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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셀타 전 이야기

by 다스다스 2018. 12. 24.


1. 스코어 상으로 깔끔하게 이겼고 실점이 줄어들었고 무실점 경기가 늘고 있다는 얘기를 할 수 있겠지만 과정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솔직히 0점을 줘도 할 말이 없는 경기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이 정도로 정적인 경기를 한다는 건 후반기에 대비해서 끌어올리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체력 리듬이 굉장히 안 좋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형편없는 수준이었음. 해설 말처럼 이니에스타 있었으면 5대0 이 아니라 이니에스타가 없었어도 5대0 은 나왔어야 정상인 경기였죠. 셀타가 90분 내내 압박을 강하게 한 것도 아니었고 오프사이드 트랩은 호흡이 안 맞는 쪽에 가까웠는데도 백패스, 횡패스 반복에 단거리 역습이나 하프라인 아래 지점에서 역습 나갈 땐 메시 제외하고 패스 미스도 엄청나게 잦은 편이었는데 그게 박스 가까운 데에서 일어난 일들도 아니었다는 게 더 문제였죠.


오히려 이런 기복 있는 흐름은 일정이 빡세질 때 한 번 꺾였을 때 안 좋은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있어서 1월 초에 경기들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 지가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비달이나 렝글렛이 확실히 팀에 잘 녹아들고 있다는 거 말고는 장점을 얘기하기 힘든 경기였습니다.




2. 라키티치가 선수 교체로 인해서 역할 변화가 왼쪽 미드필드 -> 오른쪽 미드필드 -> 피보테 순서였는데 왼쪽에서 뛸 때부터 (그러니까 전반전부터) 지쳐보일 정도로 패스 미스도 엄청 많고 태클도 서서 스탠딩으로 대처하는 게 자기가 봐도 느려서 안 될 것 같으니까 무리한 슬라이딩 태클 수비가 엄청 많았거든요. 심지어 횡패스 조차도 혼자 다른 경기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상하게 차서 주던데 근데 이게 발베르데 눈에도 분명 보였을 건데 끝까지 빼질 않는 거 보면 이제는 이해 범주를 넘어선 게 아닌가. 대체 무슨 이유로 라키티치를 이렇게 굴리나 싶네요.


2대0으로 깔끔하게 이긴 경기치고는 과정도 굉장히 안 좋았고 하나만 먹혔어도 흐름이 완전히 넘어갈 흐름이었는데 메시 보조자 역할을 생각 이상으로 굉장히 잘해주고 있는 비달이 있으면 쿠티뉴나 아르투르를 조금 더 써보거나 근래 써먹던 데니스에게 조금 더 플레잉 타임을 보장해주던가. 오히려 이런 경기 (상대의 압박이 강하거나 라인이 높아서 좁은 공간에 대한 압박감이 덜한 경기) 가 경험치 먹이기 좋은 편인데 그런 면에서라면 아레냐를 왼쪽 미드필드로도 써봄직했는데 어느 거 하나도 안 한 건 정말 실망스러운 부분이었습니다.


비달 제일 먼저 빠질 때 진짜 뭐하나 했습니다... 결국 라키티치가 이러니까 팀이 엄청 정적이고 느려지는 건 물론이고 부스케츠가 계속 과부하에 걸립니다. 부스케츠가 패스 미스가 많아질 때 꼭 일어나는 현상이 있는데 쓸데없이 종횡을 가리지 않고 넓게 뛰면서 부스케츠의 공수 부담과 역할이 대폭 늘어나버립니다. 그렇다고 템포를 죽인 상태로 라키티치가 왼쪽에 위치했을 때 시원시원하게 볼이 나가는 것도 아니었고 수비 시에도 슬라이딩으로 덤벼드니까 벗겨지는 순간 대형이 깨져있고. 경기력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쓴다는 것도 성립이 안 되는 이야기라는 소리죠.


다른 선수들은 조금만 지쳐보여도 잘 관리해주던데 대체 왜...




3. 위에서도 얘기했던 대로 비달은 라키티치가 오른쪽 미드필드에 위치했을 때 하던 역할을 굉장히 잘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바르셀로나에서 제일 중요한 건 메시를 위시로 얼마나 보조를 잘 맞춰서 움직일 수 있냐인데 이런 면에서 비달은 꽤나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뭐 애초에 바르셀로나와 비슷하게 오프 더 볼을 지시하는 비엘사 밑에서 커온 선수였으니 이런 광범위한 오프 더 볼과 포지셔닝에 있어선 충분히 검증된 선수였다는 게 대부분의 평가였고 발베르데는 다른 감독들이 비달을 써오면서 범한 기용 방식의 실책을 아직까진 안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렝글렛도 사실 첫 경기보고 굉장히 멍청하게 축구하는 애를 신체 능력만 보고 데려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잘하네요. 진작에 있었으면 움티티 재계약 과정 때 바르셀로나가 꽤나 쎄게 나갈 수 있었을 것 같음.




4. 뎀벨레도 마찬가지로 신체 능력을 기반으로 한 재능에 가깝다고 보는 편인데 하는 거 보면 잘 모르겠습니다. 진짜로. 제가 한 번 싫어하면 뭔가 반전이 있지 않은 한 쭉 싫어하는 성향이 있긴 한데 주변에 뎀벨레를 믿으시는 분이 있어서 얘기를 나눠봐도 아무리 좋게 봐줄라해도 양발 잡이라는 얘기치고도 방향 전환이 너무 제한적인데다 일단 패스나 판단력 보면 시야가 지나치게 좁습니다. 코망이 하인케스한테 배움을 받기 전에 펩, 안첼로티 밑에서 원패턴 윙어였을 때보다 시야가 더 좁아요. 이건 꽤나 큰 문제인데 사실 바르셀로나에는 산체스처럼 골을 못 넣어도 90분 간 경기력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가 더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스탯 사기꾼에 조금 더 가까운 뎀벨레는 여전히 좋은 평가를 해주긴 그렇습니다.




5. 수아레즈는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는 게 맞는 것 같네요. 오픈 찬스도 못 넣고 온 더 볼 상황 시에 혼자서 거의 아무 것도 못하는 지경까지 와버렸으니. 넘버 투 대우 받고 있는데 이따구로 하면 솔직히 데리고 갈 이유가 1도 없음. 메시는 자기 말대로 오래 쉬고 뛰면 기어 올리는 데 시간이 조금 더 드는 것 같네요. 6일 쉬고 온 선수 같지가 않았음. 뭐 그래도 다른 선수들과 클래스가 다른 건 말할 필요도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요.




6. 발베르데를 좋게 볼라고 해도 비판적인 시선을 거둘 수 없다고 계속 얘기하게 되는 이유가 이런 경기 때문입니다. 감독으로서 어느 부분이 중요한 지 사실 굉장히 잘 알고 있는 편이라고 생각하고 그에 맞게 실험을 하는 부분들이나 나아지고 있는 부분들이 눈에 꽤나 잘 보이고 있는 시즌이기도 한데 가끔씩 이렇게 모든 부분에서 이해를 할 수 없는 경기를 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뜬금포는 바르셀로나를 거쳐간 그 어떤 감독보다도 심한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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