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글이 많이 늦었습니다. 쓴다고 해놔서 혹여나 기다리신 분들에겐 죄송합니다.
1. 간격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음. 마드리드 정도 되는 팀에게 수비-미드필드 라인의 간격을 넓히거나 먹잇감이 되는 선수를 선발 기용하면 이길 수 없다는 걸 챠비가 알고 있었다는 소리기도 하죠.
이것을 귄도간과 가비를 좌우에 배치하고 이니고와 아라우호가 퍼지고 크리스텐센이 쓰리백의 중앙을 맡으면서 센터백 세 명이 볼을 소유하고 올라갈 때 미드필드 둘은 센터백들과 간격을 좁히고 펠릭스, 페르민, 페란 세 명이 좌중우에서 내려오면서 최대한 많은 인원이 중앙과 패스워크에 관여해 숫자 싸움에서 지거나 특정 선수 한 명이 간격을 메우는 리스크 있는 플레이를 최소화 시켰음.
이렇게 바르셀로나가 하니까 마드리드 입장에서 추아메니가 올라오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5대4, 5대3 구조가 되기 때문에 귄도간과 가비의 패스 각이 열려 이들의 양 방향 패싱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거죠.
추아메니가 기본적으로 먼저 자리를 잡고 그것을 기반으로 대응하는 편이지만 본인이 판단하기에 튀어나가서 막아야 하거나 시간을 끌어주거나 숫자 싸움에 붙어줘야 할 때는 생각 이상으로 과감하게 움직이는 편 (이 부분이 성장할 것 같아서 좋게 보는 것도 일부 있음) 인데 이 부분을 잘 캐치했다고 봐야 할 듯. 개인적으로 챠비 부임 후 처음으로 상대 팀, 상대 선수들을 제대로 분석했다는 생각이 드는 경기였습니다.
왜 그러냐면 추아메니가 올라오더라도 크로스가 중앙으로 가는데 이게 앞선의 다섯 명의 움직임에 맞게 간격을 좁히면서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공간이 꽤나 열려있기에 펠릭스, 페란, 페르민 3명 모두에게 중앙에서의 오프 더 볼을 조금 더 강조했던 거라고 봅니다.
2. 다른 팀들에게 이것을 안 했던 건 뒷공간을 안 주기 때문. 뒷공간을 안 주는데 전체 대형을 뒤로 다 빼버리고 후방에 많은 인원을 두면 상대의 좁은 간격을 바탕으로 한 박스 안이나 중앙에서의 높은 수비 밀도에 대응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해서 저런 높은 수비 밀도의 대응책에 대응하려면 온 더 볼이 매우 좋거나 양 방향 패싱과 빈 공간을 보는 뛰어난 판단력을 저 위협적인 지점에서 90분 내내 해내는 선수가 중앙에 있어야 한다는 거죠. 바르셀로나는 그런 선수가 없기에 상대적 약팀들 상대로는 이게 최선책이 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마드리드는 뒷공간을 주니까 발데-칸셀로가 터치 라인에 붙어있는 와중에 귄도간과 가비를 좌우로 나누고 펠릭스, 페르민, 페란 중 누군가가 빠르게 내주고 나머지는 들어가면 다수는 중앙으로 들어가면서 발데와 칸셀로는 직선적으로 측면을 공략할 수 있을 거란 계산이 섰을 확률이 높다는 거죠.
이건 동시에 마드리드가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크로스와 카르바할의 좌우 문제점 (실제로 이 둘이 좌우에 위치하고 있으니) 을 바르셀로나가 최대한 노리려고 했다는 거기도 합니다.
3. 수비는 처음 전환 과정이나 마드리드가 볼을 소유하고 있는 과정에서는 벨링엄과 발베르데한테는 무조건 맨투맨으로 붙되 (그것도 가능하면 가비와 귄도간이) 위치를 보면서 4-1-4-1 대형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4열 배치를 해 (드리블을 하면 그만큼 더 제쳐야 하니까 꽤 중요한 거임) 중앙 공간을 덜 주고 측면은 열어놓고 박스로 가까워지면 발데와 칸셀로가 더더욱 내려와 5-4-1 대형으로 바꿔서 비니시우스와 호드리구는 협력 수비로 막아 엔드 라인으로 빠지게 만들고 중앙은 완전히 틀어막아 각을 주지 않겠다는 수비 전술전략이었다고 봅니다.
이건 마드리드가 이제 더 이상 벤제마가 없고 모드리치가 아닌 크로스가 선발이어서 좌우를 횡단해서 쓰지도 않기 때문에 이들의 움직임을 잡는 게 곧 마드리드의 공격을 잡는 거고 가비와 귄도간이 볼을 많이 만지면서 역습을 나가기 좋을 거라 최선의 대응이었습니다.
4. 문제는 너무 빠르게 의도를 다 들켰습니다. 거기다가 선수 구성 자체가 장점들이 다 비슷비슷한데 교체 자원마저도 한정적이었으니 안첼로티한테 수를 너무 빨리 읽혔죠.
칸셀로가 분명 좋은 선수는 맞지만 오른쪽에 설 때는 왼쪽에서처럼 안으로 들어오는 타이밍과 바깥으로 빠지는 타이밍을 다양하게 가져가면서 변칙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아닙니다. 매우 직선적이죠. 그러다 보니 판단력이나 수비 스킬, 포지셔닝 등의 중요성보단 그냥 따라가거나 한 번만 제어해 내도 충분하니 카미빙가를 넣어 찰나의 순간을 활용하려는 첫 교체가 먹혔습니다.
카마빙가가 웬만하면 백패스는 안 하려고 하고 매우 공격적인 성향을 플레이로서 드러내는 선수다 보니 오히려 역으로 칸셀로의 수비 미스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거기다가 두 번째 교체였던 모드리치, 호셀루는 바르셀로나의 전체적인 계획을 아예 다 깨버리는 교체였다고 봅니다. 이 둘이 들어가면서 호셀루가 중앙으로 가면서 비니시우스의 플레이 난이도가 확 내려갔죠. 아무 도움 없이 박스 안까지 들어가서 플레이를 마무리했어야 하는데 카마빙가, 모드리치가 측면을 써주면서 호셀루까지 여차하면 껴주니 선택지가 늘어난 겁니다.
무엇보다 모드리치는 벤제마처럼 박스 안까지 쓰는 선수는 아니지만 플레이 메이킹 자체를 본인 + 동료들을 활용해 측면에서부터 횡으로 넓게 공간을 쓰거나 좌우를 쓰는 선수다 보니 자연스레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한 쪽 측면에 모여버리거나 시선이 쏠려버렸죠. 바르셀로나가 중앙을 안 내주다가 이때부터 내주기 시작했죠. 완벽하게 공략당했습니다.
5. 저번 시즌도 그렇고 선수 구성 상의 한계를 인정하고 어느 정도 절충한다라는 건 타당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예 내려앉아 수비적인 방향성의 경기 (이건 단순히 제가 싫어해서가 아니라 일회성이고 현 선수단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기 때문) 를 펼치는 게 아닌 이상 어느 것이든 의미나 소득은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45분을 써야 하는 걸 더 길게 가져가는 전술적 실책을 또 했다는 건데 챠비에게 아쉬운 건 이거 하나였다고 생각하구요. 교체 카드가 부족했다라는 이유가 있지만 레반도프스키 (정상은 아니었던 거 같음) 와 하피냐를 결국 쓸 거였음 조금이라도 더 빨리 써서 더 빨리 전술전략을 바꿔서 마드리드가 전술적 변형을 너무 쉽게 가져가는 일이 없도록 했어야 했다고 봅니다.
6. 마드리드는 아직 이번 시즌은 이거 한 경기밖에 안 봤는데 여전히 크로스와 카르바할의 문제점이 가장 큰 잠재적 문제라고 생각하구요. 카르바할을 프리한 수비수로 쓰는 게 이번 시즌 특징인지 이번 경기에 맞춰 준비해 온 건지 모르겠는데 유의미하게 먹힌 부분들도 있지만 발베르데의 동선이 아예 관리가 안 되는 게 더 크다고 봐서 안첼로티가 이 부분을 어떻게 대응해 나가냐가 관건 중 하나라고 봅니다.
벨링엄은 도르트문트 때도 그렇게 많이 본 건 아니라서 확언할 정도는 아니긴 합니다만 지단 등번호를 달고 있어서 언론들도 지단을 들이밀곤 하지만 지단과는 많이 다른 유형의 선수라고 생각하구요.
무엇보다 지단은 볼을 잡아놓고 시간을 벌어주거나 죽이는 걸 잘했는데 (아마 현 세대로 오면 제로톱으로 썼을 거라 생각함) 벨링엄은 그와 정반대로 볼 소유를 가져가는 와중에 중간에 아예 오프 더 볼만 가져가는 시간과 여유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꽤 크다고 봅니다. 종과 횡의 관점에서도 둘은 분명히 다른 선수라고 생각하구요.
도르트문트에서도 한 번씩 일부러 롱패스를 찬다라고 느낀 적이 있는데 (좋은 공간과 시간, 여유를 찾고 갖기 위해서) 마드리드에선 표본이 이 경기밖에 없고 이 경기도 터치 자체가 적었기에 조금 더 봐야겠지만 아주 큰 차이는 못 느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안첼로티 입장에선 벨링엄의 이런 장단과 발베르데 역시 섬세함보다는 어느 정도 미스를 감안하고 활동량과 킥력으로 만회하는 유형이기 때문에 이 둘의 활약을 보장해 주려면 모드리치를 90분 내내 쓰는 건 오히려 셋 모두에게 좋지 않다고 보이기에 크로스를 쓰는 것 같다고 봅니다.
추아메니는 개인적으로 적극적인 포지셔닝은 한 발 더 빠르게, 패스도 카마빙가처럼 필요할 때는 빠른 속도로 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보는데 얘도 마드리드 가니까 부상 빈도 수가 문제로 자리 잡는 거 보면 원래 좁은 범위를 뛰고 정적으로 뛰다가 판단에 따라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동선도 넓어지니 체력적, 육체적으로 문제가 되는 걸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7. 마지막은 페란 토레스로 마무리하려고 하는데 그냥 돌대가리의 전형이었습니다.
카드로 막았다라고 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멍청하다 못해 질책성 교체를 해도 타당할 정도로 돌대가리 판단이었다 생각하구요. 교체 카드가 다양하고 대부분의 선수들을 쓸 수 있었다면 바로 하프 타임 교체 당했을 거라고 봅니다. 예전 랑글렛 보는 거만큼 한심한 판단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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