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루쵸처럼 풀백의 전진을 유동적으로 지시하고 그들의 전진과 별개로 미드필드에게 측면 플레이와 반대발 포워드의 역할을 지시하는 감독이 후임 감독으로 들어온다면 아래에서 얘기하는 모든 것들은 별로 의미가 없는 얘기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허나 발베르데나 그와 비슷한 성향의 감독이 들어온다는 가정 하에 라비오가 바르셀로나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 지에 관해서 짤막하게 써봅니다.
1. 한 명의 피보테로 경기를 풀어나가고 그와 동시에 딱딱한 역할 분담으로 공수 분리 축구를 선호하지 않는 바르셀로나의 전술 성향을 고려해보면 앞선에 위치하는 두 명의 미드필드들의 연계 방향을 고려하게 되는데 그러면 여기서 강조되는 사항이 바로 '발' 인데 왜 그러냐면 자연스레 이 발에 맞게 방향이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2. 부스케츠의 활약이 떨어지는데도 제가 그를 비판하는 글을 한 번도 쓴 적이 없는 이유는 부스케츠의 롤은 이 정도로 큰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늘 해오던 것은? 상대가 압박을 들어올 때 본인이 쓰기 편한 오른발을 기점으로 챠비 (라키티치) 가 위치한 오른쪽에 볼을 보내고 다시 내려가서 변형 쓰리백을 형성하고. 90분간 동일한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3. 지금은? 라키티치는 점점 대응책이 나오는 현 바르셀로나의 맞춤 전술에 온 더 볼 상황에서 대응하는 게 해를 거듭할수록 떨어지고 있는데 (압박이 강해질 때 횡패스 일변도의 플레이가 해를 거듭하면 할수록 심해짐) 정작 메시 의존증이 사라질 일이 없는 현 바르셀로나에서 그의 보조자로서 라키티치만한 선수가 없는 게 현실이니 자연스레 부스케츠가 필드 위에서 해야하는 역할이 증가하면서 공수 양면에서 문제가 된다는 것.
4. 펩이 대중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던 유스 선수들보다 별로 들어보지도 못한 유스 선수들을 올려쓰면서 강조했던 사항이 바로 이 양발 사용 능력과 측면에 대한 이해도였습니다.
5. 그럼 이건 스쿼드를 통해 이해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음.
양발 사용 능력이 미드필드 중 가장 좋은 편에 속하고, 반대발 포워드로서도 뛸 수 있던 이니에스타는 왼쪽. (쿠티뉴)
오른발을 중심으로 방향 전환이 좋았던 챠비는 오른쪽. (라키티치, 아르투르)
대각선 롱패스나 한두번의 터치로 한박자 빠른 타이밍에 나가는 종적인 패스에 누구보다 능했던 세스크는 왼쪽. (?)
왼발잡이로 횡패스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던 케이타는 왼쪽. (조금 더 발전 가능성이 보이는 게 라비오, 오른쪽이라고 가정한다면 비달)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해 어느 쪽에 위치해도 이질감이 없었던 뚜레는 피보테. (허나 뚜레는 이 역할을 싫어했다.)
챠비를 보조해주기 위해 뚜레가 하던 작업을 더 간결하게 할 수 있던 부스케츠는 피보테. (부스케츠)
루쵸는 이걸 반대로 틀어서 쓰리톱의 파괴력을 최대로 낼 수 있게 세 명의 공간을 보장해주기 위한 기용을 합니다. B팀에 있던 선수들도 루쵸의 영향을 받은 탓에 미드필드임에도 자신의 주발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뛴 경험이 제법 되는 편이죠.
양발 사용 능력이 미드필드 중 가장 좋은 편에 속하고, 반대발 포워드로서도 뛸 수 있던 이니에스타는 왼쪽.
양발 사용 능력이 나쁘지도 않고 측면 플레이에 대한 이해도가 좋던 라키티치는 오른쪽.
왼발이 좋고 볼을 발에 붙이고 움직일 수 있으며 반대발 포워드로서도 뛸 수 있던 하피냐는 오른쪽.
반대로 오른발이 좋고 횡적인 커버가 좋았던 투란은 왼쪽.
6. 아르투르가 오른쪽으로 가야한다고 얘기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입니다. 측면 풀백과의 연계를 통해 자연스러운 전진을 시도할 수 있고 짧은 패스로 전진할 때 가장 중요시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는 거. 왜 박스 근처에 위치하는 포워드들과 측면에 위치하는 선수들에게 양발 사용 능력이 강조되는 지 알기 쉽죠? 볼을 내보냈을 때 방향 전환을 조금 더 쉽게 할 수 있으면 반대쪽 측면과 자신이 위치하는 측면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는 동시에 박스 근처까지 올라가는 속도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으며 그만큼 다양한 패스 플레이가 가능해지기 때문.
7. 라비오는 이런 측면에서 아레냐가 아직 익히지 못한 왼발잡이 미드필드로서 왼쪽 측면 자원들과의 연계를 통해 자연스러운 전진을 시도하는 플레이를 에메리의 밑에서 네이마르와 많이 해봤다는 거. 케이타보다 기술적으로 조금 더 낫다는 판단까지 들어간다면 지금의 노선의 연장선으로 이어진다고 가정할 시 좋은 자원이 될 수 있다고 보는 편입니다.
8. 알바를 계속 아쉬워하는 것도 이런 부분에서 직선적인 움직임으로 제한되어있고 이니에스타나 쿠티뉴 같은 선수가 무조건 붙어야 공격 루트의 다변화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 큽니다. 라비오가 가세한다면 조금 더 왼쪽의 스쿼드 운용을 폭넓게 할 수 있겠죠.
9. 물론 이런 이론적인 것이나 실전적인 것들을 파괴하는 비상식적인 선수들이 있긴 있습니다. 그게 바로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의 메시와 전성기 시절의 이니에스타.
그 동안 바르셀로나에 오면서 태업이나 이슈를 만들어 낸 선수들 (기억나는 것만 해도 마스체라노, 송, 투란, 뎀벨레, 말콤) 이 없었던 것도 아니라서 그렇게 위험하게 바라보는 건 아닌데 엄마가 에이전트로서 관여가 많다는 건 사실 걱정스러운 부분이 될 수도 있긴 하다고 생각은 합니다. 이미 바르셀로나는 기네스 카르바할이나 라이올라, 셀룩을 통해서 그러한 문제들을 겪어봤으니까요.
연봉 문제도 프리로 넘어오는 거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조금은 더 쳐줘서 받을 것을 생각해보면 지금 파리와의 대립 관계가 계속 이어져서 경기 감각이 떨어진 상태로 온다면 좋은 자원이 될 확률은 이전보다는 조금 더 떨어지겠죠. 허나 그 동안 보여준 라비오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축구 내적으로 바르셀로나와 대척점에 있는 선수는 아니고 가능성을 생각보다 괜찮게 봐줄만한 자원이라는 것. 뭐 결국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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