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얘기해 오지만 펩은 스쿼드에 대한 확신이 없거나 변수가 많을 땐 더더욱 경직된 기용 방식을 선호하는 감독 중 하나고. 이런 부분들은 매우 정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봅니다. 그렇다고 하던 거만 하는 감독은 아니구요.
트레블 시즌 축구랑 저번 시즌 축구랑 다르고 이번 시즌 축구도 다름. 큰 틀에서 비슷하다고 다 같은 축구가 아니라는 거죠.
이번 경기는 홀란드가 가능하면 중앙이나 박스 안, 근처에서 머물면서 수비수들을 묶어주는 게 얼마나 컸는 지랑 마드리드가 시티를 너무 자주 만나니 웬만한 건 다 알고 있었고 선수들이 눈치를 워낙 빨리 챌 수밖에 없었다는 게 더 크게 작용한 경기라고 보는 게 옳겠죠.
전반전의 전술전략은 마르무쉬랑 사비우가 마드리드 입장에선 시티 선수로서 익숙한 선수들이 아니니 이들을 중앙에 넣어 혼란을 주고 베르나르도 실바와 포든을 좌우로 배치해 공수 양면에서 귄도간과 그바르디올, 후사노프를 보조하고 개개인의 동선과 커버 범위 등을 조정하려는 의도였다 봅니다.
문제는 귄도간을 너무 신경 쓰는 바람에 반대로 베르나르도 실바의 커버 범위와 역할 및 동선 등이 조정이 전혀 안 됐고 그걸 찾아나가기도 전에 실점을 하고 스톤스까지 부상으로 빠져버리면서 완전히 꼬여버렸음. 베르나르도 실바만큼은 아니지만 현 스쿼드에서 다양성을 갖춘 선수로선 스톤스만 한 선수가 없기에 이 부분은 꽤 컸다 생각하구요.
실제로 스톤스가 나가면서 아케가 들어왔는데 아케는 커버 범위가 넓어지고 종으로 동선이 길어지면 부상이 무조건 생기는 선수가 되어버린 터라 위치가 중앙으로 고정되어 버리니 사실상 그바르디올의 과부하를 최대한 줄여보고자 하는 의도 역시 무의미해졌음.
이제 이미지들로 짚어보죠.
(마드리드가 볼 소유권을 되찾고 좌측면을 통해 나가려고 하자 시티 선수들은 간격과 대형을 맞출 생각은 아예 안 하고 일단 측면으로 모는데 집중함)
(언뜻 보면 압박이 강하게 이뤄지고 있는 거 같지만 과도하게 선수들이 측면에 모이면서 한 번 제껴지면 끝나는 거임. 측면 투자의 핵심은 다수의 인원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방향이 하나 지워진 곳에서 최소한의 인원이 참여해 공수를 해내는 거임. 완전 정반대로 이뤄지는 이유. 체력적으로 안 된다는 증거임)
(굳이 무리하지 않고 좌우를 횡으로 넓게 쓰면서 조금만 빠르게 돌리기만 해도 시티의 간격과 대형은 엉망이 되버림. 이때 그바르디올과 니코의 위치가 애매해짐)
(패스를 그냥 종으로 확 넘겨버리면 그대로 속도전 싸움이 되는 거임. 음바페가 제일 잘하고 자신있어 하는 양상이죠.)
(귄도간의 커버 범위와 수비 방식이 좁으면서도 위험한 걸 아니 그 부분을 절충해서 나왔음. 베르나르도 실바를 왼쪽에 배치해 귄도간과 그바르디올의 부담을 덜고 포든 역시 귄도간의 커버 범위를 나눠주면서 측면에서 중앙으로 들어가면서 공간을 찾게끔 했죠.)
(문제는 귄도간이 대부분의 상황에서 한 번 제껴지면 그다음이 없으니 베르나르도 실바가 항상 다지선다가 걸린 상태로 플레이를 하게 함.)
(간격과 대형을 맞추면 압박 자체가 되지가 않음. 시티 선수들 대다수는 체력적으로 유통 기한이 짧다는 게 이미 다 들통났음. 그러니 상대적으로 멀쩡한 사비우와 마르무쉬를 최전방으로 보내고 베르나르도 실바와 포든으로 귄도간과 그바르디올의 부담을 덜고 후사노프를 오른쪽에 썼다 생각함)
(문제는 이렇게 전방 압박을 아예 포기하고 라인을 유동적으로 가져가면서 중앙을 거쳐 가길 기다리면 음바페가 있으니 한 방에 넘겨버리면 그만이라는 거임.)
(계속 귄도간과 간격을 지켜주면서 다각도로 상황 파악을 하고 있는 베르나르도 실바. 스톤스가 빠지면서 문제가 더 심화됐다 생각함.)
(게다가 너무 자주 만나고 저번 시즌 베르나르도 실바를 극한까지 갈아마셔서 패가 다 까발려진 상태. 이제 베르나르도 실바가 최후방으로 아주 깊게 빠지든 후방 플레이어로서 기능을 하든 아니면 뭘 하든간에 마드리드 선수들은 굳이 베르나르도 실바를 과하게 잡으려 하지 않음)
(코너킥 상황 이후 일시적으로 양 팀 모두 간격과 대형, 선수들의 위치가 꼬여버린 상황. 귄도간이 제일 먼저 볼이 향할만한 곳으로 움직임. 무조건임. 벨링엄이 이때쯤부터 귄도간이 무조건 이런다는 걸 본능적으로 눈치를 챘음)
(벨링엄이 움직이니 아케가 먼저 귄도간과의 간격을 맞춰주고 보조해주러 감)
(귄도간의 수비 방식은 이제 다양하지 못함. 맛탱이 가버린 부스케츠랑 똑같이 좋은 자리를 못 잡을 게 뻔하니 일단 무조건 박고 봐야하는 거)
(간신히 벨링엄의 크로스가 걸려서 볼이 뒤로 빠져버리니 그바르디올이 이제 좌우 간격을 완전히 맞추러 자기 자리로 돌아감)
(문제는 전방 압박뿐만 아니라 마드리드의 측면에서 중앙이나 박스 진입도 가능하면 측면에서 끝내려 하니 자연스럽게 중앙 공간이 비어버림)
(드리블로 한 번 제끼거나 전진이 이뤄지는 순간 공간이 너무 쉽게 나버림)
(문제는 이렇게 전체적인 간격과 대형을 포기하고 여차하면 좌우 간격까지 포기하고 가능하면 사전에 대응하려 하니 반대편 선수들은 최소 이지선다에 빠져버림. 후사노프도 여기서 좌측면에서 들어오는 비니시우스까지 신경써야 하니 음바페만 보고 있을 수가 없음. 베르나르도 실바가 이를 알고 한 방 수비를 하러 오는 거임)
(경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더 명확하게 들어오기 시작했음. 오른쪽 전개를 가져가려 하니 베르나르도 실바가 사전에 대응하려 귄도간과의 간격을 깨버리고 최대한 빨리 붙으려 함)
(귄도간 역시 자기가 좋은 자리를 잡는 것보다 마드리드 선수들이 더 빠르게 움직일 걸 아니 미리 대응하러 같이 따라옴)
(경기 초반부터 여러 차례 귄도간이 무조건 먼저 움직이고 박는다는 걸 안 벨링엄이 이제 끼어들기 시작하죠.)
(오른쪽에서도 똑같음. 귄도간은 또 먼저 대응하러 와있고 니코는 가능하면 벨링엄을 맨투맨으로 붙는 게 최우선 임무니 시티 선수들은 또 여기 많이 모여있죠. 이렇게 수비해야 할 이유 아예 없음. 홀란드도 없이 마드리드랑 속도전을? 있다 해도 납득이 안 갈 건데? 이유는 딱 하나임. 체력적으로 안 되니 가능하면 최소한의 상황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거)
(받으러 내려오던 비니시우스를 잡으려 한 후사노프가 터치 한 번에 벗겨지니 바로 공간이 또 텅텅 빔)
(시간을 벌어야 하니 베르나르도 실바가 붙으려 하는데 문제는 이러면 아까 후사노프처럼 반대편의 그바르디올이 또 이지선다에 걸리는 거임)
(귄도간은 내려오면서 발베르데가 프리하게 올라오는 걸 분명히 봤지만 머리론 알아도 몸으론 실행에 옮길 수가 없음. 가능하면 먼저 박는 게 최선이라는 걸 본인도 알고 펩도 알고 모두가 다 알고 있음)
(역시 루즈볼이 되어 튀어버리니 먼저 움직이는 것도 귄도간임. 문제는 빠른 속도로 붙질 못하는 거겠죠. 알아도 안 되는 거임)
(여전히 베르나르도 실바에겐 붙질 않음. 베르나르도 실바한테 과도하게 붙어야 그바르디올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에게 공간이 열리고 유도가 되고 전진이 되는데 이미 마드리드의 모두가 베르나르도 실바의 플레이 스타일과 데 브라이너가 없는 시티의 방식을 알고 있음)
(그러니 베르나르도 실바가 아예 귄도간한테 저 마드리드 선수들 사이 공간으로 들어가달라 하죠.)
(귄도간은 다른 선수들을 다방면으로 도와줄 수 없음. 그러니 볼은 자연스레 뒤로 돌아버림)
(그래도 빈 공간을 포착하고 자신이 패스 루트를 뚫어줘야 하고 양 방향 패싱의 기점을 해줘야 하는 걸 알고 있음. 이거 하나 때문에 쓰는 거임. 시티 선수들 대다수는 제한적인 패스 루트와 이용과 활용에 장점이 있는 선수들만 있으니까)
(계속해서 얘기하지만 측면으로 모는 상황이 아니어도 시티 선수들은 측면에 과도하게 몰려있음)
(역시 똑같이 횡으로 빨리 돌려버리면 귄도간이 먼저 움직이기 전에 누군가는 프리맨이 되버림. 이 경우는 추아메니가 프리맨이 됐죠.)
(또 패스 한 방에 다 제껴졌음)
(벨링엄을 니코가 어떻게든 따라오니 이제 세바요스가 갑자기 뛰어다니면서 패스를 받고 전개할 거처럼 오프 더 볼을 하죠. 이제 마드리드 선수들이 시티의 수비 방식을 완전히 간파한 거임)
(귄도간이 무조건 먼저 박는 걸 아니 세바요스가 받을 거처럼 낚시질을 하고 우측면까지 타버리니 귄도간이 따라 붙으면서 또 추아메니가 프리맨이 됐음)
(가능하면 벨링엄을 따라다니던 니코가 자신이 제일 가까이 있으니 추아메니한테 붙는데 이러면 벨링엄이 프리맨이 되죠.)
(추아메니의 왼발 이슈로 오른발로 바로 측면으로 돌아 한 단계 더 거쳐 전진이 이뤄졌지만 아까랑 다를 게 없음. 오히려 마드리드가 점점 더 공략을 쉽게 쉽게 하고 있죠.)
(두 번째 실점도 그냥 똑같음. 차이점이라면 베르나르도 실바가 벨링엄을 맨투맨으로 붙고 있다는 거뿐이죠.)
(한 번에 우측으로 넘겨버리니 베르나르도 실바가 제일 먼저 시간을 벌어줘야 하니 벨링엄 맨투맨을 깨버리죠. 니코가 재빠르게 붙어줘야 하는데 거리가 너무 멉니다.)
(니코가 벨링엄한테 붙을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하는데 마드리드가 여기서 전개 속도를 올리죠.)
(니코가 가까이 와서 이제 아케가 빠져주면 딱 되는데 지체하지 않고 전개를 해버리니 뚫려버렸죠.)
(결국 패스가 잘 들어가면서 다 제껴졌는데 귄도간은 상황 파악이 끝나고 뛰면 저렇게 되는 거임)
후반전 조정은 바로 눈에 들어왔음. 베르나르도 실바가 후방에 있는 의미가 아예 없고 상대 선수들이 과할 정도로 달려들어야 하는데 그렇게 안 하니 그냥 오른쪽 윙어인 척하는 본래의 역할로 돌아가고.
귄도간 쓰임새도 다 읽혀버렸으니 반대로 내려버리고 모든 상황에서 무조건 갖다 박는 것도 줄었죠. 그리고 그바르디올 역시 이번 시즌 원래의 역할로 돌아가고. 포든은 조금 더 중앙으로 들어와 공간을 찾고 이용과 활용에 더 초점을 맞춰버림.
니코도 더 이상 벨링엄 맨투맨을 최우선으로 시행하지 않았죠.
팀적으론 더 이상 실점을 하면 안 되니 가능하면 과도하게 측면에 들러붙지 말고 센터백들 개개인의 기량에 더 의존하는 형태를 띠면서 기존의 전술전략으로 돌아간 셈인데 마드리드가 좌우를 더 원활하게 쓰는 셈이 돼버렸고 마드리드 선수들이 이를 잘 활용하면서 세 번째 골까지 이어지고 끝났다 봅니다.
에데르송이 트레블 시즌 전후부터 넓은 범위 커버가 안 되니 그 부분 역시 고려했겠죠. 사실 막을 걸 못 막아준다보단 골키퍼로서 어느 정도 넓은 범위 커버를 해줘야 할 때도 그게 안 되기에 오히려 더더욱 패스로 풀어나가는 골키퍼라는 게 더 치명적인 약점이 아닌가 싶음.
애초에 초반에 승부를 봐야 하는 입장인데 1차전 결과까지 고려해야 하니 나름 고민한 흔적이라 보는데 오늘 경기로 펩이 왜 45분이든 일회성 전술전략이든 웬만하면 큰 변화를 주지 않는지 잘 보여줬다 봅니다.
그걸 실행할 체력 자체가 안 되고 선수 구성상 한계가 여실히 보이기 때문에 유통 기한을 줄이는 짓은 웬만해선 하지 않는 게 맞는 거임.
개인적으론 별로 기대를 안 했던 터라 떨어지는 거 자체에도 별 생각이 없긴 한데 스톤스가 너무 빨리 나간 부분은 그래도 아쉬울만하지 않았나 싶네요. 뭐라도 더 해봤냐 안 해봤냐의 차이 정도랄까.
마드리드 입장에선 양상 자체가 선수들 개개인의 장점들이 잘 나오는 양상으로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봅니다.
오프 더 볼 상황에서 상대 선수들을 잘 제끼는 벨링엄이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잘 읽으면서 잘 헤집어 놨고. 음바페도 자신이 사선으로 들어가거나 종으로 뛰어 들어가는 양상이 자주 나오니 우측면에 빠져있기도 하고 수비수들 사이에서 볼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기도 좋았죠. 순수한 루즈볼 싸움이 돼버리니깐.
굳이 여러 번 볼이 돌거나 중앙을 거쳐 측면으로 가서 썰어가고 할 필요가 없으니 답답한 그림 자체가 나올 일이 없었음. 추아메니가 다른 경기들에 비해 원 터치 플레이도 더 많았고 더 과감한 모습을 보인 이유 중 하나기도 하구요.
후반전은 굳이 이미지 딸 필요도 없고 3대0 이 된 60분 이후부턴 멀티태스킹 하느라 따로 더 언급할 것도 없음. 뭐 계속 비슷한 집중도로 봤다고 해도 더 얘기할 게 없을 것 같네요. 그 정도로 너무 말리고 너무 밀리는 경기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