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부족임. 이번에 바르셀로나가 보강한 코치들만 보더라도 다 경험이 짱짱한 사람들만 모아 온 게 딱 증명하죠.
게다가 바르셀로나에 발을 담궈봤지만 완전한 내부자로 일한 적은 없거나 아니면 아예 여러 클럽들 겪어본 사람들을 위주로 데려온 건 어떤 하나의 현상을 갖고 같은 해석을 내리거나 한 명을 무지성으로 따라가는 게 확실히 도움이 되지 않았고 위험했다는 내부적인 판단이 들어갔을 거라고 보구요.
챠비가 자기 사단들 치켜세우는 것도 피지컬 트레이너만 봐도 요즘 재활 관련해서 탑 클래스 중 하나로 뜨고 있는 카타르에서 배워온 사람 (이반 토레스) 을 비판하는 게 자기 기준에선 납득이 안 가는 거겠죠. 게다가 자기가 배워온 방법론들이 10몇년 지났어도 여전히 먹히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펩이 아직도 1짱이니까) 그런 게 클 거구요.
챠비가 바르셀로나에서 선수 생활하면서 여러 감독들을 겪은 건 맞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극단적인 케이스들만 겪었죠.
반 할, 펩, 루쵸 - 관리, 규율, 통제 등에 미친 감독들
세라 페레르, 렉사흐, 안티치, 레이카르트, 티토, 타타 - 각기 다른 이유들로 뭔가 하다가 엎어버리거나 시도조차 못해본 감독들.
챠비가 선수들에게 휴식이나 휴가를 자주 줬다고 하는데 애초에 얘는 그런 감독들만 겪어봤으니 그게 정답이라고 봤겠죠.
반 할 때야 꼬맹이니 뭐 보고 배울 게 없었다 칠 수 있어도 영감을 많이 줬을 펩이나 루쵸의 관리법은 상당히 독특한데 틀이 만들어지고 완성에 가까워질 만한 시기에 일부러 최대한 선수들을 피로하게 만들고 회복 훈련의 비중을 극대화해서 후반기에 힘을 낸다였는데 챠비가 궁극적으로 생각한 건 이거였을 거라고 봅니다. 불만이었던 것도 이 부분이었을 거라 생각하구요.
어느 순간부터 뭔가 가르치는 걸 포기하고. 감독의 의도도 단기적인 대응책들밖에 안 보였는데 이 선수단으론 자기가 뭘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겠죠. 그러니 선수단 변화를 외쳤고 거기에 보강까지 필요하다 했던 거고. 이게 불가능하다면 가르치는 것보다 스스로 깨우치면서 적응하는 게 중요한 꼬맹이들 쓰는 게 어쩌면 더 낫다고 본 거겠죠.
순서를 따져서 정리해 보면 이렇게 될 것 같음.
1. 챠비는 변방 리그를 돌아본 경험과 자신의 밑에서 카타르에서 다시 이론을 다진 이반 토레스와 본인이 선수 시절부터 쌓아온 이론의 조화로움이 선수들에게 먹힐 거라고 판단했다. 헌데 선수들은 여기서 난이도에 대한 의문을 느꼈고 트레이닝론이 바르셀로나 수준 (=빅 클럽들 수준) 에는 걸맞지 않다고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 트레이닝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피지컬 트레이너의 창의성이나 훈련 개발 등보단 기량 자체가 뛰어난 선수들을 너무 갖다 쓰니 훈련 도중 부상이 많아졌고 데미지를 회복하기보단 오히려 역으로 쌓이는 빈도 수가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선수들 줄부상의 원인 중 하나가 됐을 거다.
2. 선수들의 부상이 많아지는 와중에 성적 부담감이 심한 클럽에서의 3일 간격에 대한 노하우를 가진 코칭스태프는 감독인 챠비와 의사인 프루나밖에 없었다. 여기선 추측이 아니라 확신하는데 챠비의 결정에 모든 스태프들이 따라갔을 거다. 지들이 아는 게 없는데 무슨 의견을 내겠나.
=> 이론적으론 회복 운동 이후에는 가능하면 최대한의 휴식이 맞다. 누구의 관점이 아니라 축구계에 종사하는 의사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부분이다. 어차피 트레이닝 강화에서 문제를 겪는다면 챠비는 여기서 선수들이 최대한 쉼으로써 리듬을 찾는 게 낫다고 봤을 가능성이 높다.
3. 아마 여기서 악순환에 빠졌을 거다. 제대로 된 틀이 없는 와중에 트레이닝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고 휴식으로 답을 찾으려 하니 경기력은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고 선수들 개인 능력이나 부재에 따른 기복이 큰 폭으로 나타나기 시작했고.
선수들 체력은 오르고 내려가는 어떤 하나의 사이클을 타는 게 아니라 그냥 시즌을 치르면 치를수록 내려가기만 하는 전형적인 설거지 차트처럼 흘러갔다는 거다.
=> 챠비가 코칭스태프 보강은 찬성했지만 이반 토레스의 이탈이나 권한 축소는 반대했었는데 아마 선수단 변화와 보강이 이뤄지고 트레이닝이 조정되면 본인과 이반 토레스의 조화가 이뤄졌을 거라고 본 게 제일 크지 않았나 싶다. 2년 반 동안 경험이 쌓인 챠비와 이반 토레스와 이전의 챠비와 이반 토레스와는 분명히 다르다고 봤을 테니.
4. 변방 리그나 카타르 리그만 겪어본 피지컬 트레이너가 일부분도 아니고 한 시즌 내내 최고 수준에서 경쟁하는 선수들의 요구치를 만족시킬 리가 없다.
그렇다고 어디서 잘 배워온 사람이 운이 좋지 않거나 좋은 기회가 없어서 변방 리그를 돌던 것도 아니다. 그런 거였음 당연히 언론들이 물고 빨아줬을 거다.
결국 이도저도 아닌 사람이었단 소린데 선수 시절에도 1부 리그 공기도 못 맡아본 사람이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선수들을 시즌 내내 만족시킬 트레이닝론을 짜낸다? 너무 현실성 없는 얘기다.
=> 펩이나 루쵸의 썰들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매일 같은 훈련을 하는 게 아니라 상대 팀마다 다르고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훈련이 다 다르다. 회복 훈련 비중을 높이는 것도 다 계획과 원칙의 일부지. 무작정 하는 게 아니란 거.
선수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일부분인 피지컬 트레이너의 능력이 딸리면 선수들도 다 영향을 받는다. 펩의 식단 관리의 아이디어의 일부는 비엘사와 일했던 경력이 있는 부에나벤추라의 아이디어도 포함되어 있었던 건 유명한 일화. 이반 토레스는 무엇을 했나.
5. 데코는 팀이 무너져갈 때 레이카르트가 경기 전후로 선수들에게 어떠한 터치도 안 하는 걸 겪어본 사람. 그리고 본인이 그 해이해진 기강 속에서 팀 분위기를 망치던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했다. 자율성이 너무 강해질 때 선수들이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걸 몸소 겪어본 그의 입장에선 바르셀로나가 위태로워 보일 수밖에 없었을 거다.
=> 가뜩이나 10대 나이의 어린 선수들이 많은 것도 모자라 방향성이 확고하게 잡히지 않은 20대 초중반 선수들이 있다는 것까지 생각해 본다면 조금 더 체계적이고 선수들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고 부상이나 예방법에 대해 다양한 접근 방식들을 얘기해 줄 수 있는 코칭스태프들의 존재가 바르셀로나에 도움이 될 확률이 높다고 봤을 것이다.
6. 적어도 챠비와 그의 사단들에 대한 평가는 데코가 정확했고 맞았다. 선수들의 반응이 증명해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굳이 언론들을 통해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건 데코가 옳았고 능력이 있다는 걸 조명해 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물론 난 이 부분에서 맞았다고 데코가 남길 바라질 않는다. 그는 여전히 대부분의 영역에서 무능하고 쓸모가 없다.
그리고 관리법은 한 시즌 농사의 일부고 넓게는 커리어 전반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그게 무조건 좋은 결과를 보증해주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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