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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25 (파리 v 맨유를 보고 쓰는 바르셀로나 얘기)

by 다스다스 2019. 3. 7.


뭐 이건 바르셀로나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라 사실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목표로 하는 모든 팀들에게 해당되는 얘기일텐데 어쨌든 시기상 얘기하기 적절한 글이라 한 번 써봅니다.


포워드 영입에 있어서 (특히 바르셀로나는) 팀의 기복을 줄여주고 기술적으로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선수가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건 어떤 선수가 바르셀로나로 넘어와서 그가 20경기를 뛰었다고 했을 때 그가 20골을 넣었든 20어시스트를 했든 그 20골이나 20어시스트가 20경기에서 20승이 될 수도 있고 10승이 될 수도 있기 때문. 포워드가 물론 골이 중요한 건 맞고 중요한 순간에 골을 넣어주는 게 엄청나게 필요한 포지션이지만 그가 얼마나 순도 높은 골을 꽂아넣을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니까요. 오늘 루카쿠만 봐도 그가 이번 시즌에 넣은 챔피언스 리그 골은 딱 2골이고 시즌 전체로 봤을 때 그가 좋은 포워드라고 평할만한 선수는 아니었지만 그 2골이 결국 8강 행을 이끈 골들이었잖아요? 그런 면에서 루카쿠는 기술적으로 우위가 아니라 특이한 것을 가지고 있는 유형으로서 순간적으로 빛이 난 거고. 파리는 카바니가 어느 면에서든 떨어지고 과장되어있다는 걸 감독인 투헬부터가 알고 있으니까 이런 토너먼트에서 기용 빈도가 내려가는 걸테구요. 그게 아니라면 그를 95분에 넣을 이유는 없었겠죠.


반대로 바르셀로나를 봤을 때 수아레즈의 경기를 눈으로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은 좋게 편집된 경기 하이라이트나 골 모음집만 봤을 때 수아레즈가 잘하고 있다고 착각을 할 수 있는 것처럼요. 그의 스탯만 봤을 때 그는 이름값에 살짝 부족한 수준이지. 그가 조기 축구급 터치를 매 경기 한두번은 필연적으로 선보이며 팀의 폭 넓은 기복의 선두주자로 뛰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 테니까요.


이런 면에서 가장 위험한 생각은 다른 클럽에서 많은 골을 넣고 있는 선수가 바르셀로나에 왔을 때 동일한 수준의 골을 넣어줄 거라는 생각이고. 그래서 바르셀로나는 적응력에서 문제가 되지 않을 확률이 높은 검증된 네임 밸류의 포워드를 조금 더 선호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버릴 수밖에 없는 현실.


오늘 파리도 수비 실책을 감안하더라도 네이마르가 있었다면 이렇게 지거나 탈락할 일이 절대로 없었을 거라고 확신하는데 그 이유는 네이마르가 디 마리아보다 골을 잘 넣어줄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디 마리아보다 더 폭 넓게 뛰면서 파리의 흐름이 깨지지 않게 경기를 본인의 힘으로 붙들고 이끌어나갈 수 있는 게 더 큼. 디 마리아가 가지고 있는 결함은 네이마르한테는 없는 거니까.


그래서 과거의 사례들을 보면서 영입의 방향성을 살펴보면

산체스는 비엘사의 영향을 받은 덕에 우디네세에서 뛰던 시절에도 볼을 경합하는 본질을 알고 측면에 대한 이해도가 넘사벽인 선수라 기술이 아닌 크루이프가 제일 중요하다고 했던 오프 더 볼로 다른 선수들의 부담을 줄여주며 팀의 기복을 줄여주는 선수였고

네이마르는 바르셀로나에 입성한 후 가장 크게 성장한 부분이 팀의 기복을 본인의 개인 능력으로 줄여주는 이런 부분들이었고

수아레즈는 바르셀로나에 입성한 후 해를 거듭하면 할수록 이런 부분이 일반인 눈에도 드러날 정도로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고

뎀벨레, 쿠티뉴는 이런 바르셀로나의 폭 넓은 기복을 막아준다기보단 그 흐름에 편승해 그걸 끊어주지 못하고 있고


메시는 예외입니다. 그러니까 발베르데도 메시 의존증을 해결하려는 것보단 그의 공간을 최대한 보장해서 그가 최대한 필드 위에 오래 머물게 하는 거고. 그게 분명 올바른 방향은 아니지만 지금 기존에 있는 선수들이나 데려온 선수들이 현실적으로 기대치 이하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현 상황에선 최선으로 할 수 있는 거기도 하니까.


주전급이 아니라 로테이션급을 영입한다고 하더라도 바르셀로나의 포워드 영입의 기본은 결국 팀의 기복을 줄여줄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선수 (이게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압도적인 기술이라면 제일 좋겠죠.) 나 전술적 변화를 주기 좋은 선수가 와야하는 게 맞고 그런 선수들을 찾아야할 것 같아요. 아니면 뎀벨레나 쿠티뉴가 얼른 그런 선수가 되는 게 좋겠죠.


수아레즈가 나간다. -> 수아레즈와 비슷한 신체 사이즈나 스타일을 가진 선수가 와야한다. (X)

수아레즈가 나간다. -> 스타일과 신체 사이즈를 떠나서 자신의 비중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자신의 실력을 어떤 식으로든 뽐내며 팀의 기복을 줄여줄 수 있는 선수가 와야한다.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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