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otball/Writing

일반화의 오류

by 다스다스 2019. 1. 2.


그럴 듯한 제목인데 뭐 별 거 없습니다. 보통 라이트한 축구 팬분들이 각 팀에 대해서 평가하고 무언가 보강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할 때 수비는 수비, 미드는 미드, 공격은 공격으로 이렇게 따로 구분해서 평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전에도 썼던 건데 조금 더 언급하고자 따로 글로 써보는데 물론 이게 틀린 건 아니죠. 실제로 어느 팀이든 골을 제일 많이 넣는 건 포워드고 수비 상황 시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건 이러나저러나 수비수들이니까요.


헌데 실제 보강의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는 올바른 시선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실제 축구는 축구 게임처럼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거든요. 거기다 요즘은 공수 분리 축구를 하는 팀들이 얼마 없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접하기 쉬운 이피엘만 봐도 요즘은 그렇게 딱딱하게 축구 하는 팀 얼마 없죠. 시대에 뒤쳐진 감독들이나 단기전에서 압도적인 공격 재능을 가지고 있어서 그 선수의 힘을 최대치로 낼 때나 그렇게 하는 편이지 요즘은 진짜 감독들의 능력들 자체가 상향평준화 됐습니다. 각설하고 여기는 어차피 바르셀로나 얘기를 하려고 제가 만든 곳이니까 바르셀로나를 예시로 하면.



바르셀로나의 경기력을 유지시키고 상승시키는 기반은 감독을 가리지 않고 크게 나누었을 때

- 상대가 볼을 최대한 못 잡게 하고 (점유)

- 볼을 잡게 하더라도 최대한 측면에서 볼을 잡게 해서 롱볼이나 불확실한 볼에 대한 경합을 유도하고 (압박)

- 이런 경합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다시 대형을 유지하며 중원에서 수적 우위를 기반으로 상대가 볼을 최대한 못 잡게 하고 (포지셔닝)

- 중앙이나 한 쪽 측면으로 자연스레 몰리는 상대 수비를 공략하거나 빈 측면 공간을 적극활용해 최대한 골문 근처까지 빠르게 가고 (오프 더 볼, 탈압박)

- 성공하면 찬스, 실패하면 다시 반복 (경기력의 기반이 되는 틀)



정도로 볼 수 있는데 이렇게 공수를 하프 라인 위에서 해내는 팀들은 보강을 살펴볼 때 포지션으로 보는 게 아니라 조금 다른 측면으로 바라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 압도적인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필드 위에서 본인의 힘으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유형 (이해를 돕기 위해 근래 바르셀로나 선수들로 예시를 들면 메시, 이니에스타, 비야, 데코, 챠비, 티아고, 알베스, 네이마르, 쿠티뉴, 아르투르도 잘 큰다면 약간 이 쪽????)

- 이런 선수들을 보조해주는 전술적 수행이 좋은 유형 (ex - 뚜레, 부스케츠, 마르케즈, 앙리, 산체스, 페드로, 알바, 아비달, 케이타, 피케, 라키티치, 비달 등)

- 특이한 것을 가지고 있어서 순간적으로 팀에게 필요한 것을 줄 수 있는 유형 (ex - 호나우딩요, 라르손, 세스크, 푸욜, 테요, 산체스, 마스체라노 등)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맨 위에 유형이 다 채워지면 바르셀로나는 무적에 근접한 팀이 될테고 그만큼 필드 위에서 기복이 줄어드니까 압도적일 수밖에 없겠죠? 돈만 있으면 사실 어느 포지션이든 저런 유형의 선수들을 싸그리 다 모으는 게 답이겠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결국 맨 위에 유형의 선수들을 채울 수 있는 만큼 채우고 아래 두 가지 유형을 잘 조합해서 축구를 하는 게 답이고 그게 잘 이뤄질 때 성적이 나오는 셈이죠.


바르셀로나가 측면 풀백을 노릴 때 이론적으로 스피드가 좋고,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선수가 와야 자신들의 축구에 아다리가 맞다는 느낌보다는 그런 선수가 와야 필드 위에서 자신들의 축구가 더 잘 이뤄지고 그를 기반으로 공수가 잘 돌아가기 때문이라는 얘기입니다. 마찬가지로 센터백을 노릴 때도 단순히 발밑이 좋은 선수를 노린다는 느낌보다는 볼을 내보낼 때와 자신이 어디서 받아야 빠르게 다시 나갈 수 있는 지에 대한 판단과 루즈볼이나 불확실한 볼에 대한 경합이 좋은 선수를 데려와야 그에 맞게 공격 작업이 몇 초라도 빨리 나갈 수 있다는 판단이 제일 크겠구요.


펩뿐만 아니라 바르셀로나를 거쳐간 감독들 보면 피보테를 뜬금포로 센터백으로 기용해서 경기를 풀어나가던 경우가 꽤 있었죠? 아니면 풀백보던 애를 센터백으로 쓴다던가. 그만큼 센터백을 단순히 수비만 하는 포지션 (=공격 작업을 자연스레 지원해줄 수 있으면 수비는 자연스레 따라온다는 개념) 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요즘 얘기가 많은 미드필드를 보자면 데 용은 제가 경기를 얼마 못 봐서 모르겠지만 같이 축구를 보는 분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맨 위에 유형에 근접한 선수라고 판단이 되는데 제가 워낙 네덜란드 리그를 신뢰하지 않아서 확답은 못 하겠구요. 데 용 경기 많이 보신 분들이 댓글로 의견을 더해주시면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나 앞으로 제가 글을 쓸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으니 댓글 좀 많이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__)


라비오는 이런 측면에서 한 쪽에 엄청나게 쏠려있는 바르셀로나의 기이한 반경과 쿠티뉴와 알바를 조금 더 지원해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좋은 영입으로 보이는 것. 누누히 얘기하지만 프리나 싼 값에 넘어와서 연봉이 상대적으로 높게 후려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과 에이전트인 엄마의 난리부르스의 잠재적인 가능성을 제외하면 저 자리에 포그바 데려올 거 아니라면 가성비는 엄청 좋을 거라고 봅니다. 물론 와서 뛰어봐야 알겠지만 네이마르가 은근히 자신의 템포에 맞춰서 잘 뛰어주는 선수가 별로 없는데 (마르셀로랑도 은근히 합이 잘 안 맞아요.) 라비오가 괜찮았거든요. 그래서 바르셀로나도 그런 면을 고려한 거라고 보는데 그렇다면 이런 보조적인 유형은 스쿼드에 분명 힘이 될 수 있겠죠.


라비오가 아니더라도 왼쪽 미드필드에 측면을 지원해주면서 전술적으로 보조해줄 수 있는 유형이 들어온다면 장담하는데 알바의 약점을 가릴 수 있습니다. 제가 알바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게 왼쪽에서 본연의 기술로 힘을 낼 수 있는 선수가 없으면 직선적인 플레이 위주에 그 빠른 스피드에 비해서 협력 수비나 대인 수비가 의외로 별로 안 좋아서 (메시가 죽으면 같이 죽는 게 좋은 예입니다.) 인데 저런 유형의 선수가 들어온다면 조금 더 알바의 활약을 보장해줄 수 있을 겁니다.


아레냐를 잘 안 쓰는 것도 반대발 미드필드로 많이 뛰어봐서 이런 한 쪽 측면의 연계에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에 조금 더 가까울 테구요. 아레냐의 성장 방향이 중요한 시기기도 하겠죠. 발베르데가 남느냐 그 다음 감독이 누군지도 중요할테고.


포워드 루머는 별로 진지하게 나는 게 없어서 뭐라 덧붙일 게 없는데 늘상 바르셀로나가 지난 몇 년 동안 포워드 영입에 있어서 돈을 안 아끼고 대형 영입을 시도했던 건 메시와 함께했을 때 파괴력을 더해줄 수 있고 (단기적인 관점) + 메시를 쉬게 해줄 수 있고 (두루두루) 가 기본 전제였기 때문에 당연한 거였고 황혼기에 접어드는 메시를 데리고 있는 이상 더더욱 이런 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단 한 가지가 더 추가되어야겠죠. 메시 이후에 전술적 중심 (10년을 내다보는 초장기적인 관점) 이 될 수 있고. 그리즈만을 원한 건 단순히 1~2년 달려보겠다는 심보가 아니었단 소리고 뎀벨레가 지금 아무리 많이 봐줘도 형편 없다에 가까운데도 참고 기다리는 것도 꽤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고 있는 쪽에 가깝단 뜻입니다.


지금 당장을 본다면 한쪽 측면에라도 네이마르 정도의 실력자가 있다면 메시가 하루종일 중앙에 있을 필요가 없겠지만 그런 게 아닌 이상 바르셀로나가 찾아야될 건 이러나저러나 측면 반경에서 기술로 힘을 낼 수 있는 선수가 더더욱 스쿼드에 힘이 될 터. 개인적으로는 흔히 일반적인 넘버 나인 유형보다는 네이마르, 아자르 같은 유형이 바르셀로나에 몇 배는 힘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제로톱이 죽은 건 메시가 못해져서가 아니라 측면 파괴력이 몇 배는 약화되서 알레띠가 원하는 양상대로 경기를 이끌어갔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됩니다. 메시는 여전히 공간 보장만 되고 측면 파괴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오면 그 어떤 선수보다 강한 선수임. 이전하고 다른 건 그만큼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해졌다는 거겠죠.



결론

- 선수 루머를 바라볼 때 필요한 포지션이라는 시선보다는 전술적으로 그가 해내는 유형이 어떤 유형인지 필요하다면 수비를 어떤 식으로 하는 지 본다면 선수 루머를 조금 더 재밌게 바라볼 수 있다.

- 골키퍼를 아래로 보고 센터 포워드를 위로 봤을 때 기술이 좋은 선수는 위쪽과 측면, 보조적인 성향의 전술적인 조각은 아래쪽이 이론적으로 가장 알맞다.

- 외부에서 들어오는 포워드는 무조건 검증된 놈. 유망주는 유망주일 뿐. (영입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현실성 있는 선수는 잘 모르겠고 현실성 배제하고 얘기하면 네이마르 or 아자르 or 그리즈만정도가 지금 바르셀로나에게 최대치에 근접한 경기력을 가져다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


새해 첫 글이네요. 블로그 방문해주시는 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 해는 좋은 일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새해에는 글을 조금 더 많이 쓰고 싶긴한데 일이 바빠지면 저도 먹고 살아야해서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 어쨌든 최대한 써보려고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새해에도 많은 방문과 댓글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