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베르데가 굉장히 보수적인 감독인 건 맞고 아쉬운 면이 있는 감독인 것도 맞는데 오늘은 제가 감독이어도 1~2명의 로테이션이면 모를까. 웬만해선 안 돌렸을 것 같은데 경기 전부터 여기저기 로테이션에 대한 얘기들이 많던데 대체 어느 관점으로 본 지 궁금할 따름. 저도 비판적으로 축구 보는 걸 선호하는 사람 중 한 명인데 이건 좀 아니랄까.
라이벌들이 먼저 경기를 시작해서 그들이 자빠졌는 지 아닌 지를 알고 경기에 임하는 것도 아니었고 7점차로 앞서고 있는 게 그렇게 유리하다고 판단할만한 시점도 아니고 무엇보다 최근 원정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나가고 있는 형국이 아닌데 가뜩이나 원정에서 한 번 흐름이 꼬이면 빠져나오는데 오래 걸리는 게 발베르데가 감독 커리어 내내 겪어온 문제점인 걸 봐왔을 때 지금 로테이션을 가동한다는 건 이치에 안 맞죠. 결국 이기긴 했지만 만약에 졌는데 라이벌들이 고대로 다 이겨서 따라붙었으면 4점차에다가 한 번만 자빠지거나 엘 클라시코에서 지기라도 하는 순간 정작 챔스 토너먼트가 다닥 붙는 시기에 한 명이라도 쉴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안 나옵니다. 엘 클라시코의 중요성을 아는 데도 이런다는 건 그만큼 지금 리가에서 긴장의 끈을 놓을 시기가 아니라는 거죠.
게다가 흐름이 꼬인 상황인데 팀의 고정적인 틀도 없어서 기복이 심한 편이라 필드 위에 있는 거 자체가 무조건 이득인 선수들을 쉴 수 있게 해줄만한 상황도 아니라 로테이션의 의미가 퇴색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요. 로테이션 돌렸다가 전반전처럼 스코어까지 밀리고 말리는 양상되면 결국 벤치에 있는 핵심 선수들이 고대로 짧은 시간 안에 최대의 능력을 발휘해야하는 건데 그건 이미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걸 여러 차례 봐왔지 않나요? 이런 실책성에 가까운 선택이 전반기부터 계속 반복되다가 이제 안 한다는 걸 보여준 것만으로도 발베르데에게 좋은 소리 한 마디쯤은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또한 오늘 경기가 만족스러운 경기는 아니었지만 공격적인 방향성의 교체로 인해서 (사실 메시로 인해서지만...) 경기를 가져왔다는 건 로테이션 멤버들을 비롯해서 발베르데에게도 의미있는 경기일테구요.
물론 경기력이나 팀의 후반기를 바라봤을 때 1%도 만족스러운 경기가 아니었습니다. 메시 아니었으면 진짜 시간 버린 거였음.
덧붙이자면 크로스의 비중이 높아질 필요성이 있다고 며칠 전에 언급했는데 귀신같이 크로스 받아서 원더골로 꽂아버렸는데 크로스가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건 특정 선수의 의존도가 높아져 수비가 몰리는 현상을 방지해줄 수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상대 수비를 횡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 알레띠보면 토너먼트에서 의도적으로 상대에게 크로스를 강요하잖아요? 근데 그 크로스에 의한 공중볼 경합이나 떨어졌을 때 루즈볼 경합에서 안 밀리니까 그런 수비를 시도할 수 있는 거기도 하거든요. 세비야도 오늘 경기 전반전에서 굉장히 잘 보여준 편인데 알바 쪽을 집중 공략하니까 바르셀로나가 그쪽으로 수비가 자연스레 2~4명이 쏠려버렸죠. 바르셀로나의 의도는 최대한 이른 시기에 쓰로인을 만들어서 대형을 정비하려는 의도였겠죠. 헌데 세비야가 오히려 수시로 수비를 벗겨내니까 골도 만들어낸 거고 위협적인 상황도 만들어냈죠. 결국 경합을 이기고, 루즈볼 싸움에서 안 밀리고, 수비가 측면을 의식하게 만들어서 횡으로 움직이게 만들면 틈을 만들기가 쉬워지고 볼이 빠르게 돌 확률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바르셀로나를 봤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오른쪽에서 똥크로스라도 갈겨줄 선수가 없다는 것이고 세르지를 바로 넣은 것도 요러한 걸 고려한 공격적인 교체였을 거에요. 뎀벨레를 오른쪽에 쓰다가도 자꾸 왼쪽으로 보내는 건 패턴이 뻔한데 동료를 이용할만한 개인의 능력과 팀적인 요건이 안 맞기 때문에 (양발잡이 포워드를 마주하는) 수비가 다지선다를 가져가게끔 유도하는 건데 이것 역시 기대치에 부족한 게 문제겠구요.
쿠티뉴는 기술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슛을 쏘거나 메시와 최대한 가까이 붙어서 움직여야하는데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각 자체를 안 주니까 늘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거구요. 뭐 그렇다고 다른 쪽에 놓자니 쿠티뉴의 가치가 없어지는 편에 가까우니까 그렇게 쓰기도 애매하겠죠. 딜레마라는 소리입니다. 그래서 죽이되든 밥이되든 쿠티뉴를 일단 계속 쓰던지 다른 방편을 찾던지 해야한다고 얘기했던 거구요.
움티티는 포지셔닝이 진짜 심각한 수준으로 안 좋아진 것 같은데 컨디션이 경기를 뛰면 안 되는 컨디션인데 무리를 한 건지 아니면 경기 감각이 떨어져있어서 실책이 많은 건지 정확하게 판단이 안 되는데 혼자 다른 경기를 뛰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네요. 후반전에는 조금 나아졌지만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잠재적인 무리수가 될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할 듯 싶습니다.
알바는 늘상 지적한 그대로입니다. 좋은 선수는 맞지만 그와 동시에 한계가 뚜렷한 선수에요. 속도로 제압이 안 됐을 시에 수비 못하는 거야 원래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선수였고 오늘도 나바스 원패턴에만 몇 번을 속는 지...
비달은 패스 미스가 잦아진 거 보니까 컨디션이 하락세를 그리고 있는 느낌. 이 선수도 나이를 먹긴 먹었네요.
또 해설이 되게 잘 집어줬는데 위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뎀벨레는 기본기가 좋아서 수시로 들어오는 수비를 벗겨내면서 볼을 발에 붙이고 전진시키는 타입이 아니라서 협력 수비가 들어가거나 마주하는 수비가 한두번 상대해보면 뭘할 지가 되게 뻔해요. 그만큼 준비를 잘 해왔을 때 힘을 못 쓴다는 소리죠. 이래서 주변 동료들을 잘 써먹어야하는데 메시 외에 그런 선수가 없다는 게 크죠. (오늘 메시 두 번째 골만 봐도 확연히 드러남) 현재 바르셀로나 구성상 뎀벨레가 힘을 쓰기에 조건이 잘 맞는 편은 아니긴 해요. 거기다 뎀벨레 자체가 기량 자체가 확 올라오는 느낌도 없구요. 일단 가장 큰 문제는 퍼스트 터치의 기복이 심한 것. 어떤 식으로든 극복이 필요해보입니다.
이 이유들이 발베르데가 후반에 쓰거나 역할을 제한하는 이유들에 포함이 될테구요. 물론 컨디션 관리를 하고 있는 것도 있겠지만요. 허나 공수 전환의 비중이 높아지는 경기에서는 지금 바르셀로나에 있는 선수들 중 메시 다음으로 쓰임새가 있을 것 같네요.
수아레즈는 더 이상 언급하기도 싫네요. 이제 글로 쓰는 것도 지칩니다.
라키티치는 오늘 메시와 같이 경기를 책임져준 선수. 오늘만 경기 중에 세네가지 역할을 왔다갔다했는데 이질감없이 정말 잘해줬네요. 아래는 오늘 라키티치의 히트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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