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바르셀로나뿐만 아니라 어디든 꼬맹이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질문을 자주 받았던 얘기들 중 일부를 해볼까 합니다. 케이스들을 파헤치면서 자세하게는 아니고 매우 일반론적인 얘기에 가까울 듯함.
어린 선수들이 퍼스트 팀에 담금질을 시작하는 시기는 기존 스쿼드에서의 서열 정리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그리고 시즌 전체를 어떤 식으로 관리하고 있는지를 비롯해 감독의 성향, 팀이 어떤 선수를 필요로 하냐는 물론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을 텐데요.
보통은 이런 것들이 선수 본인의 상황보단 그 외의 상황들이 훨씬 높은 비중으로 고려되기 때문에 사실 콜업의 적절한 시기라는 건 선수마다 다르다고 봅니다. 퍼스트 팀 감독과 B팀의 감독이 동일한 관점으로 선수를 보지도 않을 거고. 성인 레벨의 선수와 유소년 레벨의 선수. 20대 선수와 10대 선수를 바라보는 기준은 분명히 다릅니다. 이게 같으면 코칭스태프로서도 실격임.
자리는 알아서 만드는 거다. 도 결국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들을 잡는 건 오로지 그 꼬맹이의 능력에 달린 일이기 때문. 축구는 농구나 야구처럼 몇 년 그냥 경험치로 갖다 박는다고 생각하고 그 선수의 재능의 크기를 믿고 올인할 수 없음.
물론 이미 싹이 다 보였고 남은 건 뛰다 보면 갖춰지는 요소들밖에 없는 선수들은 논외임. 그런 선수들은 이미 올라와서 뛰는 순간부터나 어느 순간부터 팀에 기여하고 있음. 이건 늘 말씀드려왔음.
결국 문제가 되는 것들은 이후에 발생하는 것들인데 말하자면 많고 많겠지만 큰 틀에서 얘기하면 우선 순위로 꼽는 건 이 세 가지겠죠.
1. 선수가 익숙한 위치에서 뛰게 할 수 있는 상황이냐. 그게 적절한 선수냐 아니냐도 중요할 테고. 포리바렌테 가능성이 보이는 보조자 유형에 가까운 선수인데 익숙한 위치에서만 뛰게 하는 것 역시 어렸을 때는 재능 낭비의 케이스 중 하나임. 이건 논쟁 여부가 있는 게 아니라 무조건임.
2. 플레잉 타임을 정기적으로 보장할 수 있냐. 물론 어떤 경우에는 뛰지 않아도 도움이 될 때가 있고 반대로 뛰는 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음. 이건 정말 케바케임.
3. 자신감이 붙었을 때 그것을 가속화 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제어할 지에 대한 대응책이 있냐. 반대로 자신감이 박았을 때 이걸 어떻게 대응해 내냐 역시 중요하겠죠.
1 은 말 그대로 팀의 상황과 선수 본인이 보여주는 것들에 모든 것이 달렸음. 전술적 중심이나 2~3옵션들이 많은 것을 제공할 수 있는 팀이면 사실 꼬맹이들은 그냥 자기 자리에 들어가 본인이 할 줄 아는 걸 할 수 있으니 가장 이상적이겠죠.
근데 보통 그렇지 않고. 이길 수 있는 방법론을 우선시하는 게 감독의 입장에선 최선의 판단이니 유망주는 결국 남는 자리나 포리바렌테로서의 시험, 본인이 익숙한 자리에서 본인과 비슷한 유형으로 이미 주전 자리를 먹고 있는 선수와 매우 힘든 경쟁을 바탕으로 한 아주 적은 표본의 교체 출장 정도가 최선이겠죠.
2 는 연장선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사실 퍼스트 팀 담금질을 이미 어느 정도 한 선수는 아래 카테고리 가는 건 어느 포지션의 선수든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깔짝 10-20분 뛰고 내려갔다 한참 뒤에 다시 올라오고 이런 걸 얘기하는 게 아님.
첫째로 퍼스트 팀에서 겪는 경기 중 다양한 변수와 내적인 공수 방식을 아래 카테고리에선 겪을 수가 없습니다. 특히 빅 클럽일수록 더더욱.
물론 뛰어야 하니 아래로 내려갈 수 있고 그게 어떻게 보면 본인의 플레이 자체를 이행하는 건 더 쉽게 만들어 주고 단기적인 성장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보지만 반대로 이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경우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
이건 그 선수가 겸손하냐 건방지냐. 보조자냐 그 이상이냐. 특이하냐 등과는 별개의 문제. 습관 드는 건 순식간인데 그거 고치는 건 선수 생활 평생 안 되거나 시간 낭비를 엄청 해야 되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음. 변방 리그에서 오래 썩거나 버릇이 잘못 들어서 빅 클럽 오니 제대로 박는 애들도 종종 이런 경우가 있음.
게다가 외적인 환경도 이미 프로페셔널함이 박혀있는 2~30대 선수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차원이 다른 경험. 전 시즌 초중반이라 가정하고 이제 왔다갔다 하는 어떤 애매한 경계에 서있는 한 선수가 있을 때 1주일의 시간이 있다면 퍼스트 팀 훈련 같이 하는 게 B팀 두 경기 뛰는 것보다 몇 배는 낫다 생각함.
둘째로 협력 수비, 간격과 대형 유지를 이뤄내는 트레이닝론이나 전술전략의 발전 및 발달, 다양한 이론들을 배운 코칭스태프들의 증가 등으로 인해 3~4부 리그 팀들도 1부 리그 팀들에게 어느 정도 성과를 내거나 대패의 빈도 수는 줄어들었지만 문제는 이런 것들이 이행되지 않는 그 짧은 상황 속에서 쌓이는 경험치는 차원이 다름.
포워드들은 본인이 가진 것들을 자신 있게 시도하지만 그게 먹히지 않는 경우를 퍼스트 팀에 오면 더 자주 겪게 되는데요. 이런 경우 그 다양한 수비 방식을 이겨내는 본인의 플레이를 교정시키고 향상시키려면 계속 겪어보고 뛰어보고 스스로 이해하는 게 최고입니다.
한 가지 예시로 협력 수비를 수준 높게 이뤄내는 퍼스트 팀 레벨에서의 축구에서 그것에 대응하려면 발과 볼의 간격을 본인이 재빠르게 판단하고 붙일 때와 뗄 때를 가려낼 수 있어야 하는데 (물론 선천적으로 붙이는 게 안 되든 떼는 게 안 되든 안 되는 선수들은 다른 방면으로 발전해야겠죠.) 사실 이런 건 어느 정도 지나고 나면 아래 카테고리에서 백날 겪어봤자 도움이 안 됩니다. 경합 수준은 물론 수비수들의 판단력이 아예 비교가 안 되기 때문.
특히 이제 박스 근처에서 넓은 공간을 주지 않는 환경이 기본 베이스로 깔렸기 때문에 볼을 잡기 전에 가져가는 수비수들을 따돌리는 포지셔닝, 오프 더 볼 등은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경기를 뛰면서 이해도를 올려 이뤄내는 것도 있다는 거죠.
그래서 포워드들 키우는 경우 중에 일부러 모든 위치 (좌중우, 필요하면 풀백이나 미드필드 기용 등등) 를 다 뛰어보게 해서 경험치를 쌓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방의 포리바렌테로 키우기 위한 경우도 있겠지만 경기장을 넓게 쓰는 스스로의 방식을 만들게 하거나 아니면 일반적인 이해를 하게 만들거나 하려는 의도도 있고. 수비수들을 상대하는 방법론을 조금 더 확장시켜서 가르치고 이해시키는 거죠.
수비수들은 반대로 수준 높은 포워드들이나 미드필드들을 상대로 배우는 게 많겠죠. 털려도 다음에 똑같이 안 털리면 그 선수는 아마 성장할 겁니다. 볼을 예측하고 동선을 예측하고 상대의 움직임과 흐름을 읽어야 하는 수비수의 본질적인 임무를 향상시키는 데 역시 높은 수준에서의 경험은 가치가 크죠.
실제로 요즘 훈련에는 다양한 방식을 훈련하게 만드는 프로그램들이 많습니다. 어디로 찰지 말을 안 해주고 볼을 그냥 갑자기 이상한 데 차버리는 훈련도 있고. 기본기 훈련이라고 해서 특정 상황을 주고 반복시키는 게 아니라 어떠한 조건도 없이 아무런 상황도 주지 않고 공수 훈련을 하는 것도 있죠. 바르셀로나도 예전에 메시의 최고의 상대는 푸욜이었다고 했던 것처럼요.
미드필드들은 워낙 케이스가 다양한데 그중 요즘 들어서 크게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요즘은 어렸을 때 건강하게 많은 경기를 이미 뛰어서 그게 어느 정도 플레이에 녹아있다. 도 이적료의 바탕이 된다고 보거든요. 근래에는 그냥 선수들이 비싸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격을 막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보면 상대적으로 꽤 괜찮은 환경에서 잘 녹아든 선수들인 경우가 많죠.
3 은 사실 어느 감독도 자신감이 붙은 선수의 가파른 성장세를 제어하긴 쉽지 않다고 보는데 위험 신호가 오기 전에 미리 차단하는 건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이건 여러 차례 얘기해 온 부분이라 딱히 덧붙일 게 없는 것 같음.
계속해서 멈출 줄 모르는 성장세를 보고 싶어 하는 감독의 욕심이 이성적으로 제어되는 거랑 자신감이 붙은 선수의 출장 욕심 역시 본인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인해 제한되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긴 합니다. 근데 빅 클럽 감독들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요소라 생각하기에 쿠만과 챠비를 자주 비판했었던 거. 데 라 푸엔테도 그 영감탱이 말처럼 사고일 수도 있지만 장담하는데 그전 경기 후 회복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반대로 자신감이 박을 때는 케이스가 다양한데 보통은 출장 기회를 제한하는 경우겠지만 가끔씩 골이 너무 안 들어갈 때는 넣을 때까지 쓰기도 합니다. 이건 선수의 멘탈리티와도 연관되어 있는 거고 훈련 성과도 중요하긴 하겠죠. 실책이 많은 선수들도 그걸로 뭔가 얻는 게 있으면 계속해서 쓰는 경우도 있구요.
이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전 무조건 많이 뛰는 게 좋은 건 아니라고 보는 편임. 가끔씩 벤치에 앉아서 눈으로 봐서 얻는 것들도 있기 때문에 어렸을 때는 이런 것도 어쩔 때는 뛰는 것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봅니다.
요즘이야 비디오 분석, 전자기기 등을 활용한 다양한 접근 방식의 분석 등이 있지만 그걸 선수들이 경기 전후에 누구나 다 쓰는 것도 아니고. 아무도 관여 안 하고 혼자만의 감상도 때론 필요하니까요.
기계적인 트레이닝론이 유행하는 것도 결국 꼬맹이들의 자연스러운 적응 + 그를 바탕으로 한 성장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도 있음. 스토이치코프가 반 할을 멍청한 놈이라 했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그 이유가 평생을 포워드로 뛰어온 자신을 자기만의 논리로 미드필드로 기용하는 거였음.
스토이치코프는 나이가 많고 검증됐고 에고가 큰 선수였지만 이 인터뷰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어린 애들은 그렇지 않으니 이 경계선을 잘 파악해 구분하는 감독들 밑에서 알맹이를 잘 쌓으면서 뛰는 선수들이 대박을 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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