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언론 Guardian 에 매주 라 리가 관련 칼럼을 기고하시는 Sid Lowe 씨와의 인터뷰입니다. 하도 길어서 의역 많이 했습니다. 아무튼 감안해주시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http://www.guardian.co.uk/football/2012/nov/09/andres-iniesta-barcelona-spain-interview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 축구는 과학이 아니다. 우리가 이러한 방식의 축구를 고집하는 건 우리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이기 때문
라 만차의 한 마을에는 술집이 하나 있다. 그 마을은 푸엔테알비야라고 불리는 마을이며 겨우 1,864명 정도의 사람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인데 거기에는 루잔이라고 불리는 술집이 하나 있다. 오랜 시간 동안 한 사람이 그 술집을 꾸며왔는데 그게 바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할아버지다. 지역의 페냐나 서포터즈들이 함께 모여 축구 경기를 보는 술집이지만, 그 술집의 벽에는 오려진 뉴스 기사들과 셔츠들이 자리 잡고 있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커리어를 집합해놓은 작은 박물관 같은 곳이다.
지난 수요일, 이니에스타와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또 다른 역사의 일부분이 되었다. 물론 그들이 주인공은 아니었으며 또한 바르셀로나에게 있어서 즐거운 일도 아니었다. 셀틱과의 챔피언스 리그 조별 예선 4주차 경기가 열리기 하루 전 이니에스타와 샤비 에르난데스 그리고 리오넬 메시는 셀틱의 125주년을 축하하는 의미로 125주년을 의미하는 마킹이 새겨진 셀틱의 유니폼을 들고 사진 촬영을 가졌다. 그리고 경기 날에 셀틱은 바르셀로나가 2주 전 깜노우에서 셀틱을 꺾어내고 느꼈던 기쁨 그 이상의 기쁨을 느꼈다. 셀틱의 팬이자 영국의 락 가수인 로드 스튜어트는 경기가 끝나고 눈물을 흘렸으며, 셀틱의 레전드이자 현 감독인 닐 레논은 세계 최고의 팀을 꺾었다며 행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과 반대로 셀틱과의 지난 경기에서 골을 넣었던 이니에스타는 침묵했다. 바르셀로나에게 있어선 첼시 전이 생각나게 하는 하루였다. 지난 시즌 첼시와의 챔피언스 리그 4강전 말이다. 너무나도 비슷했다.
잊지 못할 기억들을 많이 갖고 있는 선수로 이니에스타만한 선수도 없을 거다. 이니에스타가 2009년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첼시와의 챔피언스 리그 4강 2차전 경기에서 경기가 끝나가기 직전에 골을 넣어 팀을 결승으로 이끌었던 그 날 이후 카탈루냐라는 지역의 출산률은 무려 40%나 늘어나는 효과로 이어졌다. 그의 할머니는 당시 병원에서 경기를 보고 계셨다는데 골이 들어가자 뛰어 오르시면서 소리를 지르셨다고 한다. '내 손자에요! 내 손자!' 라고 말이다. 할아버지가 운영하고 계시는 술집 루잔에서 가족들은 두 번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과 유로 결승전 그리고 우승을 확정짓는 결승골을 넣었던 월드컵 결승전 경기를 다 함께 보았다고 한다.
"저희 할아버지는 스페인이나 바르셀로나의 큰 경기가 있으면 언제나 바를 열어두세요. (웃음) 2009년 로마에서 열렸던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서 신고 뛰었던 축구화를 아직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웸블리에서 있었던 결승에서 폴 스콜스와 교환한 셔츠 또한 가지고 있죠. 그리고 월드컵 결승..."
이니에스타는 말을 잇지 못하고 멈췄다. 사커 시티에서 열렸던 그리고 스페인이 최종적으로 우승을 거머쥐었던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 밤, 골이 들어가자 이니에스타는 자신의 유니폼을 들어올려 심장마비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던 자신의 친구이자 에스파뇰의 주장이자 센터백이었던 다니 하르케를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다시금 떠올릴 수 있게끔 만들었다. (역자 주 - 셔츠에 적힌 문구는 '다니 하르케는 항상 우리와 함께 있다.' 라는 뜻) 그가 당시 입고 있었던 셔츠는 바르셀로나의 지역 라이벌인 에스파뇰의 구장에 보관되어져있다. 월드컵 결승전 연장전에서 결승골을 넣었던 그 날 그 때의 기억을 이니에스타는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볼이 자신에게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균형을 잡고 슈팅을 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는 결국 골을 성공시켰다.
"월드컵 결승전에서 신었던 신발 또한 있을 거에요."
푸엔테알비야는 카스티야 지방에서도 아주 깊숙한 곳에 위치해있다. 거기서 살던 이니에스타는 12살의 나이에 그 작은 마을을 떠났다. 그는 바르셀로나에서 12살 때부터 지금까지 쭉 살아왔으며 최근에 그는 카탈루냐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카탈루냐인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처음 바르셀로나라는 도시에 도착했을 때는 꽤 오랜 시간동안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만을 머릿 속에 담으며 지냈다고 한다. 그의 부모님이 그를 보려고 바르셀로나로 올 때가 있었는데 그 때마다 호텔 방에서 부모님과 함께 잤는데 단순히 같은 방에서 자는 게 아니라 그의 부모님과 같은 침대에서 자야 잠이 올 정도로 부모님의 품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부모님이 없었을 때는 라 마시아의 숙소에서 창문을 바라보며 집 생각을 자주 했었다고 한다.
"그 시절은 제 인생에 있어서 최악의 시기였어요. 그 어린 나이에 가족과 500km나 떨어져있다는 걸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정말 작은 동네에서 어딜 가든 집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그런 동네에서 걸어다니기도 무서울 정도의 도시로 간 것은 제게 정말 많은 변화를 일으켰어요. 그 시절에 대부분의 밤들을 이런 생각을 하며 보냈죠. '집에 가고싶다.' 라며 말이죠. 정말 힘든 순간이었어요. 다시 돌아가서 그렇게 하라고 한다면 절대로 못 할 거 같아요. 하지만 강해질 필요성이 있었죠. 겨우 12살에 불과했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싸워나가야한다. 돌아갈 수는 없으니까 버텨내야한다.'"
고생과 보답은 이니에스타의 경험에 가장 가운데에 있는 것들이다. 이니에스타라는 선수에게 있어서 축구라는 것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너무나도 부드러운 플레이를 하는 그였기에. 하지만 그가 얘기해준 것들은 정반대였다. 의외로 굉장히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금방 이해가 됐다. 사실 말하자면 이니에스타는 키가 작은 편이다. 운동 선수를 하기에 키가 작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작다. 5피트 7인치 (역자 주 - 170cm) 에 불과한 키에다가 몸무게도 그다지 많이 나가지 않는다. 한 마디로 왜소한 체격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신체적인 것이 아니라 다른 재능이 있었다.
"만약에 모든 선수들이 똑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 저는 축구 선수가 될 수 없었겠죠. 하지만 모두가 다 달라요. 그렇기 때문에 경쟁이란 것이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죠. 자신의 능력을 믿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어요.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그 자리를 지켜내는 것, 조국을 위해 뛰는 것 그리고 타이틀을 따내는 것이 어떻게 보면은 쉬워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모든 축구 선수들이, 모든 팀들이 하나의 타이틀을 걸어놓고 경쟁합니다. 그게 큰 대회이건, 작은 대회이건 상관하지 않고 말이죠. 모든 선수들이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 떄문에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그것을 유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에요."
"원하던 목표를 이뤄내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게 되면) 수 많은 감정이 교차해요. 월드컵 결승에서 심판이 경기가 끝나는 휘슬을 불었을 때를 기억하는데, 제가 그 때 제일 먼저 느꼈던 감정은 아픔(고통)이었어요. 그리고 나서 든 생각은 '내가 세계 챔피언이야.' 였죠. 그 생각이 들고나니 또 다른 생각들이 밀려왔죠. 월드컵이 열리기 전까지 부상으로 인해 정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어요. 그렇기 떄문에 제가 월드컵 우승을 할 거라는 생각 조차 하지 않고 있었죠. 어떠한 고통과 희생도 없이 큰 승리를 얻어낸다면 그것 또한 기쁘겠지만, 많은 어려움과 고생 끝에 차지한 큰 승리는 더할 나위없이 기쁜 일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제게 있어서 월드컵 우승은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2009년에 로마에서 있었던 챔피언스 리그 결승 또한 비슷했어요. 근육이 찢어져서 오른발로 슈팅을 할 수가 없었죠."
이 이야기는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다. 바르셀로나의 팀닥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로마에서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이니에스타에게 절대로 슈팅을 하지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슈팅을 하지 말라는 것이 이니에스타를 그리고 그와 함께 미드필더라인을 지휘했던 샤비를 막지는 못했다.
"그런 순간이 있어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내 몸이 훨씬 잘 움직여 줄 때가 있어요. 한계를 초월했달까. 그 떄가 그런 때였던 거 같아요. 결승전을 17일 앞두고 부상을 당했었는데 그 때 당시 제가 원했던 것은 그냥 결승전 무대에만 있었으면 하는 거였어요. 얼마나 부상 상태가 심각했냐면 3cm 가량 근육이 찢어졌다고 그랬었어요. 아침이건 밤이건 상관없이 고통이 왔었죠. 물론 이전에 파리에서 열렸던 (2005-06 시즌 챔피언스 리그 결승 v 아스날 전) 경기에서 뛰었지만 교체 출전이었고, 좋기도 했지만 슬프기도 한 그런 경험이었죠. 그래서 부상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을 했어요. 로마에서 열리는 결승전에는 반드시 뛰어야겠다고. 결과적으로 보면 무리한 결정이었고, 결승전에서 뛰었던 대가로 다음 시즌 초반에 부상으로 거의 모든 경기에 뛰지 못했었죠. 큰 대가를 치룬 경기였어요. 하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경기였죠."
비야레알과의 경기에서 이니에스타가 부상을 당했었을 때 과르디올라는 코칭스태프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안드레스는 결승전에 뛰려 할 거야. 무슨 일이 있든 간에 그는 뛰려 할 거야.' 펩 과르디올라는 오랜 시간동안 이니에스타의 팬이자 그를 지켜주는 보호막이었다. 라 만차의 작은 마을에서 건너온 한 꼬마가 퍼스트 팀 훈련에 처음으로 함께 했을 때, 과르디올라는 그의 동료들에게 이 날을 기억하라는 말을 해주었다고 한다.
이니에스타가 과르디올라에 관하여 느끼고 있는 것도 과르디올라가 그에 관하여 느끼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느껴졌다.
"당연히 그가 다시 감독으로서 돌아올 거라고 봐요. 그게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어느 팀으로 가든간에 그는 그 팀을 이끌고 위대한 승리를 해낼 거에요. 한 치의 의심도 없습니다. 바르셀로나가 최근에 수 많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건 펩 때문입니다. 그가 우리에게 보여준 모든 능력들은 우리가 그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게 만들었죠. 그리고 그를 믿고 따른 덕분에 수 많은 영광을 경험할 수 있었어요."
과르디올라와 관련된 얘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 얘기를 더 해봤다. 이전에 과르디올라가 언론에 이니에스타에 관하여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안드레스는 머리를 염색하지도 않으며, 귀걸이를 착용하거나, 문신을 하지도 않는다. 그의 모습이 언론들에게는 정말 매력 없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러한 그의 행동들이 그를 최고로 만든다.'
사실, 이니에스타는 시간을 거쳐가며 너무나도 인기있고 유명한 선수가 됐다. 누구보다도 팬들에게 다가가려하며, 팬들과 함께 호흡하려고 노력하는 선수가 바로 이니에스타다. 이니에스타가 월드컵 우승을 한 후 얼마 안되서 겪은 한 일화가 생각났다며 말해주었다. 바에 있었는데 어떤 한 여성이 자기에게 다가와 '저기요.' 라고 했었다는 것이다. 이니에스타는 대답을 해주었고, 그는 그 여성이 평소 많은 사람들이 요청하던 싸인이나 같이 사진을 찍자는 부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오렌지 환타 주세요.'
이니에스타에게서 나오기에는 불가능한 얘기가 아닌가 싶었다.
"사람들이 절 존중해주고,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준다는 것이 느껴져요. 그것들은 정말로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줍니다. 하지만 좋다, 나쁘다로 나눠서 얘기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에요. 모든 사람들은 다 달라요. 당신이 만약 타투를 했는데도 나쁜 사람이 아닐 수도 있는 거고, 타투를 하지 않았음에도 좋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는 거죠. 모든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비춰질까를 고민하고 자신의 이미지를 어떻게 보호할 지에 관하여 생각하고 살아가죠. 어떤 사람들은 절 좋아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을 의식하는 것보다는 나 자신이 어느 때나 평소와 같게 행동하는 것이겠죠."
──
to be continued...
──
'Football >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왜 위대한 팀들은 종말을 고하는 것일까? (0) | 2012.12.15 |
---|---|
이니에스타 "축구는 과학이 아니다." - Part 2 (0) | 2012.11.12 |
'헐크'라는 닉네임을 어떻게 해서 쓰게 된 건가요? (0) | 2012.10.22 |
왜 내가 미는 선수들은 다 안 풀리는가.. (0) | 2012.10.10 |
몇 가지 얘기 (0) | 2012.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