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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현 바르셀로나에 관한 생각?

by 다스다스 2016. 4. 14.

소시에다드 전 질 때부터 '아 이거 장난 아닌데' 라는 생각과 동시에 삘이 안 좋기는 했는데 기어이 꼬마 전까지 이어지면서 생각하기도 싫은 결과를 얻어버렸네요.



근데 별로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음. 펩 마지막 시즌, 티토, 타타, 현재의 루쵸까지. 펩 이후로 이어진 바르셀로나한테 제일 중요하게 외쳐지던 건 무엇이었을까? 바로 체력이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보고 있었고. 루쵸는 펩보다 더, 다른 그 어떤 감독보다도 체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감독이기 때문에. 또한 바르셀로나는 체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경기력이 상상 이상으로 박살이 나는 팀이죠. 압박도 안 되고, 그렇다고 벗겨내고 앞으로 전진하는 것도 아니고, 박스 근처까지 최대한 속도를 내면서 위협적인 찬스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이도저도 아닌 경기력의 가장 큰 이유? 바로 체력. 터치가 좋았던 선수들이 터치가 구려지기 시작하면 체력의 문제가 나타났다고 볼 정도로 현대 축구에서 체력의 가치와 중요성은 상당함. 그렇다면 바르셀로나에서는 체력이 경기력에 영향을 준다는 걸 어떻게 캐치할 수 있을까? 좌우 측면 포워드들의 오프 더 볼이 죽기 시작하고, 좌우 활용을 기가 막히게 하는 메시가 있는 바르셀로나는 잘 돌아갈 때 거의 비슷하게 좌우 측면 공격이 활용되는데 그 측면 공격이 한 쪽으로 극단적으로 쏠릴 때. 체력에 문제가 생겼음을 감지할 수 있죠. why? 확률적으로 잘 안 풀릴 때 박스 근처까지 최대한 빨리 올라갈 수 있는 지역에 볼을 몰빵하게 되고, 그로 인해 패턴이 단조로워지는데도 그걸 고집한다는 건 다른 한 편으로는 그거말고는 할 게 없다는 걸 뜻하는 거임. 비야레알 전, 꼬마 1차전, 레알 마드리드 전, 소시에다드 전, 이번 2차전. 다 비슷함. 다른 문제들도 있는 거 아는데 체력적인 문제가 1순위여, 2순위여, 3순위임.



루쵸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번 시즌 빡빡한 경기 일정이 주는 피로 누적은 상당했고, 그게 슬슬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에 피파 바이러스까지 더해졌고. 그를 극복하기 위해 루쵸 본인이 생각하던 후반 전술변화는 기대치 이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0점을 줘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이해하기 힘든 전술변화라고 평가하고 싶을 정도. 누적이란 게 무서운 건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쌓이고 쌓이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확 터진다는 것인데 루쵸도 모르고 있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적어도 제 눈에는 그렇게 보였음. 왜 그렇게 봤냐고 물어본다면 시즌 초반부터 체력 문제가 언제 터질 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았다면 나름대로의 적극적인 시도가 절대 나올 수 없었는데 그런 모습을 분명 몇 차례봤었고 중반부에 세르지와 투란, 비달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생각에 더더욱 확신을 가졌음. 결국 예상을 하고 있었다는 뜻인데 그게 터진 시점이 루쵸와 바르셀로나 그리고 바르셀로나 팬들한테는 참 야속하게도 가장 중요한 시기였던 거뿐이죠. 오히려 루쵸는 여기까지 끌고온 게 대단할 정도로 이번 시즌 선수 관리를 상상 이상으로 잘했음. 말이 무적이고, 무패 신화고 MSN이지. '그거에 따라오는 부담감을 안고서도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말한다면 그건 기대치가 아니라 과욕이라고 봅니다.



거기다 투란, 비달은 루쵸가 생각했던 것처럼 후반 전술변화를 가져가기에 적합한 선수들은 아니었음. 투란은 기동성을 가지고 움직여야되는 자리에서 너무 느렸고, 생각보다 볼 흐름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스타일이 아니었음. 쉽게 말하면 이기는 경기를 더 크게 이기는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었지. 지는 경기를 뒤집을 수 있도록 관여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는 뜻. 비달은 1월부터 2월까지 계속 써먹다가 어느 순간부터 아예 거들떠도 보지 않았고 갑자기 부상으로 나가리 되버렸죠. 결국 비달은 과정과 결과 어느 면에서도 현재로서는 괜찮은 면이 없었다는 판단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고. 이미 확실하게 검증이 된 자원이었던 하피냐가 장기간 이탈했던 것도 본인의 계획에서 어긋난 부분이었을테죠. 여러모로 극악의 외부적인 사건들까지 겹쳤음에도 루쵸는 팀을 잘 결속시키고, 잘 이끌었음. 물론 이러한 결과를 나타나게 한 것도 루쵸의 책임이지만 챔피언스 리그 8강에서 떨어지고, 중요한 시기에 1승 1무 3패를 했다는 이유로 그의 노력과 선수들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이번 시즌이 마무리 됐을 때 루쵸가 어떤 결과를 가지고 팬들 앞에 나타나든 잘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는 했다고 얘기하고 싶음.



투란, 비달을 영입한 의도가 무엇이었는가? 하피냐와 세르지를 왜 그렇게 여기저기 가져다 쓰면서 경험치를 줬나? 무니르는 왜? 라는 생각을 해본다면 루쵸는 올바른 방향성을 알고 있을 거라고 봅니다. 오히려 전 시즌 중반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부터 로테이션을 가장한 실험을 조금씩 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있게 됐음. 이제 남은 이번 시즌 잔여 경기들을 보내면서 루쵸는 펩이 두 번째 시즌에 인테르한테 떨어지고나서 즐라탄을 아예 배제시켜버리고 보얀을 쓰면서 다음 시즌을 어떻게 가져갈 지 대강의 그림을 그려나간 것처럼 다음 시즌을 어떻게 보내야할 지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생각하지 않을런지. 그리고 팬들도 마찬가지로 이번 시즌 잔여 경기들을 바탕으로 다음 시즌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이는 게 더 재밌게 이번 시즌을 마무리하는 방법이 아닐런지라는 생각을 해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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