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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27 (영입과 수아레즈 대체자에 관한 생각)

by 다스다스 2019. 3. 8.


이전에도 영입에 관해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때는 살짝만 언급했다면 조금 더 깊게 언급을 해보자면 바르셀로나가 다른 팀들보다 영입을 하기가 어려워보이고 제한적인 리스트를 가진 채로 시장에 뛰어드는 모습이 많은데 분명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훈련 방식 자체가 다른 게 제일 큽니다. 적응에서 헤매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자신이 가진 개인 기량으로 극복을 하는 듯 하다가 아예 고꾸라지거나 또는 더럽게 못하거나 하는 건 그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런 적응에서 헤매는 게 가장 크고. 결국 극복을 못하고 떠나는 선수들이 다른 팀에 가서 반등을 잘 못하는 이유도 발로 볼을 굴리는 특이한 방식에 적응이 되던 차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훈련을 하는 팀으로 이동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래서 바르셀로나는 임대로 선수를 키우는 데 전혀 적합한 팀이 아니었고.


물론 바르셀로나의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이 익숙해서 반등을 해내는 케이스도 많죠. 그래서 반 할은 이런 특이한 훈련 방식에 적응에 애를 먹는 놈들을 데려올 바엔 이미 겪어본 선수들 (특히 아약스 출신이나 더치맨들 또는 스페인, 남미 아니면 자신이 지도하던 팀들) 이나 이미 클럽의 방식을 통해 성장하고 있거나 그런 클럽 (가깝게는 맨유) 이 아니라면 이런 방식을 조기에 주입시키기 좋은 어린 선수들을 사오거나 적극적으로 올려서 쓰던 거고. 단순히 그가 어린 선수들을 과감하게 기용하는 감독이라고 하는 것은 반 할이라는 감독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헛소리임. 그는 굉장히 독단적이며 자신만의 이론과 틀을 갖고 있는 감독이고 어린 선수들을 많이 기용하는 감독이 반 할만 있었던 것도 아니구요. 허나 그가 유독 성공의 케이스가 많은 건 자신의 철학에 들어맞는 기용 방식을 실전적으로 잘 적용해내는 감독이었기 때문. 이러한 성향 덕에 반 할은 팀 내에 있던 베테랑들을 축구 외적으로 적극 활용해서 어린 선수들의 성장이나 축구 내적인 면에 방해가 될만한 요소들을 싸그리 없애는 걸 정말 잘 했음. 바르셀로나, 뮌헨, 맨유를 가리지 않고. 당연히 그 덕에 그가 뭔가를 해놓고 떠난 팀은 누군가는 반드시 대박을 내게 되는 거고.


타타 마르티노는 반대로 바르셀로나에 와서 수비 방식부터가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려다가 반 년만에 때려치고 기존의 방식으로 되돌아가는 엄청난 뻘짓을 저지르고 자신의 뜻을 저버리고 길을 잃어서 본인이 망해버렸고.


결국 아래 글에서도 살짝 썼지만 데 리흐트도 그가 바르셀로나에 오든 안 오든 어떠한 관점 (경제적, 정치적, 스포츠적, 기타 등등) 으로 봐도 굉장히 뻔해서 어느 쪽으로 흘러가든 솔직히 별로 상관 없어요. 온다고 한다면 연봉이 좀 쌌으면 좋겠다는 것 정도? 안 온다면 분명히 그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큰 돈을 박을 필요가 있다는 합리적인 판단이 들어갔을 확률이 굉장히 높겠죠?




이러한 얘기를 한 김에 수아레즈의 대체자에 관한 생각도 조금 더 자세하게 풀어보면


메시는 이제 점점 내려갈 일만 남았으니까 바르셀로나가 찾아야 할 수아레즈의 대체자를 이론적으로 그려봤을 때 가장 이상향에 근접한 건 즐라탄으로 한 번 실패했지만 수아레즈로 이상향은 깨지지 않았다는 걸 확인했으니 여전히 그 중간 지점에 머물러있는 클루이베르트일텐데. (티비에 나오는 포메이션 그림은 별로 의미가 없음. 메시가 오른쪽에 있어도 그 애매한 하프 스페이스에만 머물러있는 것처럼)


대략적으로 요약해보면

- 양 발 사용이 준수해서 (약발로도 패스 자체는 무리 없이 가능한 수준) 어느 쪽 측면으로든 빠지는 횡적인 플레이가 가능하고 (메시가 있는 바르셀로나라면 오른쪽만 가능해도 무방)

- 좋은 신체 능력을 앞세워서 종으로 넘어오는 볼에 대한 경합과 패널티 박스를 향한 크로스에 대한 경합이나 루즈볼 탈환이 좋아 최소 2~3명은 반드시 달고 다닐 수 있는 플레이가 가능하고

- 앞선 두 가지를 포함해서 발로 볼을 굴리는 바르셀로나의 시스템을 이해하고 행할 수 있는 종횡적인 플레이가 가능하고

- 여기에 볼을 받고나서 다음 동작을 가져가는 기술 (퍼스트 터치나 슈팅 스킬 등등) 뿐만 아니라 본인이 볼을 가진 상태로 혼자의 힘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기술적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 (우리가 말하는 드리블링이나 온 더 볼)


이렇게 네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는데 반 할의 바르셀로나 (암흑기 시절말고 97~00) 는 당연히 그 시기에 축구를 보질 않았으니 다운로드 받아서 10~20경기 전후로 본 게 다지만 클루이베르트는 본인이 볼을 가진 상태로 무언가를 해내는 면에 있어서는 기복이 있거나 히바우두나 피구에 비해서 부족한 선수였음. 당연히 기술적으로 가장 뛰어났던 피구가 가장 강한 대응책을 마주하는 선수였고. 클루이베르트말고 그 시기에 있었던 소니 안데르손은 산체스와 비슷하게 발의 방향이 엄청 제한적 (왼발로 바로 까도 될 것도 오른발로 자세 잡아서 차는 게 엄청 많은 수준) 이었는데 산체스만한 특이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단 느낌은 없던 선수였고.


산체스는 저 네 가지 중 세 가지가 되는 선수였으니 바르셀로나 시절 산체스 같은 선수가 필요할 것 같다고 얘기를 했던 거고. 클루이베르트보다 산체스를 이전 글들에서 더 많이 언급했던 건 그가 키가 크거나 떡대가 어마어마한 선수가 아니었기에 동일한 유형으로 대체해야한다는 고정 관념을 깨기 적합한 케이스였기 때문. 라르손은 바르셀로나가 앞으로도 쭉 찾겠지만 찾을 수 없을 확률이 높은 교체로 들어오는 포워드의 교과서 같은 선수였다고 봄. 당연히 바르셀로나의 축구를 오래 전부터 보고있는 팬들은 교체로 들어오는 포워드하면 라르손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거.


솔직히 호마리우나 메시처럼 포켓몬 몸통박치기같은 무식한 수비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상대의 수비에 대응해서 가볍게 박살내버리는 선수들을 바르셀로나가 원하는 시기에 데려다 놓을 수는 없으니까 저런 조건에 최대한 많이 부합하는 포워드가 오는 게 수아레즈의 대체자든 아니면 후계자든, 벤치 자원이든 써먹기 좋겠죠. 물론 제가 감독인데 젊은 메시가 있다면 이상향이고 나발이고 측면에 모든 돈을 다 써서라도 최대한 강화해서 메시를 중앙으로 쓸 겁니다. 펩이나 티토가 그랬던 것처럼. 근데 지금은 그게 아니니까.


크루이프가 호마리우나 호나우두를 극찬했던 건 볼을 가지고 있을 때 기술적으로 우위를 가져가는 게 굉장했다는 것도 있지만 자신이 불리한 부분을 숨기는 플레이와 자신이 유리한 부분을 순간적으로 사용하는 플레이가 너무나도 익숙하고 완성형에 근접했다는 게 컸음. 지단, 바지오, 라르손, 챠비, 이니에스타, 메시 같은 선수들을 극찬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구요. 오히려 크루이프가 별로 높게 평가하지 않았던 선수들은 히바우두나 에투 같은 선수들이었단 사실. 그래서 누군가가 올 때 골을 얼마나 잘 넣냐가 최우선으로 고려할 사항이 아니라고 하는 거고.


사비올라가 클루이베르트보다 훨씬 골을 잘 넣었는데도 레이카르트가 클루이베르트를 놓기로 한 그 순간까지 1분이라도 더 써먹으려했던 건 팀이 완성에 가까워졌을 때 기복을 줄여주고 조금 더 자연스러운 팀을 만드는 데 있어서 저런 것들이 더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확신했기 때문. 그랬으니 에투보다 파비아누나 클로제를 조금 더 원했을 테고.


펩 역시 부임하자마자 에투를 내보내고 아데바요르를 데려왔음 좋겠다고 했던 것도 마찬가지. 결국 에투를 1년 쓰고 보내고 즐라탄이 왔을 때 그가 이상적인 센터 포워드로 여겨졌던 건 저 네 가지를 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막상 뚜껑 까보니 그러하지는 않았다는 게 함정이었구요. 그리고 그런 즐라탄의 실패를 인정하고 메시를 중심으로 만든 극의 측면 투자의 팀이 완성에 근접했다고 판단이 됐을 때 메시의 공간을 보장해주기 더 적합한 카드는 또 다른 비야 (그 당시 루머상 가장 비슷한 선수였던 로시) 가 아니라 볼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상대의 포백 중 최소 두 명은 무조건 끌고 다닐 수 있는 산체스라고 판단했던 것도 이러한 게 더 컸을 테고.


루쵸 역시 결국 점점 종횡으로 뛰는 범위가 줄어들게 될 앞으로의 메시를 생각했을 때 측면 플레이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나머지가 다른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훨씬 높은 수준이었던 수아레즈가 메시 쪽에 가까이 위치하고 반대편에 위치하는 네이마르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게 바르셀로나가 나아가야할 방향이라고 생각했을 테고.


결국 지금 점점 떨어지고 있는 수아레즈를 즉시 조금 높은 수준에다가 조금 다른 방향으로 대체가 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그리즈만이 이제는 바르셀로나와 연이 없는 쪽에 가까워진 지금 상황을 봤을 때 발베르데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면 발베르데가 감독 커리어 내내 보여온 모습이나 이상론이 펩의 이상론과 유사하다고 보는 편이고 실제로 언론들이 그를 수 없이 온순한 펩 과르디올라라고 표현했던 걸 떠올려보자면 그는 아마도 다른 그 어떤 능력보다도 오프 더 볼이 좋은 선수를 찾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른 능력보다 오프 더 볼을 굉자아아아아앙히 중요하게 볼 것 같음.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냥 제 감이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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