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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창과 방패, 명분과 실리 - 과르디올라 vs 무링요

by 다스다스 2010.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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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르디올라와 무링요, 이 두 명의 명장들이 자신들의 팀을 이끌고 펼쳤던 다섯 번의 경기의 당시 상황과 결과 그리고 경기 내용, 흐름을 살펴보면서 그와 동시에 적절하게 예측(?)도 해보는 글입니다. (실은 예전 경기들을 보다 갑자기 생각이 떠올라서 쓰는 글...)


지금까지 펼쳐진 과르디올라와 무링요간의 다섯 번의 경기는 최근 치뤄진 바르셀로나 vs 레알 마드리드를 제외하면
경기 양상이 굉장히 비슷했습니다. 강력한 공격진을 갖춘 바르셀로나(과르디올라)는 방패를 뚫어버리려는 창, 조직적인 수비로 강력한 창을 막아내는 인테르(무링요)는 방패, 거기다 스코어로 보면 일방적인 경기는 최근 치뤄진 엘 클라시코 경기를 제외하면 없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죠.

자, 그럼 이 두 감독이 자신들의 팀을 이끌고 펼친 다섯 번의 경기를 하나하나 그 때의 상황을 짚어보면서 글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1. 09-10 UEFA Champions League Round of 32 Inter 0 vs 0 Barcelona In Stadio Giuseppe Meazza

Inter - Julio César; Maicon, Lucio, Samuel, Chivu; Muntari, Motta, Sneijder, Zanetti; Milito, Eto'o.

Barcelona - Valdés; Alves, Puyol, Piqué, Abidal; Xavi, Touré, Keita; Messi, Ibrahimovic, Henry

(제가 가지고 있는 경기 영상에서 선발 라인업 소개가 자막으로 나와서 이렇게 대체합니다. 혹여나 라인업 소개하는 장면이 있으신 분 계시면 스샷 찍어서 제공해주시면 정말정말 감사하겠습니다.)

08-09 시즌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주며 스페인 클럽 역사상 최초의 트레블을 달성하며 역사적인 업적을 이룩했던 디펜딩 챔피언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와 적절한 보강을 하며 다시 한 번 챔스 우승을 위해 시동을 건 무링요의 인테르의 첫 만남이였습니다. 또 과르디올라와 무링요의 첫 대결이기도 했지요.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던 과르디올라와 무링요의 첫 대결은 너무 기대한 탓이였을까요? 기대 이하의 경기였습니다.
바르셀로나가 08-09 시즌때 답답한 경기를 보여줬던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 때 상대팀들이 들고 나온 전술은
크게 두 가지였죠. 하나는 강한 압박을 걸어 바르셀로나의 전진을 차단해버리는 방식, 또 다른 하나는 그냥 라인을 아예 내리고 수비적인 형태의 축구를 구사하는 방식이였죠.

무링요는 여기서 두 번째의 방식을 들고 나왔습니다. 당시 무링요가 두 번째의 방식을 들고 나와서 거둔 결과는 인테르의 입장에서 보자면 아주 성공적인 결과였죠. 그리고 많은 팬들의 기대를 받던 바르셀로나는 에투 + 4500만 유로로 영입한 마지막 한 조각 퍼즐 즐라탄과 에이스 메시 그리고 앙리를 선발 라인업으로 내세웠지만 많은 팬들이 예상한 강력한 창보다는 무딘 창에 가까운 경기를 보여줬습니다.

답답한 플레이를 펼쳤고 바르셀로나는 얻어낸 찬스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며 결국 한 골도 뽑아내지 못하며 0대0 무승부라는 결과를 얻었죠. 개인적으로 바르셀로나 팬이지만 이 경기는 방패(인테르, 무링요)의 승리였습니다. 찬스를 살리지 못했던 바르셀로나는 결국 방패를 뚫어내지 못하며 그들이 원하던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죠.

이렇게 이 두 감독의 첫 만남은 무딘 창이 방패를 뚫어내지 못하며 기대 이하의 결말을 맞이했습니다.

2. 09-10 UEFA Champions League Round of 32 Barcelona 2 vs 0 Inter In Camp Nou



루빈 카잔과의 2연전에서 홈에선 일격을 당하며 패배를 거두고 원정에선 루빈 카잔의 수비를 뚫어내지 못하며 1무 1패, 리그에선 거듭되는 무승부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와의 일전을 바로 코앞에 앞둔 상황 거기에 메시와 즐라탄을 빼고서 맞이하게 된 챔피언스 리그 조별 예선 5차전

첫 만남에서 승점 1점씩을 나눠가져갔던 두 팀은 루빈 카잔과 디나모 키예프라는 같은 조에 속한 두 팀들에게 휘말리며 마지막까지 가봐야 누가 진출할 수 있을 지를 알 수 있을만큼 혼돈에 빠진 상황에서 두 번째 만남을 가지게 됐습니다. 이러한 상황과 그 당시에 여러 가지 정황상 1차전때보다 훨씬 더 흥미가 가는 매치업이였지요.

그리고 인테르 또한 영입 후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던 슈나이더가 빠진 상황이였지만 슈나이더를 제외하곤 주전 모두를 기용할 수 있었기때문에 슈나이더를 제외하고 주전 자원들을 기용했습니다.

바르셀로나에게 있어서 그 당시 그 어떤 경기보다도 중요했던 이 경기는 바르셀로나의 09-10 시즌 전체를 놓고 봐도 손에 꼽힐만큼 멋진 경기력을 보여주며 무링요의 인테르를 완벽하게 공략했습니다. 이니에스타를 중심으로 전술을 짠 바르셀로나는 시종일관 인테르를 압도했고 1차전때 보여주던 답답한 모습과 찬스를 살리지 못하는 모습은 경기 내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링요는 1차전때와 비슷한 전술을 들고 나왔지만 10분만에 세트피스 상황에서 골을 내주며 기세가 바르셀로나쪽으로 넘어왔고 선제골을 내준 시점에서 16분만에 다시 페드로에게 골을 허용하며 바르셀로나의 공격력을 당해내지 못했습니다. 실점 이후에 안이한 대처와 다른 팀들이 구사하던 뻔한 공략법을 들고 나오면서 제대로된 공략법을 준비해오지 못한 무링요는 바르셀로나에게 중요한 시점에서 중요한 승리를 내주며 바르셀로나에게 승점 3점 이상의 가치를 가진 승점 3점을 내줬죠.


- 중요한 시점에 팀의 중심으로써 멋진 활약을 펼쳐준 이니에스타

두 번째 만남에서 펼쳐진 경기는 강력한 창(바르셀로나, 과르디올라)의 완승이였습니다. 바르셀로나는 메시와 즐라탄 없이 인테르를 완벽하게 잡아내면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고 이 분위기를 계속해서 이어가 엘 클라시코에서도 승리를 거뒀었죠.

메시와 즐라탄이 빠지면서 분명 전력의 흔들림이 클 거라 생각했던 바르셀로나는 예상과는 다르게 인테르를 2-0으로 박살내면서 이렇게 두 번째 대결은 바르셀로나의 완승으로 마무리를 맺었습니다. 이렇게 조별 예선 5차전에서 바르셀로나는 과르디올라의 뛰어난 대처로 무링요의 인테르를 이기면서 1차전 때의 복수를 깔끔하게 해냈죠.

3. 09-10 UEFA Champions League Semi Final Inter 3 vs 1 Barcelona In Stadio Giuseppe Meazza



32강 조별예선에서 두 번이나 만났던 이 두 팀은 16강에선 첼시와 슈투트가르트 그리고 8강에선 CSKA 모스크바와 아스날을 꺾고 올라와 4강에서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이 경기에 대해선 지금도 많은 의견이 오고가는 걸로 알고있습니다. 실제로도 경기 외적, 내적으로 많은 사건들이 있었고요. 이 때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인해 화산재때문에 비행기가 뜰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바르셀로나가 스페인에서 이탈리아까지 버스를 타고 가는 상황이 발생했었죠.


32강 조별예선 5차전에서 안이한 대처와 제대로된 공략법을 들고 나오지 못하고 뻔한 방식으로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다가 호되게 당한 인테르는 실전 연습(?)(16강 첼시 전 1, 2차전)을 거치며 팀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잡히고 스타일이 확고히 잡히면서 거기에 겨울에 합류한 좋은 멀티 자원 판데프 그리고 주전 선수들이 모두 멀쩡한 상태에서 바르셀로나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1차전에서의 인테르의 선발 라인업은 당시 인테르의 베스트 일레븐이였습니다.

그에 반해 바르셀로나는 이니에스타가 부상으로 빠지고, 버스로 이동한 덕분에 피로 누적이나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들이 겹치면서 팬 입장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봐도 불리한 상황으로 1차전에 임했습니다. 그래도 선발 라인업은 당시 상황에서 보자면 베스트 일레븐이라고 볼 수 있는 라인업을 구성했습니다.


경기 초반은 걱정했던 것보다는 움직임이 괜찮았습니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움직임이 생각했던 것보단 덜 무거웠고, 20분도 안되서 막스웰이 측면 돌파 이후 크로스, 페드로에게 전달되면서 그것이 골로 이어지면서 천금 같은 선제골 겸 원정골을 뽑아냈죠.

하지만 경기가 진행될수록 문제점이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했었죠. 페드로의 골 이후 10분도 안되서 슈나이더의 골이 터졌고, 거기에 후반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마이콘에게 골을 허용했고, 거기에 밀리토에게 또 실점하면서 3-1이라는 결과를 얻어갔죠. 버스로 원정길에 오른 덕분인지 바르셀로나는 후반에 접어들면서 오프사이드 트랩, 공격적인 측면 그리고 전체적인 팀 스피릿, 선수들 움직임 등 모든 면이 이상했습니다.

거기다 과르디올라의 실책이 보였던 경기기도 했습니다. 물론 경기 외적인 상황 자체가 바르셀로나에게 너무 불리하긴 했지만 즐라탄을 기용했던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였죠. 시즌 후반기에 접어들수록 즐라탄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었습니다. 또 이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텐데 그 점을 고려하지 못하고 기용했고 실제로 경기에서도 문제점이 많이 드러났었습니다. 거기다 즐라탄을 빼는 시점도 굉장히 늦었습니다. 또, 이니에스타가 빠지면서 어쩔 수 없이 대안책으로 사용했던 좌우 불균형 전술의 단점이 다 드러난 경기기도 했죠.

4강 1차전 경기는 방패(인테르, 무링요)의 완승이였습니다. 경기 외적인 상황을 안 따질 수가 없는 경기긴 하지만 그렇다해도 인테르의 경기력은 찬사를 받아도 할 말이 없을만큼 좋았죠. 32강에서 단 한 골도 뽑아내지 못하며 1무 1패를 거뒀던 때와 다르게 멋진 경기력 + 바르셀로나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확실하게 인지하면서 발전된 플레이를 보여주며 3-1 승리를 거뒀습니다.

4. 09-10 UEFA Champions League Barcelona 1 vs 0 Inter In Camp Nou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바르셀로나의 최대 라이벌 팀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에서 열리는 결승을 향한 꾸레들 그리고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열망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깜노우에서의 카드섹션과 응원 열기는 그 어떤 경기보다도 대단했죠.

- 99-00 시즌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 바르셀로나 vs 첼시 깜노우 카드섹션

99-00 시즌 첼시와의 8강 1차전에서 3-1로 지면서 2차전을 맞이하게 됐던 때가 있었죠. 그 때 바르셀로나는 2-0 승리를 거두면 원정 다득점으로 올라갈 수 있었는데 그 떄와 똑같이 원정에서 3-1로 진 상황에서 맞이한 홈경기였습니다.. (물론 전체적인 상황(09-10 시즌 바르셀로나는 화산재로 인한 피해가 있었음, 또 그 땐 8강 이건 4강)은 달랐습니다.) 그 때 바르셀로나는 연장전까지 가서 5-1 대승을 거두며 4강행 티켓을 따냈었는데 이 때의 바르셀로나는 어땠을까요?


푸욜과 막스웰이 빠진 바르셀로나 그리고 과르디올라는 1차전에서 실패를 거뒀던 좌우 불균형 전술에 변화를 줬었습니다. 인테르는 좀 더 사이드 수비와 중앙 수비에 중점을 둔 형태의 전술을 들고 나왔었습니다. 1차전에서 3-1 승리를 거둔 이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선택이였죠. 실제로도 경기 양상은 가장 창과 방패다운 경기였습니다. 경기 시작부터 인테르는 굉장히 수비적이였고, 경기 초반부터 바르셀로나의 점유율이 굉장했죠. 거기에 모타가 전반 중반쯤에 접어들면서 퇴장을 당하게 됐고 이게 인테르의 수비적인 전술을 더 수비적으로 만들었죠.


역습 의지가 그래도 조금이라도 있었던 상황에서 갑자기 모타가 퇴장당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인테르는 선수 전원이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가 수비하는 전술을 구사했죠. 실제로 이 경기에서 발데스가 굉장히 높은 지점까지 올라와서 패스를 해주는 모습이 많이 나타났었습니다. 점유율도 그동안 보지 못했던 수치가 나올정도였으니까 말이죠. 모타의 퇴장 이후 5분 정도쯤 지났을 때 바르셀로나의 에이스 메시가 아주 멋진 슈팅을 찼지만 세자르가 슈퍼세이브를 해내며 막아내기도 했었죠. 흐름을 뒤집을 수 있었던 이 찬스는 슈퍼세이브로 인해 틀어졌고, 경기는 수비적인 자세를 취하던 인테르에게 유리하게 흘러갔고 또 바르셀로나 입장에선 굉장히 답답한 양상으로 흘러갔었습니다.



이 경기에서도 1차전과 마찬가지로 바르셀로나 선수 중 최악의 플레이어는 바로 즐라탄이였습니다. 밀집 수비를 상대로 팬들이, 그리고 감독이 기대하던 모습을 단 한 차례도 보여주지 못하며 경기에 아무런 도움도 못줬었죠. 오히려 즐라탄과 교체되서 들어온 보얀이 더 적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위협적인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줬었습니다. (실제로 골을 기록하기도 했죠. 하지만 핸드볼 파울이 선언되면서 노골 처리)



아주 늦은 시간대에 피케의 환상적인 골이 터지면서 경기가 뒤집히나 했지만 보얀의 골이 핸드볼 파울로 선언되면서 결국 토탈 스코어 3-2로 인테르가 승리하면서 인테르는 71-72 시즌 크루이프의 아약스에게 2-0으로 패하면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무려 38시즌만에 결승행 티켓을 차지하게 됐고. 바르셀로나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행 그리고 2연속 결승 진출, 2연속 우승 도전은 실패에 그쳤습니다.

이 경기 자체는 두터운 방패를 결국엔 뚫어낸 바르셀로나의 1-0 승리였지만 경기 내용을 보면 모든 상황을 고려한 무링요가 실리적인 선택으로 이득을 얻어간 경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인테르가 1차전에서 거둔 승리와 모타의 퇴장 등이 있었기때문에 무링요가 이런 실리적인 선택을 한거긴 하지만 그래도 인테르의 기계 같은 움직임의 전원 수비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또 선수 활용이나 전진 속도, 여러 면에서 문제점이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 팬들이 무링요를 그 전보다 더더더 싫어하게 된 경기기도 했습니다.

결국 09-10 시즌 전체에 걸쳐 네 번의 대결을 펼쳤던 바르셀로나(과르디올라)와 인테르(무링요)의 창과 방패의 대결은 창이 2승 1무 1패를 거뒀지만 성과로썬 방패에게 패배를 한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마무리를 짓게 됩니다.

이것으로 다음 시즌 챔스에서나 또는 한참 뒤에나 볼 수 있을 거 같았던 이 둘의 재대결은 무링요의 도전 정신과 자신의 커리어에 라 리가 우승을 추가하기 위한 또 바르셀로나를 꺾기 위한 열망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라는 팀이 바르셀로나를 이기기 위한 마지막 퍼즐이라 생각했던 사람. 결국 서로의 의견이 일치하면서 무링요는 인테르에게 이탈리아 클럽 역사상 최초의 트레블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안겨주고 레알 마드리드로 넘어오게 됩니다.

5. 10-11 La Liga 13 Round Barcelona 5 vs 0 Real Madrid In Camp Nou



바르셀로나는 월드컵에서 멋진 활약을 펼쳤던 비야라는 포워드를 데려오고, 바르셀로나 전술의 완벽하게 부합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였던 포워드 즐라탄을 밀란으로 보내고 메시를 중심으로 새롭게 전술을 구상합니다. 레알 마드리드로 넘어온 무링요는 빠른 공격 속도와 강한 역습 축구를 구사하는 다이렉트한 팀을 구성했죠.

이 경기 전까지 바르셀로나는 에르쿨레스, 마요르카 전에서 각각 패와 무를 기록하며 10승 1무 1패였고, 레알 마드리드는 마요르카, 레반테 전에서 비기면서 10승 2무였습니다. 또, 두 팀 다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최고의 흐름을 타고 있고 거기에 최고의 감독이 지휘하고있는 두 팀간의 대결이였죠.

이런 상황 덕분인지 수 많은 전 세계 팬들의 기대를 받던 이 경기는 누가 이기든 힘든 승리를 거둘 거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이런 예상을 깨고 바르셀로나가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며 레알 마드리드를 5-0으로 박살내버리면서 바르셀로나에겐 역사상 가장 기억에 남는 승리로, 레알 마드리드 그리고 무링요에겐 역사상 가장 최악의 패배로 기억될 경기가 되면서 바르셀로나는 1위로 올라서고 레알 마드리드는 2위로 떨어지며 마무리 됐습니다.

(이 경기에 대한 상세한 전술 분석은 http://yiho.tistory.com/66 이 글을 보시면 됩니다.)

- 10-11 라 리가 13 라운드 엘 클라시코 경기 카드섹션

지난 시즌 인테르를 이끌고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수비 축구로 어려움을 겪게 만들었던 무링요는 레알 마드리드에선 다른 형태로 나왔었습니다. (이 경기는 그 전에 펼쳐진 네 번의 경기들과는 다르게 이 경기는 창과 방패라고 비유하기엔 무링요의 선택들이나 레알 마드리드의 플레이가 너무 어정쩡했습니다. 물론 후반 들어서면서 라스를 투입하며 수비적인 자세를 취하긴 했지만 이미 늦은 시점이였죠.)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제 플레이를 펼치지도 못하고 바르셀로나에게 농락을 당했습니다.
 

전후반 내내 레알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제대로 공격을 해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 팬들이 기대하던 호날두는 기대 이하였고, 그와 반대로 메시는 빛이 났던 경기, 그만큼 바르셀로나의 경기력은 아름다웠고 또 대단했었죠.

과르디올라는 이 경기에서 무링요에게 무링요 감독 커리어 역사상 최다 실점이라는 선물을 안겨주며 09-10 시즌때 당했던 일을 복수하고도 남을 정도의 아픔을 안겨줬습니다. 이렇게 최근 두 시즌 (아직 10-11 시즌은 반밖에 지나지 않았고 2차전도 남았고 챔스나 코파에서도 만날 확률이 존재하지만)동안 과르디올라와 무링요의 대결은 과르디올라가 3승 1무 1패를 거두며 현재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근데 또 전적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면을 따져보면, 저 다섯 번의 경기에서의 흐름을 봐보면 서로 주고 받고 하고있습니다. 또 무링요는 인테르, 레알 마드리드를 거치면서 홈경기에선 과르디올라가 이끄는 팀에게 진 적이 없고(아직 마드리드에선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홈 경기를 치루지 않았습니다.), 과르디올라 역시 깜노우 경기에선 무링요가 이끄는 팀을 상대로 진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무승부도 거두지 않았고 1실점도 해본 적이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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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과르디올라와 무링요는 한 사람은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 선수로써 바르셀로나 역사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있고 그와 동시에 현재 감독으로써도 바르셀로나에서 바르셀로나의 철학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한 사람은 바르셀로나라는 팀에 와서 자신의 철학에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지금은 앞장서서 그 팀을 부수기 위해 싸워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껏 두 감독이 추구해온 것들을 보면 축구 철학도 어느정도 각각의 입장에서 보면 반대 성향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요.

과르디올라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명분과 실리를 모두 살려가면서 업적을 쌓는 대단한 감독 중 한 명이고, 그리고 무링요는 적절하게 자신이 이끄는 팀의 상황에 맞춰 실리를 추구하면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업적을 쌓아가는 대단한 감독 중 한 명이죠. (물론 읽으시는 분들이 다른 시선으로써 바라보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론 앞으로도 계속해서 전에 펼쳤던 경기들과 비슷한 양상의 전개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왠지 다른 매치업보다 더 기대가 되기도 하고요. 또 이 두 감독이 이끄는 팀간의 대결은 모든 점에서 정말 기대가 많이 됩니다. 위에도 언급했듯이 09-10 시즌에 무링요는 조별 예선에서 보여줬던 모습과 다르게 몇 개월만에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그 당시의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것을 경기로써 보여줬었죠. 이렇게 무링요는 자신이 지휘하는 팀에 닥친 위기와 또는 문제점들을 아주 잘 메워가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죠.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에게 아무 것도 해보지못하고 5-0 대패를 당한 무링요의 마드리드지만 이러한 점때문에 다음에 펼쳐질 경기에선 나름대로의 공략법을 들고 나올 거 같다는 게 제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그리고 4강전에서 무링요의 인테르가 보여줬던 방법들은 4강전 이전에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는 방법에서 발전한 형태여서 지금도 강팀, 약팀 가리지 않고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는데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픈 기억이지만 에르쿨레스도 이와 비슷한 전술로 바르셀로나에게 승리를 따냈었죠. 이렇게 서로가 단점을 메워가면서 팀을 발전시키고 또 그 발전된 팀을 이끌고 다시 붙고 다시 반복하고 하는 게 서로 다른 노선을 타면서 자기의 우위를 입증시키기 위해 끈질지게 물고 늘어지면서 싸우는 라이벌을 보는 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면서, 실리를 추구하는 팀들을 상대로 또 어떤 팀을 만나도, 어떤 어려운 상황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멋지게 극복해나가는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를 보는 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또 잘 설명은 못하겠지만 뭔가 보는 맛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한참 남은 엘 클라시코 2차전에 무링요의 마드리드가 어떻게 나올지 기다려지고 곧 있을 레반테 전과 계속해서 발전해나가는 바르셀로나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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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경기들을 좀 부분부분 보다가 머릿속에 팍 꽂힌 생각을 급하게 쓴거라 모자란 부분도 있고, 또 제 부족한 글솜씨와 표현력으로 인해 읽으시는 분들이 불편하게 생각하시는 부분도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본래 쓰고자 했던 의도와는 다르게 처음에 생각했던 거 외에 여러 가지 부분이 들어가서 글이 지나치게 길어진 거 같기도 해서 염려스럽네요.

요즘 날씨가 이렇게 추웠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너무너무 추운데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