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하게 선발 라인업을 많이 바꿨는데 경기가 어떤 이유로든 꼬여 후반전에 핵심 선수들이 들어갔다.
=> 로테이션을 실패했거나 로테이션이 아님. 결국 교체로 들어간 핵심 선수들은 제한 시간 안에 경기를 뒤집어라라는 무리한 미션을 요구받기에 때로는 선발로 뛰는 것 이상의 소모가 일어날 때가 있음.
90분을 뛴다고 다 같은 90분이 아니고 45분을 뛰든 30분을 뛰든 다 같은 게 아니라는 거임.
가끔 어떤 이유로든 일단 선발로 박고 보는 선수들 중 그 동일한 리듬에서 오래 뛰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이 들어가 교체로 빼지도 않고 뺄 거면 아예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시키는 경우가 있죠.
보통 교체로 들어가면 불규칙한 리듬을 요구받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 어떤 감독들은 이 불규칙한 리듬을 요구받는 순간이 때로는 선수들을 더 부상에 노출시킨다고 보는 경우도 있음. 옛날 사람들이지만 크루이프와 사키도 늘 비슷한 소리를 하던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교체도 잘 안 했음. 펩도 비슷하고.
로테이션은 게임처럼 다 바꾸고 3일 더 쉬면 체력 돌아오는 그런 간단한 이론이 아님. 얼마나 기복의 폭을 제한하며 변수들을 차단할 수 있냐에 가까운 대응 방식의 하나죠. 대부분의 경기를 이겨야 하는 빅 클럽들의 감독들이 이 절충안을 찾는 건 쉽지 않음.
그러니 주기와 관리법이 하나의 트렌드이자 승부수로 자리 잡은 거고 포리바렌테 (그냥 여기저기 다 뛰는 땜빵맨 말고 머리 잘 돌아가는 애) 가 팀의 또 다른 핵심 카드로 뜨는 거임.
변수 차단이 그만큼 잘 되면 로테이션은 제한적으로 이뤄져도 팀은 충분히 돌아감. 오히려 더 안정적이겠죠. 허나 내외적인 변수들은 보통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으니 컴팩트한 스쿼드는 어느 순간 위험에 노출되는 거임.
그래서 숫자를 중요시하는 감독이 있으면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감독이 있고. 이 안에선 포리바렌테를 더 중요시하는 감독도 있는 거죠.
근래의 빅 클럽 선수들은 자기 관리를 어느 정도 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이기에 3일 간격의 경기에 대한 자기만의 관리 비법들은 있기 마련임.
문제는 3일마다 뛰냐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님. 우선순위 문제) 보단 90분 동안 어떻게 뛰냐겠죠. 굳이 중요성을 따지자면 후자라는 거임. 대부분은 후자는 무시하고 전자만 바라보니 일단 빼고 보자는 얘기만 하는 거죠.
경기 중 회복력이든 주어진 시간 안에 회복하는 속도가 빠르든 그거야 타고남의 영역도 있으니 편차가 있겠지만 얼마나 일관성 있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뛰게 만드냐가 중요하다는 거임. 제가 종종 얘기하는 틀의 영역이겠죠.
효율적으로 뛴다는 건 또 마냥 걸어 다니고 수비 가담을 안 하고 그런 영역이 아니라 크게 나누면 낄끼빠빠의 영역인 셈이고. 본인이 없어도 되는데 끼어들면 그것도 체력 낭비인 거고 그게 쌓이면 문제가 되는 거니까.
그래서 특정 선수 (또는 선수들) 의존증이 심하거나 보조자들이 스쿼드의 대부분이거나 감독이 변수 대응이 좋지 못하면 기용 방식은 경직되기 마련임.
숫자로 승부를 보는 로테이션 만능론은 이미 약 20년 전에 박살 난 한심한 이론인데 아직도 3일 간격에 대한 대응책이 무조건 로테이션이 답이다라고 외친다면 그건 망상에 빠진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거임. 극후반기에 오면 모든 타이틀을 놓고 경쟁하는 팀들은 대부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음.
차라리 끊임없이 늘어나는 3일 간격의 경기 수가 누적치를 더더욱 당기고 잦은 이동이 만들어 내는 갖가지 변수들이 더 문제라는 거고 그게 A매치를 피파 바이러스라 지적하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
Football/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