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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명장 왜 안 뽑음?

by 다스다스 2024. 1. 18.





지금의 바르셀로나가 가지는 연속성, 철학, 관념 등등은 감독 크루이프부터라고 보는 게 맞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누구나 인정할만한 명장을 데려다 앉힌 경우는 딱 한 번밖에 없음. 바로 90년대 반 할. 그거 외에는 다 늘 정치적인 이유가 간접적으로 보이거나 환경적인 요인을 많이 고려한 선임이 대부분이었죠.




70년대에 미헬스를 데려다 놓고 크루이프, 네스켄스 등 오렌지들이 거쳐가고 그 이전이나 이후에도 쿠발라부터 해서 늘 당대 최고의 포워드들 중 누군가는 바르셀로나를 거쳐갔지만 그렇다고 바르셀로나가 태초부터 이런 방향성을 매우 이론적으로 철저하게 가져가던 팀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엘레니오 에레라 같은 감독도 있던 게 바르셀로나.




토탈 풋볼의 계보를 얘기할 때 90년대 크루이프의 드림팀을 끼는 것도 바르셀로나의 시발점은 그때부터니까고 90년대부터 트레이닝론에서 바르셀로나는 매우 앞서나갔었다는 분석들이 근래 들어 나오는 것도 그 기반을 닦은 크루이프와 반 할 등이 90년대에 감독을 했으니까임. 그 이전은 클럽만 한정하면 오히려 셀틱, 아약스, 밀란 등의 몫이죠.


(크루이프부터 역대 감독 계보인데 파란 줄 친 건 임시 감독들)



크루이프는 아약스에서 70% 가 넘는 승률을 기록하고 넘어온 감독이긴 했는데 이후 반 할과 다르게 정점은 커녕 리그 우승도 한 번도 못 해본 감독이었음. 감독으로선 앞으로가 기대되는 감독이었고 카탈란들이 크루이프 이름만 들어도 난리부르스를 쳤으니 제대로 먹힌 선임이었죠.




실제로 누네스는 에스페리아 항명 사건 이후로 저물어가던 바르셀로나의 모든 것을 크루이프한테 맡기고 첫 시즌 대격변은 그런 데로 성공으로 가고 있는 줄 알았으나 2년 차 전반기에 바로 위기를 맞이하게 되고... 그것을 무지성 믿음으로 버텨냄.




크루이프가 이후 감독이었던 레이카르트 쉴드를 칠 때 본인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쉴드를 치는 게 아니다. 라고 해명을 했던 건 전반기 위험에 빠져 지역 언론들의 폭격을 맞던 자신을 생각해 쉴드를 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해명하기 위해서였음.




아무튼 드림팀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니 넘어가고.




크루이프의 후임인 롭슨은 토탈 풋볼의 본고장에서 PSV 로 좀 치고 리스본과 포르투에서 좀 치면서 당시 기준 떠오르는 감독이었음. 근데 바르셀로나의 본래 의도는 반 할 선임이었으나 1년 미뤄지면서 롭슨과 니즈 일치로 선임한 거였죠. 통역관 무링요가 이때임.




롭슨은 시즌 내내 호돈 의존증 비판에 시달렸고 자신이 잘 알고 써봤던 포르투갈 리그 출신들을 과한 믿음으로 쓰는 등 바르셀로나에서의 생활이 순탄치는 않았던 감독. 득점왕 출신이었던 피찌까지 망해버린 시즌. 코드로에 이어 피찌까지 망하면서 슬슬 바르셀로나의 이질적인 면들이 내적으로도 두각 되기 시작했음.




롭슨은 애초에 1년 땜빵으로 왔지만 본인도 떠나기를 원했고. 그렇게 떠나고 드디어 검증된 명장이자 당시 핫 매물 반 할 선임에 성공. 누네스의 마지막 필살기였음. 반 할은 챔스 성적이 마지막 시즌 4강 빼면 조별 예선 탈락만 한 터라 못한 걸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잘했음.




97-98 은 챔스만 못했지. (셰브첸코한테 박살 나고 뉴캐슬한테 발리고 다님) 리가는 개막 이후 6연승, 빌바오한테 박살 나기 전까지 잘했고 후반기에도 쭉 잘했음.




98-99 는 뮌헨을 한 번도 못 이겨서 떨어지고 전반기 엄청난 위기를 맞이하면서 지역 언론들과 거의 원수가 되지만 후반기 데 부어 형제 영입과 좌우 전술적 변형이 잘 맞아떨어지면서 반등에 성공하고 리가 우승으로 마무리하죠.




신기하게도 조별 예선 상대들이었던 뮌헨과 맨유가 깜노우에서 결승을 펼쳤죠. 깜노우 결승인데 떨어져서 욕 많이 먹었다고 알려져 있음. 09-10 베르나베우 결승에 미쳐있던 이유 중 하나기도 함. 상징적인 우승이 웸블리 말곤 없었으니까.




물론 반 할은 본인이 원하는 선수들 다 사주고 내보내라는 애들 웬만하면 다 내보내주고 다 맞춰준 거에 비해서 못한 건 맞습니다. 사실 기대치 생각하면 챔스 한 번은 들었어야 하긴 했음. 마지막 시즌은 파벌 논란에 반 할과 카탈루냐 언론들의 감정 싸움이 더 심해지면서 그대로 망. 반 할은 떠날 때도 싸우다가 갔음. 나 가니까 좋겠다? 하면서 비꼬기도 했죠.




이후 누네스도 나가고 밑에서 부의장 하던 가스파르트가 누네스를 조지겠다면서 의장이 되지만 피구 런부터 시작해 출발이 쉣이었음. 오베르마스 오버 페이도 피구 런해서 급하게 지른 실책. 네이마르 나가니 뎀벨레 지른 실책의 원조격.




작품 만들기를 고려를 안 할 수 없고 반 할-히바우두 불화로 히바우두까지 런 할까봐 선수들 에고도 안 건들고 보드진 심기도 안 건드는 세라 페레르를 데려다 놨는데 그냥 쓰레기 감독이었음. 타타, 세티엔 이전 제일 쓰레기 감독. 이적생이었던 쁘띠가 적응 실패를 하면서 파벌을 까발려서 팀은 다시 나락으로 간 시즌.




세라 페레르는 도중에 날라가고 (마드리드랑 승점 차이가 거의 20점 가까이 났음) 레전드 렉사흐가 소방수를 자처해서 들어옴. 펩은 이 시즌을 끝으로 본인의 도전 그리고 바르셀로나의 미래 등을 위해 떠나겠다고 선언.




가스파르트는 렉사흐 믿고 여름에 안데르손과 보나노를 제외하고 유망주들을 돈이란 돈은 다 끌어와서 지르는데 싹 다 실패하는 대망의 시즌이 됐고 바르셀로나는 이 시즌을 기점으로 알거지가 돼버림.




결국 필살기가 필요했던 가스파르트는 바르셀로나 감독직 이후 레이카르트의 후임으로 네덜란드 국대를 맡았다 실패하고 꼬맹이들을 돌보던 반 할을 찾아가 데려오는데 성공. 반 할은 이번에는 아예 대놓고 히바우두 내보내라. 라는 조건을 거는데 가스파르트는 수가 없으니 그 조건을 승낙.




돈이 없는 데도 작품 만들기는 해야겠다 싶어서 아르테타를 비롯 꼬맹이들 팔기 + 베테랑들 프리로 풀기 등으로 온몸 비틀기를 해서 리켈메를 데려오지만 반 할이 시즌을 싹 다 망쳐버림.




후임으로 온 임시 감독 안티치는 이미 평판이 바닥으로 가던 감독이었음. 다행히 바르셀로나를 어느 정도 반등시켜 놓고 나가고 의장인 가스파르트도 시즌 도중에 결국 날라감.




레이카르트 이후에는 뭐 얘기 많이 했으니 자세하게 쓸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바르셀로나가 여전히 이런 팀으로 유지되는 건 사실상 아무런 접점이 없는 타타가 성공하지 못해서가 제일 크다고 생각함. 세티엔이야 쓰레기 이론가를 선임한 거니 거론할 가치도 없는 인물이고. 얘만큼 무조건 실패할 거라고 확신이 든 인물도 없음.




개인적으로 클롭 같은 아이디어가 확실하고 검증된 감독은 바르셀로나 같은 환경이라도 실패하지 않을 거라고 보지만 그 정도의 감독이 커리어를 걸고 바르셀로나에 오는 것도 쉽지 않은 것 역시 사실임.




신기하게도 바르셀로나에서 마무리를 제대로 못하면 보통 커리어가 기가 막히게 꼬여버림. 반 할이야 뮌헨으로 살아났지만 1기 이후로는 그저 그랬고. 레이카르트도 망했고. 타타도 그렇고.




가끔씩 질문받는 플릭도 뮌헨 같이 감독을 밀어주는 환경에서도 잡음이 나온 인물이었다는 건 그 상황 해석을 떠나서 그거 하나만 갖고도 바르셀로나에서 마냥 행복 회로를 돌리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 이건 그의 능력 이전의 문제임.




모타나 마르케즈가 후임 명단으로 언급되는 게 팬들 입장에선 마음에 안 들 수 있지만 바르셀로나나 마드리드만큼 지역 언론들의 특성이 매우 이상하고 적대적인 곳은 드물다고 보기에 그걸 보드진의 입장에선 배제할 수 없음.





결론 - 펩이 성공해서 이러는 게 아니라 바르셀로나는 원래 이런 팀. 대박 치거나 최소 중박을 친 감독들은 다 믿음을 실력으로 보답한 내부 인사들 겸 아약스 출신들.




마땅한 인물이 없으니 외부 인사를 찾아봐야 한다는 합리적인 비판이 될 수 있지만 왜 이딴 식으로 하냐는 너무 외적인 요소들을 배제한 비판이라고 봐서 딱히 공감은 안 감.




벨레티도 코치로 깔아 둔 거 보면 라포르타는 1기 의장 시절 선수들을 연속적으로 쓸 수도 있겠다 싶은데 그건 두고 볼 일.




무링요가 감독직을 까인 이유도 지역 언론들과의 신사적인 공존 거부와 어마어마한 연봉 제시, 스태프들 전원 교체라는 파격적인 제안 때문에 까였던 것. 애초에 반 할 정도로 모셔올 생각이 아닌 이상 바르셀로나에서 명장 보려면 도전 정신과 타협을 깔고 들어와야 함. 그걸 할 명장이 있냐부터가 우선이지 않을까.




결국 무링요는 마드리드에서 마르카와 아스를 돌아서게 만들어 일시적으로 마드리드는 언론들의 폭격을 맞았다는 놀라운 사실. 바르셀로나는 그거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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