 현 세대로 오면 제로톱으로 썼을 거라 생각함) 벨링엄은 그와 정반대로 볼 소유를 가져가는 와중에 중간에 아예 오프 더 볼만 가져가는 시간과 여유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꽤 크다고 봅니다. 종과 횡의 관점에서도 둘은 분명히 다른 선수라고 생각하구요.




도르트문트에서도 한 번씩 일부러 롱패스를 찬다라고 느낀 적이 있는데 (좋은 공간과 시간, 여유를 찾고 갖기 위해서) 마드리드에선 표본이 이 경기밖에 없고 이 경기도 터치 자체가 적었기에 조금 더 봐야겠지만 아주 큰 차이는 못 느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안첼로티 입장에선 벨링엄의 이런 장단과 발베르데 역시 섬세함보다는 어느 정도 미스를 감안하고 활동량과 킥력으로 만회하는 유형이기 때문에 이 둘의 활약을 보장해 주려면 모드리치를 90분 내내 쓰는 건 오히려 셋 모두에게 좋지 않다고 보이기에 크로스를 쓰는 것 같다고 봅니다.




추아메니는 개인적으로 적극적인 포지셔닝은 한 발 더 빠르게, 패스도 카마빙가처럼 필요할 때는 빠른 속도로 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보는데 얘도 마드리드 가니까 부상 빈도 수가 문제로 자리 잡는 거 보면 원래 좁은 범위를 뛰고 정적으로 뛰다가 판단에 따라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동선도 넓어지니 체력적, 육체적으로 문제가 되는 걸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7. 마지막은 페란 토레스로 마무리하려고 하는데 그냥 돌대가리의 전형이었습니다.




(비니시우스가 볼을 보면서 빈 공간을 향해 질주하려고 합니다. 페란도 이를 보죠.)


(손짓하다가 늦었어도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훨씬 먼저 뛰어들어오고 있고 앞선에도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더 많습니다. 이건 포지션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적으로 중앙으로 들어갈 각만 안 주면 됩니다.)


(본인이 제껴질 것 같으니까 갑자기 레슬링을 합니다.)



카드로 막았다라고 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멍청하다 못해 질책성 교체를 해도 타당할 정도로 돌대가리 판단이었다 생각하구요. 교체 카드가 다양하고 대부분의 선수들을 쓸 수 있었다면 바로 하프 타임 교체 당했을 거라고 봅니다. 예전 랑글렛 보는 거만큼 한심한 판단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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